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섹시한 남자들은 수트를 입는 대신 앞치마를 두른다.
TV를 통해 새삼스럽게 재조명되고 있는
5명의 요리 고수에게 5명의 여성 필자가 주문한 메뉴는 다음과 같다.

일상의 끼니, 차승원

 

그가 만재도 해물을 넣어 수제 짬뽕을 끓였을 때는 ‘제법 하는데?’ 생각했다. 우럭 세 마리와 홍합으로 수제 어묵을 튀기자 나도 모르게 TV 앞에 다가가 앉았다. 어촌 집의 아궁이로 오븐을 짓고 식빵을 바삭하게 구웠을 때는 탄성을 질렀다. 유명한
기사식당에서 전수받았다는 “고추장 쓰지 않는 제육볶음”이 번지르르한 빛깔로 방송에 나가고 며칠 후 인스타그램에는 차줌마 레시피의 제육볶음 사진을 여럿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 평범하게 화려한 온갖 집밥 요리의 향연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그의 음식은 콩자반이었다. 동거인인 참바다 씨가 사전 미팅에서 콩자반을 좋아한다고 했던 걸 기억하고 있었던 그는 콩을 5시간 불려 콩자반을 만들었다. 필터를 끼워 사진을 찍어놓는대도 팬시한 음식으로 변모하기는 어려운 콩자반이지만 평소에 꾸준히 집밥을 만들어본 사람만이 알고 있는 디테일이다.

 

차승원이라는 남자의 매력에 대해서 말을 보탠다는 것은 잉여적행위다. <무한도전>에서 몸짱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보여준 탄탄한 근육, <시티 홀>이나 <최고의 사랑>에서 보여준 순정, 그리고 <신라의 달밤>이나 <이장과 군수>에서 나타난 코미디의 재능까지 이미 대한민국은 그의 강점을 익히 알고 있다. 개인사에서 드러난 가정에 헌신적인 모습까지 더해져 이 남자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지 CIA에 의뢰해야 하지 않을까 싶던 차, 그는 차줌마로 돌아왔다. 다른 이들을 먹이고 보살피는 그를 방송에선 엄마라 불렀다. 가정에서 엄마의 일을 하기 위해서 굳이 생물학적인 여자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그는 섹시한 뇌만 돌리는 남자보다도 훨씬 섹시했다.

 

요리하는 남자, 개스트로섹슈얼은 물론 근사하지만, 나는 번쩍이는 TV 세트나 번드르르한 주방에서의 셰프에게는 치열한 현장에서 일하는 프로페셔널리스트로서 매혹되었을 뿐이다, 링 위에서의 파이터나 사무실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무원이 멋질 때처럼. 하지만 <삼시세끼>에서 계량 없이 느낌대로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한 후 꼼꼼하게 물기까지 훔치는 차승원에게서는 먹고사는 일상에서 자기 몫을 충분히 해온 남자의 대수롭지 않은 일상성이 풍긴다. 요리를 포함한 생활에서 내가 진득하게 바라는 것은 이런 게 아닐까? 세련된 프렌치 요리, 예쁜 디저트도 좋지만 하루의 끼니를 넘길 수 있는 성실하게 예사로운 밥.

 

그리하여 내가 먼 훗날까지도 기억하는 요리란 이벤트가 아닌 매일의 밥을 기꺼이 나눠 할 마음이 있는 남자가 차린 상이다. 차승원 씨, 저는 오징어채볶음과 파래무침을 잘 먹어요. 고깃국은 먹지 않는 대신 조개탕은 좋아하죠. 너무 매운 건 싫지만 조미료에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텃밭의 봄동 뽑아서 겉절이로 먹을까요. 늦게까지 일했지만 오늘도 성과는 없이 처진 어깨로 돌아온 어느 저녁, 이런 밥상을 만날 수 있다면 삶은 봄날의 바람만큼은 가벼워질 것도 같은데.

 

허세의 품격, 최현석

 

부모님과 함께 살 때, 엄마는 늘상 ‘있는 거 먹자’ 하셨는데, 혼자 사는 지금은 먹을 만한‘있는 거’가 별로 없다. 냉장고 입장에서도, 우리 집 냉장고 노릇은 지루할 것이다. 늘 보던 식재료만 들어오니까. 여기 머무는 식재료들은, 냉장고 안에서도 데면데면하고, 밖에 나와서도 서먹하다. 함께 어울려 조화롭게 하나의 음식으로 승화되는 일 없이, 대부분 처음의 모습 그대로 각자도 생(?)하다 생을 마친다. 독립 생활 초창기, 두부니 호박 같은 식재료의 팔할을 버리면서, 찌개도 국도 혼자 사는 사람에겐 사치인가 싶었던 의기소침적 각성이 생생하다. 요즘 냉장고 문을 열 때,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냉장고를 부탁해>의 맹주, 최현석 셰프다. 앞치마를 척, 두르는 그 순간부터, 진지하지만 허세롭고, 빠르면서도 여유로운, 어쩐지 우아한 검투사 같은 그 사람의 큰 키와, 손동작이, 그 요리들이 가끔 생각난다.

 

최현석은 최근 승률이 좋다.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결국 삼성이 우승하는 것이 지난 몇 년간의 야구판인데, 그러니까 삼성 라이온즈처럼, 최현석은 느긋하게 천천히 치고 올라온다. 리그의 성격이 다소 불분명하다는 것이 프로그램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간혹 사회인(=김풍 작가) 야구팀과의 대결에도 전력을 다하는 최현석에게선 어쩐지 제작진의 마음 같은 것이 느껴진다. 요리 중인 다른 셰프들이 지금 무슨 작업을 하고 있는지를 해설해주고, 아티초크가 없으면 그냥 당근을 써도 된다던가, 부지런히 바지락을 손질하면서도, 시장에서 이미 손질된 바지락을 사는 게 좋다고 얘기해주는것도 그의 몫이다. 물론 대본이 없지는 않겠지만, MC 김성주-정형돈의 강력한 서브를 대등하게 받아내는 것은 거의 대부분 최현석의 역할이다. 이따금 ‘야간매점’에 나올 법한 메뉴가 승리를 가져갈 때도 있지만, <냉장고를 부탁해>의 품격을 견인하는 근본적인 엔진은 최현석이다. 허세롭게 소금을 뿌리거나 강력한 스냅으로 팬을 돌려대는, 안 나오면 허전할 것 같은 특유의 세리모니를 과시하는 유일한 출연자도 그다. 자신감과 겸손함이 희한하게 공존하는 캐릭터랄까. 혼자서도 충분히 빛나지만, 함께 빛을 낼 줄 아는 어른, 씩 웃으며 어깨를 쳐주는 큰오빠 같다. ‘어때? 요리 재밌지 않아?’ 물어보는 것 같다.

 

물론 그 재미있어 보이는 요리는 여전히 내게 ‘아스라히’ 먼 것이다. 최현석에게 굳이 스산한 우리집 냉장고를 보여주면서 어디 뭐가 나오는지 봅시다 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공복으로 그의 레스토랑에서, 셰프의 추천 요리를 여유있게 먹고 싶다. 볕 좋은 봄날, 한산한 평일 오후라면 더욱 좋겠고. 다만 스테이크에는 그가 방송에서 선보였던 비비빅 소스를 써줬으면 좋겠다. 그날 혹시 셰프와 잠깐 이야기할 시간이 있다면, 정중하게 물어보고 싶다. 퇴근이 자주 늦는 독거싱글이 일주일치 장을 본다면, 장바구니에 꼭 담아둘 만한 식재료는 대체 무엇인지를.

즐거운 부엌, 박준우

 

나는 박준우가 처음 등장한 순간부터 그를 좋아했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 시즌 1>의 예선, 다들 인생이 걸린 듯 요리하고 탈락을 눈물로 마무리 짓고 있을 때 그는 요리를 하다 말고 꼴깍꼴깍 벨기에산 맥주를 마셨다. 요리하다가 남은 이 아름다운맥주를 절대 남길 수 없다는 식재료 사랑(?)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게다가 나의 삐뚤어진 성격에 필사적으로 열심인 사람은 영 불편했다. 심사위원이었던 김소희 셰프가 맥주를 마신 거냐고, 그런 자세로 요리를 하겠다는 거냐며 매섭게 가르칠 때도 ‘아, 그래요? 그건 몰랐네….’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박준우야말로 나의 눈을 하트로 만들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그가 우승 후보가 되었을 때 나와 그가 같은 편이고 나머지는 적인 것 같은 동지 의식을 느끼기까지 했다. 나는 본능에 충실하게 맥주병을 비우는 그의 모습에서 그가 인생에서 무엇을 어떻게 즐기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리를 하다가 패닉에 빠져 혼잣말로 중얼중얼 레시피를 되짚어가고, 두 손을 허공에 흔드는 모습은 반전 매력이었다. ‘쿨시크’ 해 보이는 남자가 갑자기 불 앞의 버터처럼 녹아내리는 모습이 묘하게 섹시했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나는 박준우에게 이런 요리를 주문하고 싶다. 하나, 요리 과정이 아주 길고 복잡할 것. 테이블에 두 발을 올린 자세로 의자에 앉아 술을 홀짝거리며 그의 패닉과 굴복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어야 한다. 둘, 요리에는 반드시 알코올이 들어갈 것. 좋은 벨기에산 맥주나 프랑스산 레드 와인이 좋겠다. 요리에는 반 컵 정도만 넣고 나머지는 둘이 나눠 마시다가 결국 요리가 끝날 때쯤엔 이미 취해 있을 수 있도록 말이다. 셋, 반면 재료는 최고의 퀄리티로 완벽하게 준비해두고 싶다. 냉장고를 털어서 근사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보다는 카운터탑에 줄 맞춰 올려놓은 식재료를 보며 함께 감탄하고 싶다. 이거야말로 요리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훌륭한 전희니까. 그리고 그는 그걸 즐길 줄 알 테니까. 마지막으로 메뉴는 어쩐지 섹시한 걸로 하고 싶다. 이걸 다 먹고 나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것. 아마 박준우는 그런 메뉴를 20개쯤 알고 있을 것 같다.

 

아, 더는 못 쓰겠다. 이 좁은 서울 덕분에 나는 어쩌다 박준우와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그와 친구가 된 덕에 나의 판타지 상대를 하나 빼앗긴 느낌이 든다. 그런데 사실 박준우는 내가 생각한 모습 그대로의 사람이긴 하다. 와인과 맥주를 몸서리치게 좋아하고, 맛 하나하나를 사랑하며, 하루에도 12번 ‘무너져내려서 징징거리는’ 귀여운 남자. 만약 나에게 오직 세 번의 식사만이 남아 있다면 그중 한 번은 박준우와 함께 하고 싶다. 성적 긴장감이 흐르는 메뉴는 이젠 소용없지만 훌륭한 음식을 제대로 즐기기엔 그만한 사람이 없으리라 자신한다. 그를 알고 보니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아서 나는 나를 칭찬했다. 음식은 사람을 말해준다. 음식을 어떻게 즐기는지가 정말 그렇다.

 

너무 많이 아는 남자, 백종원

 

시작은 올리브TV의 <한식대첩2>였다.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백종원을 보며 내가 가장 자주 한 혼잣말은 “아니, 저런 걸 대체 어떻게 아는 거야?!”였다. 자라로 요리를 할 땐 뜨거운 물에 데쳐 얇은 겉껍질을 벗겨야 한다거나 ‘갓채’가 충주시 엄정면 목계리 인근에서만 나는 채소라는 걸 저 양반은 대체 어떻게 아는 거야? 벌교에서 잡히는 생선 ‘대갱이’는 너무 맛있어서 ‘샛서방고기’란 별명이 있고, 방망이로 때려 부드럽게 만든 다음 불에 구워야 맛있다는 건 또 어떻게 알지? 벌교 주민들도 대갱이가 뭔지 잘 모른다는데! “저거 저엉말 맛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난생처음 보는 식재료를 마치 동네 마트에서 산 시금치처럼 수월하게 설명하면서, 백종원은 매번 이렇게 덧붙였다. 그리고 마침표 찍듯이 군침을 꿀꺽. 아, 다 먹어봤구나. ‘내가 먹어봐서 아는데’였구나.

 

그다음은 얼마 전 방송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다. 인터넷 개인 방송을 TV로 불러들인 이 프로그램에서 백종원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메뉴를 즉석에서 뚝딱 만들었다. 사람들은 간짜장과 닭볶음탕, 계란말이, 볶음밥 같은 흔한 음식을 ‘맛있게’ 먹고 싶어 했다. 흥미로운 건, 그가 요리하는 방식은 철저하게 현실적이고도 상업적이었고, 이런 사실을 구태여 숨기려 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보통 셰프들이 방송에서 요리 시연을 할 때 ‘이 재료는 이렇게 써는 게 정석이다(그래야 고루 익고 좋은 맛을 낸다)’로 접근하는 반면 백종원은 “혼자 먹을 땐 베이컨을 잘게 썰어도 되지만, 손님에게 해줄 때는 이렇게 큼직큼직하게 써세요. 그래야 베이컨 좀 들어갔구나 싶잖아요”라고 말하는 식이다. 최현석 셰프가 TV요리쇼에서 치아바타 사이에 건자두와 하몽, 에멘탈 치즈를 넣은 파니니를 만들 때, 백종원은 캔 참치와 남은 치킨 무를 섞어 식빵 사이에 끼운 샌드위치를 만든다. “치킨 무가 피클보다 친근한 맛이 나거든요.” 그리고 ‘여기서 맛을 좀 더 “고급지게” 하려면 겨자를 넣으면 된다’ 같은 친절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 이후 검색창에 ‘백종원’을 타이핑하면 ‘그가 가르쳐준 요리를 따라 해봤는데 엄청 쉽고 맛있다’는 블로거들의 간증이 쏟아진다. 집에서 만든 음식이 들을 수 있는 최상급의 칭찬이 “와, 이거 돈 받고 팔아도 되겠다!”인 걸 생각해보면, ‘사 먹는 음식’의 최강자 백종원의 레시피는 ‘사 먹는 음식 같은 맛을 집에서 내는 노하우’ 그 자체인 셈이다.

 

“어떻게 하면 좋은 음식을 싸게 먹도록 할까 연구하면서 (요리)하고 있다”는 백종원의 말은 아마도 진심일 것이다. 모든 걸 다 먹어본 이 남자는 모두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 판다. 특별히 질이 좋거나 비싼 재료 없이도, 평범한 사람들의 고만고만한 슈퍼마켓 식생활이라도 약간의 재치만 있다면 기분 좋게 윤택해질 수 있다는 백종원의 요리 스타일이 나는 무척 마음에 든다. 그래서 말인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에게 ‘파는 것 같은 떡볶이’ 만드는 비법을 꼭 좀 배우고 싶다. 떡볶이는 애써 만들수록 맛이 없어지는 수수께끼의 음식이다. 왕년에 떡볶이 좀 망해본 사람들은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지….

 

작업의 정석, 성시경

 

성시경의 요리를 맛보고 싶다기보다는 성시경과 요리를 해보고 싶다. 신동엽의 말마따나 부인 될 사람이 걱정될 만큼 잔소리가 심하지만, 생계를 위해, 가족들 끼니를 위해 요리를 하지 않아서 인지 과정 자체를 매우 즐기는 것 같다. 요리를 하다 재료로 준비한 고기를 구워 먹거나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다 끝난 후에도 맛있게 먹을 위와 제정신이 남아 있어야겠지만. 아무튼 성시경의 요리는 그가 주장하는 바와 달리 부모와 함께 먹을 만한 것이라기보다는 작업용 요리나 술안주에 가까워 보인다. 여자로서 남자가 자기한테 잘 보이기 위해 요리한다는데 이만한 정성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성시경 못지않은 애주가로서 그가 해주는 요리에 술 한잔 곁들이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을 터. 일설에 따르면 집에 업소용 맥주 기계까지 있다니, 더 바랄 나위 없겠다.

 

사실 성시경이 요리 솜씨로 주목받은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박 2일>에 출연했을 당시에는 동료들이 전쟁터처럼 어지럽혀놓은 주방에서 5분 안에 밥 불을 조절하고 어묵 간을 하는 동시에 찌개를 끓이고 총각김치를 볶는 기염을 토했다. 또 <해피투게더>에서 그가 선보인 중국식 생선찜 ‘잘자어’는 야간매점 인기 메뉴에 등극하기도 했다. <오늘 뭐 먹지>를 막 시작했을 무렵, 일일 선생으로 나온 요리사에게 칭찬받고픈 마음에 잘자어를 자랑하는가 하면, 얼마 전 <마녀사냥> 홍콩편에서 유학생들에게 잘자어를 만들어 준 걸 보면 무척 자부심이 깃든 요리인가 보다. <오늘 뭐 먹지>의 성시경은 누구보다 칭찬에, 인정받는 행위에 민감한 사람으로 보인다. 그러니 그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음식, 즉 본인이 요리하면서 스스로 어깨에 뽕 좀 넣을 수 있는 요리를 부탁하고 싶다. 게다가 요즘처럼 봄추 위가 만만치 않은 날에 잘자어에 고량주 한잔 곁들이면 움츠리고 다니느라 피로했던 어깨의 둔통이 일시에 가실 것 같다.

 

성시경은 지난해부터 혼자 살기 시작했다. 늦은 감이 있는 독립이다. 그는 식품영양학과 출신의 어머니 손맛을 닮아 요리
를 잘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말을 반상해보면 솜씨 좋은 어머니가 아들에게 주방을 양보했을 리 없다. 또 제아무리 다정한
아들일지라도 부모를 위해, 그것도 바쁜 스케줄을 쪼개 요리했다는 이야기는 그리 와 닿지 않는다. 오히려 부모와 쭉 함께
살면서 어떻게 요리 실력이 늘었을까 의아하다. 도대체 누구의 집 주방에서 요리 실력을 쌓은 걸까. ‘성’이 들어가는 건 뭐
든지 좋아한다는 그에게 묻고 싶다. 아무튼 함께 식사하는 행위는 물론 ‘오늘 뭐 먹지’ 하는 고민에서부터 만드는 과정까지
모든 순간을 연인과 공유하는 일종의 유희 혹은 데이트로 여길 줄 아는 태도에서 평소 성시경의 다정다감한 모습이 연출
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새우는 까는 재미에 먹는다니, 엄마가 뼈를 발라줘야 비로소 생선에 손대는 남자를 생
각하면 그야말로 긍정적이지 않은가. 성시경은 의외로 다루기쉬운 남자였던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