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양모, 강주형이 만드는 파리 베이스 남성복 브랜드 ‘르 주(Le Je)’는 프랑스어로 ‘자아’라는 뜻이다.

 재치 있고 감각적인 ‘르 주’의 룩북 이미지.

재치 있고 감각적인 ‘르 주’의 룩북 이미지.

〈W Korea〉반갑다. 이번 시즌이 처음인가?
르 주 커머셜하게 시작한 남성복의 첫 시즌은 F/W다.

브랜드 이름은 무슨 뜻인가?
우리는 개념적인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다. ‘자아’라는 프랑스어다. 요즘에는 문법적으로만 사용하는 단어다. 우리가 펼치고자 하는 세계에 딱 적절한 단어라 생각했다. 발음하기도 좋고, 그래서 택했다.

두 사람 소개를 부탁한다.

제양모.

제양모.

이름은 제양모, 나이는 32세이고, 파리 의상 학교 스튜디오 베르소를 졸업하고 발맹에서 2년 정도 일할 때 에스모드에 다니는 주형이를 만났다. 이야기해보니 다른 부분도 많지만 공유할 만한 부분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고, 함께 옷을 만들어보자는 데 이르렀다. 처음에는 아트피스로 한두 벌씩 만들면서 소박하게 시작했다.

강주형.

강주형.

이름은 강주형이고, 파리 에스모드를 다니던 중 형을 만났다. 나 역시 형과 사고나 패션관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고, 졸업 후 진로를 생각하다 형과 함께 작은 콘테스트에 나가 호흡을 맞추면서 시작했다. 우리는 작업 방식과 생각하는 방식이 잘 맞다. 한국 나이로 27세다.

이번 시즌 콘셉트는 무엇인가?
윌리엄 워즈워스의 <서곡>이라는 책을 보다가 ‘평범하고 가난한 서민이 쓰는 언어가 진정한 말의 아름다움이다’라는 구절에서 감명을 받아 이번 컬렉션을 만들게 되었다. 흔히 낭만주의라고 하면, 과장된 러플이나 꽃 등 중세 유럽풍의 화려한 복식 스타일을 떠올리기 쉽지만, 윌리엄 워즈워스로 인해 낭만주의에 대해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 시절의 풍경화와 전원화에서 색감과 소재의 영감을 받았고, 서민의 전통 복식에서 시작해서 그들의 움직임을 드레이핑을 사용해서 표현했다. 옷 자체가 주는 단순한 아름다움을 모던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바로 우리만의 낭만주의다.

둥글고 큼직한 칼라가 특징인 셔츠와 오버사이즈 재킷.

둥글고 큼직한 칼라가 특징인 셔츠와 오버사이즈 재킷.

스튜디오와 아틀리에는 파리에 있다. 신인들이 성장하기 좋은 런던도 있는데, 파리 베이스로 시작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우리 둘 다 한국에서 의상이나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고, 파리에 와서 처음 패션을 접했다. 가장 중요한 것, 즉 일하는 방식에 있어 파리가 잘 맞았다. 런던이나 베를린도 있지만 그쪽은 작업 자체가 더 파워풀하고, 자극적이랄까. 우리가 의도하는 바와는 좀 다르다고 느꼈다.

앞으로 어떤 브랜드로 자리 잡고 싶은지 궁금하다.
컬렉션도 그렇지만 의상을 만들며 주제를 정할 때, 억지스러운 건 하고 싶지 않다. 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풀어가야 디자인이 잘 나오더라. 자아라는 브랜드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그 안에 많은 것을 담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한 시즌 한 시즌 자아를 찾아가는 느낌으로 옷을 만들고 싶다. 때로는 사람, 장소, 어떤 순간이 될 수도 있다. 계속 고민하고 답을 찾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 우리의 이야기를 누군가가 공감하면 더 좋을 것 같고. 콘셉트나 스토리텔링도 중요하지만 입었을 때 예쁜 옷이라는 가장 중요한 지점도 놓치지 않고 싶다.

남성복임에도 성별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다. 페미닌적 성향을 띠는 건 의도한 건가?
평면 재단과 입체 재단이 있는데, 프랑스에서는 보통 입체 재단을 이용해서 옷을 만든다. 즉 사람 몸에 직접 드레이핑을 하다 보니, 남성적이고 직선적이기보다는 부드럽게 만들어진 것이다. 또 우리가 남성복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인 것도 같다. 여성복 드레스 안에 넣는 심 같은 것을 이용해서 셔츠를 만들기도 하니까. 의도했다는 것이 맞겠다.

이번 시즌 가장 반응이 좋았던 아이템은 뭐였나?

칼라가 목을 높이 감싸는 블루종.

칼라가 목을 높이 감싸는 블루종.

보통 그렇듯이 디자이너가 좋아하는 것과 많이 팔리는 것이 다르다. 우리는 도마뱀이라고 불리는 칼라가 목을 감싸서 높이 올라가는 블루종을 좋아했지만, 제일 많이 팔린 옷은 동생이 입고 있는 셔츠다. 뒷면의 볼륨이 무척 아름다운 옷이다. 우리의 시그너처 아이템은 드레이핑에서 비롯된 부드러운 곡선을 가진 옷이라고 생각한다.

소재가 무척 좋아 보인다. 신인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가격대를 책정하는 것도 고민이 되었을 것같다.
코트는 90만~110만원 사이, 셔츠는 20만원 후반대다. 우리는 걸려 있는 옷을 봤을 때 소재가 좋아서 한 번쯤 입어보고 싶게 만드는 옷을 원했다. 그래서 보통의 남성복에는 잘 쓰지 않는 알파카, 앙고라 같은 소재를 많이 사용했다.

앞으로 콘셉트나 주제가 달라지더라도 계속해서 가져가고 싶은 이미지는 무엇인가?
스트리트가 강세고, 그걸 우리도 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다. 세상이 지금 원하는 게 이런 거니 고민이 많이 되더라. 하지만 결국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천천히 하기로 했다. 우아 하면서도 절제된, 그리고 깊이 있는 고민이 담긴 옷을 조급해하지 않고 만들어가고 싶다.

인스타그램을 한다. 어떻게 소통하길 바라나?
인스타그램을 매개로 하는 소통은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가 그렇듯 자극적인 것을 억지로 할 수는 없다. 우리가 일상에서 받는 다양한 감정과 느낌, 생각 등을 올리고 싶다. 보여주는 용도보다는 우리의 사유와 감성을 올려 서로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거다.

마지막 질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해서 행복한가?
브랜드 초반이어서 각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디자인에만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어떤 어려운 상황도 좋아한다는 말 아래 다 있다. 힘들어도 좋아하는 걸 하다 보니, 버티고 할 수 있다. 길게 보고 갈 거다. 상황에 맞게 조금씩 올라가자라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몇 시즌 뒤에 더 성장한 모습으로 만나길 기대한다.
한국 매체와의 첫 인터뷰라 기쁘다.

더블유에서 인터뷰하면 보통 다 잘 되더라.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