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환상을 좇는 화려함과 이에 가려진 어두운 부분이 공존하는 패션계이기에, 그 안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는 이들을 담은 다큐멘터리 필름은 늘 흥미롭다. 지난 25년간 인물에 초점을 맞춰 제작된 웰메이드 패션 다큐멘터리 12선.

 

<아이리스>, 2014
감독:앨버트 메이슬리스
주연:아이리스 아펠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앨버트 메이슬리스가 만든 아이리스 아펠의 다큐멘터리. 1921년생인 아이리스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패션 컬렉터다. 과감한 컬러 믹스와 액세서리 레이어링으로 대변되는 드라마틱한 룩으로 그녀는 시대의 패션 아이콘이 되었다. 영화는 그녀의 열정적인 일상을 섬세하게 좇으며, 70년 가까이 결혼 생활을 이어온 칼 아펠과의 이야기도 따뜻하게 담았다. 국내 개봉은 아직 미정이다.

<디올 앤 아이>, 2014
감독:프레데릭 청
주연:라프 시몬스
존 갈리아노가 디올 하우스를 갑자기 떠난 뒤 바통을 이어받은 라프 시몬스. 그의 데뷔쇼인 2012 가을 쿠튀르 쇼를 준비한 8주간의 고군분투가 긴박하고 아름답게 담겨 있다. 지난 8월 6일 국내 정식 개봉한 뒤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마드모아젤C>, 2013
감독:파비앙 콩스탕트
주연:카린 로이펠드
‘파리 보그=카린 로이펠드’로 여겨질 정도로 성공적인 편집장의 길을 걸었던 카린 로이펠드가 이를 떠나 자신의 잡지 을 론칭하는 과정이 주요 내용. 국내엔 2014년 1월 정식 개봉되었다.

 

<패션 여제, 다이애나 브릴랜드>, 2011
감독:리사 이모르디노 브릴랜드,
벤트-요르겐 펄뮤트, 프레데릭 청
주연:다이애나 브릴랜드
‘레전설’ 패션 에디터 다이애나 브릴랜드의 삶을 다뤘다. 그녀가 1983년 80세의 나이에 작가 조지 플림튼에게 자신의 전기를 쓰는 것을 도와달라고 하고 나눈 긴 대화 녹음본을 바탕으로 그녀와 동료들의 인터뷰, 오래된 사진, 영상을 엮어 만들었다. 감각적인 편집으로 유명한데, EBS국제다큐영화제(EIDF)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이브 생 로랑의 라무르>, 2010
감독:피에르 소레톤
주연:이브 생 로랑
이브 생 로랑의 삶을 피에르 베르제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조망하는 다큐멘터리. 특히 이브가 세상을 떠난 뒤 함께 모았던 미술품을 정리하는 피에르의 모습이 길고 긴 여운을 남긴다. 베티 카트루스, 루루 드 라 팔레즈 등 70년대 최고 모델들의 전성기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큰 재미. 2011년 아트하우스 모모 등 예술 영화 상영관을 중심으로 정식 개봉했다.

<빌 커닝햄 뉴욕>, 2010
감독:리처드 프레스
주연:빌 커닝햄
빌 커닝햄이 없는 패션위크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그는 아이코닉한 패션 포토그래퍼이자 전무후무한 1세대 스트리트 사진가다. 그의 행적을 좇는 다큐멘터리에는 그가 만나는 수많은 유명 인사와 패션 피플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의 눈빛이 보여주는 따스함과 경외감만 봐도 이 다큐멘터리가 빌을 기리는 찬사의 영화임을 알 수 있다. 국내에선 정식 개봉하지 않았다.

 

<셉템버 이슈>, 2009
감독:R. J. 커틀러
주연:안나 윈투어
미국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와 편집부가 1년 12권의 책 중 가장 중요한 9월호를 만들어가는 이야기. 영화적인 화보로 유명한 세계적인 패션 에디터 그레이스 코딩턴의 실제 화보 촬영 과정이 담겨 있어 더더욱 매력적이다. 2010년 1월 말 국내 개봉 후 수많은 에디터들이 영화관을 찾았다.

<애니 레보비츠: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 2008
감독:바바라 레보비츠
주연:애니 레보비츠
패션과 관련된 인물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영화는 세계적인 사진가 애니 레보비츠의 사적인 부분을 면밀하게 다룬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많은 이들이 영화 속에 자주 언급되는 그녀의 연인 수전 손택의 책을 사러 서점으로 향하기도. 2009년 여름 국내 첫 개봉한 뒤 2013년 겨울 재개봉했다.

<발렌티노: 마지막 황제>, 2008
감독:맷 타이노어
주연:발렌티노 가라바니
발렌티노 가라바니는 1959년 첫 부티크를 열었고, 2008년 봄 오트 쿠튀르 쇼를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집중 촬영되었다. 마지막 컬렉션을 준비하는 모습과 50년간 함께해온 지안카를로 지아메티와의 깊은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45주년 행사에 온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포옹하며 눈물 흘리는 모습은 ‘거장은 위대하다’는 진리를 곱씹게 만든다. 국내엔 정식 개봉하지 않았다.

 

<라거펠트 콘피덴셜>, 2007
감독:로돌페 마르코니
주연:칼 라거펠트
칼 라거펠트는 현재 가장 아이코닉한 패션 디자이너다. 하지만 신비주의를 추구하기 때문에 정작 그의 개인적인 삶에 대해선 많이 알려진 부분이 없는 것이 사실. 감독 로돌페 마르코니가 직접 진행한 라거펠트 인터뷰가 가장 큰 축을 이루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라거펠트의 진솔한 부분이 많이 드러나 있다. 그의 집이 여과 없이 공개되며 어머니에 관한 기억, 동성애에 관해 이야기하는 부분 등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 모습이 담담하게 담겨 있다. 국내엔 여전히 정식 개봉 일정이 없다.

<언지프>, 1995
감독:더글라스 키브
주연:아이작 미즈라히
1994 S/S 시즌 최악의 컬렉션으로 혹평받은 디자이너 아이작 미즈라히. 실의에 빠진 그가 이를 극복할 F/W 컬렉션을 준비해가는 과정을 좇는다. 영감을 찾아 떠나는 과정부터 이를 발전시키는 모든 과정이 담겨 있다. 크리스티 털링턴, 나오미 캠벨, 린다 에반젤리스타, 신디 크로퍼드 등 90년대 슈퍼모델들이 최전성기 때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도 매력 포인트 중 하나. 대미를 1994 F/W 런웨이가 장식하는데, 본 뒤에 묘한 여운이 남는다. 1995년 <피플>과 <롤링스톤>이 그해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1997년 여름, 국내 정식 개봉했다.

<도시와 옷에 놓인 공책>, 1989
감독:빔 벤더스
주연:요지 야마모토
퐁피두 센터로부터 패션에 관한 다큐멘터리 제작 의뢰를 받은 빔 벤더스가 선택한 대상은 재킷과 바지를 입어본 뒤 그 철학적인 미학에 호감을 느낀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다. 파리와 도쿄를 오가며 촬영했는데, 만들어진 당시에는 정적인 지루함 덕에 혹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파리, 텍사스>의 빔 벤더스, 그리고 80년대의 요지 야마모토라니! 꼭 한 번 볼 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