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계절을 위한 술은 역시 시원한 맥주다. 비교적 최근에 출시된 수제 맥주 가운데서 여름에 특히 잘 어울릴 한만 제품을 꼽아봤다.

1 앤더슨 밸리 서머 솔스티스
앤더슨 밸리의 제품 라벨에는 특이하게도 사슴 뿔이 달린 곰이 등장한다. ‘곰(bear) + 사슴(deer) = 맥주(beer)’라는 브루어리 대표의 복고풍 유머에서 탄생한 마스코트라고. 하지라는 의미의 서머 솔스티스(Summer Solstice)는 여름에만 한정 생산되는 제품이다. 알코올 함량은 5도로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인데 상대적으로 단맛이 강하기 때문에 취향을 탈 수 있다.

 

2 이블트윈 브루잉 힙스터 에일
최근 들어 캔맥주에 대한 인식이 재고되는 분위기다. 제조 공정이 개선되면서 ‘쇠 맛이 난다’는 트집 역시 줄어들고 있으며,
무엇보다 자외선 차단에 있어서는 캔이 병보다 월등하다. 미국 동부 양조장에 생산을 의뢰하고 있는 집시 브루어리인 이블트윈은 소위 ‘글로벌 힙스터’를 겨냥해 청량음료처럼 디자인이 알록달록한 이 제품을 내놓았다. 그런데 온갖 유행은 청개구리처럼 거스르고 보는 진짜 힙스터라면 이렇게 노골적인 네이밍은 피해갈 것 같기도 하다. 알코올 함량은 5.5도.

 

3 스피크이지 메트로폴리스 라거
한국에서 에일이 월등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무더운 여름에는 깔끔하고 가벼운 라거도 잘 어울린다. 스피크이지의 메트로폴리스는 라거치고는 홉의 풍미가 강한 편이라 완고한 에일 애호가들마저도 만족시킬 만한 제품이다. 1930년대풍 일러스트레이션을 활용한 라벨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4 듀벨 트리플 홉 2015
벨기에 브루어리인 듀벨의 제품은 보통 사츠홉과 스트리안 골딩홉, 이렇게 두 종의 홉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홉을 추가하는 소량의 한정판 역시 매년 생산하고 있는데, 이를 트리플 홉 에디션이라 부른다. 에퀴녹스 홉이 첨가된 2015년 제품은 향이 강하고 알코올 함량도 9.5도로 상당히 높다. 깊은 여름밤에 진하게 취하고 싶을 때 한 병을 따면 되겠다.

 

5 벨데 나투르 라들러
독일어 단어인 ‘라들러(Radler)’는 본래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레몬수를 섞어 만든 맥주’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마신 뒤 곧장 자전거를 타도 될 만큼 도수가 낮기 때문. 병 모양이 독특한 벨데 브루어리의 나투르 라들러는 알코올 함량이 겨우 2.4도밖에 안 되는 데다 맛도 청량해서 더운 여름철에 마시기에도 부담이 없다.

 

6 미켈러 + 더부스 대강 페일에일
덴마크의 집시 브루어리 미켈러가 한국의 더부스와 협업해 만든 제품이다. 더부스의 공동 대표인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 대니얼 튜더는 한때 “한국 맥주는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발언을 해서 화제를 모았는데, 네이밍 역시 이 해프닝에서 유래했다. 사실 최초의 명칭은 ‘대동강’이었지만 식약청에서 기존의 상품명과 중복이 된다며 제동을 거는 바람에 갑작스레 ‘대강’으로 변경을 했던 난처한 사연이 깃든 맥주이기도 하다. 페일 에일이긴 하나 한국인의 취향을 반영해 홉의 풍미를 강조했으며 탄산감이 꽤 강한 편이다. 알코올 함량은 4.6도.

 

7 밸러스트 포인트 이븐 킬 세션 IPA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영국 군수품 제조 노동자들은 하루 두 차례씩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휴식 시간을 허락받았다. 여기서 유래한 세션 IPA는 일과에 지장을 주지 않을 만큼 도수가 낮고 맛이 가벼운 제품군이다. 밸러스트 포인트의 스컬핀, 빅아이, 혹은 칼리코 등이 마음에 들었다면 이븐 킬을 시도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세션 IPA답게 알코올 함량이 3.8도 정도라 점심 식사 후 아이스 커피 대신 한 병을 차게 들이켜고 싶어질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