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 갔다. 어두운 곳에서 또렷하게 자신만의 음악 세계와 색깔을 만들어내는 여성 디제이비트메이커들을 만났다.

 

DJ HYO_@watasiwahyo

골드와 블랙 패턴의 실크 셔츠는 베르사체, 안에 입은 네이비색 수영복과 사이하이 하얀 롱부츠는 YCH, 데님 쇼트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별 모양의 볼드한 이어링, 하트 체인 초커, 가죽 체인 골드 뱅글, 링은 모두 피츠제럴드 러브 제품.

골드와 블랙 패턴의 실크 셔츠는 베르사체, 안에 입은 네이비색 수영복과 사이하이 하얀 롱부츠는 YCH, 데님 쇼트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별 모양의 볼드한 이어링, 하트 체인 초커, 가죽 체인 골드 뱅글, 링은 모두 피츠제럴드 러브 제품.

연보라색 가죽 재킷은 마이클 코어스, 안에 입은 줄무늬 수영복은 휠라, 버클 형태의 초커는 삿치, 볼드한 골드 뱅글은 비올리나 제품.

연보라색 가죽 재킷은 마이클 코어스, 안에 입은 줄무늬 수영복은 휠라, 버클 형태의 초커는 삿치, 볼드한 골드 뱅글은 비올리나 제품.

소녀시대 효연이 새로운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디제이 효(Hyo), 아직은 낯선 이름이지만 케이팝을 대표하는 아이돌로 10년 넘게 활동해온 효연의 제2막을 응원하고 싶었다. 그녀는 올해 4월 디지털 싱글 ‘소버(Sober)’를 발표했다. ‘홀로서기’한 디제이 효는 이 곡으로 아이튠즈 종합 싱글 차트에서 전 세계 11개 지역 1위에 올랐다. 이 앨범에는 네덜란드 출신의 유명 디제이 움멧 오즈칸(Ummet Ozcan)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이 둘은 아는 사이도 아니었다. 길 가다 옷자락이 스친 수준의 우연으로 만났다. 효연은 세계적인 디제이들이 내한하는 ‘월드클럽돔 코리아’에서 그를 처음 봤다. “작년에 라인업이 너무 좋아서 친구들과 페스티벌에 놀러 갔어요. 지나가는 길에 움멧 로즈칸을 봤고 제가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죠. 그와 셀피도 같이 찍고 메일로 보내줬어요(웃음). 그렇게 인연이 닿아 제가 작업해둔 음악도 함께 보냈고, 서로 영감과 시너지를 주고받으며 제 싱글 앨범에 움멧 로즈칸이 피처링으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대찬 용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효연이 디제잉에 관심을 가진 건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춤 배틀 대회에 나가보면 무대 중앙에서 음악을 틀면서 흐름을 주도하는 사람이 있어요. 거기서 디제이의 존재를 처음 알았죠. 그런 경쟁 대회에 나가면 어떤 음악이 나올 지 알 수가 없어요. 댄서들이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누구보다 빠르게 찾아 들을 수밖에 없는 이유예요. 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음악을 믹싱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연습생 시절부터 줄곧 해왔어요.” 올해 4월 21일 클럽 메이드에서 디제이로서 공식적인 첫 무대를 선보이기 전에, 효연은 사람들이 많지 않은 시간에 클럽에 가서 음악을 미리 틀어보기도 했다. “디제이로는 완전 신인이기 때문에 장비 앞에 서면 두려움을 느끼고 부담감도 상당해요. 공연을 위해 세트 리스트를 만들고 플레이하기까지, 연습생 시절보다 더 많이 연습하고 고민해요. 그래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몸에 긴장이 풀리고 그루브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죠. 예전보다 더 보이시하고 쿨하게 보였으면 해서 디제잉할 때는 액세서리도 최소한으로 하고 옷도 최대한 심플하게 입어요.” 최근 발리, 자카르타, 태국을 다른 일정으로 방문했는데 다른 나라에 갈 때면 빼놓지 않고 핫한 클럽은 꼭 가본다고. “요즘은 클럽에 가도 마냥 놀러 가는 기분이 아니라, 디제이의 마음으로 바짝 긴장해요. 사람들이 어떤 순간에 열광하고, 언제 반응이 싸해지는지 표정과 제스처를 매의 눈으로 관찰하죠(웃음). 험난한 산 고개를 열 번 넘는 느낌으로 리스너들을 쥐락펴락하 는 일, 제가 그걸 해내고 싶어요.”

 

DJ SEESEA_@seesea_thegaesad, @smallstudiosemi

검은색 티셔츠, 팬츠, 부츠는 모두 본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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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티셔츠, 팬츠, 부츠는 모두 본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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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씨는 낮에 가구 만드는 일을 한다. 디제잉을 시작하게 된 건 소음 때문이었다. “6년 전부터 소목장 세미라는 브랜드를 만들어서 목공 일을 하고 있어요. 기계나 톱으로 나무를 자르다 보면 끼익끼익 귀를 찌르는 요란한 소리가 나는데, 귀마개를 해도 완벽하게 차단하기가 쉽지 않죠. 그럴 때 ‘둠둠둠’ 울리는 베이스 음악을 틀어놓으면 안정감을 주더라고요. 노동요가 저에게 굉장히 중요해진 거죠.” 그때부터 영국 인터넷 라디오 채널인 린스 에프엠(Rinse FM)을 공기청정기처럼 항시 가동시켰다. 베이스 위주의 마이너한 언더그라운드 음악에 심취했다. 미국 출신의 전자음악가이자 프로듀서 머신드럼(Machinedrum)에 완전히 꽂혔고, 그의 곡 중 하나인 ‘SeeSea’가 그렇게 이름이 되었다. 씨씨의 첫 디제잉은 음악을 틀자마자 10분 만에 사람을 내보내는 기적을 행하는 것으로 종결됐다. “음악이 너무 마이너했던 거죠.” 그래도 물러나진 않았다. “저는 디제이에게 몇 가지 사명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에게 새로운 곡을 소개하고, 그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제대로 선별해서 그날의 콘셉트에 맞게 틀어주는 것. 누구나 알 만한 곡과 마이너한 곡을 섞어가며 사람들이 떠나지 못하도록 묶어놓는 게 기술인 것 같아요. 요즘엔 무조건 플로어를 보면서 음악을 틀어요. 사람들을 미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이 이제는 좀 읽히는 것 같아요.”

씨씨가 초반에 이상하고 어두운 음악을 즐겨 듣는 디제이 친구들과 기획한 크루 이름은 ‘비친다’. “여성 디제이가 이 판에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의 홍일점처럼 존재하거나 섹슈얼한 쪽으로만 소비되곤 했죠. 홍대에 있는 아주 작은 칵테일 바 ‘비닐’에서 우리끼리 파티를 열었고, 그 이후에 을지로에 있는 신도시에서 규모를 조금 늘려 공연했고, 나중엔 이태원에 있는 클럽 케익샵에서도 음악을 틀었어요. ‘짜친다’, ‘설친다’라는 어그레시브한 이름으로도 파티를 계속 열었죠.” 씨씨는 드래그 퀸을 연상케 하는 과감한 메이크업과 의상을 입고서 디제잉을 한다. “평소 제 스타일을 두고 굉장히 지적을 많이 받았어요. 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사람들이 원하는 스테레오타입에 스스로를 맞추게 된 거죠. 제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아예 쇼처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무조건 ‘예쁘게’가 아니라 좀 더 ‘어그레시브하게’ 나를 꾸미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죠. 그렇게 짠하고 나타나면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것도 재밌고요(웃음).” 최고의 공연으로 꼽는 건 ‘노클럽’이라는 파티에서 처음으로 트로트를 틀었던 날. “반신반의했어요. 그런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죠. 그때 녹음한 파일을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려두었는데 가끔 들어보면 너무 웃겨요. 다들 소리 지르고 미쳐 있죠.” 씨씨의 음악 세계를 요약하자면 ‘애시드(Acid) 댄스 마차’. “자극적이고 빠르고 하드 코어한 음악이 좋아요. 가끔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갓길에 카세트테이프 파는 마차처럼 생긴 트럭이 서 있잖아요. 제가 하는 일이 그런 거랑 비슷한 거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