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를 대표하는 델보가 7개 도시에서 영감 받은 ‘벨지튜드’ 컬렉션을 출시했다. 자신의 나라와 도시를 세련되게 풀어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트 디렉터 크리스티나 젤러(Christina Geller)에게 델보와 전통, 그리고 유머에 대해 물었다.

9-14 W 0083 완성
<Wkorea>컬렉션명이 ‘벨지튜드’다. 델보는 벨기에를 대표한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끼는 듯하다. 당신이 생각하는 진짜 벨지튜드란 무엇인가?
크리스티나 젤러 델보는, 벨기에라는 국가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이에 공헌하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벨기에 사람들은 프랑스, 이탈리아, 혹은 독일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다. 유머 감각이 뛰어나며, 재치가 넘치고, 시적이며, 초현실주의를 사랑하고, 세심한 휴머니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벨지튜드’라는 단어 자체는 벨기에의 다양한 면모와 독특한 정서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그 자체로 완벽한 단어이기 때문에, 이번 컬렉션을 ‘벨지튜드’라고 명명하게 됐다.

‘벨지튜드’를 구성하는 7개 제품은 각각 도시의 이름을 띠고 있다. 각각의 제품이 지니는 상징성에 대해서도 설명을 부탁한다.
이 컬렉션은 벨기에의 주요 7개 도시로 초대하는 하나의 ‘초대장’이다. 그래서 우리는 각각의 도시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인 것을 디자인에 담아냈다. 예를 들면, 나뮈르(Namur)는 벨기에 프라이즈(프렌치프라이랑은 다르다)인 ‘Frits’로 유명한 도시다. 리에주는 세계 최고의 와플을, 오스탕드는 홍합 등 각 도시를 대표하는 것에서 영감을 받았다.

‘도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각각의 명칭을 기억하기 쉬우면서도, 벨기에를 잘 알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 각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이탈리아나 프랑스 도시에 대해서는 친숙하게 느끼는 반면, 벨기에 도시에 대해서는 생소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각각의 미니어처 컬렉션을 소개하는 7가지 영상을 통해서, 패션적인 방법으로 벨기에 도시를 소개하고 싶었다.

도시를 이렇게 멋지게 풀어내다니 놀랍다. 한국적인 것을 촌스럽게 여기는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시도다. 자신의 나라, 그리고 도시를 이토록 아름답고 세련되게 풀어낸 이유나 과정도 듣고 싶다.
델보는 1829년 설립됐고, 세계에서 가장 오랜 시간 레더 제품을 만든 하우스다. 타임리스 디자인을 유지하는 브랜드라는 건 자칫 고루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오래된 디자인, 기술력, 이를 유지한 장인 정신이 가장 ‘Fancy’한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델보가 전통과 판타지를 결합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전통과 히스토리 자체를 델보 의 ‘아티스틱 시그너처’로 여긴다. ‘Tradition + Fantasy + Humour’를 동시에 믹스하고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벨기에다운 방법이고, 델보의 방향이다. 주목해야 할 차이점은, 퍼니(Funny)가 아닌 유머(Humor)라는 점이다. 우리는 퀄리티와 장인 정신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우아하고 정제된 레더 하우스를 지향하기에, 우스꽝스럽고 그저 재미있는 모습이 아닌, 약간의 유머를 가미함으로써 새로운 전통을 만들고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브랜드나 뿌리가 있지만, 델보의 애국심(?)은 정말 놀랍다. 벨기에라는 국가를 그토록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
벨기에는 아직 왕이 존재하는 나라, 즉 왕실이 존재하는 나라다. 그런 만큼 왕실의 권위와 그 위엄을 존중하는 국가적 특성이 있다. 델보는 벨기에라는 국가보다도 먼저 설립된 브랜드로서 그 히스토리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왕실에서 사용하는 가죽 제품으로 채택되어 그 품질을 인정받고, 지금까지도 그 명예를 유지하고 있다. 강대국 사이에 위치하고, 매우 작은 영토임에도 국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국가에 공헌하는, 국가의 명예를 높이는 데 대한 국민성이 높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한국 역시 왕권 국가였다. 한국 사람들은 전통적인 것은 트렌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어떻게 하면 전통을 세련되게 풀어낼 수 있는가?
전통을 너무 진지하게만 받아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전통은 종종 진부하고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것을 잘 지켜내면서, 그 위에 새로움을 결합해 활기를 더하면 충분히 새롭고 끌릴 수 있다. 이것이 오래된 것을 이어나가며 지켜내는 방법인 것 같다.

반 도르말 감독이 만든 영상은 정말이지 황홀하다. 그가 만든 패션 필름이라니.
컬렉션을 구상할 때, 그가 우리의 컬렉션을 한 편의 동화처럼 완벽하게 표현해줄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 컬렉션은 너무나 ‘벨기에’적이고, 그는 뼛속까지 벨기에인이니까. 아이 같은 면도 있고, 시적이며, 매우 센서티브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믹스하여 표현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필름을 제작하면서, 혹시 소개해줄 만한 에피소드는 없 었나?
처음 자코에게 전화했을 때, “자코! 나 당신과 함께 작업하고 싶어!”라고 말했을 뿐인데, 그는 다음 날 사무실로 왔고 그렇게 작업이 시작됐다. 난 그에게,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를 만났을 때 이렇게 말했을 뿐이다. “당신이 원하는 게 무엇이든, 뭐든지 지지하겠다. 당신의 상상력과 그 창작물은 분명히 나의 생각과 일치할 것이 분명하니까.“ 최고의 아 스트와 일할 때, 그저 우리는 컬렉션을 보여줄 뿐이다. 나머지는 그가 하고 싶은 대로 둬야 한다. 나는 아티스틱 디렉터이기에 나의 컬렉션을 디렉팅했을 뿐이고, 자코는 필름 디렉터이기 때문에 영상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맡기 는 거다.

멋진 팀 플레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비하인드 신 영상은 더욱 환상적이었다. 패션 필름을 위해 이 정도의 노력을 들일 수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했다.
그게 바로 내가 비하인드 영상을 소개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였다. 그 모든 과정과 노력 자체가 가치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사람들은 단순히 완성된 영상만 보면, 쉽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이 투자되어 완성된 세트인지, 얼마나 많은 조명, 기술이 요구되는 작업인지 인지하지 못한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홍합을 준비했는지, 우리가 감자튀김과 와플을 풀로 붙여가며 세팅하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알 수 없으니까(웃음)

당신 이후, 델보는 점진적으로 아티스틱하면서도 재치 있는 면모가 더 강해지고 있다. 다음 계획이 궁금하다.
아티스트, 전시회, 건축물 등 여러 분야에서 영감 받는다. 스타일리스트나 트렌드 전문가들의 예측을 따라가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컬렉션과 트렌드는 늘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아마도 같은 공간, 같은 시장 안에서 같은 바람을 느끼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번 F/W 시즌에는 메탈릭 무드가 넘쳐났지만, 18 S/S 시즌에는 아프리카에서 영감을 받은 민속적인 부분이 현대적 아트와 믹스되어 표현될 예정이다. 그렇지만 무엇이 됐든 델보의 DNA 와 취향 그리고 같은 비전 안에서 다르게 표현될 뿐이다. 즉, 하나의 책 안에 표현된 여러 챕터일 뿐. 마치 한 화가가 여러 가지 다른 주제의 다른 대상을 그려도 아티스트 고유의 화풍을 유지하는 것처럼.

당신이 생각하는 델보의 여성상은?
‘브랜드’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 델보가 루이 비통이나 샤넬처럼 여러 채널을 통해 모두에게 알려지거나 전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는 브랜드가 아니듯이, 델보를 스페셜하고 유니크하게 여기며, 이를 하나의 특권처럼 즐길 줄 아는 우아하면서도 시크한 여성이었으면 한다.

패션계에서 오랜 시간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왔다. 아프리카에도 집이 있다고 들었는데, 당신의 휴식이 궁금하다.
아프리카 케냐의 ‘라무’라고 불리는 아주 작은 섬에 집이 있다. 25년 동안 살아왔고, 온전한 휴식의 공간이다. 차도 없고, 매우 작은 섬이라, 지역 사람들과도 정말 친근하게 지낸다. 크리스마스, 3월, 여름휴가 이렇게 일년에 세 번씩 항상 그곳에 가서 나의 뿌리를 되돌아보고, 에너지를 얻고 온다. 그곳에서는 차도 타지 않고, 신발도 신지 않고, 거의 수영복 정도만 입고 지내면서 온전히 디톡스에만 집중한다. 아프리카의 문화적인 특성상, 매일매일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어제의 어려움을 잊고 매일 새롭게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삶을 대하는 방식에서 항상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다. 휴식은 무엇보다 중요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