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새로 생겨서가 아니라, 전에 없던 새로움이 있는 바 세 곳을 소개한다. 크래프트 맥주는 10mL 단위로 시음이 가능하며, 위스키를 한우 오마카세에 페어링한다.

 

우라만

신상술집-우라만

“우리의 라이벌은 스시집이에요. 스시 오마카세를 드실 때는 1인당 15만원이 넘는 금액을 납득하시는데, 한우를 드실 땐 그렇지 않더라고요. 인식이 바뀔 때까진 시간이 걸리겠지만 제대로 된 한우 오마카세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이선호 우라만 공동 대표의 포부다. 남산 소월길에 위치한 우라만은 한우 오마카세와 몰트위스키 페어링 전문점. 10명 미만의 손님을 받을 수 있는 룸 3개, 6명이 앉을 수 있는 바가 전부다. 보통 고깃집 하면 떠오르는 홀은 없다. 차라리 프라이빗 콘셉트의 바에 가까운 느낌. “그렇다고 재즈나 클래식 음악을 틀지는 않아요.” 비트감 넘치는 사운드 아래 각 방마다 지정된 전문 서버가 구워 내어주는 한우와 피트 향 강한 위스키를 즐긴다는 건 어떤 경험일까? 이내 마른침이 고였다. 한우와 페어링할 만한 술로는 소주만큼 대중적인 와인도 있고 최근 업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접목을 시도하는 전통주도 있다. 왜 위스키였을까? “한국에서는 한우에 와인을 먹듯, 뉴욕이나 L.A에서는 스테이크와 버번 위스키를 매칭하더라고요. 와인에 비해 위스키에서 느낄 수 있는 맛과 향이 훨씬 다양합니다. 구운 고기와 만나면 더 풍부해지고요.” 이쯤 되니 가격이 궁금해진다. 한우 오마카세에 웰컴 드링크 한 잔은 15만원, 위스키 세 잔의 페어링 옵션을 선택할 경우 18만원. 바에서는 단품 주문도 가능하다. 바의 시그너처 메뉴 ‘우라맥’은 빅맥을 우라만 스타일로 업그레드한 버거. 사리곰탕 같은 식사 메뉴도 눈에 띈다. “주방에는 해외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출신의 셰프가 몇 분 계세요. 외국인 손님께 한우에 대해 제대로 알려드리고 싶다는 욕심이었죠.” 여기에 또 한명의 대표는 뉴욕에서, 헤드 부처는 일본에서 바텐더로 경험을 쌓았고 우라만만을 위한 담당 한우 경매사가 따로 있을 정도라니 이제 남은 건 자리를 예약하는 일뿐인 듯하다. 주저하는 사이, 1월 예약도 어느새 다 차간다고.

 

탭 퍼블릭

신상술집-탭퍼블릭
탭 퍼블릭은 마흔 가지가 넘는 신선한 크래프트 맥주를 10mL 단위로 원하는 만큼 마실 수 있으며 무엇보다 정확한 더치페이 시스템이 가능한 곳이다. “요즘 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술을 안 드시던 분도 펍을 많이 찾습니다. 크래프트 맥주의 특징 중 하나가 ‘다양성’이잖아요. 그런데 기존 펍은 최소 300mL부터만 판매하니까 손님 입장에서는 입맛에 맞지 않는 맥주를 선택하게 될까봐 부담스럽죠. 샘플러 메뉴도 사실 저렴한 건 아니고요. 또 한국 술자리 문화가 대부분 ‘1/n’이잖아요. 적게 먹는 사람은 불만이죠.(웃음) 그런 점을 보완하고자 고안된 시스템입니다.” 유지훈 탭 퍼블릭 대표의 설명을 듣고 검은 밴드를 건네받은 뒤 탭 투어를 시작했다. 각 탭에는 맥주의 이름과 간단한 설명 그리고 10mL당 가격이 적혀 있다. 어떤 종류건 만족감을 주는 ‘브루 독’, 탭으로 만나기 쉽지 않은 ‘듀체스 드 브루고뉴’ 같이 크래프트 맥주 순위에서 언제나 상위권에 랭크되는 수입 맥주부터 국내 유명 브루어리 맥주까지 라인업도 탭의 수만큼 뛰어났다. 최근 업계에서 자주 언급되는 ‘안동맥주’도 들어와 있는데, 판매처를 찾는 것보다 안동에 가는 게 빠르겠다고 생각했던 터라 더욱 반가웠다. 밴드를 터치스크린 하단에 대자 탭에서 맥주가 나오기 시작했다. 주유소 계기판처럼 가격과 mL가 올라간다. 눈치 볼 일 없이 마음껏 테이스팅하고 내 취향에 꼭 맞는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건 혁신이자 축복이다. “미국에서 펍을 운영한 노하우로 국내 크래 프트 맥주 시장 성장에 기여하고 싶었어요. 반갑게도 시장이 매년 급속도로 커지고 있죠. 크래프트 맥주는 신선함이 생명이기 때문에 전문 업체를 통한 관 청소도 수시로 합니다.” 그 말이 무색하지 않게, 고개를 크게 끄덕일 만큼 방금 따른 ‘굴덴드락 화이트’는 벨지안 에일이 낼 수 있는 최상의 퀄리티를 내고 있었다.

 

더머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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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희 더머스크 대표가 알려준 주소에 도착했지만 간판을 찾지 못해 얼마간 서성였다. 별수 없이 전화를 거니 창문도 간판도 없는 곳에서 그가 나왔다. 아무것도 없던 나무 벽에서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온 형국이다. “바를 오픈한다고 하니 단골손님들이 간판을 달지 말라고들 하셨어요. 너무 북적이는 게 싫으시다고요. 그런데 그 조언을 받아들이길 잘 한 것 같아요. 덕분에 저도 손님들도 정말 좋아하는 공간이 완성됐거든요.” 더머스크는 건물 1층 한쪽에 업장 크기만 한 오크통을 밀어 넣은 듯 자리 잡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자 둥근 아치형 천장이 눈에 띈다. “이 공간이 위스키를 숙성시키는 하나의 오크통인 듯 디자인했어요. 도심 속 나무 동굴에 숨듯 편안한 아지트처럼 느끼길 바랐죠.” 도산공원 근방, 더머스크를 찾는 이들은 고된 하루를 위스키 한 잔과 조용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일 터. 그걸 알기에, 김준희 대표는 위스키가 진열된 백장 조명의 방향, 바 테이블의 질감, 콘센트의 위치와 커버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다. 바 체어와 테이블 자리의 소파도 모두 주문 제작한 것. 국내외 어느 바를 가도 자신이 오래 몸담았던 커피바 케이의 의자만큼 편한 게 없었던지라 동일 업체에 더 좋은 가죽으로 주문했다. 하지만 바의 가장 큰 자랑이 인테리어일 수는 없는 법. 더머스크에는 발베니 본사 직원들도 놀랄 만큼 희귀한 발베니 올드 보틀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커피바 케이에서 오래 근무 한 가장 큰 이유가 ‘위스키의 성지’라 불릴 정도로 다수의, 희귀한 보틀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더머스크도 머지않아 그런 공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참 뒤 늦은 밤 더머스크를 다시 찾았다. 간판이 없다는 게 의미가 없어 보일 정도로 바는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크지 않은 볼륨의 재즈 사운드가 또렷이 들릴 만큼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였다. 그가 원하고, 그의 손님들이 원한다는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