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규 앨범 <Bleached>를 발표하는 로꼬는 한껏 야심을 품고 최선을 다해 쏟아낸 사람의 홀가분함을 만끽하는 중이다.

만들어내는 음악과 뮤지션의 성격은 얼마나 닮은 걸까? 모난 데 없이 부드럽고, 조금 수줍어하는 대신 맺힌 데가 없는 로꼬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 상관관계를 강하게 긍정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흐르며 귀에 쏙 들어오는 데다 괜스레 센 척하지 않는 그의 랩과 로꼬의 성품은 비슷하게 느껴지니까. 5월 초 황금 연휴 기간에 만난 로꼬는 회사 직원들이 자신의 앨범 준비 때문에 못 쉬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몹시 미안해했다. 1년 반 전의 인터뷰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자신에 대해 말할 때는 쑥스러워했고, 밝게 탈색한 헤어에 얼굴 윤곽이 꽤나 날렵해진 모습이었다. “앨범 준비를 끝내놓고부터 바로 PT를 받기 시작했어요. 운동을 열심히 한 날은 탈진할 정도죠.” 음악만큼이나 운동에 열을 올리며 탄탄한 근육을 사수하는 AOMG 대표 박재범의 영향일지도 모르겠다고 짐작했는데, 실제로 이들은 음악계 내외 관계자들이 소속된 사회인 농구팀에서 함께 운동하고 있다고 한다. 박재범에게, 아마 포인트 가드쯤을 기대하며 어떤 포지션이냐고 물었을 때 ‘코트를 빌리고 비용 계산하는 역할’이라고 대답한 기억이 떠올라 같은 질문을 로꼬에게 던졌더니 그는 배우는 단계로 초보자를 맡고 있다고 한다. 며칠 휴가가 주어진다면 로꼬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여름 나라로 가서 태닝을 하는 일이다. “비타민 D 부족으로 주사도 맞았어요. 작업을 늘 새벽에 하다 보니까 햇볕 볼 일이 없었거든요.” 낮밤이 바뀐 채로 새벽을 하얗게 표백하며 완성한 그의 이야기는 이제 세상으로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검정 반소매 티셔츠는 발렌시아가 by 무이, 팬츠는 우영미, 초커는 블랙 쇼룸 by 다비데초이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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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Korea> 살이 많이 빠진 모습이다. AOMG는 다들 운동을 열심히 하는 느낌인데, 주변 동료들의 영향인가?
로꼬 두 달째 PT를 받고 있다. 재범이형 빼고는 다들 운동을 따로 하는 편은 아닌데 워낙 날씬하다. 멤버들이랑 화보나 뮤비를 찍으면 나만 둥실둥실 부어 멋이 안 나는 것 같아서 어느 순간 관리해야겠다 마음먹었다.

눈에 보이는 부분 외에도 변화를 느끼나?
확실히 건강해진 거 같다. 그리고 옷을 기분 좋게 입을 수 있다. 인터넷으로 주문하거나 선물 받았던 옷들이 별로 안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태가 나는 걸 보며 나의 문제였음을 깨달았다(웃음).

25일에 정규 앨범을 발매한다. 준비는 지금 어느 단계에 와 있나?
음악이나 재킷까지는 다 완성됐고, 지금 한창 뮤직비디오를 여러 곡 촬영하고 있다. 회사에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많이 찍고 싶다고 얘기해놨다.어릴 땐 좋은 음악을 만들고 그걸로 돈을 잘 버는 게 목표였는데, 어느 순간 돈 버는 일에 대한 생각이 없어진 거 같다. 오히려 돈을 얼마나 쓰건 멋있는 거, 좋은 콘텐츠들을 많이 만들고 싶다.

회사에서 걱정 없이 음악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덕분일까?
그렇기도 하고, 돈을 많이 벌어서 뭐를 해야겠다는 목표가 내게 없다. 그냥 지금처럼 맛있는 거 먹고, 좋아하는 옷 살 정도면 된다.

큰 욕심은 없나? 돈 잘 버는 래퍼들은 종류별로 슈퍼카도 모으고 그러던데.
차는 잘 모르지만 오래 소망해온 차를 구입했다. 마음에 쏙 들어서 만족하면서 타고 있는데 이 이상은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내 차에 대한 노래까지 썼다(웃음)!

앨범 준비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뭐였나?
다 만들어놓으니까 완전히 잊었다. 운동이 힘들어서 그런지, 고단했던 일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보통은 우여곡절이 많게 마련인데 이번에는 부드럽게 진행되어서 이상한 기분이 들 정도다.

어떤 음악을 담았는지 소개를 좀 해준다면?
내 삶 자체를 욕심 안 부리고 내 스타일에 맞게 녹여내고 싶었다. 내 랩 스타일도 딱히 튀거나 그런 스타일이 아닌 건 내 성격과 비슷한 것 같다. 무난함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거 같다고 할까. 그동안 활동하면서 만난 비트 잘 만드는 친구들이 내 자산이라 여겼고, 그걸 최대한 활용하고 싶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좋은 음악 안에, 무난한 나의 얘기가 잘 녹아드는 걸 목표로 했다.

스스로는 무난하다고 말하지만, 그런 자연스럽고 유연한 점이 로꼬 음악의 매력 같다.
내 음악의 어떤 기본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 안에 거친 면도 있을 테고, 5년 동안 활동해오면서 성숙해진 생각도 있을 거다. 다행히 그런 것들이 다 조금씩 표현된 거 같다.

당신의 ‘자산’이라고도 표현한 작곡가들은 누가 참여했나?
좋아하는 친구들과 골고루 작업했다. 그레이 형이랑 두 곡, 떨스데이라는 작곡가도 두 곡, 우기라는 친구, 대학 동기인 신인 등. 호흡이 잘 맞는 건 역시 오랫동안 같이해온 그레이 형이다. 만나서 얘기하다가 비트가 나오고 바로 가사 쓰고 다음 날 녹음하고 그런 식으로 이틀 만에 두 곡을 모두 끝냈다.

<Bleached> 라는 앨범 타이틀처럼 지금 머리도 노랗게 탈색한 상태다.
검은색이던 무언가가 어떤 계기를 거쳐 밝게 변하는 게 멋있다고 여겨서 그 단어를 붙였다. 내 생활도 어두운 모습에서 조명을 받고 빛나는 삶으로 바뀌어온 것 같고. ‘아침은 까맣고’라는 곡이 있는데, 작업할 때 밤은 하얗게, 낮은 검게 물들이며 지낸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게 노력해서 만들어내는 빛에 대한 표현이라고 할까. 사실 활동을 시작하면 다시 삭발할까 생각 중이다.

음악을 하면서 잊지 않으려는 원칙 같은 게 있나?
내 음악은 나의 이야기다. 그래서 작업할 때 키워드를 만들고 주제 정하는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다. 더 멋있는 표현을 찾고, 공들여 제목을 짓고, 좀 더 신선한 단어를 찾아서 내용을 만들려고 애쓴다. 키워드가 잡히고 나면 가사는 빨리 쓰는 편이다.

앨범이 당신의 손을 떠나면, 리스너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나?
정규 앨범을 발표한 아티스트들이 다 그렇겠지만 처음부터 순서대로 편안하게 쭉 들어봐주면 좋겠다. CD를 사서 부클릿을 읽으며 봐준다면 더 좋을 것 같고. 열심히 살려고 하는 한 래퍼의 성장하는 모습, 한 시절이 담겨 있다고 여겨주면 기쁘겠다.

네크라인이 독특한 검은색 톱은 우영미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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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화보 컷과 자세한 인터뷰는 더블유 6월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