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출발선에 섰거나, 뚜벅뚜벅 걸어오다 훌쩍 날아오른 사람들. 더블유는 그들이 어디로 향해 가는지 오래 지켜보기로 한다.

 

새소년 · 밴드
2016년 신한카드 펜타루키즈 은상. 2017년 싱글 ‘긴 꿈’, ‘파도’, EP <여름깃> 발매.

 왼쪽부터 강토가 입은 터틀넥은 디올 옴므. 벨벳 팬츠는 엠포리오 아르마니 제품. 황소윤이 입은 금색 블라우스와 스커트는 발리 제품. 문팬시가 입은 블루종과 검은색 팬츠는 디올 옴므. 미키마우스 모자는 메종 미쉘 by 10 꼬르소 꼬모 제품.

왼쪽부터 강토가 입은 터틀넥은 디올 옴므. 벨벳 팬츠는 엠포리오 아르마니 제품. 황소윤이 입은 금색 블라우스와 스커트는 발리 제품. 문팬시가 입은 블루종과 검은색 팬츠는 디올 옴므. 미키마우스 모자는 메종 미쉘 by 10 꼬르소 꼬모 제품.

홍대 인디 신이라는 식물원 안의 계절 변화를 눈여겨봐온 사람이라면 2016년부터 무럭무럭 가지를 키우고 잎을 피워온 이들의 정체가 생소할 리 없다. 하지만 최근 좀 다른 결의 음악 취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 팀의 이름을 거론하는 걸 들었다. 한 번은 마일드 하이 클럽의 내한 공연 오프닝을 섰을 때(국내 음악을 잘 듣지 않는 관객들 사이에 오프닝 밴드가 누구냐며 술렁임이 일었다), 그리고 또 한 번은 아이유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라이브에서 GD에게 받은 선물을 개봉하면서 이들의 곡 ‘긴 꿈’을 배경에 틀어놓았을 때.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공연을 보고서 좋아하지 않게 되는 사람은 없다는 이 밴드는 바로 새소년이다.

팀의 작명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다고 했을 때, 세 사람 사이에 안도의 웃음이 새어 나왔다. 늘 같은 질문을 받고, 또 같은 대답을 반복해왔기 때문일 터다. 90년대 중후반생인 멤버들은 70, 80년대 발행된 어린이 잡지 <새소년>을 읽고 자란 세대일 리가 없다. 우연히 종로의 독립서점에서 80년대 배경의 디자인 서적을 읽다가 ‘새소년’이라는 제호를 발견하고 타이포그래피의 서체와 어감에 반했다고 한다. 새소년의 ‘새’는 새로움을 의미하기도, 날아다니는 새를 뜻하기도 하는 이중적 의미를 갖고 있다. 이들의 첫 EP 타이틀인 <여름깃>이 ‘계절이 바뀔 때 새로 돋는 화려한 빛깔의 깃털’이니 어떤 심상이 호응을 이루듯 겹치며 그려진다. 새롭고, 청신하고, 날렵하게 날아다니는 이미지가 말이다. 잡지의 이름이라는 것도 모른 채 지었다고는 해도, 장르를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복고 스타일의 오래된 듯 트렌디한 새소년의 음악과 어울리는 이름이다.

음원 혹은 앨범으로 먼저 새소년을 알게 된 사람들은 종종 남성 3인조 팀으로 짐작한다. 마치 디 인터넷의 시드 다 키드, 시가렛 애프터 섹스의 그렉 곤잘레스처럼 중성적인 보컬의 음색 때문이다. 멤버들이 어느 인터뷰에서 ‘태권도장을 너무 열심히 다녀서 기합 소리 내느라 목소리가 쉰 소년’ 이라고 표현한 음성을 가진 황소윤은 97년생으로 가장 어리며, 기타와 보컬을 맡아 무대 전면에 서는 프런트우먼이자 모든 곡을 만들고 총괄하면서 이 팀을 이끄는 대장이다. “혼자 할 수 있는 영역이 직선이라면 멤버 둘로 인해서 곁가지를 만들어낼 수 있어요. 편곡 과정에서 셋 각자가 가진 개성, 음악 취향이 섞이는 거죠. 색깔들을 혼합할 수 있는 물감이 많이 생기는 느낌이에요. 무대에서도 마찬가지고요.” 개성 있는 리듬을 만들어가며 색채를 더하는 멤버들은 재즈를 좋아하는 베이스 문팬시, 70년대 록을 즐겨 듣던 드러머 강토다. 무대에서도 황소윤이 야수가 된 듯 통제 불능으로 달리는 편이라면 문팬시는 탄탄하고 침착하게 균형을 잡고, 그 가운데 라이브의 여러 요소를 동시에 살피며 중심을 잃지 않는 드러머 강토가 있다. 공연의 밸런스가 좋다는 평을 듣는 새소년의 라이브는 결국 세 사람의 캐릭터에 부딪치는 데 없이 균형이 잘 맞는다는 얘기와도 통한다.

2017년은 이들에게 태어나는 경험 비슷했다. EP를 녹음하며 자신들의 음악 스타일과 밴드의 정체성을 정립해갔고, 단독 공연을 1분 만에 매진시키기도 했다. 새소년이 일하는 방식의 재미있는 점을 엿볼 수 있는 건 ‘긴 꿈’의 뮤직비디오 에피소드다. 애니메이션이 어울리겠다고 생각한 황소윤은 다양한 영상을 검색하다가 베를린에 사는 일본 출신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작가 츠지야 호지를 발견하고 무작정 이메일을 보냈다. 뜻밖에 승낙을 얻었지만 작가가 일일이 손으로 그리고 만져가며 하루에 작업할 수 있는 분량은 영상 3초. 결국 몇 개월의 작업 기간을 확보해주기 위해 이들은 예정된 싱글 발표 일정을 4개월 늦췄다. 작가는 이 밴드의 이름을 듣고 ‘자신이 새라는 사실을 잊고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는 소년’의 이미지를 떠올렸고, 뮤직비디오의 전체를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아마 그것일 거라고 말한다.

겨우 20대 초중반인 이들은 미래의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생각한다. “우리가 재밌는 거, 멋있다고 생각하는 걸 계속해 나가면 대중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생기지 않을까요?” 이렇게 말하는 황소윤은 음악 말고 미술이나 영화를 공부해보고 싶어 하며, 그저 비행기를 많이 타고 싶다는 문팬시의 바람처럼 새해에는 아마 해외 공연도 하게 될지 모른다. 아, 강토의 소망이 빠졌다. “여름에는 큰 페스티벌 무대의 많은 관객들 앞에서 ‘파도’를 연주하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스틱도 막 던져보고요.”

 

민 서 · 가수
<슈퍼스타K> 시즌 7 출연 2016 월간 윤종신 ‘처음’, ‘널 사랑한 너’ 2017 ‘좋아’ 보컬.

푸른빛이 도는 트렌치코트는 셀린 제품.

푸른빛이 도는 트렌치코트는 셀린 제품.

이별 뒤 아파하는 남자의 노래 윤종신의 ‘좋니’가 역주행해서 한참 음원 차트를 휩쓸고 지나간 다음 벌어진 몇 가지 일들. 몇몇 가수가 여자 입장으로 가사를 바꿔 부른 클립을 유튜브에 올리거나 라이브에서 불렀으며, 누구누구 버전이라는 제목으로 영상이 유통되었고, 그러다 마침내 진짜가 나타났다. ‘좋아’라는 제목으로 된 여자 관점의 이 정식 답가를 부른 민서는 덕분에 아직 자신의 곡을 가지고 제대로 데뷔도 하기 전에 가요 순위 프로그램 1위를 경험했다. 주변의 축하를 받으면서도 실감이 안 나 얼떨떨하고, 음악 방송에 가니 아이돌들이 많아서 신기하더라는 감상을 소녀처럼 들떠서 이야기하는 신인 중의 신인이다. 윤종신이 그렇듯이 노래가 가진 이야기를 해석하고 부르는 데 가수 자신의 나이와 경험이 중요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얼음벽같이 차갑고 모질게 말하면서도 소리 없이 울고 있는 ‘좋아’를 듣고서 이 가수가 고작 96년생이라고 짐작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여자의 감정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어요. 내 이별의 경험도 얹어보고, 간접 경험도 더해보고 하면서 많이 상상한 것 같아요. 이런 말까지 할 때는 어떤 마음일지.” 남자가 헤어지고 나서 아픔을 겪었다면, 여자는 이별 전에 아파했을 거라는 게 민서의 해석이다.

<슈퍼스타 K> 시즌 7에서 최종 8명에까지 든 그는 아이돌 기획사 대신 미스틱 엔터테인먼트의 손을 잡았다. 동방신기나 소녀시대를 좋아하며 자랐지만 하고 싶은 음악이 인디 쪽에 더 가까웠기 때문에하림, 조정치, 정인, 정진운, 장재인 같은 뮤지션들과 한식구가 되는 편을 택한 것이다. 대표이자 PD로 있는 윤종신에 대해서는 ‘월간 윤종신’을 매달 해내는 성실함과 노력을 가장 많이 배운다고. “노력형 천재 같아요, 종신 쌤은요.” 말할 때가 좀 더 어른스럽고 중성적이며, 노래할 때는 톤이 조금 더 올라가긴 하지만 허스키해서 어떤 노래를 불러도 슬프게 들린다는 평을 받는 자신의 음색이 마음에 든다고 민서는 말한다. 기본적인 감정선이 좋다는 얘기기 때문이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 <주간 아이돌>에 출연했을 때 ‘조증 폭발’이라는 빨간 자막이 자꾸 달릴 정도로 쾌활하고 부산스러운 면도 한편으로는 갖고 있 지만 말이다. 웹 드라마 <어쩌다 18>에도 출연한 적이 있는 민서는 앞으로 차근차근 배워 뮤지션의 일과 배우의 일을 함께 해나가고 싶기도 하다. “공연을 많이 하는 가수가 되면 좋겠어요. 관객들이랑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고, 나이를 많이 먹어서도 위로를 얻는 그런 노래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노래에 대해서는 그렇지만 자신이 잘할 것 같은 연기는 아무래도 <괜찮아, 사랑이야>의 이성경 같은 4차원 캐릭터라고 한다. 부르고 싶은 노래와 보여주고 싶은 연기의 간극을 조금씩 채워가며, 그리고 할 수 있는 것과 하게 되는 것의 리스트를 하나씩 적어가며, 민서는 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