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유 패션 에디터들이 자신의 취향을 온전히 반영하여 엄선한, 2016년 가을/겨울 10대 컬렉션과 베스트 룩.

<Fashion Director_최유경>

|루이 비통|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합류하면서 루이 비통은 드디어 하우스 역사상 처음으로 의미 있는 ‘토털 룩’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루이 비통의 제스키에르’와 ‘발렌시아가의 제스키에르’를 비교하자면, 내게는 발렌시아가 시절의 그가 압도적으로 좋았다. 그 생각이 이번 루이 비통 쇼를 보고 바뀌려 하고 있다. 제스키에르 특유의 미래적인 분위기에 스트리트의 바이브까지 더해지고, 최고의 거대 패션 하우스를 만나 시너지를 내며 진화하고 있다.

|마크 제이콥스|

마크 제이콥스의 전성기는 2000년 초반에서 중반까지였다. 그때는 민자 티셔츠에 마크 제이콥스라는 로고만 붙여도 삽시간에 팔려나간 시절이었다. 특유의 드라마틱한 쇼도 몇 차례 반복되며 이렇게 힘을 잃는 건가, 싶을 무렵. 이번 시즌 마크 제이콥스는 역대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쇼를 선보였다. 그는 여전히 대중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고도 감도 높게 뽑아낸다. 겉보기엔 전위적인 라인업이지만, 들여다보면 당장 입을 수 있는 것 투성이다. 아, 얄미운 사람.

|생로랑|

에디 슬리먼의 업적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이번 컬렉션이 가장 완벽하게 ‘에디 슬리먼 다운 생로랑’ 쇼였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쇼에 등장한 모든 룩은 이브 생 로랑 시대에 헬무트 뉴튼의 사진에 찍힌 그것과 완벽하게 동일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SIMONE ROCHA

SIMONE ROCHA

|시몬 로샤|

마지막까지 마르니와 경합하며 ‘탑 텐’ 리스트에 넣을 것인지 고민하게 만든 쇼. 결국에 시몬 로샤를 선택한 것은 한 디자이너가 성장하고 진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멋진 패션 모멘트를 선사해주었기 때문이다. 로샤의 컬렉션에서는 늘 기괴하게 비틀렸지만 너무나 매혹적인 소녀다움을 느낄 수 있는데, 에드워드 시대의 간호사복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컬렉션은 순수와 관능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갔다.

COMME DES GARCONS

COMME DES GARCONS

|꼼데가르송|

‘레디투웨어’, 당장 입을 수 있는 옷. 이 개념은 꼼데가르송 컬렉션 앞에선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꽃잎을 자르고 붙여 거대한 전투복을 만든 듯한 이번 컬렉션을 통해 레이 가와쿠보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혹시, 큼직하게 과장된 어깨와 꽃무늬 드레스의 유행을 빗댄 것은 아닐까. 그 답이 무엇이든 이 옷들은 매장에 지극히 실용적인 형태로 진열되어 쇼를 본 순간을 더욱 전율로 기억하게 만들 것이다.

<Senior Fashion Editor_박연경>

|발렌시아가|

뎀나 바잘리아의 데뷔 컬렉션으로 숱한 화제를 뿌린 쇼. 기대감이 어린 이들을 향해 그가 던진 한 수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었다. 즉 실용성과 동시대적 개성을 잘 버무린 리얼리즘, 예를 들어 쿨한 스포츠웨어와 초대형 마켓백을 등장시킨 것처럼 말이다. 쇼노트에 적힌 ‘오늘날 과연 어떤 것이 우아한(Sophisticated) 것인가’에 대한 뎀나식 해법이 시대 정신과 애티튜드에 대한 탐구로 이어져 하우스엔 신선한 공기가 가득 맴돌았다.

|하이더 애커만|

파리의 음유시인 하이더 애커만에게는 컬렉션의 목적 역시 시적이다. “황량한 바깥세상을 잊고 우아하고, 밝고, 행복한 순간을 갖고 싶었어요. 또 데일리 웨어와 대면하는 또 다른 측면을 보여주고 싶었죠.” 그의 말을 입증하듯, 풍부한 컬러감의 벨벳과 글램한 메탈릭 소재가 컬렉션 전반에 더해져 고급스럽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나아가 디자이너가 애정하는 하운즈투스 패턴과 매혹적인 컬러 매치가 어우러져 하이더만의 독창적인 미학을 멋지게 드러냈다.

|스텔라 매카트니|

하이패션의 변주에서 실용적인 동시에 우아한 룩을 추구하는 스텔라 매카트니. 그래서 자존감 높은 현대 여성의 편애를 받는 그녀의 룩은 애써 꾸미지 않아도 세련되고, 때론 센슈얼한 동시에 유머를 지녔으며, 톰보이적인 매력까지 두루 갖췄다. 특히 #PopNow라는 주제 아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는데, 특히 스포티한 패딩 점퍼를 글램한 벨벳 소재로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

이번엔 두 가지 획기적인 변화가 더해졌다.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남편이자 디자인 디렉터인 안드레아스 크론탈러를 브랜드 네임 앞에 전면으로 내세운 것, 그리고 여성복과 남성복을 동일한 비중으로 선보인 것. 그 덕에 ‘Sexercise’를 주제로 한 쇼에선 한층 동시대적인 소통이 느껴졌다. 패션계의 큰 흐름인 유스 컬처를 주입한 듯 불손하고도 쿨한 룩들이 원조 펑크의 여왕이 지닌 명성을 새롭게 뒷받침한 것. 물론 웨스트우드 여사에게 열렬한 손키스를 건네는 안드레아스의 피날레 세리머니도 뭉클했다.

VALENTINO

VALENTINO

|발렌티노|

피아니스트의 연주와 함께 고요히 등장한 모델들은 듀오 디자이너가 발렌티노의 틀 안에서 벗어나 새로운 비전을 찾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했다. 오간자 드레스를 퍼 코트와 매치하고, 시퀸 장식 드레스를 니트 톱에 레이어드하거나 유틸리티 점퍼와 스타일링하는 등 동시대의 보다 많은 여성이 원하는 룩이 가득했다.

<Senior Fashion Editor_정진아>

|로에베|

조너선 앤더슨이 만드는 옷에는 범접할 수 없는 모양과 형태는 물론 예술적 소양으로 인한 미적 감각과 문화, 촉감, 감정, 윤리, 문화 등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지나치게 도전적이고 대담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그의 아방가르드한 성향은 로에베의 유산과 만나 고급스러운 취향이 담긴 룩으로 재가공된다. 더 대단한 점은 아주 값비싼 예술 작품과 가구 컬렉팅을 즐기는 상위 1%는 물론, 거리를 누비는 소년 소녀들의 마음 역시 현혹시킨다는 것!

|미우미우|

이번 시즌 미우미우는 모델 캐스팅에 대대적인 변화를 주었다. 슈퍼 스타일리스트 케이티 그랜드와 함께 그녀가 사랑하는 빅토리아 시크릿 엔젤들(테일러 힐, 이리나 샤크 등)을 비롯해 SNS 스타 모델들(켄들 제너, 지지&벨라 하디드 등)을 런웨이에 올린 것. 굳이 레퍼런스에 대한 언급 없이도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모델들이 입은 미우미우는 더욱 사랑스럽고 신선했다.

|프로엔자 스쿨러|

몸매를 예쁘게 잡아주는 롱&린 실루엣의 니트 원피스와 페이퍼백 팬츠, 모던한 재킷과 고급스러움이 흐르는 페이턴트 가죽 코트에 이르기까지, 프로엔자 스쿨러 쇼는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세련된 여자들이 입고 싶어 할 만한 쿨한 옷을 모아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맨해튼의 환상적인 야경이 한눈에 펼쳐지는 휘트니 뮤지엄 빌딩에 위치한 베뉴와 어우러져 프로엔자 스쿨러의 룩은 더욱 빛을 발했다.

|로지 애술린|

살다 보면 무언가 섬광처럼 눈부시게 빛을 뿜는 순간을 본다. 아메리칸 클래식과 쿠튀르를 조화시킨 로지 애술린을 볼 때 그렇다. 한결같이 우아하고 시적이며 아름다운 그녀의 옷은 보는 이로 하여금 꿈을 꾸게 만든다. 하지만 쉽게 다가가기 힘든 디자인임은 사실! 이에 대한 절충안은 그녀의 조력자이자 팬인 린드라 메딘이 즐겨 입는 로지 애술린의 스트리트 룩을 통해 확인해볼 것.

|베트멍|

의심할 여지 없이 지금 이 순간, 뎀나 바잘리아가 만드는 패션계의 언어는 법이자 규칙이다. 우리는 모두 긴소매를 휘날리고 다니고, 밑단이 불규칙적으로 해진 데님을 입고 있으니까. 그의 복음대로 다가올 시즌에는 커다랗게 부풀리고 각진 어깨 혹은 한껏 움츠러든 어깨를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