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국의 <꿈보다 해몽>은 지난 밤에 꾼 꿈에 대한 대화로 시작된다. 하지만 주연 배우 김강현과 신동미는 이 작품이 깨어 있는 시간을 버티게 할 희망, 즉 다른 의미의 꿈을 말하는 이야기라고 강조한다.

김강현이 입은 검정 티셔츠는 A.P.C, 검정 재킷은 쟈딕&볼테르 제품, 팬츠는 본인 소장품. 신동미가 입은 흰 톱, 검정 와이드 팬츠는 모두 캘빈 클라인 플래티넘 제품. 

김강현이 입은 검정 티셔츠는 A.P.C, 검정 재킷은 쟈딕&볼테르 제품, 팬츠는 본인 소장품. 신동미가 입은 흰 톱, 검정 와이드 팬츠는 모두 캘빈 클라인 플래티넘 제품.

 

 

꿈꾸는 사람들

 

<꿈보다 해몽>의 첫 장면은 텅 빈 소극장이다. 관객이 단 한 명도 없는 객석을 확인한 연극배우 연신은 공연을 포기한 채 밖으로 뛰쳐나간다. 공원 벤치에 자리를 잡은 그녀는 1년 전 헤어진 연인 우연을 떠올리는데, 동료였던 그는 이별 후 극단을 떠났으며 현재는 소식조차 끊긴 상태다. 그때 한 형사가 연신에게 말을 걸어온다. 해몽에 재주가 있다는 남자는 그녀의 꿈에 대해 묻는다. 이어지는 러닝타임 동안 꿈과 현실은 기묘하게 포개지고 퍼즐 조각 같은 모티프들은 반복적으로 변주된다.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각각 CGV무비꼴라쥬상과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꿈보다 해몽>은 정교하게 구축된 이야기의 미로다. 노련한 배우들은 관객이 길을 잃지 않고 여운이 긴 엔딩에 이르도록 돕는다. 유준상과 나란히 주연을 맡은 신동미와 김강현에게 <꿈보다 해몽>은 전환점과도 같은 작품이다. 결코 짧지 않은 기간에 걸쳐 꾸준히 전진해 온 두 사람은, 비로소 누릴 수 있었던 영화제의 추억부터 흐뭇하게 꺼내보였다. “그전에는 영화제 기간이 되면 아예 부산에 들르질 않았어요. 언제든 꼭 출연작을 들고 레드 카펫을 밟겠다는 다짐이 있었거든요.”(김강현) “<꿈보다 해몽>
덕분에 처음 해외 영화제를 경험했어요. 외국 관객과 시사를 하는데 작품의 정서와 유머를 정확히 이해하더라고요.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비슷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어요.”(신동미)이광국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 때부터 이미 전작 <로맨스 조>를 함께한 신동미를 염두에 둔 상태였다고 한다. “사석에서는 그다지 재미있는 분이 아닌데 만드시는 영화는 신기할 정도로 재미있어요(웃음). 아무튼 전 감독님이 천재라고 생각해요. 장기적으로도 영화적 동지가 되어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연출자에 대한 주연 배우의 귀띔이다.

 

한편 이번 작품을 통해 그와 처음 인연을 맺은 김강현은 구체적이면서도 유연한 디렉팅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구상하는 바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세요. 그러면서도 배우의 의견을 존중해주시고요. 그래서 오케이 컷을 얻어냈을 때의 만족감이 특히 컸죠.” 공교롭게도 둘은 극 중에서까지 직업 배우로 등장한다. 신동미에게는 그 점이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간접 경험에 상상력이 더해질 때 더 풍성한 결과물이 만들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연신은 제가 지나칠 정도로 잘 아는 인물이었거든요. 그래서 되려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안다고 더 수월해지는 것만은 아니에요.” 오랫동안 연극무대에 서온 김강현은 실제로 극 중의 연신처럼 텅 빈 객석을 마주한 적이 있다. “언젠가는 관객이 딱 한명 오신 거예요. 한창 열심히 연기를 하는데, 지켜보기가 영 민망했던지 사과를 하시더라고요. 미안한데 다음에 다시 오겠다면서요.” 연기를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그만둘 것 인가에 대한 우연과 연신의 고민은 두
사람에게도 낯설지 않다.

 

“심지어는 아직까지도 스스로에게 가끔 그런 질문을 해요. 이게 내 길이 맞나? 아닌데 괜한 고집을 부리는 건 아닐까? 그럼에도 포기는 못하죠. 그만큼 매력적인 일이니까.” 신동미는 결국 무대를 떠나지 못하는 캐릭터의 모습이 자신과도 닮았다고 했다. 어떤 의미에서, 김강현은 배우로서의 삶을 여전히 꿈꾸고 있다. “지금도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말 잘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어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서 대뜸 포기하고 다른 분야를 기웃거리기는 싫더라고요.”
<꿈보다 해몽>의 결말은 손쉬운 해피엔딩과는 거리가 멀다. 열린 문틈 너머로 ‘어쩌면’과 ‘혹시’가 내다보일 뿐, 주인공은 여전히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을 산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들이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솜사탕
같은 환상을 구경하는 일도 나쁘진 않겠지만, 그보다 더 필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관한 이야기다. 인터뷰를 마치며 신동미는 이런 당부를 건넸다. “꿈꾸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가 되는 영화라고 꼭 써주세요. 전 그렇게 생각하고 찍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