할리우드에서 회자된 작품 속 배우 13명 인터뷰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Best Performances

2021-04-26T11:55:43+00:002021.04.26|FEATURE, 피플|

한국 시간으로 4월 26일,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다. 한 해 동안 개봉한 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축제를 앞두고 2020년을 돌아보자니, 지난해는 할리우드 영화 산업에 ‘불능’의 시간이었다. 세상이 거의 문을 닫았고, 영화 개봉과 시사회 일정은 연기되길 거듭했다. 물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Tenet)>처럼 극장 개봉을 감행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관객은 집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영화를 봤다. 극장에서 집단적으로 흥분하는 드라마틱한 체험의 성격은 약했겠지만, 그게 안전한 길이었다. 흥미롭게도 2020년 팬데믹이 닥치기 전에 제작된 다수의 작품이 연극을 원작으로 두고 있거나 스케일이 그리 크지 않았다. <더 프롬(The Prom)>,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Ma Rainey’s Black Bottom)>과 몇몇 작품은 작은 스크린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듯했다. 스펙터클하진 않을지언정 그 친밀한 관점은 오히려 고인이 된 채드윅 보스만의 마지막 영화 출연이라는 감동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리즈 아메드가 청력을 잃은 드러머로 분한 <사운드 오브 메탈(Sound of Metal)> 속의 매혹적인 연기를 어떻게 잊을까? 2020년은 할리우드에서 인종적 다양성이 두드러진 해이기도 하다.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Judas and the Black Messiah)>의 키스 스탠필드를 비롯해 빌리 홀리데이로 열연한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vs. 빌리 홀리데이(The United States vs. Billie Holiday)>의 앤드라 데이, <미나리>의 이민자 농부인 스티븐 연이 스타 탄생의 순간을 썼다. 스티븐 연은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자 중 하나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인 정이삭과 한국 배우들이 열연한 <미나리>는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 외 작품상, 감독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등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저력을 드러냈다. 영화계에 불어닥친 역경에도 불구하고 경이로운 재능을 지닌 멋진 배우들을 축하할 수 있어 짜릿하다. 예술은 위기와 고립의 시대에 더 큰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배우들은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위안을, 약속을, 비통함 혹은 로맨스를 안겨주고, 발이 묶인 우리가 가볼 수 없었던 세상을 열어준다. 세계가 멈춰버리고 우리가 모험을 떠날 수 없는 지경이 됐을 때, 영화란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Steven Yeun 스티븐 연
<미나리 Minari> 

스티븐 연은 몇 년 전에 개봉한 <버닝>과 최근의 <미나리>가 밤과 낮을 겪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두 영화가 말하는 이야기, 또 주목받는 일이 드물었던 한국의 내러티브에 집중하는 방식은 동일하다.

하늘색 슈트는 Fendi, 안에 입은 갈색 스웨터는 Loro Piana, 스니커즈는 Nike 제품.

<미나리>에서 한글과 영어를 번갈아 쓰는 건 어렵지 않았나?

여러 언어를 오가는 건 항상 두려운 일이다. <버닝>을 촬영할 때는 한국에 있었기 때문에 늘 한국어로 말했다. <미나리> 촬영 때 어려웠던 점은 오클라호마에 머무르면서 종일 영어로 말하다가 촬영 세트장에서만 한국어를 쓰는 일이었다. 그래서 멋진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 영화의 매력에 관해서 정이삭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영화에 대한 어떤 진입 장벽도 만들지 않으려고 애썼다는 점이 멋지다고 할 수 있다. 영화는 그저 등장인물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그 모습 속에 그들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다.삶을 살아가고자 애쓰는 이들의 경험에 많은 관객이 공감할 거라고 본다. 더 큰 의미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존재하는지, 얼마나 다양한 사람과 경험이 존재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길 바란다.

 

아들을 연기한 앨런 킴의 오디션 자리에 당신도 있었나?

그렇다. 앨런은 오디션에서 대본을 무척 잘 읽었는데, 즉흥적으로 한번 연기해보라고 했을 때 더욱 제 실력을 보여줬다. 내가 오디션장에서 잠시 나와 내가 맡은 제이콥의 느낌을 유지하면서 다시 들어갔고, 그런 내 연기에 맞춰 앨런이 따라와줬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이런 느낌으로 정이삭 감독을 쳐다봤지. ‘와, 이 녀석 정말 제대로야.’

 

혹시 노래방에서 즐겨 부르는 곡이 있나?

좀 당황스럽긴 하지만, 사실 하나 있다. 말해서 속이 시원해질 것 같기도 하고. O-Town이 부른 ‘All or Nothing’. 부르기 정말 좋은 노래다.

 

James Corden 제임스 코든
<더 프롬 The Prom>

<더 레이트 레이트 쇼>의 진행자이자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그가 <더 프롬>에 합류한 것은 뮤지컬에 몰두한 수십 년 경력의 정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성애자인 코든이 게이 캐릭터를 묘사한 데 대해 온라인상에서 비난이 쏟아졌지만,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는 그를 골든 글로브의 뮤지컬&코미디 부문 최우수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했다.

로고 프린트가 있는 재킷과 안에 입은 스웨터는 Gucci, 스니커즈는 Gola 제품. 데님 팬츠는 제임스 코든 소장품.

당신이 진행하는 토크쇼를 보면 보이 밴드에 관해 지식이 풍부한 것 같다.

나에게 보이 밴드란 이루지 못한 꿈과 같거든. 내가 커리어에서 어떤 업적을 이룬다 해도 1990년대에 성공을 거둔 보이 밴드와 맞바꿀 수 있다. 그저 그런 보이 밴드라도 상관없다. 나는 정말 보이 밴드 멤버가 되고 싶었다. 학창 시절에 보이 밴드를 두 번 만든 적이 있지. 밴드를 계속했다면 Top 3 안에 드는 싱글을 두 번쯤 발표한 뒤에 음악적 견해 차이로 해체했을 거야.

 

엔싱크와 백스트리트 보이즈를 좋아했나?

물론. 엔싱크는 아직도 꽤 많이 듣고 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그렇다.

 

원 디렉션의 옛 멤버들과도 가깝게 지내는 것으로 안다.

그 친구들을 정말 좋아한다. 원 디렉션의 멤버 루이스라고 있다. 그 친구의 어머니가 내가 진행한 TV 쇼에서 어린이 보호자로 일했다. 루이스가 어렸을 때, 내가 가수 오디션 쇼인 <엑스 팩터> 촬영을 위해 런던에 갔는데 그녀가 이메일로 이런 이야길 했다. “그 아이를 기억할지 모르겠어요. 아이가 지금 런던에 가 있는데 좀 걱정되네요. 연락을 한번 해줄 수 있을까요?” 그래서 원 디렉션 친구들에게 연락했고, 그때부터 항상 어떤 식으로든 그들을 챙겨주려고 애썼다. 원 디렉션은 인간의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는 빛나는 사례다.

 

Talia Ryder 탈리아 라이더
<전혀 아니다, 별로 아니다, 가끔 그렇다, 항상 그렇다 Never Rarely Sometimes Always>

무용 경력이 있는 탈리아 라이더는 이 영화에서 낙태를 하려는 10대 소녀의 사촌이자 친구로 함께 고달픈 여정을 시작한다. 감독은 인물들이 어른이 겪을 법한 상황들에 놓여 있어도 여전히 아이라는 점을 잊지 않도록 상기시켰다.

톱과 팬츠는 Kwaidan Editions, 슈즈는 Crocs, 반지는 Cartier 제품.

몇 살 때부터 춤추기 시작했나?

만 세 살 때부터. 어릴 때는 무용을 하는 해양 생물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마틸다> 공연을 관람하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 이후 오디션을 본 거로 안다.

그렇다. 공연이 끝난 후 언니와 서로 윙크를 하며 눈빛을 교환했고, 엄마에게 나도 오디션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첫 번째 오디션에서 언니와 나 모두 합격했고, 우리는 브로드웨이 쇼에 출연하게 됐다.

 

좋아하는 ‘댄스 무비’가 있나?

<하이 스쿨 뮤지컬>을 사랑한다. 내 모든 춤은 유치원 시절에 배웠다. 두 해 연속 핼러윈 때 그 뮤지컬의 샤페이처럼 차려입었지. 영화 속 첫사랑이 있다면? 아마도 <마스크>의 짐 캐리였던 듯하다.

 

George Clooney 조지 클루니
<미드나이트 스카이 The Midnight Sky>

그는 이 영화의 감독과 공동 제작을 맡고, 출연도 했다. 팬데믹 상황 때문에 작품이 넷플릭스로 향하게 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피케 셔츠, 데님 팬츠, 선글라스, 슈즈는 모두 조지 클루니 소장품.

<미드나이트 스카이>에서 당신이 연기한 인물이 아이슬란드 한복판에서 얼어붙을 듯한 날씨를 뚫고 걸어가는 그 순간에도 여전히 당신이 그 배역에 맞는 배우라고 느꼈나?

시속 112km의 바람과 영하 40도의 기온에 맞닥뜨렸을 때, 지금까지 살면서 했던 모든 일을 의심했다.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도 있었다. ‘내가 이 일을 직접 나서서 했단 말이야?’ 영화에 몽환적 느낌이 묻어난다는 점은 아주 좋았다. 눈보라를 뚫고 나가는 인물은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 아니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

 

전 지구적 종말을 다룬 이 영화는 코로나19 때문에 새로운 의의가 생겼다.

원래의 내러티브는 참회를 하고 구원을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상에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이 영화는 우리의 갈 곳이 없음을, 사랑하는 이들을 안아줄 수 없음을 다룬 내용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신이 감독한 영화들은 관객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면서도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작품이 두 가지 차원에서 작동하는 것인데,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이런 점을 고려하는지 궁금하다.

보통은 그런 부분을 고려한다. 내가 바라는 건 무엇보다 영화가 오락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설교를 듣는 건 딱 질색이니까. <마이클 클레이튼>은 기업의 불법 행위를 다뤘고, <인 디 에어>는 해고에 관한 영화였다. 문제를 다루는 방식을 흥미롭게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킹 메이커>에서는 우리가 어떻게 정치인을 선출하는지 이야기할 생각이었지만, 그렇게만 한다면 설교와 다를 바 없을 거라는 점도 알았다. 그래서 내가 연기한 주지사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다.

 

처음에는 끔찍한 일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정말 좋은 일이었음을 알게 된 인생의 사건이 있다면?

<배트맨과 로빈>은 끔찍한 영화였고, 나도 끔찍한 연기를 했다. 하지만 다음 작품으로 훌륭한 영화인 <표적>을 했다. 그 작품을 하기 전에는 그저 일거리를 구하는 배우에 불과했다. 누군가가 “배트맨 연기를 하겠어요?”라고 말하면 “네, 좋죠, 배트맨 하겠습니다!” 했던 거다. 배트맨 이후 내 연기만이 아니라 어떤 영화인지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각본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후 진행한 세 편의 영화가 <표적>, <쓰리 킹즈>,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다.

 

Alan Kim 앨런 킴
<미나리 Minari>

코로나19도 앨런 킴의 스타덤을 막을 수 없었다. <미나리>에서 그는 할머니 역의 윤여정 배우와 함께 등장하며,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 덕분에 이 영화가 시상식을 휩쓸고 있다.

아가일 체크 스웨터는 Burberry, 네이비색 팬츠는 Gucci, 스니커즈는 Vans 제품.

몇 살이에요?

여덟 살이에요. <미나리>를 찍을 때는 일곱 살이었고.

 

<미나리>를 위해 오디션을 봐야 했죠?

네. 음, 할머니가 준 약을 마시기 싫다고 하는 거랑, 지금은 기억 안 나는 대사 몇 개를 했어요.

 

연기를 할 때 한국어와 영어를 오가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좀 어려웠죠. 한국어가 제 모국어거든요. 영어가 그다음이고.

 

꿈은 영어로 꿔요, 한국어로 꿔요?

영어로 꿔요.

 

연기는 항상 꿈꾸던 일인가요?

계획을 세워놓긴 했는데,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어요.

 

앞으로도 연기를 계속할 계획인가요?

그럴 거예요.

 

좋아하는 배우는 누군가요?

고슴도치 소닉.

 

좋아하는 노래는?

마카룬 파이브의 ‘슈가’를 좋아해요.

 

마룬 파이브를 말하는 거죠?

아, 맞아요.

 

LaKeith Stanfield 키스 스탠필드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Judas and The Black Messiah>

<겟 아웃>을 비롯해 그가 출연하는 영화에는 늘 어두운 내용이 깃들어 있다. 흑인 민권 지도자인 프레드 햄튼의 일대기를 그린 이번 영화에서 그는 주인공 암살과 관련한 FBI 요원의 정보원을 연기했다.

크림색 재킷, 팬츠, 하얀 셔츠, 슈즈는 모두 Prada, 팔찌는 Cartier 제품. 선글라스와 목걸이는 키스 스탠필드 소장품.

당신이 연기한 윌리엄 오닐이라는 실존 인물에 관해 얼마나 많은 조사를 했나?

법정 녹취록, 기록 문서, 다큐멘터리와 인터뷰 등을 살펴봤다. 그가 정확히 무슨 일을 벌였는지 알아낼 수 있는 자료는 풍부했다. 오닐은 방첩 프로그램의 긴밀한 협조자였고, 프레드 햄튼의 암살 이후에도 줄곧 정부에 협력했다. 그리고 90년대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데뷔작 <숏텀 12>에 함께한 배우들 모두 지금은 유명해졌다. 그때 앞으로 그렇게 잘될 거라고 예감했나?

신나고 에너지가 넘쳤지만, 문화적 현상이 될 거라거나 누군가 엄청나게 유명해질 거라는 느낌은 없었다. 사실은 다음 일거리를 어디서 구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다. 그후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에서 최우수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난생처음 시상식에 가봤다. 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서 생각했지. ‘젠장, 이런 자리에 이렇게 빨리 오게 될 줄이야.’

 

당신의 상황이 바뀌었다는 기분은 언제부터 들기 시작했나?

<겟 아웃>에 참여한 뒤였던 것 같다. 내가 ‘밈’으로 박제되어 돌아다녔으니까.

 

<겟 아웃>에서 “꺼져버려!” 라고 제목을 실제로 입에 올리는 등장인물은 당신뿐이었다.

음, 사실 나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올라 모든 청중에게 꺼지라는 말을 해야 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지. 얼마나 아이코닉한 현상이었냐면, 핼러윈 때 우리 어머니의 집에 내 배역을 따라서 코스튬한 사람들이 방문했다고!

 

Riz Ahmed 리즈 아메드
<사운드 오브 메탈 Sound of Metal>

청력을 잃은 드러머 연기로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 연기에 도전한 경험을 두고 그는 압도적일 만큼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스스로를 통제하려는 시도가 무의미했다고 말한다.

꽃무늬 장식 셔츠, 검정 팬츠는 Dior Men 제품.

<사운드 오브 메탈>을 위해 청각 장애인 커뮤니티와 헤비메탈 음악 두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했다.

이 역할에 정말 매력을 느낀 부분이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새로운 커뮤니티와 문화를 알아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감독이 이런 말을 했다. ‘이 연기를 할 사람은 정말로 드럼을 연주하게 될 거야. 연주하는 척 속이기에는 그는 음악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거든. 수화를 유창하게 구사하면서, 청각 장애인 배우들과 즉흥 연기도 할 수 있어야 해.’

 

어떤 식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나?

드럼 연주와 미국식 수화를 익히는 데 7개월이 걸렸다. 내가 연기한 루벤은 아주 체계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나 역시 체계적인 방식으로 접근했다. 아침에는 몇 시간 동안 수화를 배우고, 그다음 연기 코치와 연습하고, 오후에는 드럼을 연주했다. 저녁이면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들’이나 ‘익명의 마약 중독자들’ 모임에 참석했다. 밤에는 공연을 보러 갔다.

 

배움에 능해 보인다. 2020년 록다운 기간 중 새로운 재능을 개발하기도 했나?

잠깐 빠져든 것이 하나 있다. 취미의 클리셰 같기는 하지만… 런던에 있는 집에서 식물 기르기에 재미를 붙였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는데, 도시가 봉쇄당한 시기에 생명체를 길러내고 그것이 얼마나 강한 회복력을 지니고 있는지 살피는 일, 매일 아주 조금씩 자라나게 한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더라.

 

Michelle Pfeiffer 미셸 파이퍼
<프렌치 엑시트 French Exit>

미셸 파이퍼가 연기하는 인물 대부분은 늘 자기 자신과 전쟁을 치른다. 그녀는 블록버스터와 인디 영화를 가리지 않고 인물이 자기를 인식하는 순간을 표현할 줄 안다.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잃어가는 미망인을 연기한 이번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네이비 블레이저와 리본 장식 셔츠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데님 팬츠는 Celine by Hedi Slimane, 귀고리는 Cartier, 힐은 Jimmy Choo 제품.

당신은 작품을 쉽게 선택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프렌치 엑시트>에는 왜 끌렸을까?

내 에이전트는 내가 작품을 너무 많이 거절한다며 나를 ‘닥터 No’라고 부른다. 하지만 <프렌치 엑시트>와는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정말 특이하고 독특한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연기 작업과는 애증 관계가 있지만, 프란세스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즉각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극 중에서 화려하지만 절제된,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프란세스에 딱 맞는 룩을 찾는 건 다소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그녀는 시선을 사로잡는 여성이지만,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인물이기도 하다. 시대를 초월하면서도 조금 낡아 보이는 옷이어야 했다. 옷이 무기가 되는 순간도 있는데, 쏟아지는 질문으로부터 그녀를 보호해줄 때면 그렇다.

 

예전에 연기한 인물에 다시 한번 도전할 생각이 있나? <스카페이스>에 등장하는 트로피 와이프? <그리스 2>의 바이커 걸? <사랑의 행로>에 등장하는 수지 다이아몬드는 어떤가?

<그리스 2>는 배우 생활 초창기 작품이고, 작업 과정이 재밌었다. 영화에 대한 반응이 정말 뜨거웠는데, 그렇게 주목받는 일이 편안하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내게는 유명세 같은 일이 투쟁이나 다름없었거든. <사랑의 행로>의 수지 다이아몬드와 사내들이 요즘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 궁금하네! 나는 조금은 망가지고 절망적인 인물에 매력을 느끼는 편이다. 수지는 확실히 흥미로운 방식으로 망가진 경우였다. 영화 작업에 전력을 다할 즈음이면 내가 누굴 연기하든 그 인물에 빠져들곤 한다. 이번에 프란세스에게도 완전히 빠져들었지. 고양이 몸에 들어간 죽은 남편에게 말을 거는 장면을 찍을 때면, 내가 왜 배우라는 직업을 좋아하는지 떠오르곤 했다.

 

Tom Holland 톰 홀랜드
<체리 Cherry>

그는 루소 형제 감독이 연출한 영화 세 편에서 스파이더맨으로 등장해 호흡을 맞췄다. 이번 영화에서 루소 형제는 그를 은행을 터는 헤로인 중독자로 변신시켰다.

빨강 니트 스웨터는 Isabel Marant, 데님 팬츠는 Celine Homme by Hedi Slimane, 시계는 Cartier, 스니커즈는 Adidas Originals 제품.

<체리>에서 보여주는 미국식 억양이 엄청나게 능숙하다.

그냥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내게 가장 좋은 친구나 다름없는 코치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는데, 이번 작품이 우리가 함께 작업한 12번째 작품인가 그렇다. 노력하면서 연습, 연습, 연습을 해서 목표를 이룰 뿐이다.

 

혹시 미국식 억양으로 된 꿈을 꾼 적도 있나?

분명 그런 적이 있었을 거다. 이제는 파티 같은 곳에서 미국식 억양으로 말하는 게 더 편할 정도다. 그럴 때면 내가 연기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언젠가 촬영장에서 다시 영국식 영어로 말하게 된다면 일이 좀 복잡해질 것 같다.

 

촬영장에서 한 키스가 첫 키스였는지?

그렇진 않다. 첫 키스는 <빌리 엘리어트> 공연장이었던 빅토리아 팰리스 극장 백스테이지에서 했다. 다섯 명이서 진실 게임을 하다가 그만… 좋은 시절이었지. 그녀를 정말 좋아했다.

 

영화 속 첫사랑이 있다면?

<해리포터와 불의 잔>의 엠마 왓슨.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는데 정말 끝내준다고 생각했다.

 

Jacob Elordi 제이콥 엘로디
<유포리아 Euphoria>

호주 출신의 이 신인배우는 젠다야나 카이아 버거 등과 열애설을 내며 주목 받기도 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아주 유해한 10대를 연기한다. 전형적으로 로맨틱한 연기를 한 <키싱 부스>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스웨이드 재킷, 스트라이프 티셔츠, 데님 팬츠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시계는 Cartier, 스니커즈는 Adidas Originals 제품.

당신은 대가족에서 막내로 자랐다. 어릴 적 누나들이 당신에게 인형처럼 옷을 입혔나?

나뿐 아니라 다들 옷을 차려입었다. 내가 멋진 황갈색 곱슬 가발에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누나의 지갑을 든 모습을 엄마가 영상으로 찍기도 했다.

 

<유포리아>에서 당신이 연기한 네이트는 매력적이고, 정말 어둡고, 매우 복잡하고, 하지만 여자친구를 학대하기까지 한다. 연기하기 쉬운 인물은 아닌데.

처음 오디션용 쪽대본에서 묘사된 네이트는 그저 꼴통 대학생 마초였다. 사람들을 학대하고, 술을 마시고, 소리를 지르면서 나대는 인물. 당시에는 앞으로 촬영하면서 겪게 될 연기의 폭이나 깊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그는 감정의 테러리스트이자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 괴물이다.

 

첫 키스는 어떤 곳에서 했나?

호주 멜버른의 이스트 말번에 있는 기차역에서 루비라는 소녀와 했다. 파티가 열리기라도 하면 다들 ‘나 누구를 낚아서 놀았어’ 식으로 말했는데, 나에게는 그런 일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루비와 나는 420분에 기차역에서 만났다. 키스하기 위한 데이트였던 거다.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로맨틱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영화를 보다가 빠진 첫사랑이 있다면?

<반지의 제왕>에서 레골라스를 연기한 올랜도 블룸. ‘와, 이 남자는 정말 완벽한걸’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순수하고 준수했다.

 

Andra Day 앤드라 데이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vs. 빌리 홀리데이 The United States vs. Billie Holiday>

그래미상 후보에 오르던 뮤지션이 영화에서 전설적인 재즈 싱어 빌리 홀리데이로 분했다. 앤드라 데이는 연기에 앞서 줄담배와 욕설, 독주 등을 익히기 시작했다.

검정 레이스 장식의 드레스는 Alexander McQueen, 샌들은 Sergio Rossi 제품. 검정 가죽 장갑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디션에서는 어떤 장면을 연기했나?

영화에는 쓰이지 않은 장면이 있다. 클럽에서 존 레비와 미팅하는 장면이 시나리오에 있었는데, 실제로 촬영하진 않았다. 참 재미있는 일이다. 왜냐면 그 장면이 나를 가장 떨리게 만들었거든. 오디션에서 연기한 장면 중 영화에 쓰인 건 빌리가 FBI에 체포된 뒤 지미 플레처가 연방 요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부분이다. 그리고 빌리가 죽어가는 장면.

 

빌리 홀리데이라는 배역을 따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공포에 빠져들었다. 감독에게 “모든 배우를 다 확인한 게 맞죠? 여기저기 확인하고 확실히 한 거죠?” 라고 물어봤다. 그는 이랬다. “이봐요, 촬영장으로 오기나 해요.”

 

리 대니얼스 감독은 당신이 꽤 급진적인 시도를 했다고 하더라.

다른 이들에게도 나처럼 하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74킬로그램에서 56킬로그램까지 몸무게도 확 줄였고, 촬영장에서는 좀 굶주린 상태로 임했다. 덕분에 너무 힘이 빠진 상태여서, 헤로인과 관련한 장면에서는 큰 도움이 됐다. 담배를 피우니 정말 빌리 홀리데이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빠릿빠릿한 반면, 그녀는 달콤한 진액 같은 사람이다.

 

가수로 활동하며 빌리 홀리데이의 노래를 자주 불렀지만, 그 사람을 연기하면서 노래도 부르는 게 두렵지는 않았나?

나는 여기저기서 일회성으로 빌리의 노래를 부르거나 장난스럽게 흉내를 내는 정도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긴장했다. 그 안에 머무르며 믿음을 가지고 홀리데이의 삶을 산다는 건 확실히 다른 일이었다. 일단 그 지점에 이르자, 홀리데이의 음악과 목소리를 통해 그녀에게 빠져들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홀리데이의 독특한 웃음소리를 통해서도 빠져들었다. 마치 탁구공 같은 그 웃음. 웃음소리가 돌아와서 당신에게 부딪칠 정도다. 나도 모르게 내 방식대로 노래를 부르다가 감독의 말에 정신이 들 때도 있었다. “당신은 지금 홀리데이예요. 정말로 그 사람이 되어서 연기해야죠. 당신 방식대로만 할 수는 없어요.”

 

Jared Leto 재러드 레토
<더 리틀 띵스 The Little Things>

트위터에서 골든 글로브상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았던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재러드 레토 본인조차 자신이 골든 글로브상 최우수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를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보라색 블레이저, 팬츠, 안에 입은 연노랑 셔츠는 모두 Gucci 제품.

<더 리틀 띵스>에서 연쇄살인마 알버트로 출연한다. 알버트는 정말 악한 사람이지만, 마치 나쁜 짓이라고는 하나도 저지르지 않은 듯 모호한 방식으로 연기했다.

그는 좀 문제가 있는 인간이다. 아웃사이더 기질이 있고, 외톨이에 말썽꾼으로, 어디든 잘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꽤 매력적인 인물이다. 뭐랄까, 그에게서 뭔가 사랑스러운 면을 찾았다고 해야 할까. 뛰어난, 하지만 아주 어두운 유머 감각이 있다고 생각했다.

 

진정으로 좋아한 첫 번째 영화는 뭔가?

<더 리틀 띵스>의 알버트 스파르마와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라면 좋은 친구 사이가 되지 않을까. 알버트는 한니발 렉터의 ‘로-파이’ 버전 같다.

 

로맨틱 코미디물을 할 생각은 없나?

글쎄, ‘맥커네상스’(매튜 매커너히가 로맨틱 코미디물의 주인공을 연달아 맡던 2010년대) 스타일과는 정반대로 하겠다고 위협한 적은 있다. 2000년대 초반 스타일의 로맨틱 코미디를 곧장 시작하면 되겠네. 촬영은 멕시코나 하와이 해변에서 할 텐데, 하루에 8시간, 어쩌면 6시간 정도만 진행할 거다. 촬영장에 나타나서 노는 거지. 촬영 준비에서 가장 어려운 건 ‘저탄고지’ 식단이다. 탄수화물을 피하는 게 아주 어려운 일이겠지.

 

로맨스 장르를 제안받은 적은 있나? 사람들은 당신이 그런 역할에 관심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로맨틱 코미디물 출연 제안이 들어오긴 한다. 2023년 이후에는 정말 그런 작품에 출연할 일정도 된다. 아주 어려운 도전 과제나 나 자신을 바꾸는 역할을 제안받는다는 건 행운이고, 감사한 일이다. 이런 일이 내게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 다음 영화는 구찌를 둘러싼 살해 사건을 다루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작품이다. 레이디 가가, 애덤 드라이버, 알 파치노, 제레미 아이언스와 함께 출연한다. 촬영은 이탈리아에서 진행할 예정이고.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그 영화를 어떻게 생각하던가?

내가 기대하는 만큼이나 그도 이 영화를 기대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환상적이고, 미켈레도 환상적이다. 둘을 하나로 합치면 완벽 그 자체다. 시골에 있는 미켈레의 집에서 숨어 지내며 역할을 준비할까 한다. 재밌을 것 같다.

 

Sophia Lillis 소피아 릴리스
<엉클 프랭크 Uncle Frank>

넷플릭스 드라마 <아이 엠 낫 오케이>나 에이미 애덤스의 아역으로 등장한 미드 <몸을 긋는 소녀>에서의 앳된 모습과 달리, 이제 막 성인이 되는 그녀는 이번 성장 영화로 새로운 연기 챕터를 열었다.

줄무늬 드레스는 Chanel, 팔찌와 시계는 Cartier, 슈즈는 Manolo Blahnik 제품.

어린 시절에는 어떤 아이였나?

극적인 아이였다. 그다지 개방적이지는 않았다. 부끄럼을 많이 탔고, 지금도 어떤 면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연기를 통해 좀 더 개방적인 사람이 된 것 같다.

 

고등학교 졸업 파티에는 참석했나? 일을 하느라 가지 못했는지?

코로나19 때문에 졸업 파티도, 졸업식도 치르지 못했다. 하지만 딱히 아쉽지도 않았다.

 

언제 처음 연기를 시작했나?

여덟 살인가 아홉 살 때, 뉴욕대학교 영화과에서 준비하는 졸업 작품을 통해 연기를 시작했다. 맨 처음 출연한 영화 제목은 <립스틱 얼룩>이었고, 장례식장에 사는 인물을 연기했다. 나는 우울한 영화에 등장하는 데 꽤 익숙해졌다.

 

연기를 하고 싶게 만든 영화나 공연이 있었나?

엄마와 새 아빠가 옛날 프랑스 영화와 이탈리아 영화를 정말 좋아하셨다. 그래서 <길(La Strada)>에 등장한 줄리에타 마시나를 자주 보곤 했다. 그녀의 얼굴이 좋았고, 카메라에 반응하는 모습도 좋아했다.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어딘지 모르게 달라 보였다. 정말로 연기를 하고 싶었던 건 바로 그때였던 것 같다.

 

 

헤어 | BRYCE SCARLETT FOR MOROCCAN OIL AT THE WALL GROUP

메이크업 | EMI KANEKO FOR FENTY BEAUTY AT BRYANT ARTISTS 네일 MICHELLE SAUNDERS

프로듀서 | EMANUELE MASCIONI AT MAI USA INC.

로컬 프로듀서 | WES OLSON AND MEGHAN GALLAGHER AT CONNECT THE DOTS

로컬 프로덕션 매니저 | JANE OH AT CONNECT THE DOTS;

포토 어시스턴트 | TREVOR PIKHART

디지털 테크니션 | BRAD LANSILL

리터칭 | CATALIN PLESA AT QUICKFIX

스페셜 프로젝트 에디터 | ALLIA ALLIATA DI MONTEREALE

패션 어시스턴트 | SOPHIA MARTIN, ALEX ASSIL, TARA BOYETTE, INDIA REED, ABIGAIL JONES

프로덕션 어시스턴트 | CAMERON KING, JEREMY SINCLAIR, ALISON YARDLEY, KEIN MILLEDGE

헤어 어시스턴트 | CHRISTOPHER FARMER

메이크업 어시스턴트 ROSE GRACE

테일러 | IRINA TSHARTARYAN AT SUSIE’S CUSTOM DESIGNS, INC.(스티븐 연, 알란 킴, 탈리아 라이더, 제이콥 엘로디, 소피아 릴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