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가 뭘 할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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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배우, 그리고 인스타그램 스타. 외모와 끼와 당당한 태도 그 모두가 주목받을 만한 청춘 스타의 조건에 들어맞는, 이성경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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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드라마인 SBS <괜찮아, 사랑이야>의 조연부터 극 중 이름을 제목으로 내세운 MBC <역도요정 김복주>의 주연에 이르기까지, 채 3년이 걸리지 않았다. 아이돌도 아니고, 특별히 한류에 올라탄 작품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한국 여자 연예인 중 톱 순위에 속한다. 지금 이성경은 많은 여자들의 워너비이자 연기 재능이 막 여물어가기 시작한 배우다. <더블유>가 지난해 미국 <더블유> 매거진닷컴과 협업해 화보로 완성한 ‘K-POP WORLD’ 기획 이후, 다시 함께 만난 한국의 스타. <더블유> 매거진닷컴 에디터는 SNS 영향력을 지닌 모델 출신의 그녀를 보며 지지 하디드를 떠올렸다. 이성경은 지지 하디드만큼 핫하고, 그러나 누구와 굳이 비교할 필요 없이 기분 좋은 개성을 지녔다.

화사한 꽃무늬 패턴 셔츠와 인조 퍼 장식 드레스는 프라다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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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Korea> MBC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가 1월에 종영했다. 요즘은 어떤 나날을 보내고 있나?
이성경 최선을 다해 쉰다. 작품 때문에 살을 찌워서 끝나면 바로 운동을 하고 싶었지만, 몸이 워낙 안 좋았다. 건강 검진을 받아보니 무리한 근력 운동은 하지 말고 가벼운 조깅 정도만 하며 푹 쉬라고 하더라. 밀라노에 2주 머물기도 했다. 가장 좋아하는 도시가 파리였는데, 이제 밀라노로 바뀔 것 같다. 거기에 가족과 가까운 분이 살고 계셔서 부모님도 함께 갔다.

<역도요정 김복주>는 TV에서 오랜만에 보는 상큼한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커피 프린스 1호점> 이후 가장 즐겁게 본 청춘 드라마다.
와, 고맙다. 복주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한 캐릭터를 만나가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법인데, SBS <닥터스>를 마치고 15일 후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그런데 캐릭터 자체가 워낙 잘 잡혀 있었고, 감정이 차곡차곡 잘 쌓이도록 대본이 받쳐줬다. 우리 팀이 봐도 재밌는 드라마였다. 대진운이 좋진 않았지(웃음).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가 567만 명이 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드라마에서 상대역이었던 남주혁도 SNS 팔로어가 많은 연예인이고. 팔로어가 비약적으로 늘어난 시점이 있나?
내가 그런 걸 잘 인지하지 못한다. 팔로어 수가 어느 순간 확 늘었다기보다는 인스타그램이란 게 생겨난 초창기부터 시작해서 그런 것 같다. 어쩌다 확인해보면 조금씩 늘어 있더라. 그런 것에 무딘 편이다.

남자만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여자도 그렇다. 같은 여자 중에도 스타일이나 메이크업을 따라 하고 싶게 만들 거나 바라만 봐도 좋은 대상이 있으니까.
모델 생활을 했으니 그 시절부터 팔로어들이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델 하면서 영상 작업도 좀 했고,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분위기와 이미지 작업을 자주 했다.

최근 여자 연예인들이 눈에 색조 메이크업 대신, 음영을 진하고 넓게 주는 식으로 섀도를 바르는 경우를 많이 봤다. <역도 요정 김복주>를 보면서도 곧잘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이성경식 음영 메이크업 따라잡기’ 같은 블로그 게시물이 꽤 있더라.
나, 화장 진짜 잘한다(웃음). 다른 건 몰라도 그건 인정! 화장은 무엇을 쓰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마스카라 바르는 사소한 방법 하나에 따라 눈매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각종 팁을 주변 사람에게 알려준다. 드라마에서는 내 자연스러운 눈의 음영이 조명이나 색 보정을 거치며 더 부각되어 보이는 것 같았다. 촬영하는 동안 헤어 메이크업 숍에 안 가고 그냥 차 안에서 10분 만에 해치웠다. 꾸밀 필요가 없는 캐릭터였으니까.

거울을 보고 있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
‘아, 살 빼야 하는데.’

살이 잘 찌는 편인가?
사실 먹는 양에 비하면 별로 안 찌는 편이다. 가리는 것 없이 다 잘 먹는다. 피자 라지 한 판을 혼자 다 먹는 기록을 세운 적도 있다. 많이 먹고도 디저트가 있으면 또 먹고. 6kg을 찌웠다가 현재 3kg만 뺀 상태다. 모델 시절에는 훨씬 더 마른 몸이었기 때문에 이후 몸무게가 웬만큼만 나가도 내가 평균보다 마른 편이라는 생각을 미처 못했다. 요즘엔 사실 마르고 싶다는 생각보다 몸을 건강하고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

하얀 티셔츠와 시스루 소재의 검은색 스커트, 브리프는 모두 디올, 진주 장식의 앵클 스트랩 슈즈는 스튜어트 와이츠먼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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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몸을 예전부터 어떻게 생각했나?
어릴 때는 참 싫었다. 친구들이 다 내 어깨쯤에 와 있으니 거인 같아서 작아 보이려고 짝다리 짚으며 서 있곤 했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 내 뒤에 서 있는 남학생들이 키 크다고 수군거리는 게 창 너머로 비쳤다. 사람들이 이 여자 힐 신었나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생활에 익숙했다. 모델 일을 시작하고 나서야 내 몸을 사랑하게 됐다. 더 크고 당당해지려고 힐도 신었고.

어떤 여자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나?
편안하고 여유로운 마인드의 소유자.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있어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줄 알고, 뭔가에 얽매어 있지 않은 사람 말이다. 나도 콤플렉스가 많다. 눈이 특별히 크거나 코가 높지도 않고, 화장에 따라 얼굴이 상당히 달라 보인다. 화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 얼굴이다. 그러나 그냥 나라는 사람 자체가 나만의 매력이며 개성이라고 스스로에게 주입시킨다. 외국에서는 앞니가 벌어져도, 백반증 이어도, 사각턱이어도 인기 많은 여자들이 있지 않나? 마인드 컨트롤이란 게 어렵지만, 시선의 중심을 돌리는 일이니까 필요하고 중요하다.

여배우로서 이성경의 가장 큰 매력은 뭘까?
모델 경험 덕에 외적인 스타일링이나 변신에 두려움이 없다. <여왕의 꽃>, <치즈 인 더 트랩>, <역도요정 김복주>를 생각해보면 내가 맡은 캐릭터는 그 모습도, 나이도, 각양각색이었다. 어떤 틀이 없달까?

그 무렵인 2년 전 <더블유>와의 인터뷰에서 연기를 시작한 이후 부쩍 감성적으로 바뀐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안 쓰던 감정을 써보기 시작한 연기 초년생의 증상이었을 텐데, 이젠 좀 익숙해졌나?
음악을 잘 안 듣던 사람이 어느 날부터 슬픈 음악을 많이 들으면, 그 분위기의 감정에 반응이 빨라지고 공감도 잘하게 될 것이다. 난 주로 밝은 에너지만 쓰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연기하면서 소리도 질러보고, 엉엉 울어도 보고, 다시 삭혀보기도 하는 경험을 지속하다 보니 그런 감정에 불이 들어온 셈이다. 해당하는 감정과 관련된 상황이 주어졌을 때 내 안의 스위치가 확 켜지면서 예민해지고 잘 느끼게 되는 것.

연기의 기술이 더 늘었다는 뜻이기도 할까?
아니, 그저 감정을 솔직하게 받아들일 줄 알게 됐다는 의미다. 난 혼자 있을 때도 운 적이 없었고, 내 감정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 이제는 연기할 때 눈물이 나면 그냥 나를 놔버리며 눈물을 흘리니까 어떤 감정이 더욱 선명해진다.

준비된 이성경을 아직까지 찾지 않은 세상의 감독과 작가에게 스스로를 어필해본다면?
음. “저도 제가 뭘 할지 몰라요.”

이성경 Fashion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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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에디터
정환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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