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1회를 맞은 삼성디자인펀드(SFDF)의 수상자로 ‘혜인서’의 서혜인과 이진호가 처음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에 이어 ‘99%IS’의 박종우가 다시 선정되었다. 특정한 인물이 아닌 세대가, 이 시대의 청춘이 우리 옷을 입기를 원한다고 소리 높여 말하는 이들과 나눈 대화.

왼쪽부터ㅣ99%IS의 디자이너 박종우, 혜인서(HYEINSEO)의 디자이너 이진호, 서혜인.

왼쪽부터ㅣ99%IS의 디자이너 박종우, 혜인서(HYEINSEO)의 디자이너 이진호, 서혜인.

<W Korea> 축하한다. 첫 번째 수상도, 두 번째 수상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각자의 소감을 들려달라.
박종우 생각지도 못했다. 그저 모든 게 두 배가 되었다. 기쁨도, 책임감도, 나에 대한 엄격함도.
혜인서(서혜인+이진호) 아직까지 얼떨떨하다. 국내에서 참여하는 첫 공식 행사라 그저 기분이 좋다.

국내 활동을 늘릴 계획은 없나. 규모나 라인을 확장하거나 발전시키고 싶은 영역이 있는지 알고 싶다.
박종우 기회가 있거나 상황이 마련된다면 국내 활동도 할 생각이지만 아직은 일본에서 더 집중할 생각이다. 컬렉션을 자유롭게 변화를 준 스테디 라인을 론칭했는데, 보다 상업적으로 만든 것이다. 더불어 새로운 라인도 진행 중이다. 아마 곧 만나게 될 것이다.
혜인서 아직 1년밖에 되지 않았고, 더 자리 잡을 시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하는 방식에 따라 지금처럼 적은 인원으로 천천히 나아가고 싶다. 이번 시즌 신발을 만들어보긴 했는데, 다음 시즌에 또 나올지도 모르겠고…. 시즌마다 달라질 것 같다.

브랜드를 운영하고 디자인을 하는 데 있어 확고한 원칙 같은 게 있나? 타협하지 않는 점 같은 것?
박종우 상황에 이끌려, 또는 상황 때문에 하기 싫은 것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이를테면 판매가 어렵다고 세컨드 라벨을 만드는 것과 같은 일?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기 위해 내가 하는 일을 아주 잘하는 수밖에 없다. 그걸 지키려다 보니 갈수록 노력의 범위가 커진다.
혜인서 규모가 점점 커지는 데 대한 두려움이 있다. 지금은 친구끼리 모여서 예쁘다는 것을 하지만, 거대한 자본이 개입된다면 우리가 컨트롤하기 어려우니까. 지금은 우리의 방식대로 나아가고 싶다.

디자인 영감을 어디서 얻나? 디자인을 발전시키는 과정에 대해서 알고 싶다.
박종우 어떤 환경에서 영감을 얻기보다는 주제를 정해 영감의 소스를 얻으러 떠난다고 해야 하나. 예를 들어 지난 시즌엔 셜록 홈스에 빠져 영국으로 떠났다. 소설 속에 나오는 곳을 한 달 동안 보고 직접 느낀 것을 풀어보았고, 블랙 하와이를 주제로 잡았을 때는 하와이로 떠나 일주일 동안 노숙하면서 접한 것을 컬렉션에 담았다.
혜인서 우리에겐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컬렉션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옷으로 표현한달까. 일본 폭주족 사진에 매료되어 계속해서 서치하며 아이디어를 확장했다. 고스족, 일본 애니메이션, 아키라, 세기말… 이런 식으로.

자신의 디자인 철학과 대중이 원하는 것을 어떤 식으로 절충하는지.
박종우 대중을 위한 옷을 만들진 않는다. 대중이 원하는 것을 일부러 안 하기도 한다. 브랜드 이름인 ‘99%IS’도 사람들이 잘 모르고 알아도 별 관심 없는 1%의 문화가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으니까.
혜인서 앤트워프는 전위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데, 작품으로서만 기능하는 옷을 보다 보니 입을 수 있는 옷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사고 싶은 옷은 우리가 지향하는 바다. 그런 까닭에 대중이 원하는 요소와 절충을 많이 한다.

두 팀 모두 레터링을 강조한 디자인이 강점이다. 레터링의 매력은 무엇인가. 단어 선택의 기준 같은 게 있나?
박종우 지금 흐름을 봤을 때, 가장 명확한 방법으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게 레터링이라고 판단했고, 예상이 어느 정도 적중했다. 선택의 기준은 가장 쉽고 누구나 아는 것으로!
혜인서 스투시와 같은 스트리트 브랜드의 무드를 차용하고 싶었다. 일부러 의도한 건 아니지만. 강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해볼까?(웃음) 유명해진 FEAR(피어) 컬렉션도 사실 뉴욕 컬렉션 때 원피스밖에 없어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만든 거다. 생각보다 큰 반응이 와서 의외였다. 앞으로도 계속 사용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시즌 콘셉트를 반영한 단어를 선택한다.

신진 디자이너들은 룩북으로 브랜드의 콘셉트를 명확히 전달한다. 룩북을 만들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박종우 함께 만드는 사람들? 지금까지 룩북 여덟 개를 찍었는데, 사진과 스타일링 모두 친구들이 했다. 내 생각과 상황을 가장 잘 알고 표현해줄 수 있으니까.
혜인서 모든 과정이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 껄렁껄렁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은데 어색한 모델을 쓰고 싶지 않다.앤트워프에 있는 친구들의 일상을 이진호 디자이너가 직접 찍는다. 놀 듯이.

계획하고 있는 재미있는 일은?
박종우 일본 쇼룸을 새로운 곳에 마련할 계획이다. 그게 지금 가장 두근거린다.
혜인서 파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계획하고 있다. 옷을 선보일 공간도 마련하고 싶다.

당신의 옷을 어떤 사람이 어떻게 입기를 원하는가?
박종우 사람이 아닌, 세대. 이 시대의 청춘이라고 할까. 그걸 보고 나이 든 아저씨가 입어도 좋다. 그들이 즐기는 모습도 멋지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혜인서 유스(Youth). 아직 어려서 그런가. 중학교 다닐 때는 중학생만 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 또래가 입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