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Me? (현우석, 류성실, 김민철, 송예환, 이이슬)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Who, Me? (현우석, 류성실, 김민철, 송예환, 이이슬)

2021-01-26T18:51:02+00:002021.01.27|FEATURE, 피플|

2020년의 행보를 발판으로 2021년에 더욱 바빠질 이들이 여기 있다. 여러 분야를 두루 살핀 끝에 연기하는 사람, 시각 예술과 디자인을 하는 사람, 춤추는 사람 총 다섯 명에게 궁금증 이생겼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배우 현우석

2001년생

@ wooseok_h

넷플릭스 오리지널 <보건교사 안은영>(2020), JTBC <라이브온>(2020), 영화 <빅슬립>(2020), <내가 죽던 날>(2020), 넷플릭스 오리지널 <좋아하면 울리는>(2019)

실크 셔츠, 터틀넥, 팬츠는 모두 자라맨 제품.

넷플릭스에 공개된 <보건교사 안은영>은 앞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종횡무진으로 누빌 신진 배우를 소개하는 장이었다. 첫 회부터 큰 비중으로 눈에 띈 이도 낯선 얼굴이다. 12등신은 돼 보이는 신체 비율, 앳되지만 터프함도 배어 있 는얼굴. 미스터리한 젤리의 괴력에 휘말리는 첫 번째 학생, 오승권. 몇 년 동안 모델로 활동한 현우석은 이제 배우 현우석으로 자주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무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할 때는 속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모를 인물로, 활짝 웃을 때는 무해하고 순한 청년의 얼굴로.

키_ 182cm. 유치원 시절에도 키가 남달랐다. 단체 사진을 찍으면 나 혼자 우뚝 솟아 있었다. 어릴 때부터 외할머니께서 내가 모델 일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보건교사 안은영>에 대한 기억_ 극 중 역할 두 개를 놓고서 4차까지 오디션을 봤다. 촬영은 2019년에 했다. 늘 즐겁고 새로운 현장이었다. 그 작품으로 만난 동료들과 여전히 연락하며 사이좋게 지낸다. 간식도 많이 제공되고, 밥맛도 좋았다. 원래 아침을 잘 안 먹는데 그 현장에서는 삼시 세끼를 다 챙겨 먹었다.

<보건교사 안은영>의 이경미 감독에게서 들은 칭찬_ ‘생각했던 것보다 연기를 훨씬 잘해줘서 고맙다’라고 하셨다. 현우석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_ 조용함. 얘기할 때 나는 거의 듣는 역할이다.

성격의 장단점_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성격상의 특징 하나는 내성적이라는 것. 친한 사람과는 한없이 가까워질 수 있지만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고 말수도 적다. 잘 모르는 사람을 대할 때 조심스럽다. 그게 장점이자 단점일 것이다.

10대 시절 나는_ 방송부 일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활동을 꾸준히 했다. 방송부장도 하고, UCC 영상 공모전에 도전도 하고. 드라마 〈라이브온>에서 고은택 선배(황현민) 같은 피디 역할을 한 셈이다. <라이브온> 촬영장에서 학창 시절 둘러싸여 있던 기기와 장비를 보며 옛 추억에 잠기곤 했다.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나는_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승권이가 아라에게 고백하는 신이 있는데, 그때의 승권이가 딱 내 모습이다. 역시나 말을 잘하진 못한다.

꿈꾸는 로맨스_ 한 사람과 안정적으로 오래 만나고 싶다. 진지한 사람이 좋다. 나와 비슷한 상대에게 더 끌릴 것 같다.

좋아하는 것_ 친구들. 또래보다 형들과 어울리는 편이다. 그들과 놀며 고민 상담하고 진지한 대화 나누는 걸 좋아한다. <보건교사 안은영>에 같이 출연한 주연우도 친한 형이다. 연극 경험도 있고 나보다는 훨씬 선배인데, 오디션 들어가기 전에 많이 떨릴 때마다 형에게 전화했다. 형에게서 ‘긴장하지 말고 그냥 너답게 해’라는 말을 들으면 긴장감이 좀 풀린다.

잘하는 것_ 운동. 축구와 달리기 좋아한다. 그리고 빠르다. 50 미터를 5초 7 정도에 뛴 기록이 있다.

나의 무기_ 모델을 하든 배우를 하든 다양한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면 강점이 될 텐데, 나는 이미지적으로 타고난 데가 있는 것 같다. 얼굴 각도에 따라, 눈을 어떤 식으로 뜨고 사용하느냐에 따라 내 이미지가 많이 다르다.

연기의 희열은 어디서_ 주어진 대본은 그저 텍스트일 뿐이지만, 그걸 내가 맡은 캐릭터로 표현해 상대 배역과 잘 주고받은 뒤 감독님 입에서 ‘오케이!’ 사인 떨어질 때 정말 기쁘다.

독립영화 <빅슬립>에 대해_ 2020년 11월 한 달 내내 촬영했다. 가출 청소년들을 다룬 이야기로, 나는 그들 사이의 우두머리 격인 역할이다. 나쁘기만 한 아이는 아니고 무리 사이에서 아버지 같은 면모도 보이는 친구다.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감독님의 계기가 인상적이다. 감독님이 예전에 학생들 가르친 적이 있는데, 한 아이가 수업 시간에 자꾸 잠만 잤다고 한다. 사정을 들어 보니 집 안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아 집에 못 들어갈 때도 많고, 그래서 교실에서 자는 거라고. 그때 감독님은 아이들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것보다 따뜻한 잠자리 한번 마련해주는 게 더 필요하 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 영화가 태어났다.

배우로서의 꿈_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어떤 상황이나 감정에 공감을 잘 일으키는 배우.

2021년을 맞는 다짐_ 건강 챙기자.

 

 

미술가 류성실

1993년생

@ sungsilryu

탈영역우정국 개인전 <대왕 트래블 칭쳰투어>(2020), 부산현대미술관 그룹전 <개인들의 사회>(2020), 대림미술관 그룹전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2020), 보안여관 그룹전 <싸이키델릭 네이처>(2019), 백남준아트센터 그룹전 <Cherry-Go-Round>(2019) 등

트위드 재킷과 프린트 티셔츠는 씬, 벨벳 소재 장갑과 반지는 빈티지 제품.

영상 속에서 하얀 분칠을 하고 한껏 화려하게 꾸민 BJ 체리장이 중생들에게 부자 되는 법을 알려준다며 계좌번호를 띄운다. 대왕 트래블이라는 가상의 여행 회사 사장은 ‘추억이 많아야 진정한 부자’라고 노래하며 자기 회사를 홍보한다. ‘한국’과 ‘자본’이 만났을 때 펼쳐지는 기이한 이야기를, 각각의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류성실의 작업은 이게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끝까지 지켜보게 한다. 자본주의 시스템에 부역하는 캐릭터들과 사이비 종교인들의 화법이 패러디 속에서 흥미롭게 존재하는 것이다. 언젠가 1등석 비행기를 탄 적이 있는 류성실은 비행시간 동안 ‘모든 게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삶’을 느꼈고, 그 탑승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는 인물을 상상하며 ‘체리장’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었다. 최신작인 ‘죽지 않는 가문’에서는 클론처럼 끊이지 않고 등장하는 조상들, 꼰대 같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그 옛날 사람들을 열화된 느낌의 8비트 이미지로 구현한다. 이 작업은 대가족 문화에서 자란 류성실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했다. 생활과 삶에서 길어낸 모티프들을 키치한 스타일로 풀어내고, 이를 작가적인 주제 의식으로 확장하는 류성실은 단연 지켜볼 만한 인물이다. 무엇보다 류성실의 작업물은 재밌다.

현재 몰두하는 주제_ 한국의 토착성이 오늘날의 신자유주의와 충돌하며 생겨나는 다양한 사건에 관심이 있다. ‘장남 우선주의’에서 기인하는 가족 간의 재산 분쟁이나, ‘효도’를 상품화한 싸구려 효도 관광 프로그램 등 평범한 주변인들의 소시민적 욕망과 돈 문제가 엉켜 나뒹구는 현상에 주목하는 편이다.

주로 ‘영상’ 작업을 하는 이유_ 영상이 작업을 유통하기에 가장 편리한 매체라고 판단한 것도 하나의 이유고, 서사적인 작업을 하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영상을 다루게 된 것 같다. 영상은 여러모로 매력적인 매체지만, 영상이 채워주지 못하는 영역도 일정 부분 있기에 조각이나 설치 작업을 통해 보완한다.

영감과 레퍼런스를 얻는 방식_ 좋은 거 많이 보고, 맛있는 거 많이 먹으면 영감이 생긴다고 믿는 쪽이다. 사실 레퍼런스는 셀 수도 없이 다양한 곳에서 얻지만, 뜻밖에 ‘특허정보검색 웹(키프리스)’에서 흥미로운 자료를 종종 열람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한 번쯤 접속 해보시길 권한다. 특허 등록 사례만큼이나 특허 등록이 거절된 사례를 둘러보는 것도 즐겁다.

대한민국에서 미술가로 산다는 것_ ‘뜨거운 열정으로 부지런히 진정성을 외치는 사기꾼의 삶.’

미술가로서의 꿈_ 미술가라는 직업이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특히 장래를 고민하는 나이대의 사람들에게.

최근 관심사_ 요즘은 현대미술에 대해 사람들이 보이는 다양한 입장 차이에 관심이 있다. 사실 ‘현대미술’은 너무 무겁게 다뤄지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다소 일차원적으로 소비되는 단어다. 그러다보니 정작 작업하는 내 입장에서는 쉽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것이기도 한데, 이런 나의 입장을 어떻게 작업의 언어로 풀어볼 수 있을지 생각 중이다.

미술 외에 좋아하는 것_ 여행, 와인, 몇 안 되는 친구들과 함께 뜬 구름 잡는 소리 하는 것. 그 밖에 꼰대 흉내를 내며 남을 훈계하는 일도 좋아한다.

2020년 기억에 남는 일_ 원래 여름부터 해외에 머물며 조용히 작업할 계획이었는데, 무산되는 바람에 일정이 꼬여서 수습하기에 바빴던 1년이었다.

2021년을 맞는 다짐_ 매년 하는 다짐이다. ‘꿈은 돈으로 이루어진다. 뜬구름 잡는 생각 하지 말자.’

류성실을 모르는 이들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은 작품_ 유튜브에서 ‘체리장’을 검색해보세요.

 

배우 김민철

2000년생

@minchul0907

웹 드라마 <리플레이 : 다시 시작하는 순간>(2021), tvN <청춘기록>(2020), 영화 <돌아와요 부산항애(愛)>(2018)

가죽 재킷과 팬츠, 벨트, 턱시도 코트는 모두 생로랑, 부츠는 보테가 베네타, 액세서리는 알렉산더 왕 제품.

1월에 방영에 들어간 웹 드라마 <리플레이 : 다시 시작하는 순간> 속 배우 김민철은 서툴지만 치열하게 사랑을 배워가는 고등학생 싱어송라이터 공찬영을 연기한다. 첫 주연 작품이라는 기분 좋은 무게감을 느끼며 스크린 앞에 선 김민철은 그렇게 첫사랑을 통과하는 청년의 순수함, 생존형 애교로 상대방을 무장 해제시키는 임기응변, 개복치를 연상시키는 뜻밖의 소심함을 오가며 공찬영이란 캐릭터를 소화할 예정이다. tvN 드라마 <청춘기록>에서 주인공 박보검을 따르는 로드 매니저 치영으로도 얼굴을 알린 김민철은 막 출발선에 선 지금 항상 도전하고 배움을 갈망하는 배우를 꿈꾼다고 말한다.

첫 촬영의 기억_ 2018년 고등학교 2학년 때 영화 <돌아와요 부산항애(愛)>에 출연했다. 이전까진 음악, 패션, 영화 등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가진 채 발을 조금씩 담그고 있는 상태였는데 첫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날 배우로의 꿈을 확고히 굳혔다. 연기를 통해 다른 인물로 살아보는 것의 매력을 강렬하게 느낀 최초의 순간이었다.

영감을 주는 배우_ 박보검. tvN 드라마 <청춘기록>을 통해 처음 호흡을 맞춰보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많은 것을 배웠다. 현장에서 호흡을 만들어가는 방법, 바쁜 와중에도 스태프를 살뜰히 챙기는 모습, 집중력, 항상 밝은 모습을 유지하는 자세. 작품을 하며 벽을 마주한 순간마다 박보검이 일러준 조언을 지금까지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지금 가장 인상적인 영화감독_ 영화 <콜>의 이충현 감독. 서스펜스를 좋아하지 않은 편인데도 <콜>만큼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전화기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타임 루프 설정을 집요할 정도로 사실적이고 서늘하게 풀어낸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이충현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면 언젠가 작은 역할로도 그의 작품에 참여해보고 싶다.

일 외에 시간을 쏟는 일_ 운동. 밥 먹듯 하루 2시간씩 운동을 한다. 어릴 때부터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기도 했고, 하는 만큼 결과가 정직하게 나온다는 점에서 끊을 수 없는 것 같다. 헬스는 기본적으로 매일 하고 틈틈이 수영, 킥복싱도 한다.

성격의 장점과 단점_ 조심스럽고 섬세한 것만큼은 자부한다. 단점은 사소한 것에 상처를 받고 자책하는 것. 다만 해가 바뀔수록 상처에 대처하는 면역력이 조금씩 생기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탐나는 배역_ 최근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다시 봤다. 극 중 톰 행크스가 그랬듯 한 인물의 일대기와 희로애락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배역에 언젠가 도전하고 싶다.

좋아하는 패션 스타일_ 워낙 옷에 관심이 많다. 댄디한 스타일부터 아메리칸 캐주얼까지, 그날 기분에 따라 다양하게 넘나든다. 최근엔 밀리터리 룩에 빠져서 니트 톱 위에 피코트를 걸친 스타일링을 가장 즐긴다. 여기에 신발은 반스 운동화를 신어 슬쩍 캐주얼한 맛을 더한다.

나의 자랑스러운 재능_ 절제력,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하는 지구력.

요즘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_ ‘너는 왜 배우가 하고 싶은 거니?’ 연기를 하며 혼란스러울 때마다 가장 원론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 같다. 정확한 답은 아직 찾지 못했지만 어렴풋이 연기할 때면 강하게 느끼는 행복함에 정답이 있지 않을까 추측한다.

2021년을 맞는 다짐_ 연습은 이제 끝났다고 생각한다. 프로의 자세로 프로답게 헤쳐나가고 싶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한결같이 꾸준히 열심히 하는 배우이자 사람이고 싶다. 사람마다 자기 그릇이 있기 마련인데, 올해는 그 그릇을 조금씩 넓혀가고자 한다.

 

그래픽 디자이너 송예환

1995년생

@yehwan.yen.song

‘Areyouforeal’(2020), 2020 베니스 건축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미래학교>, 2019 타이포잔치, 2019 광주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등의 웹사이트 디자인 및 개발

시스루 셔츠는 앤 드뮐미스터, 재킷은 고샤 루브친스키, 가죽 벨티드 톱과 리본 장식은 빈티지, 부츠는 닥터마틴 제품.

송예환은 2018년 전시 <오픈 리센트 그래픽 디자인>의 웹사이트를 디자인하며 두각을 드러낸 그래픽 디자이너다. 사용자를 수동적으로 묶어두는 기존 템플릿 기반의 웹·모바일 환경에 의문을 던지는 송예환은 타이포그래피와 코딩을 접목한 디자인을 통해 기존에 없던 낯선 웹·모바일 환경을 만들어간다. 스크린의 특정 위치에 손가락을 올려야만 숨겨진 메시지를 읽을 수 있도록 설계한 모바일 사이트 ‘Anti User Friendly’(2018), 스크린에 숫자를 적어 이에 해당하는 작품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고안한 2019 타이포잔치의 모바일 도슨트 사이트 등을 통해 고정된 서식 아래 상상력 없는 변주로만 버무려진 기존 웹·모바일 사이트의 룰을 깨는 작업을 선보여온 송예환은 인터넷 사용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여태껏 획일화된 디자인 구조에 끌려다니며불 편을 감수한 것은 아닌지. 무경계의 영역을 더듬으며 스크린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송예환은 자신의 디자인을 ‘기울어진 식탁’에 빗댄다. 한참 기울어졌기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적극적으로 식탁 앞에 서서 음식을 먹으려는 자들에겐 환대하듯 열린 디자인. 천편일률에서 저만치 벗어나 낯설고 특별한 디자인 경험을 맛보려거든 송예환이 펼치는 ‘기울어진 식탁’의 세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직업에 호기심이 생긴 최초의 순간_ 대대손손 컴퓨터와 수학에 애정이 깊은 집안에서 자랐다. 아버지가 어린 나를 옆에 앉혀두고 온갖 집기를 분해해 설명한 기억이 유독 많다. 중학생 시절까지만 해도 장차 과학, 수학 분야에서 일하리라는 확신이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예술고등학교로 진학했다. 돌이키면 사춘기 반항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슴을 형상화해 로고 디자인을 만들어보는 수업에서 선생님께 소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디자이너의 꿈을 어렴풋이 그려나갔다.

작업의 특징_ 디자인에 인터랙티브 요소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요즘의 인터넷 환경에서는 사람들이 너무 쉽게 위험에 노출된다. SNS나 자동 재생 기능이 기본값으로 설정된 동영상 플랫폼을 이용하다 보면 사용자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정보들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기 십상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작동하는 인터랙티브 요소를 더해 특정 정보에 접근하고자 할 때만 사용자가 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유저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한다. 아동이 삼켜선 안 되는 약물의 경우 의도적으로 약통을 열기 어려운 구조로 만들 듯 인터랙티브 요소를 하나의 장애물로서 심는 셈이다.

가장 자주 듣는 작업의 피드백_ 내 작업에는 항상 논란이 따라다녔다. 2018 타이포잔치 프리 비엔날레의 웹사이트는 첫 화면에 252개의 복사된 페이지를 띄워 완성했는데, 공개 당시 사무국에 웹사이트가 깨졌다며 수 차례 항의 전화가 걸려온 적도 있다. 사용하기 어렵다는 피드백도 종종 들었다. 스크린 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시도임을 누군가는 알아차려줬으면 한다.

영감을 주는 디자이너_ 강이룬. 작업도 좋지만 생각하는 방식이 재미있는 디자이너다.

작업의 모토_ 항상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이런 프로젝트에는 어떤 디자인이 많지?’를 생각하고, 그다음 ‘그럼 여기서 뭘 틀어야 하지?’를 고민한다. 늘 ‘더 좋은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것’을 만들려고 한다.

일 외에 시간을 쏟는 일_ 소설을 읽거나 게임 하기. 디자인은 현실에 찰싹 달라붙어야만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나를 이 세상에서 5cm쯤 띄워 초현실로 보내주는 것들을 좋아한다. 특히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플래시 게임은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즐긴다.

디자이너로서의 꿈_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만들고 훗날 이를 디자인 신에서 거론할 하나의 기조로 남기고 싶다. 송예환처럼 디자인과 코딩을 결합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계열이 있다는 식으로. 좀 거창하지만 굵직한 기둥을 세우고 싶은 마음이다.

최근 관심사_ 아시아, 특히 한국에 대한 세계의 관점이 뒤바뀌고 있는 것.

2021년을 맞는 다짐_ 언제나 용기 있는 사람이고 싶다. 자유롭고 대담한 태도를 잃지 않기.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기 마련인 책임감, 사람들의 기대가 나를 잡아먹지 않길 바란다.

 

무용수 이이슬

1990년생

@22_suel

필름 <Flow-동동>(2020), 무용극 <탄초 2와 1>(2020), 뮤지컬 <유진의 기억> 외 다수 안무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넛크러셔>(2020), 안은미의 <북.한.춤>, <Dancing Grand Mothers>, <Let Me Change Your Name>(2013~2018) 외 다수 출연

벨벳 톱과 언밸런스 스커트, 사이하이 부츠는 모두 자라, 스와로브스키 이어피스와 네크리스는 모두 빈티지 제품.

한국무용을 전공한 이이슬은 약 6년간 한국 현대무용의 산실인 안은미컴퍼니에서 자유로운 춤에 눈을 떴다. 이후 다양한 공연의 안무와 연출 작업을 하고, 춤에 관한 편견을 허물기 위해 유튜브 콘텐츠도 만든다. 독립된 안무가로 자기 작품을 꾸준히 만드는 90년대생 무용수를 찾기란 쉽지 않다. 성실하고 기운 좋은 이이슬은 오늘도 어딘가에서 춤을 추고 있다. 자그마한 체구가 인지되지 않을 만큼 에너지를 내뿜는 이이슬의 몸짓에 한번 홀리면, 규모가 큰 무용 페스티벌부터 소극장의 공연 스케줄을 살펴보며 그 모던한 춤의 세계에 취하고 싶을 것이다.

춤추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드는 생각_ ‘이상하다.’ 아름답다는 느낌보다 어딘가 이상하고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 때 더 좋다.

동작이 제대로 안 될 때 나는_ 될 것 같았는데 안 되면 너무 화가 난다. 그래서 될 때까지 한다. 춤을 배울 때 선생님에게서 ‘너 그거 안 돼’라는 말을 들으면, 그날 하루 될 때까지 연습하고서 다음 날 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안은미에게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것_ 열린 자세. 선생님은 ‘세상에 몸치는 없다’, ‘누구나 팔과 다리만 흔들 수 있으면 춤출 수 있다’고 하셨다. 과거 한국무용을 하던 나에게는 ‘키가 작다’는 전제가 늘 따라다녔다. 키 큰 무용수의 동작만큼 팔을 뻗어보려 하다가 어깨가 빠진 적도 있다. 안은미 선생님을 만나, 그리고 현대무용을 하면서 보다 자유롭게 춤추기 시작했다. 나는 나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아하는 무용수_ 피나 바우슈. 몸짓과 손짓 하나하나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분명하게 보이는 춤이다.

춤이 두려운 사람들에게_사람들이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 부르는 일은 쉽게 해보면서도 춤추는 행위 앞에서는 거부감을 갖곤 한다. 그게 안타까워서 춤을 쉽게 배울 수 있는 유튜브 영상을 시작한 점도 있다. 안은미 선생님의 말처럼, 팔과 다리만 흔들 수 있다면 당신도 춤출 수 있다.

자주 입는 패션 스타일_ 거의 연습복 차림이다. 실은 운동화보다 구두를 더 좋아했는데, 발에 염증이 심해져서 한 달 동안 걷지 못한 적이 있다. 그때부터 운동화를 주로 신는다. 마냥 쉬던 그 시기, 매일 몸을 움직이다가 감옥에 갇힌 기분이어서 어느 날은 못 참고 결국 친구와 클럽에 갔다. 발이 고통스러운 그 와중에 5시간을 쉬지 않고 춤 췄다.

일 외에 시간을 쏟는 일_ 세상 사람들 구경. 그들의 표정을 지켜보다 영감을 얻기도 한다. 행복한 표정, 편안해 보이는 표정, 다소 울상인 표정 등 제각각의 얼굴을 보며 ‘저 사람은 지금 무슨 생각으로 걸어가고 있는 걸까?’ 등을 상상하는 게 재밌다.

나의 자랑스러운 재능_ 지치지 않는 것.

무용가로서의 꿈_ 목표를 정해두진 않는다. 거기에 다가가지 못하면 어쩌나 싶어 소모되는 감정이 생기니까. 지금 하는 것처럼 한 단계씩 계속 올라가고 싶을 뿐이다.

최근 관심사_ 다큐멘터리. 동물과 곤충의 움직임, 짐승 간의 싸움, 자연에서 발생하는 상황 등을 보고 있으면 다큐가 예능보다 재밌다. 팔다리의 세부적인 움직임이 풍부한 개미에게서 영감을 얻어 공연 안무를 짜기도 했다.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는 인간들이 역시 개미처럼 몸을 움직이면서 사각 형태를 도는 안무였다. 마냥 아름답거나 정형화된 움직임보다는 박진감과 생동감 넘치는 동물을 따라 했을 때 색다른 에너지가 생긴다.

2020년 기억에 남는 일_ 동작구의 청년 예술가로 선정되어 <Flow-동동>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지역에 대해 리서치를 하면 서 느낀 바와 경험을 몸으로 기록하는 영상 작업이었다. 노량진은 전쟁을 치르던 시기 많은 이들이 오간 지역이기도 하니, 한강 최초의 다리인 한강철교가 무너졌다가 재건축된 역사를 춤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리고 재건축이 잦은 흑석동에서는 많은 것이 사라진다. 잘 가던 카페와 식당이 코로나19로 문을 닫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도 슬펐다. 새로 생기는 것들 속에서 사라지는 이야기가 있다는 아쉬움을 안무에 담은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21년을 맞는 다짐_ 새로운 시도를 실천하고 싶다. 다른 분야의 예술가나 전시 등과 협업하는 작업에 도전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