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에서 펼쳐진 음악 축제는 한여름밤의 꿈처럼 어느새 끝이 났다. 하지만 관객들은 알고 있다. 일 년 후 그들은 또 다른 설렘을 안고 이곳을 다시 찾을 거라는 사실을.

1. 대관령 뮤직텐트 전경2, 3 저명 연주가 시리즈 4. 마스터 클래스의 피터 프랭클5. 찾아가는 저명 연주가 시리즈의 정경화

1. 대관령 뮤직텐트 전경
2, 3 저명 연주가 시리즈
4. 마스터 클래스의 피터 프랭클
5. 찾아가는 저명 연주가 시리즈의 정경화

정명화와 정경화, 어머니의 꿈을 이루다

대관령국제음악제가 처음 시작했을 때 제11회 대관령국제음악제를 상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10년 넘는 세월 동안 꿋꿋하게 초심을 잃지 않고 축제를 이끌어온 정명화, 정경화 예술감독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고집스러운 두 자매와 그들의 도전에 힘을 실어 준 해외 아티스트들 그리고 매년 음악제와 함께 성장해온 음악학교 학생들은 그 불가능해 보인 꿈을 현실화했다.
올해는 ‘O Sole Mio’라는 주제에 걸맞게 스페인과 이탈리아 지역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음악이 가득했다. 특히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의 지휘자 안토니 로스-마르바가 이끄는 오케스트라와 앙상블은 그라나도스, 카사도, 사라사테 같은 스페인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해 다채로운 구성을 완성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비발디, 베르디, 파가니니 등 이탈리아 작곡가들의 곡도 빼놓을 수 없다.
이른 아침부터 알펜시아리조트 거리 곳곳에서 악기를 메고 걸어가는 학생들의 모습도 이곳에서는 전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풍경이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여름방학 동안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온 선생님들의 가르침 아래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받는다. 평소 존경하던 유명 연주가 앞에서 자신의 연주를 보여줄 기회를 얻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직접 조언을 듣는 것도 이곳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뜨거운 태양빛이 조금 누그러지고 대관령의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저녁 즈음이 되면 드디어 대관령국제음악제의 하이라이트, ‘저명 연주가 시리즈’ 공연이 시작된다. 총 12번에 걸쳐 진행되는 이 공연이야말로 먼 도시에서 대관령을 찾은 관객이 가장 기대하는 시간이자 오로지 음악제를 위해 모인 연주가들의 특별한 앙상블을 볼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정명화와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와 클라라 주미 강, 비올리스트 막심 리자노프와 최은식, 그리고 첼리스트 리-웨이 친이 선사한 차이콥스키의 ‘플로렌스의 추억 op. 70’의 감동은 총 네 번의 커튼콜과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공연이 끝나고 콘서트홀을 나온 관객들 모두가 그날 밤 여섯 연주자가 꾸민 최고의 무대에 대한 찬탄과 감사를 아끼지 않았다.
차이콥스키 연주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이나 그 열기가 쉽게 가시지 않던 그날 밤에는 토즈에서 후원한 저녁 만찬 행사를 위해 대관령을 방문한 아티스트들과 후원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축사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정명화는 다소 상기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정말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어머니의 권유로 처음 첼로를 시작했던 저. 함께 음악을 해온 우리 삼남매. 악기를 배운다는 것 자체를 신기하게 보던 그 시절. 그랬던 바로 이곳, 우리나라에서, 몇십 년 후에 이렇게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을 초대해 여름 내내 음악 축제를 열 수 있다는 건 정말 꿈만 같은 이야기였죠. 우리 어머니께서 지금 이 모습을 보셨다면 얼마나 기뻐하셨을까요?”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는 그녀의 인사가 끝나고 사람들이 보낸 박수에는 앞으로 펼쳐질 또 다른 도전에 대한 굳은 신뢰가 함께 담겨 있었다.

2014 스페셜 뮤직 페스티벌 폐막식

2014 스페셜 뮤직 페스티벌 폐막식

 

 

음악, 또 다른 가능성의 문을 열다

11회 국제음악제가 막을 내린 후에는 2014 평창 스페셜 뮤직 페스티벌이 또 한번 대관령을 다채로운 음악으로 수놓았다. 지적, 자폐성 장애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음악적 재능을 지닌 전 세계 아티스트들과 학생들이 참여한 이번 행사는 ‘투게더 위 플레이(Together We Play)’라는 주제 아래 7월 5일부터 9일까지 진행됐다. 현재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집행위원이기도 한 나경원 의원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지적, 자폐성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스페셜올림픽의 도전 정신을 계승하는 이 행사의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특히 올해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김남윤 교수를 포함해 다수의 저명한 아티스트들이 학생들의 클래식 멘토로 참여해 한층 더 체계적인 트레이닝 시스템을 갖췄다. 이번 축제에 참여한 학생들에게는 단순히 클래식 악기뿐만 아니라 드럼, 건반, 기타 등 다양한 장르의 악기를 배울 기회도 주어졌다. 영화음악 감독으로도 잘 알려진 이병우 교수가 기타 멘토로 활약하고, 얼마 전 한국인 최초로 싱가포르에서 오페레타 <박쥐>의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된 김숙영이 보컬 멘토로 나섰다.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화합’의 의미에 무게를 둔 행사인 만큼 아티스트들과 지적, 자폐성 장애인 참가자들의 자연스러운 조화 또한 눈길을 끌었다. 앞선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활약한 정명화, 손열음, 신지아와 지적,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티스트들의 합동 공연은 장애의 유무에 상관없이 모두를 하나로 만들어주는 음악의 힘을 다시 한번 증명해 보였다.
어느새 여름의 끝자락이 다가와 가을의 시작을 알렸고, 대관령에 머물던 수많은 아티스트들은 더 이상 그곳에 없다. 하지만 음악이, 대관령이 준 감동을 잊지 못하고 사람들은 내년 여름 새로운 설렘을 안고 변함없이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