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은 ‘로컬 문화 경험’을 여행의 미덕으로 삼는 이에게 주저 없이 추천할 수 있는 여행지다. 남반구의 포틀랜드라 불리는 멜버른에서 만난 작지만 자기 개성 강한 독립 서점 3곳과 그 이웃.

 

해피 밸리 숍Happy Valley Shop

서점이자 라이프스타일 편집 매장이기도 한 해피 밸리 숍은 멜버른 로컬 문화의 또 다른 중심인 피츠로이와 콜링우드의 경계에 자리 잡고 있다. 멜버른 시티에서는 차로 15분 정도의 거리. 글로벌 코스메틱 브랜드 이솝의 본사가 위치한 이 지역에는 건강하고 진실된 직업의식을 바탕 삼은 이들이 작지만 자기 개성이 강한 카페, 바이닐 숍, 바 등이 밀집돼 있다. 해피 밸리 숍은 멜버른의 최신 라이프스타일 씬을 집약해 놓은 백화점 같은 곳. 타셴이나 파이돈에서 출간되는 커피나 드링크의 레시피 북, 뉴질랜드와 호주의 젊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제품,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수입한 음악 관련 굿즈, 스테이셔너리 등을 만날 수 있다. 오후 4시면 문을 닫고 주말에는 아예 열지 않는 가게가 대부분인 멜버른에서 휴무일도 없이 오후 6시까지 영업한다는 것도 장점. 바로 옆에는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감독 웨스 앤더슨이 디자인한 밀라노 폰다지오네 프라다 뮤지엄의 카페 ‘바 루체(Bar Luce)’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젤라또 가게 ‘피꼴리나 젤라테리아(Piccolina Gelateria)’가 있다. 해피 밸리 숍에서 쇼핑을 마친 뒤 젤라또 한 스쿱을 든 채 콜링우드의 골목을 산책하는 일은 멜버니언답게 여행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주소 | 294 Smith St, Collingwood VIC 3066

 

더 페이퍼백 북숍The Paperback Bookshop


버크 스트리트(Bourke Street)는 서울로 치자면 세종대로, 도산대로 격인 론즈데일 스트리트의 바로 뒤 블록에 위치한다. 멜버니언들은 ‘시티’라 부르고, 이방인들은 ‘중심업무지구(CBD, Center Business District)’라 부르는 지역을 가로지르는 도로 중 하나이며 국회의사당에 맞닿아 있는 도로이기도 하다. 그러니 근방 직장인임이 분명한 수트맨들이 바삐 가던 길을 멈추고 ‘더 페이퍼백 북숍’의 쇼윈도 앞에 한참 서 있는 모습이 새삼스러울 건 없다. 협소한 입구, 빛바랜 바닥의 카펫, 높은 천고와 빈틈없이 쌓인 책을 지탱하고 있는 몇 개의 굵은 나무 기둥은 1960년대에 문을 열었다는 이 서점의 산증인. 호주 작가가 쓴 여행, 음악, 문학, 시사 분야 도서를 주로 큐레이션하며 이름을 페이퍼백이라 지은 초기 의도와는 달리, 이제는 하드 커버도 취급한다. 서점 안에서 주인과 손님은 ‘책 사이 빈틈’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해 보이는 통로를 리드미컬하게 오가며 근황을 주고받는다. 설사 헛발을 짚더라도, 책장 어디쯤을 잡아야 책도 자신도 무사할 수 있을지도 이미 다 아는 눈치. 이런 서점이 내가 사는 도시에, 내 일터 근처에 있다는 건 삶의 큰 위안일 것 같다. 시간과 여력이 있다면 서점과 60년 역사의 궤적을 함께한 이웃, 펠리그리니스 에스프레소 바(Pellegrini’s Espresso Bar)에 들러봐도 좋겠다.
주소 | 60 Bourke St, Melbourne VIC 3000

 

북스 포 쿡스Books for Cooks


먹고 마시기에 관심 있는 이라면 한두 시간쯤은 훌쩍 보낼 수 있는 곳. ‘북스 포 쿡스’는 와인, 음식, 컬리너리 아트 관련 서적을 다루는 F&B 전문 서점이다. 그중에는 18세기에 출간된 고서적도 제법 있어 이 서점의 전통과 전문성을 짐작할 수 있고, 손 때 묻었지만 깊숙이 몸을 묻을 수 있는 소파, 책장 사이사이에 놓인 저울, 과일, 와인 등의 오브제는 이곳에서의 체류시간을 늘리는데 한 몫한다. 당연히 누구 하나 방해하거나 눈치 주는 일도 없다. 옆집에는 ‘마켓 레인 커피(Market Lane Coffee)’가 있다. 스페셜티 커피의 성지 멜버른에서 ‘마시지 않고는 이 도시를 떠나면 안 될 것 같은’ 부담과 기대를 동시에 주는 터줏대감 격 로스터. 마침 이 두 가게는 멜버른에서 가장 유서 깊은 재래시장이자 관광명소인 퀸 빅토리아 마켓을 마주 보고 있기도 하다. 일부 멜버니언들은 주말 아침, 마켓 레인 커피에서 잠을 깬 뒤 북스 포 쿡스에서 레시피를 뒤적이다 퀸 빅토리아 마켓에서 장을 보는 단정한 일상을 보낼 것이다. 길지 않은 일정 탓에 ‘다시 이 서점에 오기 어려울 것 같다’는 강력한 예감이 든다면, ‘EAT, SLEEP, READ LOCAL’이 큼지막하게 새겨진 북스 포 쿡스의 캔버스 백을 사는 것도 그 아쉬움을 달랠 방법이다.
주소 | Queen Victoria Market, 129-131 Therry St, Melbourne VIC 3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