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작가가 빚어낸 박재범의 몸은 차가운 적막 속에서 가장 숭고한 도자기로 완성되었다.

강준영, ‘The First Duty of Love is to Listen x Love Your W’ 도자기에 사진 전사, 수금, 45x45x52cm, 2016

강준영, ‘The First Duty of Love is to Listen x Love Your W’
도자기에 사진 전사, 수금, 45x45x52cm, 2016

광택이 도는 지퍼 장식 코트와 체크무늬 팬츠, 검은색 슈즈는 Dior Homme 제품.

광택이 도는 지퍼 장식 코트와 체크무늬 팬츠, 검은색 슈즈는 Dior Homme 제품.

1701 박재범4
1701 박재범5
STILL LOVE YOUR W
8명의 아티스트가 10명의 셀레브리티를 조각으로 표현했다. 커미션 워크, 컬래버레이션, 혹은 그 사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더블유가 제안한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에 공감한 이들은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바쳐 만났고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탐색했으며, 새로운 미술 작품을 함께 만들어냈다.

박재범 + 강준영
도자기와 힙합. 수만 개의 낱말 카드를 잘 섞어 바람에 날린 다음 랜덤으로 주운 것 같은 이 두 개의 명사는 강준영 작가에게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나이키 조던을 수집하는 마니아이자 블링블링한 액세서리를 즐기기도 하는 이 멋쟁이 아티스트는 힙합 음악과 문화에서 정신적 영향을 크게 받아왔고, 박재범과 좋은 짝을 이루기에 적임자였다. 박재범 또한 도자기에 현대적 코드들이 녹아 있는 강준영 작가의 작품을 보고 쿨하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크고 아름다워서인지, 혹은 금을 많이 사용하는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달항아리에 그림과 글씨로 메시지를 담는 강준영 작가에게 도자기는 캔버스다. 마찬가지로 타투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아마 자신의 몸이 캔버스일 것이다. 하나의 도자기가 완성되기까지는 흙으로 형태를 빚고,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유약을 발라 굽고 그림을 그리고… 가마에만 다섯 번 들어갔다 나오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한데, 박재범을 도자기로 표현하는 장기 프로젝트에 돌입했을 때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재범의 몸에 그려진 타투를 촬영하는 일이었다. 흙과 불, 도자기를 이루는 두 재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강준영 작가에게서는 마치 생명체를 다루는 듯한 조심스러움과 일종의 경외감마저 느껴졌다. 작업의 재료이지만 자신의 뜻대로만은 움직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흙 상태에서 불을 몇 번이나 거쳐 그 조심스러운 과정이 마무리되기까지를 지켜보는 동안 에디터마저 인내와 끈기를 배울 뻔했다. 박재범의 몸에 문신으로 새겨져 있던 그림과 글씨는 도자기 표면에서 재구성되어 꽃의 무늬를 이뤘다. 작가가 소외된 계층, 소수자를 지지하는 의미를 담아 해온 플라워 시리즈의 연장선상에서. 재범이라는 사람이 가진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아, 암 환자들과 가족에게 연대와 응원의 힘을 주고 싶었다는 이야기에서는 달항아리가 가진 온화한 따뜻함이 전해졌다. “재범 씨는 한국 힙합 문화에서 큰 일을 해줄 거라 기대해요. 1세대 힙합 래퍼들은 이루지 못한 성취까지도요.” 아마 그 성취에는, 이번 자선 프로젝트와 같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 대한 관과심 실천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작가 노트
도자기는 시간성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매체입니다. 도자기가 저의 개인적 경험이나 시대의 기록을 표현하는 또 다른 캔버스라면, 박재범 씨는 자신의 몸을 캔버스로 하여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타투로 새겨놓았다고 봅니다. 그런 스토리를 항아리라는 조형 언어를 활용하여 콜라주 방식으로 담아내고, 다시 꽃 모양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저 역시 가족을 암으로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특히 암과 같은 병마를 겪는 환자와 그 가족은 세상으로부터 소외되는 느낌과 외로움이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만개한 꽃의 형태가 가진 힘, 그리고 박재범이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긍정의 에너지를 이 작업을 보는 사람, 특히 유방암 환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