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옷장을 훔쳐 입은 듯한 소녀들이 런웨이를 장악한 다른 한편에서는 진정한 우아함으로 승부를 펼친 여인을 목격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건 프다라 컬렉션. 미우치아 프라다는 1920년대의 허리선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는데, 그녀가 영감을 받은 게 그것만은 아니었다. 프린지처럼 이마를 살짝 덮은 앞머리와 두상을 따라 착 달라붙은 헤어스타일과 금빛으로 빛나는 입술은 허리선이 낮은 원피스와 만나 미아 패로가 연기한 <위대한 개츠비> 속 20년대의 풍요와 화려함을 떠올리게 했다. 언제나 클래식한 룩을 다양한 변주로 보여주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콘데나스트 뷰티 디렉터인 캐시 필립스에 따르면 그가 이번 시즌 <다운튼애비>에 빠졌다더니 은회색과 갈색빛이 감도는 아이 메이크업과 파우더리한 피붓결은 드라마 속의 우아한 헤로인을 떠올리게 했다. 그런가 하면 마치 거미의 긴 다리를 연상시키는 아찔한 속눈썹과 굵게 흘러내리는 웨이브로 20, 30년대 흑백 영화의 여주인공을 떠올리게 한 닥스의 뮤즈들도 있다.

둥근 얼굴형이거나 얼굴의 각이 도드라진 편이라면 일자 눈썹이 포인트인 동안 메이크업보다는 이런 클래식한 우아함이 깃든 메이크업이 얼굴을 더 예뻐 보이게 만드니 진부하다고 흘려버리지 말자. 아이라인은 생략한 채 속눈썹에 힘을 주거나 눈썹산을 살짝 살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