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찾을 수 있는 간식 정도로 여겼던 유산균이 건강식품이라니? 서플리먼트로서 유산균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관련 제품들은 약국 카운터를 넘어 홈쇼핑 채널까지 점령했고, 여기저기에서 귀 따갑게 극찬도 들려온다.
그런데 정말 좋긴 좋은 건가?

“셀룰라이트를? 말도 안 돼. 유산균이 무슨 만병통치약이야?” 코웃음이 절로 나왔다. 유산균의 효능과 관련된 최근의 이런저런 가설과 가십(Gossip)은 마치 신약이라도 발견한 양 한껏 들떠 있었다. 사람들은 시도 때도 없이 극찬을 쏟아냈고, 그 여파로 유산균은 현재 가장 핫한 이슈 중 하나로 떠올랐다. 아닌 게 아니라 ‘유산균이 정말 좋아?’ ‘홈쇼핑에서 파는 유산균 믿어도 돼?’ ‘요거트랑 뭐가 다른 거야?’ 등등 유산균에 대해 물어오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방송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유산균의 이점을 공공연하게 알렸고, 상당 부분은 의심 많고 까칠한 나에게조차 귀가 솔깃해지는 정보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심했다. 유산균으로 셀룰라이트를 줄일 수 있다니. 어지간한 마사지와 시술, 심지어 지방흡입술로도 제거가 어렵다는 셀룰라이트가 아닌가!

유산균이 뭐기에
이쯤 되면 칭송이 아니라 ‘맹신’이라고 치부하기에 앞서 유산균에 대해 정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유산균(乳酸菌), 영어로는 ‘lactic acid bacteria’. 포도당 또는 유당과 같은 탄수화물을 먹이 삼아 젖산(=유산)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세균이다. 유산균이 당으로부터 ‘산’을 만드는 과정을 발효라 하며, 오랜 기간 동안 ‘유산균=유익균(좋은 균)’의 개념으로 사용되어왔다. 하지만 때는 바야흐로 21세기. 과학자들은 유산균 외에도 인체에 도움을 주는 균들을 추가로 발견했고(비피더스균이 대표적), 이들 모두를 포괄하는 용어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다. 균주의 종류도 다양하다. 가장 보편적인 것이 락토바실러스류와 비피덤박테리움류. 어찌 됐든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프로바이오틱스를 ‘충분한 양을 섭취했을 때 건강에 유익한 효과를 나타내는 살아 있는 균’으로 정의한 걸 보니, 아직은 낯선 용어지만 우리 몸에 도움이 되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그런데 잠깐, 유산균이든 프로바이오틱스든 결국 세균이 라니. 그렇다면 유산균이 풍부한 야쿠르트를 먹었던 나는 세균을 벌컥벌컥 마셨던 셈인가? 갑자기 속이 메스껍게 느껴지더라도 안심할 것. 우리는 엄마의 뱃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 이미 세균으로 한바탕 샤워를 했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입, 콧속, 위장, 겨드랑이 아래, 발톱, 기관지 등에서 여러 세균들과 함께 공생하고 있을 만큼 그들과 친숙한 관계다. 더욱이 세균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흔히 생각하는 우리 몸에 나쁜 ‘유해균’뿐만 아니라 그 반대인 착한 ‘유익균’도 있다. 유산균이 유익균에 속함은 말할 필요도 없고. 물론 이들 유익균과 유해균의 비율에 따라 우리의 건강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장 속에 사는 세균류를 총칭하는 장내 세균은 ‘제3의 장기’라 불릴 만큼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장 건강은 면역력과도 직결됩니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아주 복잡한 양상을 띠는데, 그럼에도 소장과 대장을 가장 밀접한 기관으로 꼽죠. 대부분의 항원이 면역계와 처음 접촉하는 곳이 소장 점막의 상피세포며, 항체를 분비하는 세포의 대부분 역시 장 점막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린클리닉 김세현 원장은 소장 점막이 손상되었을 때 항체 생산을 도와 장내 침입자들을 막아주는 ‘용병’이 바로 유산균, 즉 프로바이오틱스라고 덧붙였다.

이토록 완벽한 프로바이오틱스
믿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유산균,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은 거의 만병통치에 가깝다. 먼저 직접적인 장 건강 외에 아토피, 류머티스 관절염 등의 면역 질환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의학계의 정설. 인터넷이나 TV 프로그램(홈쇼핑 광고 포함)을 10분만 뒤져보아도 금세 찾을 수 있을 만큼 풍부한 임상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에는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간 보호, 항바이러스 효과도 보고되고 있다. 이쯤 되면 ‘어디 나도 한번 먹어볼까?’ 하는 마음이 슬슬 생긴다. 이에 결정타를 날린 건 바로 비만과 노화 억제에 유익하다는 연구 결과다. 대표적인 유산균 식품인 요거트가 변비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음에도 익히 알고 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변비만큼 다이어트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도 없으니 분명 체중 조절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노화 특히 피부 노화 억제는 아마도 숙변 제거에 기인한 것이리라. 심증보다 물증! 이를 뒷받침해주는 과학적인 분석도 있다. 최근 비만 관련 연구에서 장내 세균의 유익균과 유해균의 분포가 영양소 흡수나 에너지 대사 조절에 영향을 준다고 밝혀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똑같이 먹어도 혼자 날씬한 사람, 물만 먹어도 살찌는 사람,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사람의 팔자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장내 세균에 의해 결정된다는 얘기다(어쩐지 뒤통수가 아파온다). 장내 생태계가 평화로운 휴전 상태여야 원활한 신진대사와 함께 소화, 흡수, 이용, 배설 등 모든 장 기능 또한 순조롭게 이루어지는데, 장내 유익균이 많으면 장에서 단순 당 흡수가 증가하고 지방 조직에도 쉽게 축적되는 까닭이다. 장내에서는 부패가 일어나 가스가 차고, 변을 보더라도 영 시원찮거나 장내 유해균이 우리의 용병, 유익균보다 우세해 장벽이 손상되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영양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감소하여, 1 필수 영양소를 적절히 흡수하지 못하고, 2 신체의 주요 기관의 활동 속도가 느려지고, 3 온몸을 순환하는 혈류에서 노폐물을 제거하는 능력이 방해를 받아 4 결국 혈관을 고속도로 삼아 암모니아 가스, 황화 가스 같은 유해 가스가 퍼져 나가고 간 손상뿐 아니라 세포의 노화(물론 피부 세포 포함!)를 촉진하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나 두려워할 것은 없다. 우리의 용병, 유익균을 늘리면 된다. 가능하면 힘 세고 건강한 놈으로다가 최대한 최전방으로. ‘질 좋은’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해야 하는 건 이 때문이다.

장내 세균과 셀룰라이트, 그리고 해독
온몸으로 퍼진 독성 물질은 몸 이곳저곳에 차곡차곡 쌓이는데, 대표적인 곳이 바로 ‘간질’이다. “‘간질’은 세포와 세포 사이를 채우고 있는 점액 상태의 물질입니다. 세포가 물고기라면 간질은 바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죠. 피하지방층에도 간질이 존재하는데, 간질에 변성이 생기면 곧 그 위를 둘러싼 살에도 변성이 오고, 매끄럽지 못한 모양새로 군살(지방)이 붙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셀룰라이트’입니다.” 린클리닉 김세현 원장은 독성 물질이 간질에 쌓이면 간질의 변성이 일어나 셀룰라이트로 발전할 수 있으며, 이미 생긴 셀룰라이트의 진행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말은 반대로 셀룰라이트를 개선하려면 장내 세균 환경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는 뜻. 이 얼마나 반가운 소리인가! 죽어라 굶거나 달리지 않아도 셀룰라이트를 줄일 수 있다니. 더욱이 장에 유익균만 더해주면 된다는데, 우리는 이미 그 방법을 알고 있다. 유익균, 바로 프로바이오틱스다!

다 같은 유익균이 아니야
어찌 됐든 알고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 ‘질 좋은’ 유익균 찾기에 나설 차례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요거트나 김치, 장류, 절임류, 치즈 같은 식품 형태로 먹는 것과 물에 타먹는 가루나 알약 형태로 된 서플리먼트로 섭취하는 것. 그중 김치, 고추장, 피클, 절인 과일 등 식물성 식품에서 생식한 유산균은 과거 장까지 도달하지 못한다고 인식됐으나, 위나 소장의 산성 소화액에서도 죽지 않고 안착한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 결과다. 게다가 우유 등에서 분리된 동물성 유산균보다 장 세포에 들러붙는 능력과 곰팡이에서 나오는 독소를 제거하는 능력도 뛰어나다고. 하지만 대부분 반찬류라 필요량을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고, 청국장 등에 들어 있는 유산균은 가열했을 때 많은 부분 사멸한다는 것이 단점. 반대로 유제품에 들어 있는 유산균은 보통 1병당 100억 마리 안팎이지만, 실제 장에 도달하는 건 이 중 20~30%에 불과하다. 유산균이 위산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 체질에 따라서는 유당을 분해하지 못하는 유당불내 증상으로 인해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발생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시중에 판매하는 요거트 중에는 단맛을 위해 과일이나 시럽을 첨가해 칼로리를 높인 제품도 많은데, 다이어트하자고 유산균을 찾으면서 차마 시럽을 먹을 수는 없다면 직접 만든 홈메이드 요거트를 추천한다.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케피어 종균은 우유와 잘 섞어 실온에 12~24시간 두기만 하면 알아서 유산균이 쑥쑥 자란다. 완성된 요거트는 반쯤 덜어 그 날 저녁에 또 담가두었다가 다음 날 아침에 먹는 식으로 매일매일 늘려가는 재미도 쏠쏠. 살아 있는 균이라 잘만 키우면 평생 먹을 수도 있다. 티베트버섯이라는 귀여운 이름의 유산균도 있다. 티베트 지역 스님들의 건강 비결로 균이 마치 버섯처럼 피었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실온에서 우유와 섞어두기만 하는 케피어 종균과 달리 숙성한 뒤 채로 한 번 더 걸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은근 귀찮다), 유산균과 효모, 다당체가 고루 들어 있고 일반 요거트보다 훨씬 강한 유산이기 때문에 장 운동과 다이어트에 매우 효과적. 우유 대신 무첨가 두유를 사용해도 좋다(독특한 고소한 맛이 돈다). 채식주의자에게도 강추!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가장 간편하고 효과적인 건 서플리먼트다. 요거트나 치즈가 아무리 좋다 해도 사실 함유된 유산균의 종류가 제한적이고, 그 수도 적다. 반대로 프로바이오틱스라는 이름으로 나온 대부분의 건강기능식품은 여러 종류의 유산균을 혼합한 형태로 일반 요거트에 비해 100배 정도 많은 유산균을 함유하고 있다. 균이 무사히 장에 생착할 수 있도록 코팅이나 캡슐 등 특수 처리도 더했다. 쉽게 변질되거나 상할 리도 없고, 여행이나 외출 시에도 휴대가 간편하며, 원하는 때 목에 털어넣기만 하면 그만이니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에 명시된 유산균 수는 무려 최소 100억 마리. 새끼 손톱만 한 알약 하나로 누릴 수 있는 이보다 큰 호사가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