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팝의 매력을 전 세계에 전도한 밴드 피닉스, 그리고 그들의 첫 번째 내한 공연.

피닉스의 첫 번째 한국 콘서트는 지난 1월 23일이었다. 다프트펑크가 그래미 시상식에서 5관왕을 차지하기 사흘 전의 일이었다. 두 밴드 사이에는 몇 가지 연결고리가 있는데, 일단 기타리스트 로랑 브랑코위츠는 피닉스에 합류하기 전 다프트펑크의 두 멤버와 달링이라는 이름의 팀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리고 물론, 공히 프렌치 팝/록의 대명사로 불리는 뮤지션들이다. 불어 대신 영어로 노래하지만 그럼에도 피닉스의 음악에서는 미국 혹은 영국산 로커들의 까슬까슬한 사운드와는 다른 맛과 질감이 느껴진다. 선명한 멜로디는 마카롱처럼 달콤하고 한편으로는 샴페인 기포처럼 청량하다. 제멋대로인 갤러거 형제들과는 무대 뒤에서의 태도도 사뭇 다른 듯했다. “스태프들이 한국의 예스러운 이미지가 담긴 근사한 엽서와 우표를 챙겨주더군요.” 보컬 토마스 마스가 불어 악센트가 섞인 영어로 흡족한 기분을 드러냈다.

직접 방문하기 전부터 피닉스의 멤버들은 이미 한국에 호기심이 있었던 눈치다. 다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Bankrupt!>의 첫 싱글 ‘Entertainment’는 뮤직 비디오 덕분에 국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연출을 맡은 패트릭 도터스는 환생, 삼각관계, 복수 등 한국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클리셰를 3~4분 길이의 영상 안에서 촘촘하게 패러디했다.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건 한류 소프 오페라의 열혈 팬인 감독의 한국인 어머니다. “곡을 만들 때 한국에 대한 생각을 종종 했어요. 힘이 넘치는 팝송, 거창한 서사극, 대규모 매스게임 같은 데서 받은 인상을 음악으로 표현하려고 했죠.”(로랑 브랑코위츠)

<Bankrupt!>은 아시아와 유럽, 록과 뉴웨이브 팝 등 다양한 영향이 뒤섞인 퍼즐이다. 토마스 마스는 대비되는 요소들을 뒤섞는 게 자신들의 취향이라고 말한다. “치밀하고 복잡하면서도 쉽고 단순하게 들리는 작업을 좋아해요.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사람들이 종종 물어보는데 그 답은 저희도 몰라요. 명확한 이유나 논리에 따라 곡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결과물 역시 뻔하면서도 또 뻔하지가 않죠. 클리셰와 독창성 사이에서 긴장감이 발생하는 것 같아요.”

하나의 음반을 준비하는 데는 평균 2년 이상이 소요되는데, 자신들에게는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멤버들이 입을 모았다. “기존 것을 따르는 대신 새로운 공식과 형식을 발명하려고 하니까요. 여러 시도를 거치며 큰 그림을 만들어가다 보니 그만큼 시간이 필요해요.”(크리스티앙 마잘라이) 피닉스의 콘서트 역시 정교하게 계획된 사운드와 자유로운 무대 매너가 충돌하는 오락이었다. 정해진 시간이 다해갈 무렵, 토마스 마스는 관중들을 마구 무대 위로 불러 올렸다. 무대와 객석 간의 구분이 사라졌고 멤버들 바로 옆에서 수십 개의 플래시가 폭발했다. 공연의 흥분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대단원이었다. 악스홀을 채운 2천여 명은 그날 밤의 짜릿함을 사이좋게 나눴다. 어쩌면 안전요원들은 이 유쾌한 아수라장 가운데서 식은땀을 흘렸을 것 같기도 하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