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신간 '시절과 기분'과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봄, 시절을 그리는 두 책

2020-05-02T13:59:17+00:002020.04.30|FEATURE, 컬처|

간질거리는 미풍이 불어오고, 책을 펼쳐 읽다가 까무룩 잠드는 봄. 시절의 안부를 묻는 책 <시절과 기분>과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이 출간됐다.

<시절과 기분>(창비), 김봉곤 지음

흰색 옷차림으로 풀이 무성하게 자란 물가에 선 남자. 바라보는 것으로 이내 서늘해지는 표지를 입고, 김봉곤의 두 번째 소설집 <시절과 기분>이 출간됐다. 2018년 봄부터 2019년 여름까지 발표한 작품 6편을 발표 순서대로 엮은 <시절과 기분>은 첫사랑, 첫 연애, 첫 키스 등 인생을 불현듯 반짝이게, 혹은 송두리째 뒤바뀌게 만드는 ‘첫’ 순간들을 말한다. “나는 고개를 젓다 손뼉을 치다 주먹을 쥐다 음울하게 감동하기를 반복했다”라는 소설가 권여선의 심사평이 과히 과장이 아님은 책을 펼쳐 확인할 수 있다. 소설집의 문을 닫는 단편이자 2020년 젊은작가상 수록작인 <그런 생활>은 김봉곤 소설의 새로운 국면을 맛볼 수 있는 작품. 자신의 소설을 읽고 난 뒤 엄마가 내뱉은 “니 진짜로 그애랑 그런 생활을 하니?” 하는 말에서 온 것으로 짐작되는 이 작품의 담백한 제목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또 쓰껬다는 ‘나의’ 출사표로도 읽힌다.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섬과 달), 팀 오브라이언 지음, 이승학 옮김

전쟁 소설을 이야기할 때 언급되는 세 명의 이름. 어미스트 허밍웨이, 노먼 메일러, 그리고 톰 오브라이언. 팀 오브라이언은 1973년 베트남전쟁 보병의 일상을 담은 산문 <내가 전장에서 죽으면>으로 극찬 속에 데뷔해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베트남전쟁에 관여된 작품 쓰기에 매달린 소설가다. 이달 국내 새로이 출간된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은 작가 자신의 체험과 기억이 짙게 반영된 자전소설로, 작가와 같은 이름의 주인공이 화자로 나서 으레 전쟁소설에 기대하는 거창한 내러티브나 전투 묘사를 따르기보다는 그저 미군 보병의 일상적인 일화들을 이제는 작가가 된 자신의 사색을 더해 신중하고 사려 깊게 그린다. 매일같이 무거운 등짐을 메고 행군하는 일의 고생스러움, 징집을 피해 캐나다로 도망하려던 일, 진실한 전쟁 이야기를 들려 주는 법, 전쟁이 끝난 뒤 고향으로 돌아와 매일 하릴없이 차를 타고 호수를 도는 남자 등 참전 이전의 두려움부터 참전 이후의 공허함까지 소설 속에 얼기설기 담아낸다.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밝히지 않은 채 삶과 죽음, 기억과 상상, 사실과 진실, 그리고 죽은 이들을 이야기 속에 되살려내 다시 만나는,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어루만지는 작가의 글쓰기에 관해 ‘월스트리트 저널’의 리뷰 그대로 “날 것 같은 고백”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