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이 세계를 통과하기 위한 처방전, 명상에 대하여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정신과 명상 Vol.1

2020-11-02T01:31:11+00:002020.11.02|FEATURE, 리빙|

명상이 생활 속으로 다가오고 있다. 예전만큼 바깥으로 종횡무진할 수는 없지만, 어딘가에 고요히 앉아 명상할 수는 있다. 달라진 이 세계를 통과하기 위한 처방전, 명상에 대하여.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뮤지엄 산의 명상관 내부.

‘코로나 블루’라는 증상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는 없지만, 그게 남의 일이라고만 여기는 건 내 마음에 미안한 일일지도 모른다. 먹고사는 일에 타격을 입은 사람, 모두가 행동반경을 좁히는 와중에 바이러스라는 말이 세상에 없는 것처럼 일해야 하는 사람, 사회 분위기에 맞춰 오히려 일을 더 벌여야 하는 사람(잡지인처럼), 집 안에 숨죽이며 머무는 사람까지, 정신에 전혀 영향받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어느 밤 결국 정신과 전문의를 찾은 것도 그 때문이다. 몸은 이 시절에 익숙해졌지만 마음과 정신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음을 인정해야 했다. “이전부터 젊은 직장인 상당수가 병원을 찾았어요. 이제는 청결 강박증이 있는 분, 외출하는 일 자체를 힘들어하는 분도 많이 봐요. 코로나19 현상을 과잉 해석하는 경우죠.” 강남푸른정신건강의학과 신재현 원장의 말이다. 불안감과 답답함 속의 과로, 그로 인한 우울함인지 뭔지 모를 이상한 감정에 대해 두서없이 쏟아놓자 신재현 원장은 조언했다. “사회의 스탠더드가 바뀌었다는 점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내 생활의 기본값이 그 스탠더드에 맞춰 조정될 거예요. 그러지 않으면 생각의 틀이 좁아지기 쉬운데, 그럴 때 드는 생각이란 주로 좋지 않은 것들이거든요. 과거보다 기준을 좀 낮추더라도 현재 상황에 맞춰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가야 해요.”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고 심리적인 면역력을 기르는 일이 필요하다는 논의와 맞물려 요즘 자주 눈에 띄는 단어가 바로 ‘명상’이다. 케어와 명상을 바로 연결 짓는 게 조금 비약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혼란한 상황일수록 영적인 무언가를 바라보게 되는 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다. 구글을 비롯해 실리콘밸리의 IT 회사들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소식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불교학부가 있는 동국대는 다양한 명상 체험 콘텐츠를 소개하는 ‘서울국제명상페스티벌’을 주최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들과 명상 지도자, 뇌과학자 등이 모여 삶의 방향을 논하는 국제 콘퍼런스 ‘위즈덤 2.0’은 10월 16일과 17일 드디어 한국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펼쳐진다. 저서 <나를 살피는 기술>의 저자이기도 한 신재현 원장은 책에서 ‘마음의 평정을 위한 3분 명상’을 간단히 소개했다. “전전긍긍하는 마음이나 불편함은 어떻게 보면 하늘에 떠 있는 구름 같은 거예요. 안 떠날 것 같지만, 언젠가 떠나가니까요. 그런데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의 습관과 행동의 습관이 있어서 어떤 상황이 닥치면 습관적으로 반응해버리죠. 마음챙김 명상은 외부 원인에 반응하는 내 상태,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들을 제대로 알아차리자는 겁니다.” 명상은 종교, 심리학, 의학, 과학계에서 두루 논의된다. 명상이라고 할 때 떠올리는 개념이나 이해 정도도 사람마다 다르다. 쉽게는 호흡을 제대로 하는 일부터 시작해 인간의 감각을 초월하는 경험까지, 그 사이의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명상에 관심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관심을 키워가려면 ‘무엇을 위해서 명상을 하는지’ 명상의 목적을 분명히 해두는 게 좋다. 입문자를 위한 다음의 가이드 속에, 명상에 조금씩 다가가기 위한 길과 명상에 대한 이해와 오해를 두루 담았다.

 

거의 모든 명상법을 관통하는 단어 ‘마음챙김’

“돌멩이를 우물에 던지면 한참 있다가 저 밑에서 첨벙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우리는 가슴이라는 깊은 우물에 조약돌을 던져보기로 합니다. 나는 지금 여기에 왜 있나. 우물에서, 깊은 심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들여다봅니다. 머릿속에서 당장 답이 나오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알아차려 봅니다.” 주말 이른 아침에 시작한 한국 MBSR 연구소의 온라인 체험 프로그램은 안희영 소장이 전하는 돌멩이 이야기로 시작했다.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를 뜻하는 MBSR은 1979년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병원의 존 카밧진 교수가 개발한 명상법이다. 미국에서 숭산 스님을 사사한 존 카밧진이 불교의 명상법을 이용해 창안한 MBSR은 현대 명상에서 대명사처럼 쓰이는 ‘마음챙김(Mindfulness)’을 토대로 한다. 마음챙김은 명상을 막 시작하는 이들이 가장 자주 접하게 되는 용어다. ‘“마음챙김이란 독특한 방식으로 주의를 집중하는 것을 뜻합니다. 지금 내 몸은 어떤 상태인가 호기심을 가지고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판단하거나 해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느끼면서 허용하는 태도죠. 마음챙김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의 순간’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안희영 소장의 말처럼 MBSR은 본질적으로 주의력 훈련이다. 이 과정에서 ‘지금 순간’, ‘의도적인 주의’, ‘비판단적 태도’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MBSR에선 이러한 요소를 훈련하는 방식으로 흔히 ‘건포도 마음챙김’을 진행한다. 건포도 마음챙김은 두 알의 건포도를 눈, 귀, 코, 손으로 느껴보고 마지막으로 직접 입에 넣어 맛을 음미하는 순서로 이뤄진다. 일상적 사물인 건포도 한 조각에 오롯이 의식을 집중하며 모든 생각을 외부에서 자신의 마음속으로 돌려보는 것이다. “마음에는 두 가지 차원이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주로 고통을 경험하는 ‘생각의 차원’이고, 다른 하나는 생각 이전의 세계에서 나를 관찰하는 ‘자각의 세계’죠. MBSR은 어쩌면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새로운 목소리를 듣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안희영 소장의 말이다.

 

명상은  과학적으로 효능이있을까?

명상에 얽힌 흔한 오해가 있다. 명상은 오로지 종교적 행위이거나 신비주의 색채를 띠는 비과학적 처방이라는 것. 어쩌면 당연한 오해일지도 모른다. 인류 역사상 명상을 행하며 심신을 수련한 전통은 수천 년에 달하지만, 명상이 과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조명받기 시작한 것은 50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에서 소위 ‘동양적’ 수련법인 명상과 요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1960년대부터 과학적 접근이 시작됐어요. 베트남전쟁이 끝난 197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과학 연구가 이뤄지기 시작했죠.”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김완석은 명상이 과학의 틀에서 본격적으로 이해되기 시작한 배경에는 2000년대 초 미국 위스콘신 대학 교수 리처드 데이비슨(Richard Davidson)이 티베트 승려 달라이 라마의 도움을 받아 수십 년간 명상 수련을 행해온 승려 17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연구가 있다고 말한다. 데이비슨 교수는 fMRI를 사용해 1만 시간에서 많게는 5만5000시간 명상 수행을 이어온 승려들의 두뇌 활동을 살폈다. 연구의 핵심은 낙천, 열정 등과 같이 인간이 긍정적인 감정 상태에 있을 때 활성화 되는 ‘좌측 전전두엽피질’로 꼽힌다. 데이비슨 교수는 장시간 명상 수련을 행해온 승려의 좌측 전전두엽피질 활동 비율이 일반인보다 훨씬 우세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명상이 특정 신경망을 활성화하는 물리적 토대가 될 수 있음을 밝혔다. “이러한 연구의 핵심은 정신적인 활동인 명상이 물리적인 실체인 뇌의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에요. 다시 말해 소프트웨어(정신)가 하드웨어(뇌)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이죠. 이는 어쩌면 심리적 경험을 뇌 활동의 결과로 설명하는 물질환원론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일지 모르죠.

명상의 과학적 연구는 과거 명상과 뇌파의 관계에 대한 연구로 시작해 최근에는 뇌 영상 장치가 발달하며 보다 심화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IT 전문가들 사이에 명상이 뜨겁게 유행하게 된 것도 어쩌면 뇌과학 연구를 통해 밝혀진 명상의 과학적 명료함 덕분이었다. 이렇듯 철저히 비과학의 영역이라 여겨진 명상이 신뢰도와 타당성을 가진 과학 연구에 힘입어 그 베일이 한 꺼풀씩 벗겨지고 있다. 물론 짚고 넘어가야 할 점도 많다. 명상과 과학에 단편적으로 접근해 ‘명상은 만병통치약이다’는 환상을 가질 필요도 없으며, 숱하게 발표되고 있는 과학 연구에 방법론적 허점은 없는지 검토도 필요하다. 그러나 명상이 수천 년에 걸쳐 인류에게 놀라운 치유력을 발휘하는 ‘평온의 백신’으로 자리해온 것만큼은 사실이다. 끝으로 20대 초반 떠난 인도 여행 이후 한때 수도승을 꿈꿨을 만큼 선(禪) 명상의 마니아로 통한 한 남자의 일화를 소개한다. “그는 선에 심취한 사람입니다. 젊은 시절에 받은 영향이 더욱 깊어진 거지요. 그의 모든 접근 방식은 순전히 미니멀리즘적 미학과 강렬한 집중이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 그게 다 선에서 얻은 겁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체불명의 ‘그’는 애플을 창립한 스티브 잡스다. 도움말 | 김완석(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미술적인 명상, 명상적인 미술

국내에서 자연과 건축과 예술이 한데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 단 하나를 꼽으라면, 떠오르는 곳은 강원도 원주의 ‘뮤지엄 산’이다. 너른 산속에 안긴 이 미술관은 공간 자체가 관람 포인트인 곳이다. 알렉산더 리버먼의 초대형 조형물인 붉은색 ‘아치형 입구’가 물에 떠 있듯 자리하고, 다양한 콘셉트의 가든과 자작나무 숲길 등을 산책하는 동안 계속 새로운 풍경을 만난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이 미술관에, 지난해 역시 안도 다다오가 완성한 ‘명상관’이 들어섰다. 정신의 휴식과 명상 시간을 제안하는 40평 면적의 돔 공간이다. “거대한 산책로 같은 미술관 내부를 걷다 보면 동선상 가장 마지막 즈음에 명상관이 위치해요. 돔 형태의 큰 방과 같은데, 천장의 남쪽에서 북쪽 방향을 따라 아치형 창문이 나 있어요. 그 창으로 빛이 들어오기도 하고, 내부에서도 명상관 주변의 자연과 계절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학예사 최진의 설명이다.

뮤지엄 산의 명상관에 마련된 상설 프로그램은 ‘싱잉볼 침묵 명상’, ‘보이스 힐링 명상’, ‘자연 명상’, ‘쉼 명상’, ‘여유 명상’ 등 종류가 많다. 심신 안정에 좋은 아로마 오일이 제공되고, 이용자는 준비된 매트에 편안하게 눕는다. 모든 프로그램은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진행된다. 이를테면 ‘자연 명상’ 프로그램 때는 자연 속에 머무는 나를 상상할 수 있는 오디오 가이드가 흐른다. 내가 숲속을 걷고 있는 것처럼, 빗소리를 느끼며 어딘가에 다다르는 것처럼, 상상 속의 나를 이끌어주는 오디오 가이드에 따라 때때로 나뭇잎이 바삭거리는 식의 적절한 효과음도 들린다. ‘싱잉볼 침묵 명상’은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소리의 울림으로 공간을 채운다. 부담 없이 각각 약 30분간 지속되는 모든 명상 프로그램의 핵심은 공간 자체가 명상적인 안도 다다오의 자장 안에서 잠시 평화롭고 안정적인 시간을 갖는 것이다. 미술과 건축 분야에는 그 자체로 명상적인 울림을 자아내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제임스 터렐의 작품은 사색과 명상이라는 개념과 함께 간다. 역시 뮤지엄 산에 있는 ‘제임스 터렐 관’에는 예술 감상 및 명상을 위한 공간인 ‘스카이 스페이스’와 ‘호라이즌 룸’이 있다. 제임스 터렐은 관람객이 빛을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처럼 물질적 존재로 느끼게 하고, 빛의 효과를 이용해 초자연적이고 마법적인 경험을 안긴다. 텍사스 휴스턴의 ‘로스코 채플’은 다양한 종교인들이 면벽 수련이 아닌 면화 수련을 위한 명상의 장소로 여기는 곳이다. 팔각 공간 안에 십자가 대신 마크 로스코의 그림 14점이 걸려 있다. 그림들 앞으로 벤치도 있다. 엷게 여러 겹 덧칠한 색이 자아내는 초월적인 깊이감, 색채가 조형해내는 신성한 경지. 마크 로스코는 ‘그림의 45cm 앞에 섰을 때, 예상하지 못한 목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위로든 비애든, 관람객은 각각 다른 것을 느낄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밖에 <Anywhere, Anywhere Out Of The World>라는 실험적 전시에서 시적인 공간을 통해 관람객의 지각 방식 자체를 바꿔놓으려 한 필리프 파레노, ‘검정보다 더 검정’이라 불리는 ‘반타 블랙(Vanta Black)’으로 압도적이고 숭고한 조각을 창조하는 애니시 커푸어의 작품 역시 우리의 인식 세계에 인상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명상적인 데가 있다. 실제 관람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랜선 명상이 유행하는 지금 ‘구글 아트 앤 컬처’ 같은 플랫폼을 통해 그들의 작품을 화면에 띄워놓고 응시하는 일도 시도할 만하다.

 

찻잔 속에 달이 뜨네

티 세레모니를 비롯해 명상 음악 감상회를 진행하는 허벌리스트 김담비의 공간 ‘담비의 차실’은 필운동에 자리한 오래된 한옥 집터에 둥지를 틀고 있었다. 서울의 소란에서 잠시 비켜난 차실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곤두세워지기 시작한 감각은 후각이다. 어디선가 마른 식물의 이파리를 태우는 듯한 매캐한 냄새가 피어올랐고, 쪽마루 옆 각종 찻잎이 진열된 자리에 앉자 김담비는 ‘바다명상’이란 이름의 차와 달달한 대추야자를 건넸다. “찻잎을 우리면 바다처럼 푸른빛이 나서 지은 이름이에요. 둥둥 떠 있는 라벤더는 드시면 특유의 쌉싸래한 맛이 느껴질 거예요.”

차를 매개로 한 명상인 다선(茶禪)은 오래전 선(禪) 명상을 수행하는 승려들에 의해 전승됐다. 국내에서는 1998년 순천 송광사에서 지운 스님이 학승과 차 명상을 하며 나눈 문답을 정리해 <찻잔 속에 달이 뜨네>란 책이 출간됐고, 2010년에 이르러선 사단법인 ‘한국차명상협회’가 발족하며 차 명상이 일반 대중에도 널리 알려졌다. 한국차명상협회 이사장을 지내고 있는 지운 스님은 차의 색과 향미를 느끼고, 차 마시기의 과정 하나하나를 느끼고 지켜보면서 그에 반응하는 몸과 마음을 살피며, 자기의 이기심을 내려놓고 상대를 이해하는 ‘자비심’이 일어나도록 하는 ‘자비다선’을 수행한다. 오랜 전통의 자비다선은 그 구체적인 수행법이 10여 가지에 이르지만, 김담비는 차 문화 및 명상을 보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그중 하나가 차의 재료가 되는 식물의 구체적 성분과 효능을 살피고, 개개인에 맞는 블렌딩 차를 처방해주는 ‘식물 타로’ 프로그램이다. 쪽방으로 자리를 옮겨 책상 위 펼쳐진 타로카드에서 3장을 뽑는 것으로 프로그램은 시작한다. 그렇게 고른 3장의 카드를 김담비는 이렇게 풀이했다. “지금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예요. ‘쉬고 싶다’, ‘돈을 벌어도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지배적일 거예요.” 이후 조언의 카드라 불리는 ‘오라클 카드’가 책상 위에 다시 펼쳐졌고 1장을 고르자 노간주나무의 열매로 알려진 주니퍼베리 그림이 등장했다. “주니퍼베리는 상록관목으로 추운 가을, 겨울에 결실을 맺어요. 시린 계절에도 향긋한 내음을 풍겨서 흔히 잠자고 있던 에너지를 깨워주는 식물이라 하죠. 지친 상태지만 이럴 때일 수록 생기발랄해야 한다는 조언을 드리고 싶어요.” 프로그램의 마무리는 각종 찻잎 통이 유발과 함께 놓여 약국의 조제실을 연상시키는 공간에서 이뤄진다. 주니퍼베리를 필두로 블렌딩 차의 재료를 만들어 처방하고, 이를 받은 이가 일상에서 언제든 몸과 마음이 지칠 때 꺼내 우려 마시며 오라클 카드의 조언을 되새기게 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마무리다.

식물 타로를 체험하며 느낀 것이 있다. 차 마시기가 단순히 고상한 취미를 넘어서 차가 몸에 들어가 일어나는 몸의 변화를 감각하는 명상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지운 스님의 책 <찻잔 속에 달이 뜨네>의 제목처럼 다구를 만지며 온도와 질감을 느끼고, 차가 우려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보면 마음속에 서서히 달이 떠오른다. 달의 모양은 차를 마시며 느껴진 감각 그 자체일 때도 있고, 그러면서 불쑥 스친 어떤 깨달음일 때도 있다. 차 명상을 할 땐 차를 마시는 순서와 방법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애초 명상에서 자주 언급되는 ‘마음챙김(Mindfulness)’ 역시 ‘순수한 주의’를 뜻하며 그 수련법은 현재 순간의 내적 경험을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주의를 기울여 특성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훌륭한 차 명상 역시 차의 온도, 질감 등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주의를 기울일 때 비로소 시작된다.

 

비움의 하룻밤을 위한 도착지들

마음먹고 명상에 입문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마땅한 장소의 부재’라는 사소한 문제를 구심처럼 맞닥뜨리게 된다. 목수가 연장 탓을 하듯 깊은 명상을 하려면 분위기가 좋은 곳에서 해야 한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걸까?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 조금만 발품을 팔면 국내에서도 명상을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다양한 숙박 시설을 만알 수 있다. 큰 바위 밑에서 숙면을 취했다 하여 이름 붙여진 강원도 숙암(宿岩)리에 둥지를 튼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는 명상의 다양한 수행법을 체험하고자 하는 초심자에게 권하고 싶은 장소다. 매달 초 홈페이지를 통해 10여 가지에 이르는 명상 프로그램이 공지되는데, 그중에서 숙면의 중요성과 조건을 강조하는 ‘숙암 명상’이 이곳의 대표적 명상 체험 프로그램이다. 숙암 명상은 경직된 신경계를 이완시키는 간단한 체조 동작으로 시작된다. 이후 명상하기 편한 자세로 앉거나 누워 의식을 ‘코끝’에 두고, 코끝을 통해 일정한 공기 입자의 흐름을 응시한 채 자연스럽게 호흡하며 몸과 마음을 이완한다. 이는 가장 대표적인 명상법으로 꼽히는 호흡 명상의 한 갈래이기도 하다. 제주 성산읍에 자리한 ‘취다선 리조트’는 흔히 명상과 차의 요람이라 불린다. 리조트에 자리한 4개의 차실에선 투숙객이 직접 팽주(차를 내는 사람)가 되어 행다(차를 우려 마시는) 체험을 할 수 있으며, 206㎡ 규모의 다목적 홀에선 매일 오전 7시 차 명상을 진행하는 ‘취다선의 아침’과 매일 오전 8시 탄트라의 대표적 수행법인 쿤달리니 요가를 경험하는 ‘액티브 명상’ 프로그램이 열린다. 텔레비전 없이 오로지 쉼에 집중할 수 있는 ‘1인 여행자의 방’ 객실도 마련되어 있다. 명상은 예부터 불교 전통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발전해왔지만, 천주교에서는 이와 유사하게 세속을 잠시 피해 고요한 곳에서 자신을 가다듬는 고유한 수련법 ‘피정’이 있다. 제주 ‘성 이시돌 피정의 집’, 지리산 ‘피아골 피정의집’ 등 전국 각지에 피정의 집이 자리하고 있으며, 성경 읽기와 명상을 수반한 전통 수련법인 ‘렉시오 디비나’ 등이 대표적인 피정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연민,  스스로를 친절하게 대하자는 태도

‘연민’은 불교와 기독교에서 두루 쓰이는 용어다. 물론 그 용어가 등장할 때의 맥락은 종교에 따라 차이가 있다. 명상에 관심이 있다면 명상 프로그램을 회사 차원에서 직원 복지용으로 도입하며 트렌드로 번지게 한 실리콘밸리의 CEO들 역시 연민을 강조한다는 걸 알 것이다. 회사라면 경쟁이 아니라 친절을 가르치는 것, 나에 대해서라면 스스로를 비난하면서 고통스럽게 하지 말고 친절하게 대하라는 것. 그러니까 명상에서 말하는 자기 연민은 ‘어여삐 여기고 친절하게 어루만져주자’쯤 되겠다.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이 있다. 이름만 들어서는 심리학 기반의 단체 같지만 이곳의 원장은 여러 강의와 칼럼으로 알려진 서광 스님이다. 여기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오랫동안 하버드 의대에서 임상심리 및 정신과학 관련 강의를 하고 있는 임상심리학자 크리스토퍼 거머(Christopher Germer) 박사와 함께 마련한 것이다(구글에서 검색하면 인물에 대해 상당한 정보가 나오니 참고하자). 이 박사가 개발한 명상 치유 프로그램인 MSC(Mindful Self-Compassion)라는 게 이곳의 기조다. 요점은 ‘부적응, 절망, 혼란을 포함한 여러 형태의 감정으로 힘겨울 때 그 순간에 머무르고 알아차리면서 자기 자신에게 대응하도록 돕는’ 것이다. ‘Self-Compassion’을 우리 말로 하면 ‘자기 연민’이다.

줌(Zoom)을 통해 참여하는 한국명상심리상담원의 MSC 프로그램은 8주 과정이다. 웹사이트를 통해 ‘마음챙김-자기 연민 발견하기’, ‘마음챙김 수행하기’, ‘자애 수행하기’, ‘당신의 삶 포용하기’ 등 각 과정의 주제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럼 ‘자기 연민’이란 어떻게 가능한 걸까? 고요하고 바른 자세로 앉아서 머리에 드는 좋은 생각이든 나쁜 생각이든 아무런 판단 없이 바라보라는 것은 모든 명상의 출발이므로 동일하다. 다만 이곳에서 먼저 짚고 넘어가는 것은 ‘몸의 자세’다. 우리가 취하는 자세가 우리의 마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척추를 곧게 세우고,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다리에 위에 얹는 가부좌 또는 반가부좌 자세로 앉아, 턱을 살짝 집어넣어서 얼굴과 몸이 일직선이 되게 한다. 이 상태로 온갖 나쁜 생각과 화 나는 일을 떠올려보면 자세도 금방 흐트러질 거라고 서광 스님이 말한다. 이를 달리 말하면, 올바른 명상 자세를 몸에 익히는 한 나약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은 잘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이제 ‘고통’이란 실제의 아픔에 ‘저항’이 더해진 현상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고통이 닥쳤을 때 비관하거나 비난하면서 투쟁하는 반응, 혹은 없는 것처럼 회피하는 반응, 고통으로 마음이 멍하게 얼어붙는 반응 등등 저항의 시간이 길어지면 혐오와 고립의 상태로 향할 뿐이다. 이때 현재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수용하는 ‘마음챙김’과 자신만 특별히 고통받는 게 아니라는 자각 등을 통해 ‘연민’하는 태도를 훈련하자. 이런 명상 스타일을 보면, 명상이란 사실 정신적 행위만이 아니라 고통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이성과 신체적 문제가 함께 따라오는 일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