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유가 불러모은 각광받는 신진 디자이너들. 그중 동일한 목소리를 내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누군가는 글로벌한 행보를 꿈꿨고, 또 누군가는 위대한 디자이너가 되려는 게 아니라 그저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나둘 이뤄갈 뿐이라고 말했다. ‘신진’이라는 꼬리표 대신 ‘젊음’이라는 기지로 다가설 수 있기에 아직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것도 많은 이들. 그저 오롯이 자신의 브랜드로서 오늘에 존재하고 내일을 준비해가는, 우리가 열띠게 불러주어야 할 이름들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지킬 건 지킨다

오랫동안 남성복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탄탄히 디자인의 기본과 가치관을 다져온 디자이너 하동호. 10년 차 신진 디자이너가 2013년부터 소윙바운더리스(Sewing Boundaries)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통해 선보이려는 것은 여느 온라인이나 SPA 브랜드와는 확연히 다른 디자인 철학, 웨어러블하지만 퀄리티를 포기하지 않는 담대함이다.

 

 

1. 그래픽적으로 표현한 연탄 구멍과 발화 과정의 색상 변화를 표현한 F/W 시즌 룩.2. 컬러 블록의 롱 코트를 모던하게 스타일링한 F/W 컬렉션 룩북.

1. 그래픽적으로 표현한 연탄 구멍과 발화 과정의 색상 변화를 표현한 F/W 시즌 룩.
2. 컬러 블록의 롱 코트를 모던하게 스타일링한 F/W 컬렉션 룩북. 

 

 

얼마 전, 서울패션위크 쇼를 통해 데뷔전을 치렀다. 

사실 처음이라서 반응이 좋은지 나쁜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나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 분야에서 일 해오다 보니 지인들은 ‘아유 고생했다. 옷이 너무 좋았다’ 등 일단 칭찬을 건넸지만 다음 시즌에는 냉정한 평가가 올 것 같아서 부담된다(웃음).

브랜드를 론칭하기 전, 디자이너 경력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학교를 졸업한 뒤 동대문에서 여성복으로 시작했다. 2005년 즈음 서은길 디자이너의 길 옴므에서 남성복을 시작해 3년 정도 뒤엔 강동준 실장님의 디그낙에서 팀장으로 일했다.

브랜드의 이름을 보면 재단이나 테일러링을 강조할 듯하다.

사실 소윙바운더리스는 봉제보다는 경계의 뜻을 담은 것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마치 랄프로렌 브랜드처럼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자 한다. 그리고 넉넉한 핏으로 편안함을 안겨주는것도 내겐 중요하다.

경계를 없앤다는 뜻인가?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입을 수 있는 옷을 지향하면서 말이다.

그렇다. 현재는 20~30대 남녀가 가장 큰 지지층이다. 기본적으로 남성복이긴 하지만 유니섹스를 표방하며, 앞으로 베

이비 라인과 여성복도 전개할 예정이다.

요즘 신진 디자이너들은 콘셉트가 분명하고 감도 있는 룩북으로 컬렉션의 주제를 명확히 전달한다. 소윙바운더리즈의 룩북 역시 눈에 띄는데 어떤 주제로 풀어냈나?

이번 F/W 시즌 주제가 연탄이다. 그래서 배경을 연탄 창고 느낌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의상에 연탄 구멍을 모티프로 한 도트 프린트를 표현하고, 발화 과정에서 변하는 색상을 보여주고자 했다.

흥미로운 주제다. 이전의 컬렉션 주제도 궁금하다.
이번이 다섯 번째 컬렉션인데, 첫 번째는 일단 소윙 바운더리스의 아이덴티티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고 브랜드명을 주제를 정했고, 두 번째는 ’On a Rainy Day’라는 주제로 비가 오는 듯한 사선의 줄무늬를 표현했다. 그리고 세 번째 컬렉션을 디자인할 당시 세월호 사건이 터졌기에 손가락을 교차해 상대의 행운을 비는 손동작을 모티프로 한 ‘Good Luck To You’를 주제로 잡았다. 이처럼 스토리를 넣어 디자인하는 법을 디자이너 브랜드를 경험하며 배웠고, 이야기를 풀어 패션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즐겁다.

혹시 다음 시즌 콘셉트도 이미 정해졌나?

하고 싶은 주제가 너무 많아서 고민이다. 사실 2016 F/W 시즌 까지 이미 주제를 정했다(웃음). 살짝 언급하자면 일단 다음 2016 S/S 시즌의 주제는 멋진 스카프를 한 보이스카우트를 동경하는 아람단 소년이다.

소윙바운더리스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오프라인 편집숍으로는 에스팀이 운영하는 믹샵과 에이랜드 프리미엄 매장 등이 있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소개하는 대부분의 패션 온라인 숍에도 입점해 있고 말이다. 중요한 건 언젠가 소윙바운더리스의 자체 온라인 몰로 고객을 모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직면한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면?

요즘 많은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세컨드 브랜드를 론칭하고 있다. 수익성이 좋은 마케팅이 되긴 하겠지만 나는 세컨드 브랜드를 내고 싶지 않다. 대신 컬렉션 라인을 합리적인 가격에 팔아서 보다 많은 이들이 디자이너 브랜드의 컬렉션을 직접 입고 느끼게 하고 싶다. 디자이너 브랜드만의 희소성의 가치,그 특별함과 고유함은 절대로 희석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브랜드만의 고유한 매력을 지키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 있다면?

특징적인 핏을 선보이려고 노력했다. 브랜드를 준비하는 1년 동안 실루엣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말이다. 디그낙에서 테일러링의 기본기를 제대로 배운 것이 도움이 되었다. 한 컬렉션을 위해 적어도 두세 가지 원단을 개발하고, 사람들이 직접 사서 컬렉션 룩을 봤으면 하는 바람으로 가격도 최소한을 유지했다.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욕구에 무작정 따라가지 않도록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지킬 건 지켜나가고자 했다.

지속 가능한 패션
모스카(Mosca)의 디자이너 오유경은 지금까지 천연 가죽과 동물의 퍼를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다. 그녀는 옷 안에 신념을 담았다. 그리고 다가올 또 다른 인생의 소중한 터닝포인트를 통해 희망적인 미래를 꿈꾸고 있다.

 

1. 잘린 돌이 지닌 반짝이는 단면에서 영감을 얻어 메탈릭한 인조 가죽 장식을 더한 인조 퍼 코트를 선보인 F/W 컬렉션 룩북.2. 단층을 표현하기 위해 클래식한 아란 니트 소재 풀오버에 부분적으로 다른 질감과 색상의 특수사를 적용해 유니크한 분위기를 더한 F/W 시즌 아이템. .

1. 잘린 돌이 지닌 반짝이는 단면에서 영감을 얻어 메탈릭한 인조 가죽 장식을 더한 인조 퍼 코트를 선보인 F/W 컬렉션 룩북.2. 단층을 표현하기 위해 클래식한 아란 니트 소재 풀오버에 부분적으로 다른 질감과 색상의 특수사를 적용해 유니크한 분위기를 더한 F/W 시즌 아이템. .

 

 

 

지난 시즌까지 서울 패션위크에 참여했다고 알고 있다.

지금까지 제너레이션 넥스트 쇼에 세 번, 프레젠테이션 쇼에 한 번 참석했다. 이번에 서울 컬렉션 본쇼에 올라가야 하는데 임신 중이어서 아쉽게도 이번에는 쉬고 출산 후에 쇼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메인 쇼에 올라가기 직전이라 기대가 컸는데 많이 아쉽다.

F/W 컬렉션의 주제는 무엇인가?

뭔가 너무 멋지고 패션적인 코드는 부담스럽다. 대신 일상적인 것에서 특별함을 찾는 것이 브랜드의 모토다. 그래서 이번 시즌 주제 역시 이에 걸맞은 돌이다. 길에서 주운 돌의 단면을 확대해서 현미경으로 관찰했더니 매우 아름답더라. 그래서 니트를 통해 잘라진 돌의 결정처럼 반짝이는 표면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 의상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현재 메인 룩은 모두 홍콩 쇼룸에 가 있다.

홍콩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나?

매 시즌 서울 컬렉션을 할 무렵, 모든 컬렉션 착장을 2피스씩 만든다. 그래서 한 세트는 홍콩 쇼룸에 바로 보내는데, 이 쇼룸은 프리마돈나와 마가린핑거스 등 한국 디자이너 팀으로 엮인 런웨이 워크샵이라는 쇼룸이다. 패션위크에서 세 번째 프레젠테이션 쇼를 열었을 때, 그쪽에서 쇼를 보고 연락을 해왔다. 지금은 홍콩의 아이티나 하비 니콜스 백화점 바이어를 비롯해 홍콩을 찾는 세계 각국의 바이어를 통해 모스카의 룩을 가장 많이 판매해주는 든든한 디스트리뷰터 역할을 하고 있다.

 

브랜드의 비전을 보기에 국내와 해외 중 어디 시장의 전망이 더뚜렷한가.

현재는 해외 판매 쪽이 더 잘되고 있다. 홍콩에서는 국내에 비해 좀 더 개성 있는 룩이 호응을 얻는 편이다. 국내 시장에 맞춰 평이하게 디자인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판매는 조금 오르더라도 브랜드 인지도는 더 떨어지지 않을까. 더 강한 브랜
드의 색을 낼 것인지, 아니면 조금 더 유연하게 국내 시장을 공략할 것인지 아직도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고민이 되고 그 과정에서 도전을 통해 수업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영역이 있나?

리빙 쪽에 관심이 있고 소재 개발을 좋아한다. 그래서 원단을 담요 등의 디자이너 감성이 담긴 패브릭으로 확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실제로 니트를 이용해 이번 컬렉션을 위한 러그를 만들기도 했다. 이처럼 컬렉션 소재는 대중적 소재를 활용하거나 때론 핸드크래프트 의 직조까지 신경 쓴다거나 하는 식으로 가벼움과 무거움을 조화롭게 연출하고 있다.

진짜 모피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여전히 확고한가?

물론이다. 원래는 가죽을 쓸 돈도 없고 퍼도 너무 비싼데 굳이 사용해야 할 이유가 없어서 시도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가볍고 개성 있는 페이크 퍼를 이용한 F/W 쇼를 선보였다. 가죽 역시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다. 사실 가죽은 기능적으로 견고해야 하는 슈즈나 의상의 특정 부분엔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언젠가 가죽을 사용할 때가 온다면 최소한의 부분에만 쓸 것 같다. 가죽을 사용함으로써 누군가 내 옷을 더욱 오래 입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닐까. 환경이 먼저인지, 동물의 생명이 먼저인지, 어려운 문제다.

요즘 신진 디자이너들은 디자이너의 고집과 대중이 원하는 것을 현명하게 절충하는 것 같다.

일단 자금이 부족해서 그렇게 되는게 아닐까(웃음). 집안의 도움 없이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진짜 힘들다. 모든 마케팅과 영업, 홍보 관련 일을 처리하는 게 특히 쉽지 않다. 때로 돈은 시간을 벌어주기도 하는데 전문가에게 그런 일을 맡기고 난 더 깊이 있게 디자인만 발전시키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금전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디자이너 본연의 일에 투자해야 할 시간이 종종 부족해 아쉽다.

처음부터 자신의 브랜드를 갖는 것이 꿈이었나.

어린 시절 패션 디자이너 말고는 꿈이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말이다. 자연스레 패션 스쿨에 가고 회사에 들어갈 이력서도 한 번 쓰지 않은 채, 나의 컬렉션을 시작했다. 그런데 열심히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 패션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게 뭔지 곰곰 생각해보니까 가능성을 더 열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예전에는 ‘이런저런 패션 디자이너가 되어야지’였다면 이젠 이렇게 저렇게 해보며 나 스스로를 실험하고 있다.

디자인할 때 입는 사람의 캐릭터를 떠올리곤 하나?

이 옷을 입는 사람이 실질적으로 어떤 사람인지 라이프스타일까지 떠올릴 때도 있고 완전히 무시할 때도 있다. 입는 이를 고려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배려하는 것이고 또 상업적인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떨 때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주제로 특정 인물을 떠올리지 않고 생각을 담아내기도 한다. 이 옷을 어떻게 입어라고까지 관여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 요즘 드는 생각은 패션을 하나의 서비스업으로 본다면 좀 더 친절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어떤 느낌의 브랜드로 키우고 싶은가?

처음엔 중성적인 분위기의 룩을 선보였는데 점차 여성적인 부분을 갖게 되었다. 사실 난 나와 함께 늙어가는 브랜드를 만들기 싫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관심사가 변해가더라도 초심대로 늘 젊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의식적으로 여성스러워지지 않으려고 해도 디자이너의 영향을 받게 되더라. 다만 지금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언제나 신선함을 유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