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아나 필리피의 고향이자 역사가 시작된 곳은?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패밀리 어페어

2019-09-07T17:31:13+00:002019.09.09|FASHION, 뉴스|

파비아나 필리피의 고향이자 역사가 시작된 곳, 이탈리아 움브리아 지역의 매력에 빠진 23일간의 여정.

“패션이나 트렌드가 아닌 ‘스타일’을 추구해요. 패션은 시즌 트렌드에 구애받지만 스타일은 그렇지 않고, 패션은 소화하는 사람이 가려질 위험성이 있지만 스타일은 반대로 그 사람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죠”. 오늘 입은 옷이 10년 후에도 여전히 멋질 수 있도록 ‘타임리스’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이탈리아 브랜드 파비아나 필리피(Fabiana Filippi)의 초대로 브랜드의 본사가 위치한 이탈리아 중부 지역의 ‘지아노 델 움브리아(Giano dell’ Umbria)’로 떠났다. 성 프란체스코의 고향 아시시(Assisi), 레드 와인의 명작 ‘몬테팔코 사그란티노’의 본고장 몬테팔코(Montefalco), 아름다운 중세 마을 스펠로(Spello)가 자리한 곳이다. 로마에서 2시간, 구불구불한 산길을 한참 지나 도착하니 부드러운 능선 아래 넓은 평야와 싱그러운 사이프러스와 올리브나무 사이사이로 중세풍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는, 마치 동화 속에서 빠져나온 듯 평화롭고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첫 번째 일정은 파비아나 필리피 본사 방문. 파비아나 필리피는 장인 정신이 깃든 뛰어난 품질과 정통성을 가진 이탈리아 브랜드로 우아한 컬러와 자유로운 실루엣, 자연 친화적인 소재가 특징이다. 제품 기획과 디자인, 패턴, 소재 개발과 직조 등의 전 생산 과정과 물류, 유통, 고객 서비스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마치 브랜드의 심장과 같은 곳이랄까? 본사 설립 때 기념 식수해 이제는 제법 큰 올리브나무가 호위하듯 서 있는 건물에 들어섰다. 담백한 가구와 세련된 조명이 어우러진 로비에서부터 파비아나 필리피의 세련된 취향이 느껴졌다. 다양한 화보와 광고 사진이 벽에 전시되어 있고, 움브리아 지역의 풍경 사진이 마치 예술 작품처럼 걸려 있는 본사는 마치 필리피 가족의 집인 듯 더없이 평화롭고 친근했다. 실제로 브랜드 이름인 파비아나 필리피는 현 COCEO인 자코모 필리피 코세타의 딸 이름이기도 하다. 가족 경영으로 이루어지는 파비아나 필리피의 ‘패밀리’에 대한 의미는 두 가지가 있다. 필리피 가족 외에 30년간 함께 일해온 직원도 이들에겐 가족이다. ‘콜라보레이터’라 칭하는 데서부터 남다른 경영관이 읽힌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브랜드의 철학이다. 연구소로 이동했다. 스케치와 소재들이 어우러진 디자이너 공간에서 시작해 장인들이 직접 패턴을 그리고 재봉하는 샘플실을 지나, 소재가 완성되는 직조실로 갔다. 직조실에서는 현대적인 기계가 만들어내는 니트를 장인들이 직접 하나하나 꼼꼼히 검수하고 있었다. 그런 다음 캐시미어를 더욱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기계에 돌렸다가 건조시키고, 다림질하고 나서 태그를 달고 손수 접어 포장까지의 전 공정을 기계와 사람이 함께 협력해 수행하고 있었다. 연구소를 지나 소재를 보관하는 창고를 거치니 매장이 나타 났다. 1시간 남짓, 마치 이곳에서 일하는 ‘콜라보레이터’가 된 것처럼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브랜드의 면면을 살피고 체험했다. “자연이 긴 시간을 통해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냈듯이 파비아나 필리피는 지난 35년 동안 지켜온 방식을 유지하고 싶어요.” ‘메이드 인 이태리’의 자부심을 입증하는 브랜드일터. 브랜드가 시작한 이곳에서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를 묻자, CEO인 마리오&자코모 필리피 코세타가 답했다. “단순히 모든 아이템을 이곳에서 만든다는 개념만은 아니에요. 움리아는 우리가 태어난 고향이자 브랜드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죠. 파비아나 필리피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우리는 장인 정신을 이어가는 움브리아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었어요.” 파비아나 필리피는 마리오 필리피 코세타(Mario Filippi Coccetta)와 자코모 필리피 코세타(Giacomo Filippi Coccetta) 형제가 1985년에 시작한 브랜드다. 두 형제의 파트너십과 움브리안 장인들의 열정이 키워낸 브랜드로 럭셔리한 감성을 기본으로 섬세하면서 편안하고 우아한 여성미를 강조한다. “우리에게 영감이 되는 것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기 위해 브랜드를 선택하는 여성이에요.

일을 사랑하는 비즈니스 우먼이면서도 누군가의 엄마, 여행을 즐기며 우아하고 프로페셔널하게 자기 인생을 주도하는 여성 말이에요.” 이들은 움브리아 지역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패션계의 화두인 환경 이슈를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브랜드를 키운 고장에 경의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름다운 움브리아 지역에서 탄생했기에 환경에 대한 존중 의식이 그 어떤 브랜드보다 강해요. 국제적인 환경 규칙을 중요시하죠. 소재는 모두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것을 사용하며, 회사 내 플라스틱과 종이는 모두 재생 제품을 쓰고 태양열 에너지를 활용해요. 직원들의 편리도 염두에 두고 환경 보호도 신경 쓰는 데 애쓰죠.” 나아가 움브리아 지역의 환경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데에도 열심이다. 특히 움브리아 지역의 박물관, 빌딩 등의 재건축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는 패션뿐 아니라 문화와 예술 분야에도 이어진다. 움브리아 지역의 스폴레토 마을에서는 매년 6월 말~ 7월 초에 국제적인 음악, 예술, 문화 축제가 열린다. 올해 62회를 맞은 ‘Spoleto Festival Dei 2Mondi’가 그것으로 파비아나 필리피는 이 축제를 지속적으로 후원해왔고, 9년 전부터는 공식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축제에서는 움브리아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무용, 연극, 음악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이는 파비아나 필리피가 추구하는 브랜드 철학과 페스티벌이 이어지는 공통점이기도 하다. 파비아나 필리피는 매년 한 명의 아티스트에게 상을 수여하는데, 작년에는 미국의 현대무용가 루신다 차일즈(Lucinda Childs)에게, 올해는 브라질 뮤지션 해밀톤 데 홀란다 (Hamilton De Holanda)에게 주어졌다. 파비아나 필리피가 선택한 브라질 만돌린 연주자 해밀톤 데 홀란다는 이탤리언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가수인 스테파노 볼라니와 10년 넘게 협업해왔다. 이들은 늘 즉흥 연주를 하는 점이 독특한데, 특히 해밀턴 데 홀란다는 10줄짜리 만돌린으로 화려하고 독특한 음악을 선사한다. 파비아나 필리피는 이 둘이 그 나라의 민속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연주하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 축제 역시 고전과 현대가 만나는 장소에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인데, 올해 아티스트 시상 장소였던 현대 미술관 콜리콜라 팔라체 (Collicola Palace)와 재즈 공연이 열린 로마 극장(Teatro Romano)은 지역 문화를 느끼고 감탄하기에 완벽한 장소였다. 이탈리아 중세 양식을 그대로 보존한 미술관은 컨템퍼러리한 현대 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원형의 야외 로마 극장 역시 여전히 공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이다. 역사와 문화의 전통성, 그리고 장인 정신에 대한 존중이 현대적으로 어우러지는 축제, 아름다운 스폴레토 마을과 열정적인 재즈 연주가 어우러진 밤이었다. 움브리아 지역의 아름다움을 보고 체험하는 일정은 다음 날까지 계속되었다. 압도적인 전경을 자랑하는 성 프란체스코의 고향 아시시와 골목골목이 아름다운 스펠로 지역 투어가 이어졌다. “움브리아는 다른 이탈리아 지역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아름다움이 빛나는 곳이죠. 산들로 둘러싸인 지형이 특징이에요. 쉽게 발걸음을 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문화적, 역사적, 자연적인 아름다움이 어우러진 이곳의 매력을 느껴보길 바랍니다.” 그 사람의 옷과 스타일이 성격을 표현하듯 파비아나 필리피는 움브리아 지역을 그대로 닮았다. 포근한 니트는 햇빛의 따스함을, 은은한 색감은 해바라기, 올리브, 하늘의 컬러를, 완벽한 품질은 부드럽지만 자신감 넘치는 움브리안의 특성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