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테크놀로지와 패션은 더 이상 불가분의 관계가 아니다. 이번 시즌 런웨이로 성큼 걸어 들어온 혁신적인 테크놀로지와 디지털 플랫폼 덕분에 패션신은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유머러스한 클러치와 매칭한 패션 피플들의 휴대폰 케이스 스타일링.

유머러스한 클러치와 매칭한 패션 피플들의 휴대폰 케이스 스타일링.

 

 

ALEXANDER WANG

ALEXANDER WANG

 

 

이번 시즌 패션위크를 달군 진풍경 하나. 휴대폰 케이스가 스트리트 신의 핫 아이템으로 떠오르며 하이패션 트렌드의 궤도에 진입했다는 것. 샤넬 향수병과 레고백을 패러디한 페이크 휴대폰 케이스를 들고 다니는 안나 델로 루소를 시작으로 모스키노 하우스의 수장으로 데뷔전을 치른 제레미 스콧이 맥도날드의 감자칩을 패러디한 휴대폰 케이스를 인비테이션과 함께 선물로 보낸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스트리트 사진가들은 쇼장 앞에서 세상에서 가장 패셔너블한 감자칩을 든 패션 피플을 포착하기에 여념이 없었고, 패션 피플은 자신의 룩만큼이나 휴대폰을 멋진 옷으로 갈아입히는데 촉각을 곤두 세웠다. “때론 아이패드 케이스가 쿨한 클러치 역할을 하기도 했죠. 심지어 저는 맥북을 클러치처럼 들고 다니는 사람도 봤어요.” 스트리트 사진가 남현범의 이야기처럼 스마트폰, 아이패드 같은 테크 기기의 인기는 패션계에 재미있는 현상을 연출하고 있다. CC 로고를 단 휴대폰 케이스가 샤넬 런웨이에 등장했음은 물론 디올과 마리 카트란주 쇼에서는 휴대폰을 넣을 수 있는 포켓이 달린 백이 눈길을 끌었고, 알렉산더 왕 쇼장에는 휴대폰과 함께 펜, 수첩 등 간단한 물품을 수납할 수 있는 스마트한 옷까지 출현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테크 기기를 활용한 패션신은 이번 시즌 패션 하우스의 혁신적인 디지털 플랫폼 도입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저 비행 물체는 뭐지? 길을 잃고 난입한 새? 아니면 UFO?’ 지난 3월 밀라노에서 열린 펜디 패션쇼장을 날아다니며 모두의 궁금증을 증폭시킨 수상한 물체가 있었으니 이것의 정체는 바로 ‘드론(Drone)’. 주로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되던 이 무인기에 주어진 특명은 감시와 정찰이 아닌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쇼의 라이브 영상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라’는 것! 구글과 함께 일궈낸 이 ‘플라잉 캣워크 프로젝트’를 통해 Fendi.com에서는 쇼의 라이브 영상은 물론 카라 델레바인 같은 모델들의 머리 위로 날아다니며 포착한 드론캠의 다양한 시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패션 하우스 최초로 패션쇼에 드론캠을 도입한 펜디는 25만 명 이상이 이 영상을 관람했으며, 이와 관련된 기사가 5천 개 이상 쏟아졌다고 밝혔다.

 

브랜드의 로고가 담긴 금색 휴대폰 케이스는 샤넬 제품. 가격 미정.

브랜드의 로고가 담긴 금색 휴대폰 케이스는 샤넬 제품. 가격 미정.

 

 

아이스크림 모양의 휴대폰 케이스는 모스키노 제품. 가격 미정.

아이스크림 모양의 휴대폰 케이스는 모스키노 제품. 가격 미정.

 

 

키치한 패턴이 담긴 아이패드 케이스는 겐조 제품. 가격 미정.

키치한 패턴이 담긴 아이패드 케이스는 겐조 제품. 가격 미정.

 

 

네타포르테에서 판매하는 다이앤 폰 퍼스텐버그의 구글 글라스의 가격은 약 1800달러.

네타포르테에서 판매하는 다이앤 폰 퍼스텐버그의 구글 글라스의 가격은 약 1800달러.

 

 

2014 F/W 패션위크 기간, 펜디 로고를 단 드론만큼 인기를 끈 것은 3D 가상 패션쇼를 제공한 톱숍. 옥스퍼드 스트리트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의 윈도 앞에 임시 좌석을 마련한 톱숍은 관객들에게 오쿨러스 리프트 (Oculus Rift)라는 헤드셋을 이용해 360도의 가상 세계에서 펼쳐지는 패션쇼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리프트를 착용한 관객은 마치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의 한 장면처럼 영상이 사람을 에워싸는 가상 현실을 경험하게 되는데, 프런트로에 앉은 듯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런웨이는 물론 셀렙의 바로 옆에 앉아 쇼를 즐기는 듯한 초현실적인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이처럼 혁신 적인 IT 기술력이 패션계에 도입된 것은 이번 시즌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9월, DVF의 모델들이 캣워크에서 구글 글라스를 착용하고 런웨이를 걸으며 쇼장을 촬영하고, 그 영상을 일반에 공개하기도 했는데, 최근 다이앤 폰 퍼스텐버그는 구글과 다시 손을 잡고 네타포르테와 협업해 최초로 웨어러블 테크놀로지 글라스를 출시하고 6월 23일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구글 글라스를 포함해 스마트 워치, 형광등처럼 빛나는 티셔츠, 헬스 모니터 같은 웨어러블 테크놀로지는 실제로 판매되 기보다는 이슈를 낳는 데 그쳐왔기에 업그레이드된 스타일과 디지털 기능을 결합하는데 성공한 이번 사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착용했을 때 시야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차원의 멀티태스킹이 가능해요. 운전을 하면서 영화를 볼 수도 있어요. 이 말은 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네요(웃음).” 이처럼 구글 글라스의 기능에 매료된 다이앤 폰 퍼스텐버그가 디자인한 구글 글라스는 패셔너블한 여성을 타깃으로 출시되었다. 가장 처음에 선보인 구글 글라스의 티타늄 컬렉션이 투박한 유니섹스 디자인이었다면 네타포르테에서 판매하는 DVF 라인의 여성용 안경은 캣아이 모양에 연분홍, 청록색 같은 컬러감이 더해지거나 선글라스에는 에이비 에이터 모델에 트렌디한 미러 렌즈가 장착된 것이 특징 이다. DVF 쇼에서는 모델들이 구글 글라스를 쓴 채 등장했지만, 곧 구글 글라스를 통해 쇼장을 생생하게 리포트하는 저널리스트나 에디터가 등장할지도 모를 일! 다가올 새 시즌에는 또 어떤 IT 기술이 런웨이에 접목되어 패션계가 들썩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번 시즌 펜디 쇼장을 날아다니며 컬렉션을 촬영한 펜디의 드론.

이번 시즌 펜디 쇼장을 날아다니며 컬렉션을 촬영한 펜디의 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