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아라리오 뮤지엄이 제주에 문을 열었다. 구 공간 사옥 자리의 아라리오 인 스페이스가 문을 연 지 한 달 만이고, 한꺼번에 세 군데다.

김병호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아라리오 탑동시네마의 지하 공간.

김병호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아라리오 탑동시네마의 지하 공간.

 

 

아티스트 씨킴이기도 한 김창일 회장은 아라리오 탑동시네마의 개관 전시 제목을 ‘By Destiny’라고 붙였다. 미술관은 자신의 운명이었다고.

아티스트 씨킴이기도 한 김창일 회장은 아라리오 탑동시네마의 개관 전시 제목을 ‘By Destiny’라고 붙였다. 미술관은 자신의 운명이었다고.

 

 

김인배 작가의 작품.

김인배 작가의 작품.

 

 

지난 9월 1일 문을 연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를 방문한 관람객들은 마크 퀸부터 백남준까지 아티스트들의 숨결과 더불어, 미술관을 채우는 두 인물의 숨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한 사람은 이 건물의 원래 용도이던 공간 사옥을 설계한 건축가인 김수근이다. 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한 공간 내부 요모조모의 디테일은 김수근 건축가가 짓고 사용하던 그 시절 그대로 보전되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미술관의 대표이자 뮤지엄을 채운 미술품을 모은 컬렉터 김창일 회장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가 ‘씨킴’으로서도 전시장에 등장했다. 세 군데의 제주 뮤지엄에서는 김창일 회장의 존재감이 더 강하다. 새 건물을 짓는 대신 그 지역의 오래되고 버려진 건물을 인수해서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키며 외벽을 새빨간 색으로 칠했다. 그렇게 제주 시내에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시네마, 동문모텔, 그리고 탑동 바이크샵이 탄생했다.

 

제주의 첫 복합 상영관이었던 탑동시네마는 넓은 공간과 높은 층고를 활용한 규모 있는 설치작품의 스펙터클이 인상적이다. 소 100마리의 가죽을 이용해서 거인의 형상을 만들어낸 중국 아티스트 장환의 ‘영웅 No.2’, 길이 20m가 넘는 배에 다양한 세 간살이와 짐을 빼곡하게 실은 인도 작가 수보드 굽타의 ‘배가 싣고 있는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 독일 신표현주의의 거장 지그 마르 폴케의 5m가 넘는 대형 페인팅 4점 등은 넓은 공간을 압도적으로 장악한다. 한편 아라리오 뮤지엄 동문모텔은 다양한 비디오 영상 작품을 방마다 상영하는 등 좁고 오래된 객실 공간을 살린 점이 인상적이다. 일본 작가 아오노 후미아키는 동문모텔 자체를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이곳의 낡고 오래된 집기와 가구를 가지고 자신의 상상을 덧붙여 아트워크를 만들어낸 것.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바이크샵에서는 한 작가를 집중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개관전으로는 국내에서 아방가르드 아트를 시도한 김구림의 주요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미술관은 나의 운명이니까요.” 개관 전시의 제목인 ‘By Destiny’에 대해 김창일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내년에 문을 열 아라리오 뮤지엄 동문모텔II까지 가세하여, 제주의 문화 지형도를 어떻게 바꾸어놓을지 지켜볼 만하다. 제주 아라리오 뮤지엄들의 새빨간 외벽, 오래된 장소의 역사를 그대로 드러낸 시멘트 벽은 김창일 회장의 강한 개성과 닮았다. 현대미술 공간을 대변하는 화이트 큐브가 더 보편적이고 흔하지만, 제주 아라리오의 자신만만한 색에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오노 후미아키는 동문모텔의 가구와 집기를 활용한 작품을 새로 제작했다.

아오노 후미아키는 동문모텔의 가구와 집기를 활용한 작품을 새로 제작했다.

 

 

코헤이 나와의 크리스털 사슴,

코헤이 나와의 크리스털 사슴,

 

 

수보드 굽타의 작품처럼 규모가 큰 설치 미술의 스펙터클은 공간이 넓은 아라리오 탑동시네마의 강점이다.

수보드 굽타의 작품처럼 규모가 큰 설치 미술의 스펙터클은 공간이 넓은 아라리오 탑동시네마의 강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