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파리에서의 첫 쿠튀르 데뷔 무대를 위해 프란체스코 스코냐밀리오 (Francesco Scognamiglio)영감을 받은 것은? 바로 고향 폼페이의 유적지에서 피어오르는 환상적인 로맨스였다.

파리 쿠튀르 데뷔전을 치른 이탤리언 디자이너 프란체스코 스코냐밀리오. 모델들이 입은 쿠튀르 드레스는 모두 Maison Francesco Scognamiglio 제품.

파리 쿠튀르 데뷔전을 치른 이탤리언 디자이너 프란체스코 스코냐밀리오. 모델들이 입은 쿠튀르 드레스는 모두 Maison Francesco Scognamiglio 제품.

이탤리언 디자이너 프란체스코 스코냐밀리오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는 감각주의자다. 그가 선보인 파리 쿠튀르 쇼에 간간이 등장하는 과장된 장식들은 이탤리언식의 캐주얼한 유머를 살리면서도 쿠튀르가 지닌 진중한 정교함을 잃지 않았다. 이 쇼를 위해 그가 선택한 건 플로럴 장식과 함께 이탤리언이라면 자연스럽게 킥킥거릴 만한 숨겨진 위트였으니까.

어떤 면에서 보면 스코냐밀리오는 그동안 뛰어난 이탤리언 선배 디자이너들이 탄탄하게 다져온 포장도로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발렌티노 가라바니와 조르지오 아르마니, 도나텔라 베르사체와 리카르도 티시, 그리고 지암바티스타 발리에 이르기까지 이탤리언 디자이너의 파리 쿠튀르 계보를 이어가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는 사실 1990년대 후반까지 도나텔라와 함께 일한 사이다. 그 이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독자적인 디자이너 라인을 시작했다. 그가 선보인 얼핏 이해가 될 듯 말 듯한 까다로운 트릭과 묘한 해체주의는 전위예술가를 방불케 했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뚜렷하다. 바로 그가 쿠튀르 데뷔쇼를 위해 고향인 폼페이 유적지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물론 스코냐밀리오의 첫 쿠튀르 컬렉션은 폼페이의 화산재 속이 아닌, 지난 7월 파리에서 열렸다. 파리의상조합의 초청 멤버로 초대된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출발점이 무엇인지를 간파했다. “다름 아닌 바-로-크 스타일이죠!” 스코냐밀리오가 스타카토식으로 각 음절을 끊어 강조한다. “폼페이 유적지의 나뭇잎과 꽃을 형상화한 3-D 자수 장식을 더했어요. 바티칸에 납품하는 공급업체가 수공예로 만든 거죠.” 쿠튀르적 기교로 가득한 의상은 때론 미술관 예술품을, 때론 뛰어난 기술을 힘 안 들이고 구사한다는 뜻의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라는 이탤리언 단어를 떠올리게 만든다. 마돈나의 ‘Give It 2 Me’ 싱글 커버와 그래미 어워드, 리한나의 ‘Rock-star 101’ 뮤직비디오, 레이디 가가의 ‘Alejandro’ 뮤직비디오와 브릿 어워드에 이르기까지, 그의 컬렉션이 전 세계 젯셋족과 레드카펫 스타들을 단숨에 매료시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배우 데비 마자르는 스코냐밀리오를 처음 만난 때를 이렇게 기억한다. “마돈나의 환상적인 사진을 본 후, 그녀의 스타일리스트 아리안 필립스에게 물어보았어요. 그녀가 도대체 무엇을 입었는지를 말이죠. 바로 그의 의상이었죠. 그래서 저는 당장 인스타그램을 통해 프란체스코에게 연락했고, 우린 뉴욕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어요. 빗속을 산책하면서 그가 제게 셔츠를 선물로 주었는데, 정말이지 너무나도 아름다운 선물이었죠.” 그 이후 두 사람은 지금까지도 깊은 우정을 쌓아가고 있다.

“쿠튀르는 제가 늘 꿈꾸던 세계예요.” 스코냐밀리오가 말한다. “사실 쿠튀르 무대에 입성하는 패션 장인이 되려면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 수공예로 일일이 직접 작업하는 정성이 깃들어야만 하죠. 하지만 상관없어요. 디자이너로서 파리에서 그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근사한 축복이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W Korea> 지난 7월 초, 파리에서 성공적으로 쿠튀르 데뷔쇼를 마쳤다. 쿠튀르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Francesco Scognamiglio 내 인생의 궁극적인 꿈이었다. 그래서 패션쇼 날짜가 결정된 그 순간부터 전쟁과 같은 시간을 보냈다. 3월에 데뷔쇼를 파리에 요청한 후 7월로 날짜가 잡혔으니, 그 촉박함 속에서 떨렸을 심정을 상상해보라!

당신의 파리 쿠튀르 쇼인 ‘Maison Francesco Scognamiglio’는 ‘쿠튀르의 판타지’를 충족시킨 쇼라고 일컬을 만했다. 당신이 보여주려고 한 ‘쿠튀르의 정수’는 무엇이었나?
쿠튀르 컬렉션은 내게 있어 내 혼과 같다. 쿠튀르는 ‘부’의 근원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부는 물질적인 부가 아니며, 내면의 부를 의미한다. 이번 기회에 나의 내면이 상상해낼 수 있는 가장 최고의 부를 표현했다.

일련의 룩들을 통해 어떤 특별한 여인의 캐릭터를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컬렉션의 여성상은 현대적으로 표현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억눌리고 상처받은 영혼이 있다. 이러한 여성상은 나의 어릴 적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폴리 시장바닥 생선장수의 고함 소리와 성당의 성모 마리아상의 이미지 등 그때 듣고 보았던 소음과 소품, 색상과 종교적 감성 등을 모두 녹여냈다. 패션쇼에 사용된 음악 또한 시네마 작곡가(Diego Buongiorno)에게 부탁해 나의 이 모든 기억과 감성을 담아냈다.

주문 제작 방식으로 이뤄지는 쿠튀르이기에 당신의 글로벌한 VIP 고객들을 만나 그 반응을 바로 느낄 수 있었을 것 같다.
쿠튀르 데뷔쇼를 치른 다음 날 이미 고객 아흔 명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쇼와 동시에 컬렉션의 상당 부분이 이미 내 손에서 떠나간 셈이다. 디자이너로서 이렇게나 빨리 내 작품과 작별해야 한다는 건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내 첫 고객은 리한나였으며, 비욘세 역시 MTV 어워드를 위해 쿠튀르 룩을 주문했다.

당신의 쿠튀르 데뷔쇼를 보기 위해 프런트로에 자리한 인물들을 보았는데,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온 VIP도 여럿 눈에 띄었다.
아시아 고객의 뜨거운 관심에 나도 내심 놀랐다. 아마도 이탈리아 브랜드로서는 발렌티노와 아르마니 프리베, 지암바티스타 발리, 그리고 아틀리에 베르사체에 이어 5번째 쿠튀리에로 손꼽히게 되어 더 큰 관심을 받은 것 같다. 그리고 조만간 한국에서 트렁크 쇼를 진행하고자 하는 게 개인적인 소망이다. 아직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기 때문에 한국 정서와 문화, 사람들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이벤트를 하고 싶다. 사실 오늘 저녁 스케줄도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삶이기 때문에(웃음), 아시아권 방문 계획이 언제가 될지 정확하게 말할 순 없지만 아마도 내년에는 방문할 수 있을 것 같다.

9월에 선보일 2017 S/S 밀라노 패션위크를 앞두고 있다. 메인 컬렉션 준비를 위한 당신의 하루는 어떠한 일들로, 어떻게 채워지는가?
역시나 시간은 늘 촉박하다! 요즘은 매일 아침 사무실에 나가면 빡빡한 스케줄을 체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번 레디투웨어 컬렉션에도 역시 외부에서 받은 영감보다는 나의 어릴 적 기억을 담아냈다. 서커스 단원이 되는 것이 나의 꿈이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한번은 집에서 가출해 서커스단에 들어간 적도 있다. 그때의 꿈과 호기심, 서커스 단원의 고행, 아드레날린, 땀, 감성, 색감 등을 표현하고자 했다.

당신이 옷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나의 눈으로 보는 세상과 여성을 그리고 싶다. 그 면면이 어떻게 변화해가는지를 지켜봐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