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렸다. 상쾌하고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경사가 족히 40도는 되어 보이는 인공 언덕 꼭대기, 오르막길 정상에 멈춘 운전석 시야에는 허공밖에 보이지 않았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괜찮으니 발을 떼봐요. 나를 믿고, 그리고 G 클래스를 믿고.” 독일에서 온 본사 드라이빙 팀의 오프로드 강사의 이야기는 마치 호그와트 교수의 마법 강의 한 대목으로 들렸다. 공포심을 누르고 페달에서 발을 뗐지만 고꾸라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육중한 차체는 엔진 브레이크를 걸며 깎아 지른 언덕을 부드럽게 내려왔다. 바퀴가 푹푹 빠지게 설계된 구덩이에서도 G 클래스 AMG는 가뿐하게 빠져나왔다. 허공에서 헛도는 바퀴는 제동하고, 땅에 닿은 나머지 바퀴에 힘을 분배하는 사륜구동 시스템 덕분이다. 요즘 강남의 도심에서 자주 보이지만, 이 오프로드 주행 차량이 실은 극한 상황에 가장 어울린다는 사실을 경험한 순간이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SUV 라인업에서 가장 크고 육중한 쪽에 G 클래스가 있다면, 그 반대편의 콤팩트한 끝에는 GLA가 있다. 배기량 2000cc급에 날렵한 디자인으로 도심에서의 기동성도 뛰어난 이 차는 눈길 대신 자갈과 진흙으로 구성한 슬라럼 코스에서 특히 기동성을 발했다. 한편 온/오프로드에서 모두 무난하게 어울리는 프리미엄 SUV로 사랑받던 기존의 M 클래스는 The New GLE로, 미드사이즈 SUV GLK는 The New GLC로 디자인이 풀 체인지되어 벤츠의 SUV 라인업을 완성한다. 높은 차체의 시야 확보, 넓은 실내 공간은 SUV가 가진 장점이다. 하지만 메르세데스 벤츠의 SUV를 그런 일상적인 용도로만 활용하는 건 사냥에 강한 매를 새장에 넣고 관상용으로 즐기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눈이 질척하고 대고 빙판이 꽁꽁 얼어붙은 혹독한 도로에서 벤츠 SUV 라인업은 진짜 날개를 펼친다. 아름다운 차는 언제나 필요하지만 아름답고 강한 차가 그 가치를 입증하는 건, 아무래도 혹독한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