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국내외에서 한국 미술이 화제에 떠오를 때마다 강한 중력의 한가운데에 단색화가 있었다. 그리고 마치 지구과학에서 빅뱅 이전을 설명하듯, 한국 추상미술의 첫 챕터는 항상 김환기로부터 출발한다. 근현대 미술사에서 알파와 같은 이름, 이우환이나 박서보 같은 단색화 화가들에 큰 영향을 끼친 수화 김환기의 작품 4백여 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대규모 회고전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다>가 부암동 환기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전쟁 때의 부산 피난기, 파리 유학 시절, 뉴욕 진출 이후까지 시대별 대표작을 아우른 이번 전시는 그의 반려자였던 김향안 여사(1916~ 2004)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다.

아티스트 강익중은 더블유와의 인터뷰에서, 뉴욕 미술계에서 어렵게 자리 잡던 시기 인생의 큰 가르침을 준 두 스승으로 백남준과 김향안을 꼽았다.“살면서 세 가지만 지키면 문제가 없을 거라고 하셨어요. 첫째 아침을 꼭 먹어라. 쓰러지지 않는 힘이 거기서 나온다. 둘째, 식당에 가면 팁을 많이 줘라. 그 사람들 뒤에는 가족이 있다. 셋째, 기회와 유혹을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와 자식에게 이전에 민족과 역사와 세계에 옳은지를 봐라. 그리고 옳다면 밀어붙여라. ” 김환기와의 재혼 이전 첫 결혼을 시인이자 소설가 이상과 했던 여자, 30 년대부터 미술평론가이자 수필가로 문단에서 활동한 엘리트 여성, 김환기와 함께 파리로 유학 가 소르본에서 미술비평을 공부한 동지였던 김향안의 통찰력과 배포를 엿볼 수 있는 일화다. 남편의 사후 그의 유작을 모으고 관리,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기념 미술관인 환기미술관을 설립해 지금처럼 관객들이 볼 수 있게 한 장본인 또한 김향안이다. 전시 타이틀처럼 사람은 갔지만 예술이, 또한 사랑이 남았다. 전시는8 월 14일까지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