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이 새롭게 선보인 '샤넬 파리 러시아' 하이 주얼리  컬렉션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눈부신 환상의 나라

2019-08-31T02:45:27+00:002019.08.31|FASHION, 뉴스|

샤넬이 새롭게 선보인 ‘샤넬 파리 러시아’ 하이 주얼리  컬렉션.

과도한 장식을 걷어낸 심플한 멋을 추구했지만, 러시아의 화려한 바로크 양식이 지닌 정교한 아름다움 앞에 감탄했던 마드무아젤 샤넬. 지난 7월의 파리, 샤넬이 새롭게 선보인 ‘샤넬 파리 러시아(Le Paris  Russe de Chanel)’ 하이 주얼리  컬렉션은 그러한 우연한 조우가 불러일으킨 환상과 열정의 세계를 드러낸다.

근사한 샹들리에와 거울 장식이 가득한 이곳은 ‘파리 안의 모스크바’, 바로 지난 7월 1일 파리 그랑팔레에 위치한 샤넬 하이 주얼리 프레젠테이션 현장이다. 이국적인 팔각형 형태의 거울 오브제가 회전하는 공간을 지나 대담한 사이즈의 샹들리에가 시선을 사로잡는 그 공간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주얼리들을 살펴보았다. 얼핏 정교한 문양과 찬란한 태양, 독수리 등 상징적인 모티프들이 눈에 아른거렸고 이내 그 궁금증을 해소하는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이번 컬렉션을 이해하기 위한 열쇠는 가브리엘 샤넬과 러시아. 그녀는 왜 그렇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그곳을 염원했을까. 러시아 황제의 조향사인 에르네스트 보가 마드무아젤 샤넬에게 넘버5 향수를 제조해준 바로 그해에 모든 것은 시작되었다. 그녀는 드미트리 파블로비치 대공과 짧고 강렬한 연애를 겪었고, 그 인연으로 러시아 혁명 때문에 프랑스 망명길에 오른 수많은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러시아의 장식적인 미학에 깊이 매료되었다.

러시아 특유의 문화와 예술에 매혹된 가브리엘 샤넬의 손길 아래, 당시 샤넬 하우스에도 러시안 무드가 강렬하게 움트기 시작했다. 그녀는 러시아 전통 의상인 루바슈카에서 영감을 얻은 룩을 소개하고, 러시아 자수 장식을 모티프로 한 이국적이고 정교한 무드의 컬렉션을 완성했다. 한 번도 러시아에 가본 적은 없지만 이 먼 나라에 대한 동경을 자신의 꿈속에 고이 간직한 가브리엘 샤넬. 그녀의 삶과 예술을 기린 샤넬 파리 러시아 하이 주얼리 컬렉션은 그래서 더욱 거침없이 웅장하고 극도로 정교하다. 파리 캉봉가에 있는 샤넬의 아파트를 장식한, 제정러시아를 상징하는 쌍두 독수리 문양을 틀로 한 거울에서 엿볼 수 있는 형태를 비롯해 팔각형 프레임과 카멜리아 문양의 결합 등이 그 예. 로맨틱한 상상력이 결합된 장엄한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주얼리들은 현장에 자리한 수많은 프레스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더불어 러시아 전통 의상인 루바슈카에 달린 자수 장식을 차용하거나 러시아 전통 머리 장식인 코코쉬닉에서 영감을 받은 매혹적인 커팅을 더한 주얼리를 완성한 장인들의 놀라운 솜씨에도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독창적인 장식미에 대담한 사이즈가 결합되어 마치 모스크바의 궁전을 연상시키는 목걸이와 티아라, 큼직한 진주 장식의 소트와르 목걸이와 유연한 곡선미를 지닌 귀고리 등은 마치 러시아 왕조의 유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한쪽에 눈길을 끄는 호화로운 장식의 상자가 자리했는데 그녀가 사랑한 드미트리 공의 사진, 그 위에 매혹적인 색감의 주얼리가 놓여 있었다. 맑고 영롱한 컬러리스 다이아몬드와 진주 장식 사이에 옐로 사파이어, 가닛, 에메랄드 등 컬러 스톤을 다채롭게 세팅한 브로치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드미트리 공과의 슬픈 러브 스토리 이면에 이 주얼리는 러시아의 전설적인 발레단 ‘발레 뤼스’ 소속 예술가들의 노스탤지어와 낭만적 생기를 표현한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 히스토리를 귀 기울여 듣다 보니 그녀의 가슴속에 깊이 자리한 러시아에 대한 환상적인 동경이 내 가슴에도 눈보라를 일으켰다. 뜨거운 러브 스토리와 나라를 잃은 수많은 러시아 예술가들과의 교감, 장엄한 아름다움에 대한 헌사 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토록 격정적인 주얼리의 탄생으로 이어진 것일 테니까. 그리고 가브리엘이 발레 뤼스의 뛰어난 무용가 및 안무가와 교류 하며 느꼈을 법한 그들의 고국에 대한 향수, 더불어 순간을 즐기는 낙천적인 태도가 떠올랐다.

미지의 세계를 그리며 늘 미학적인 꿈을 꾼 가브리엘 샤넬. 러시아를 향한 열정을 품은 채 평생을 보내던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 몇 해 전인 1967년,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서 열린 샤넬 쇼는 그녀의 오랜 염원의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한다.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그녀를 향해 쇼를 마친 모델들이 선사한 밀 이삭 다발은 그 후 구쌍 공방의 수장이 제작한, 그녀의 아파트에 위치한 상징적인 청동 밀 이삭 장식 옆에 자리했다. 그리고 밀 이삭은 여전히 가브리엘 샤넬과 샤넬 주얼리 컬렉션을 상징하는 모티프로 꾸준히 활용된다. 샤넬 파리 러시아 컬렉션의 드라마틱한 목걸이를 품은 밀 이삭 더미가 이곳에서 상기시키는 건 결국 환상의 나라, 러시아를 넘어 그 안에서 사랑과 예술적 열정을 나눈 사람들이 아닐까. 그들의 희로애락과 재능을 되새기며 눈부시게 창조된 주얼리를 통해 우리는 그녀가 꿈에 그린 러시아에 함께 맞닿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