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끝의 예민한 감각으로 미(美)적 세계를 탐구하는 사람이 만드는 옷이라니 더욱 궁금했다. 일본의 정상급 아이돌 그룹 에그자일의 멤버이자 스튜디오 세븐(Studio Seven)을 전개하는 나오토는 미식가로도 유명하다. 팝업 스토어가 열리는 청담 분더샵에서 마주한 그는 크리에이터로서 제2의 기질을 개발하고 발휘하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LA, 홍콩에서의 팝업 스토어를 앞둔 나오토가 바쁜 일정을 앞두고 짬을 내어 의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LA, 홍콩에서의 팝업 스토어를 앞둔 나오토가 바쁜 일정을 앞두고 짬을 내어 <더블유 코리아>의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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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토가 직접 디자인한 네온 사인을 배경으로 옷을 걸어둔 팝업 스토어의 전경.

<W Korea> 지난 분더샵 맨에 이어 두 번째 팝업 스토어다. 소감이 어떤가?
나오토 첫 번째는 남성관, 두 번째는 이곳 분더샵 여성관에서 열렸다. 이번에는 네온사인 디자인, 설치 등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준비했다. 분더샵을 방문한 이들에게 좀 더 파워풀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것 같아 만족스럽다.

스튜디오 세븐의 시즌 3는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의 애니메이션 걸작 <아키라>에서 영감을 받았다. 카니예 웨스트가 <아키라>의 광팬이고, 최근 슈프림과 <아키라>의 협업도 있었다. 유독 스트리트 컬처가 <아키라>에 열광한다.
<아키라>는 어렸을 때부터 수도 없이 많이 본 작품이다. 근 30년 전 작품이지만, 당시 그려낸 2019년의 네오 도쿄는 내가 상상한, 또 이번 시즌 주제로 선택한 ‘도쿄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완벽하게 표현한 이미지였다. 반군에 맞서는 오토바이 군단, 독특한 무기, 난폭한 속도감까지 남자의 로망을 건드리는 <아키라> 특유의 무언가에 매혹되었다고 할까. 컬렉션에 작품 속 의상과 색감을 차용한 부분이 많다.

캐나다 포토그래퍼 리암 웡이 촬영한 스튜디오 세븐 시즌 3의 룩북. 도쿄의 시부야, 하라주쿠 등지에서 촬영됐다.

캐나다 포토그래퍼 리암 웡이 촬영한 스튜디오 세븐 시즌 3의 룩북. 도쿄의 시부야, 하라주쿠 등지에서 촬영됐다.

도쿄 특유의 현란한 풍경이 담긴 룩북이 인상적이다.
포토그래퍼이자 캐나다의 게임 제작자 리암 웡(Liam Wong)을 우연히 알게 됐는데, 그가 촬영한 시부야, 하라주쿠의 사진이 이번 시즌의 테마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사실 옷이 부각되는 콘셉트는 아니지만 크리에이티브한 점을 더 발휘할 수 있다면 개의치 않는 편이다.

휴먼 메이드의 니고, 디자이너 미하라 야스히로와도 협업했다. 그 작업은 어떻게 이뤄졌나?
니고와의 처음 협업은 프로젝트 그룹 ‘어니스트 보이’로 이뤄졌다. 그는 정말 주변의 사소한 모든 것들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그가 예전에 “너는 와인, 오리고기, 커피를 좋아하니까 그걸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엉뚱한 생각이었지만 정말 멋있는 캡슐 컬렉션이 완성됐다. 미하라 야스히로는 고등학생 때부터 열혈 팬이었다. 나는 그가 만든 신발을 거의 샀는데 그를 계기로 만남이 이뤄졌고, 협업까지 하게 됐다. 두 크리에이터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최근 스트리트 패션에 대한 주목도가 엄청 높아졌다. 한국 스트리트 신은 유행 소모가 빠른 반면 일본 스트리트 신은 크래프트맨십에 열중하는 것 같다.
친구인 편집숍 ‘유나이티드 애로우즈 앤 선즈’의 디렉터 포기 모토후미가 “스타일과 트렌드는 다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한국은 트렌드를 반영하는 능력이 뛰어난 반면 일본은 스타일을 고수하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한다. 틀린 것은 없다. 단지 다를 뿐이다.

좋은 친구가 많은가 보다.
니고, 미하라, 포기 모두 대단한 선배들이다. 일본 패션이 지금과 같은 힘을 갖게 된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들의 후배이자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더욱 분발하려고 한다.

최근 패션에 관심 많은 스타들이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하는 게 유행처럼 되어버렸다. 당신만의 차별화 전략이 있나?
연예인이 디자인을 하는 데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약간의 오기랄까,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면 결국 인정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옷을 만드는 것이 쉽고 간편한 시대다. 내가 손으로 하는 작업에 더 신경 쓰는 이유기도 하다.

웨지 부츠가 특이하다. 모카신으로 시작한 비즈빔(Visvim)의 나카무라 히로키는 벌레를 으깨서 염료를 만들거나, 최고의 공장을 찾아 전 세계를 옮겨 다니면서 신발을 만든다고 들었다. 스튜디오 세븐의 제작 과정은 어떤가?
미하라와 처음 만났을 때 그에게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것도 내가 애정을 가지고 신은 신발의 장단점을 제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둘 다 키가 작기 때문에 그런 점을 보완하면서 유니크한 신발 디자인을 하는 데 관심이 많다. 신발뿐 아니라 컬렉션은 미국과 일본에서 생산되는데, 빈티지 셔츠를 해체해서 재조립하는 실험적 시도나 목 뒤에 손맛이 나는 자수 등을 더하고 있다.

시즌 1을 만들며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했다. 이번 시즌은 만족하나?
해를 거듭할수록 노하우가 생기고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지 않나. 이번 시즌에는 키 컬러인 네온 컬러를 잘 표현하기 위해 원하는 색감이 나올 때까지 염색에 공을 들였다.

이번 시즌 가장 애착이 가는 아이템을 꼽는다면?
후리스 소재의 체크 재킷과 옆에 벨크로 라인이 들어간 바지, 영국 포스트 펑크 록 밴드 ‘조이 디비전’의 앨범 재킷에 쓰인 아이코닉한 산맥과 <아키라>에 등장하는 알약 그래픽을 합친 후디다.

당신이 상상하는 스튜디오 세븐의 미래는?
스튜디오 세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스타일을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 의식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라이프스타일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 싶다.

굉장한 미식가다. 더블유 독자들을 위해 당신만의 미식 리스트 한 곳을 공개한다면?
니고와 자주 가는 오리고기 요리점이 있다. 다카조 고토부키라는 식당인데 에도 시대부터 독수리를 훈련시켜 야생 오리를 사냥하는 전통 방식을 고수해 오고 있는 곳이다. 흔히 생각하는 오리고기의 맛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