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비주얼과 아이디어로 2017 S/S 시즌의 문을 연 광고 캠페인.

하디드 월드
동시대 최고 패션 피플로 꼽히는 모델 지지와 벨라 하디드 자매는 이번 시즌 런웨이는 물론 광고 캠페인까지 장악하는 기염을 토했다. 모델계 일부에서는 하디드 자매가 모든 걸 휩쓴 현재 상황을 두고 ‘이젠 지루해질 때도 됐다’는 의견도 냈지만, 우월한 외모와 금수저 배경을 둔 파워풀한 그들 앞을 거스를 건 당분간 없어 보인다. 언니 지지는 현재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동하고 있는 막스마라, 스튜어트 와이츠먼 캠페인을 통해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하고 관능적인보디라인을 뽐냈고, 동생 벨라는 DKNY 캠페인을 통해 도회적이고 활동적인 뉴요커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게다가 펜디와 모스키노는 이 두 자매를 모두 캐스팅하기까지 했으니, 자매의 어머니 욜란다 하디드가 딸들을 두고 언제나 #ProudMom 해시태그를 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디드 시스터 만세!

이곳이 파라다이스
‘Suddenly Next Summer’. 미우미우 캠페인 한쪽에 적혀 있는 이 글은 벌써부터 다가올 여름을 생각하며 설레게 만든다. 캘리포니아 말리부 포인트 듐에서 촬영한 캠페인은 엘르 패닝과 어여쁜 소녀들이 복고풍 수영복을 입고 자유를 만끽하는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올여름 꿈꾸는 파라다이스가 이런 모습이 아닐까? 알렉산더 매퀸은 끝없이 펼쳐진 사막으로 발길을 돌렸다. 청초하고도 서정적인 드라마가 담긴 듯한 캠페인을 보건대 사라 버튼이 생각하는 매퀸의 파라다이스는 바로 여기일 듯.

주목할 얼굴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디올의 새로운 아티스틱 디렉터가 되면서 그녀가 그리는 여성상은 어떤 모습일지 무척 궁금했다. 페미니즘을 바탕으로 한 이번 캠페인에선 브리짓 라콩브의 뷰파인더 너머로 포착한 똑같이 생긴 두 여인을 목격할 수 있다. 바로 쌍둥이 모델 루스 벨과 메이 벨. 중성적 모호함을 오가는 벨 자매 각자의 개성을 부각시킨 이번 캠페인은 ‘렌즈 뒤의 여성’을 주제로 컬렉션에 대한 비전을 표현하는 사진 프로젝트의 일부가 될 예정이라고! 모델이 여러 명 등장한 프라다 캠페인에서는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아버린 단발머리 모델이 있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크리스 그리카이테(Kris Grikaite). 몽환적인 외모의 그녀는 러시아 출신이라는 것을 빼고는 아직 별다른 정보도 없는 신예 중의 신예다. 이번 시즌 프라다의 익스클루시브 모델로 꼽히며 캠페인까지 거머쥔 그녀의 모습에 주목하길! 샤넬의 광고에선 로봇이 모델로 데뷔하기에 이르렀다. 트위드 재킷에 카멜리아 브로치와 시계까지 착용한 로봇의 모습에서는 라거펠트의 위트가 그대로 전해진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정말 각양각색의 개성 있는 로봇이 패션 캠페인의 모델로 데뷔하는 건 아닐까?

헤쳐 모여
하나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 그보다는 ‘떼’가 더 좋은 디자이너들은 계속되는 스쿼드 열풍에 동참했다. 새벽 내내 파티를 즐기고, 이른 아침에 파티장을 나와 뉴욕 거리를 뛰어다니는 모델들로 가득 채운 알렉산더 왕의 캠페인은 실제 파티 장면을 포착한 것처럼 자유롭고 쿨하다. ‘All is Love’라는 문구를 옷에 담은 스텔라 매카트니의 캠페인도 흥미롭다. 이 그래픽 문구는 현대 미술가 우르스 피셔(Urs Fischer)의 손길이 닿은 것이라고. 사진가 할리 위어(Harley Weir)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모델 딜론, 알라나, 찰리 프레이저, 매케너를 모아 여름날의 삶과 사랑을 그려냈다. 발맹과 코치, 루이 비통 역시 파워풀한 슈퍼모델들을 대거 등장시켰는데, 카프리의 흥겨운 파티 신을 연출한 돌체&가바나 캠페인도 빼놓을 수 없다.

전설의 귀환
패션계의 벨기에 출신 아티스트, 라프 시몬스와 윌리 반데르페르가 만났다. 지난 피렌체 피티 워모 기간에 처음으로 공개된 라프 시몬스의 2017 S/S 컬렉션 이미지는 성적인 모티프와 동성애적 코드로 유명한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사진을 추억한다. 메이플소프가 촬영한 패티 스미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는 이번 캠페인. 어쩌면 세 명의 아티스트가 함께한 컬래버레이션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동물원
“어흥!” “이히히힝” “끼끼-우우-!” 갖가지 동물이 등장하는 광고 캠페인을 보고 있으니 촬영장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더 궁금해진다. 특히 구찌 캠페인에는 훈련이 잘된(것으로 추정되는) 맹수 사자와 호랑이가 등장해 모델들보다 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뽐냈다. 새 시즌의 가방을 살포시 껴안고 농염한 눈빛을 보내는 사자, 길어진 촬영에 짜증이 났는지 가방을 한 입에 물어버린 호랑이 등 기묘한 귀여움이 폭발한다. 베르사체의 모델 에디 캠벨은 브루스 웨버가
촬영한 캠페인을 통해 말과의 호흡을 자랑했다. 캠벨은 말 위에 두 발로 서는 신공을 발휘하기까지! 남성 컬렉션에서 채프먼 형제와의 커미션 프로젝트로 액세서리를 선보인 루이 비통은 그들이 그린 동물이 프린트된 가방을 실제 동물과 함께 등장시키는 한 편의 판타지 같은 캠페인을 완성했다.

나를 봐
브랜드의 홍보대사 격인 광고 캠페인 속 인물을 보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다. 크리스 반 아셰는 지난 시즌에 이어 에이셉 라키를 다시 한번 디올 옴므의 얼굴로 꼽았다. 파리 거리를 누비는 라키의 패셔너블 스웨그는 이번 시즌 디올의 ‘Do it Yourself’ 정신에 개성을 더한 젊음의 이미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라키와 더불어 영국 팝 음악의 대가 보이 조지 역시 디올 옴므 캠페인에 등장했다. 그는 일본 출신의 아티스트 카메이 토루(Kamei Toru)가 제작한 배지를 가득 달고 포즈를 취한 채 그만의 매력을 발산했다. 프라다 캠페인에서는 사막 한가운데에 홀로 남겨진 듯한 주드 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고, 보테가 베네타에는 이번 런웨이 피날레를 장식한, 주름진 모습조차 우아하기 그지없는 배우 로런 허튼이 등장한다. 루이 비통은 자비에르 돌란과 손을 잡았다. 시대를 앞서 자신의 스타일과 세계를 펼쳐온 그를 2015년에 일찌감치 광고 캠페인의 주인공으로 점찍은 루이 비통. 당시 돌란은 “어릴 적부터 막연히 주요 브랜드의 얼굴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많은 아이들이 우주 비행사를 꿈꿀 때요”라고 소감을 발표한 바 있는데, 배우이자 감독, 이제 유서 깊은 하우스의 모델까지 됐으니 꿈을 다 이룬 셈이다. 루이 비통 여성 캠페인에서는 제스키에르의 뮤즈인 배우 제니퍼 코넬리, 미셸 윌리엄스가 등장해 브랜드 앰배서더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발렌티노는 시간이 지나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90년대 슈퍼모델 크리스티 털링턴이, 비비안 웨스트우드 캠페인에는 매우 의외의 인물인 파멜라 앤더슨이, J.W. 앤더슨에서는 클로에 세비니가 깜짝 등장하는 재미도 찾아볼 수 있다.

극한 직업
애니 리버비츠가 촬영했다는 몽클레르 캠페인을 처음 봤을 때, 마치 매직 아이를 하는 것처럼 이미지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자세히 보면 배경과 혼연일체가 된 한 인물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중국의 행위 예술가 리우 볼린(Liu Bolin)이다. 그는 신체를 주변 배경에 완벽하게 녹아들게 하면서 실루엣은 명확히 보일 수 있도록 한 자화상 시리즈로 이름을 떨치며 ‘투명인간’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인물. 카멜레온처럼 변화하는 이번 캠페인은 ‘사라짐’을 모티프로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합성 작업 없이 촬영에 임한 비하인드 사진을 보면 스태프들의 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리우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배경에 따라 직접 색을 칠하고, 끊임없이 작업을 체크하는 과정을 보면 광고 캠페인 촬영도 극한 직업의 하나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