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가치관과 미학, 샘솟는 아이디어가 그대로 투영된 백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새 수장의 영예로운 뉴 백을 찾아서.

아이콘에 대한 쿨한 해석
왕년의 멋쟁이라면 ‘발렌시아가 = 모터백’이란 공식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브랜드를 상징하며 20년 가까이 꾸준한 인기를 누리던 ‘아레나 레더 백’이 뎀나 바잘리아의 전위적 감각을 만나 2016 F/W 시즌, 새로운 ‘블랙 아웃 백’으로 재탄생했다. 시그너처와도 같던 스터드 디테일이 지닌 글램함을 담백하게 걷어낸 채, 그 자리에 구멍을 내고 스티치 부분에 퍼포레이트 디테일을 더해 단순하면서도 전위적 강렬함이 묻어나는 뉴 백이 탄생했다. 전임자인 알렉산더 왕이 이 아이코닉 백의 스터드 주변에 메탈 프레임을 더해 화려하고 장식적으로 해석한 데 반해, 뎀나 바잘리아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미니멀하고도 과감한 진화를 시도한 것. 그야말로 쿨한 뎀나식 해석을 투영한 백으로 그 존재감을 더한다.

보다 화려하게, 보다 글램하게
2017 S/S 시즌, 랑방 데뷔전을 펼친 부크라 자라가 선보인 런웨이에는 유연한 주머니 형태의 ‘부흐스 백’이 등장했다. 이 백은 지난 2016 F/W 시즌, 중세 시대 허리춤에 차던 작은 돈주머니 형태에서 영감을 받아 컬렉션에서 선보인 ‘오모니에르 백’에 비해 한층 더 구조적인 형태로 완성된 점이 눈에 띄었다. 특히 손목에 무심한 듯 걸어 연출하는 것이 특징으로, 랑방 하우스의 시그너처인 체인과 꽃 모티프를 부크라 자라만의 방식으로 디테일을 살려 시선을 모으기도. 기존의 코르사주 모티프에 유광과 무광의 대조적 효과를 가미하고 주얼 장식을 더했으며, 얇고 가는 섬세한 체인 장식을 통해 그녀가 보여주고자 하는 화려하고 센슈얼한 여성스러움을 대변하는 뉴 백이다.

더욱 견고해진 러브
생로랑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이번 2017 S/S 쇼를 통해 하우스의 히스토리를 다시금 재정비 중인 안토니 바카렐로. 무슈 이브 생 로랑의 대표 테마 중 하나였던 ‘Love’에서 영감을 받은 ‘러브 백’은 전임자인 에디 슬리먼이 소가죽에 마틀라세 스티칭을 더해 미니 사이즈로 선보여 젊고 자유로운 여성들의 데일리 룩을 위한 백으로 인기를 끌었다. 생로랑의 젊은 마니아들을 열광케 했던 이 백이 바카렐로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글램함을 더해 ‘러브 박스’ 형태로 진화한 것. 런웨이에서는 볼 수 없었지만 파리 패션위크 중에 펼쳐진 리씨(Resee) 현장에서 그 견고한 모습을 드러낸 러브 박스는 이브닝 라인의 백으로 골드 하드웨어에 나파 가죽을 감싸 한층 센슈얼한 무드를 전한다. 두 백만 놓고 보더라도 이브 생 로랑이 남긴 하우스의 유산을 해석하는 서로 다른 디자이너의 개성 어린 시선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아카이브의 모던한 재해석
디올 하우스의 첫 여성 디자이너로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마리아는 2017 S/S 시즌 데뷔 쇼를 통해 그녀를 수식하는 ‘페미니스트’를 대변하듯 과감한 여성상을 추구하고, 보다 편안하고 자주적이며 현대적인 미학을 하우스에 주입했다. 우선 펜싱 유니폼에서 영감을 받은 여성스러운 곡선미가 돋보이는, 스포츠 엘레강스에 어울리는 ‘디(D)펜스 백’과 스트리트 웨어를 타깃으로 한 ‘자디올(Jadior) 플랩백’. 나아가 CD 모노그램 시그너처 패턴을 담은 70년대 디올 백의 빈티지 캡슐 컬렉션으로 특별히 선보인 ‘CD 디올 백’이 시선을 강탈했다. 이 백은 존 갈리아노 시절의 향수를 되새기듯 디올 오블리끄 캔버스를 사용했으며, 자카드 자수를 더해 디올의 오리지널 스타일을 표방하기도. 디올 하우스와 함께하는 첫 장을 위해 하우스의 과거에 대한 오마주와 현재를 위한 모던한 재해석을 고루 담은 명민한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