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15일부터 4일간 런던 사치 갤러리에서 열린 ‘스타트’ 아트 페어가 남긴 것.

‘스타트’는 올해로 3회를 맞았다. 크고 작은 아트 페어들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이 자리를 주목하는 이유는, 그 젊은 기운과 가능성 때문. ‘새로운 작가, 새로운 예술’을 모토로 하는 스타트는 갤러리 같은 단체와 개인 작가 모두에게 문을 열어둔다. 사치 갤러리가 서울 삼청동처럼 작고 예쁘게 꾸며놓은 상점과 오래된 상점, 맛집이 늘어선 킹스로드에 위치해서인지 관람객의 면면도 다양하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커플, 근처 학교에서 놀러 온 10대, 중년의 미술 애호가들이 두루 모인 아트 페어는 경직되고 엄격한 것과 거리가 먼 명랑한 축제 분위기다.

물론 그저 전시회가 아닌 아트 페어니만큼, 어떤 작품이 많이 팔리고 회자됐는지 촉을 세울 수 밖에. 관계자와 관람객을 통틀어 동양인보다 서양인이 월등히 많았던 이 자리에서 의외로 주목받은 작가는 필리핀의 화가 안드레스 바리오퀸토(Andres Barrioquinto)다. 일본 스타일의 문양으로 완성한 초현실주의적인 초상화는 서양인의 눈에 충분히 이국적으로 보였을 듯. 한국 작가 중 하나로 참여한 나의 경우 갤러리 벽에 캔버스 대신 오브제를 걸어놓았는데, 원형의 가방에 전통 문양을 디지털 프린트한 것을 두고 많은 관람객이 궁금해 한 점 역시 ‘한국적인 것’에 대한 부분이었다. 많은 작품을 빠르게 둘러볼 수밖에 없는 아트 페어의 특성상, 관람객들은 때로 작품을 그 의미나 진가보다는 인종이나 국가의 정체성에 대한 흥미로 파악하기도 한다. 평소 많이 접하지 못한 나라의 감성과 주제를 담은 작품에 눈길이 가는 것이다. 아제르바이젠의 대표적인 작가로 부상한 파이그 아메드(Faig Ahmed)의 카펫은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유명한 카펫이 아닐까? 자기 나라의 전통적인 문양을 이용해 수직 카펫을 만드는 그는, 카펫이 블랙홀에 한번 빨려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형태를 해체하고 왜곡해 전통과 관습을 자기 식으로 변형한다. 그 또한 올해 스타트에서 주목받은 작가다. 재기 넘치는 작가들을 보는 즐거움, 가끔은 새로움과 특이함의 차이가 무엇인지 고민해보기도 한 시간. 다양한 관람객이 어우러진 스타트는 ‘예술 안의 생활’이 아닌, ‘생활 속의 예술’이 되어 있는 인상적인 환경을 선보이며 막을 내린 아트 페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