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바쁘게 달리고 높게 뛰어오른 배우 이종석의 휴식.

데님 팬츠는 Balmain 제품. 흰색 슬리브리스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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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워싱의 데님 팬츠는 IRO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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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터틀넥 니트는 Songzio Homme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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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수트는 Kimseoryong Homme, 반지는 Demand de Mutation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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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과 검정이 믹스된 긴 카디건은 Codes Combine, 데님 팬츠는 IRO 제품. 슬리브리스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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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 끓는 청춘>의 크랭크업이 며칠 전이었다. 요즘은 어떻게 보내고 있나?
아예 쉴 생각이었는데 오늘 촬영을 포함해 처리해야 할 스케줄이 좀 있더라. 이번주가 지나야 비로소 한가해질 것 같다.

그럼 다음 주를 위한 계획은 세워뒀나?
집에 좀 진득하게 붙어 있으려고 한다. 이사하고 난 뒤에도 너무 바쁘게 지냈기 때문에 아직 집에 익숙해지질 못했다.

얼마 만의 휴식인가?
딱 1년 만이다. 지난 1년 동안은 작품과 작품 사이에 쉬어 갈 틈이 아예 없었다.

바쁜 한 해였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따져보니까 다섯 작품을 했다. 단기간에 여러 편을 몰아서 하고 나니 몇 년의 경험치를 응축해서 쌓은 기분이다. 몸이 힘들긴 하지만 나쁜 것 같지는 않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배우로서의 입지가 훨씬 넓어진 느낌이다. 스스로도 변화를 실감하나?
방송이 시작되거나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주변이 먼저 반응을 했다. 나 자신은 변화를 그다지 느낄 새가 없었고 이제야 서서히 의식해가는 중이다. 그런데 <피 끓는 청춘>을 찍는 동안에는 오히려 많이 힘들었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무서웠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심지어 코미디인데?
그간의 캐릭터들은 대체로 내 성향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장르도 낯선 데다 그 안에서 아예 새로운 성격을 표현해내야 했다. 사실 나와는 정반대에 가까운 인물이다.

본인과는 어떤 점이 그렇게 다르던가?
허세에 가득 차 있고 극단적으로 밝다. 그러면서도 복합적인 면이 있고….

지방 농고에 다니는 전설의 카사노바 역할이라던데.
진지한 건 아니고 망가지는 신이 많다. 그래서 힘들었나 보다.

망가지는 걸 힘들어하나?
그렇다기보다 내가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기본 성향이 크게 다르지 않은 캐릭터라면 아무리 기분이 바닥을 치는 날이라도 어느 정도 해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역할은 나와 너무 다른 인물이다 보니 애를 먹었다. 아침부터 우울한 날에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내 상태를 한참 끌어올려야 했는데, 그게 무척 힘들었다.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때도 코미디는 경험했다.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던가?
<하이킥>의 경우 캐릭터 자체는 진지한데 주변 상황이 웃기게 돌아가는 식이었다. 나는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됐다. 이번 작품에서는 거의 혼자서 극의 많은 부분을 끌고 가는 와중에 코미디까지 소화해야 했다. 이렇게 큰 역할이 주어진 게 처음이고 게다가 영화다 보니 더욱 걱정이 됐다. 내가 모니터링을 무척 꼼꼼히 하는 편이다. 그런데 캠코더로 따로 찍어서 보고 또 볼 정도로 너무 심하게 하니까 감독님께서 금지하셨다. 배우의 생각이 너무 많아지면 캐릭터가 망가진다고 하시더라.

그럼 <피 끓는 청춘>은 어떤 이유로 선택한 작품인가?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수하는 캐릭터 자체가 많은 변화를 겪는 인물이었다. 매번 대본이 나오는 게 무서울 정도로 감정신이 많았고, 그중에는 내가 겪지 못한, 알지 못한 감정이 또 상당수였다. 한번은 감독님께 그랬다. 이런 건 접해본 적이 없는 감정이라고. 그 이야기를 굉장히 재미있어 하시긴 하더라. 결국 간접 경험까지 동원해 표현을 했고, 그런 것들이 좋은 공부가 된 것 같다. 그런데 이 작품과 함께 촬영한 <노브레싱> 현장에서는 나 자신의 부족함을 새삼 크게 깨달았다. 너무 멋있는 단면만을 보여주는 캐릭터다 보니 솔직히 하면서 많은 재미는 못 느꼈다. 그전까지 작품들을 통해 익힌 것들이 있는데 하나도 쓰질 못하니까 초조하고 답답했다. <피 끓는 청춘>은 그런 점에서 기대가 됐다. 아예 나도 못 봤던 내 모습을 이 영화를 통해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기존 인터뷰만 읽어도 스스로에게 점수가 인색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을 하면서 생긴 변화인가, 아니면 타고난 성격 같나?
일을 시작한 뒤로 그렇게 됐다. 일단은 더 잘하고 싶어서다. 둘째로는 상대방이 지적하기 전에 내가 먼저 선수를 쳐버리려는 생각도 있다. 잘 파악만 하고 있다면 다음 작품을 할 때는 단점을 충분히 고칠 수 있다. 그 정도의 자신감은 있는 것 같다. 모니터링을 하면서 거슬린 부분은 꼭 바꿔 나간다.

스스로를 잘 챙기는 것 같다. 주변에서 뭐라 거들거나 챙길 필요도 없이.
자기애가 강한 편이고… 이런 이야기 해도 되나? 회사가 날 좀 방목했다(웃음). 데뷔 때부터 너무 방치하는 거다. 내가 아무것도 못해서 미쳐버릴 정도로. 덕분에 자립심같은 게 생겼다.

알아서 잘하는 성격이라 그랬던 건 아닐까?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변화가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하이킥> 마치고 난 뒤 <학교 2013>에 캐스팅될 무렵부터는 직접 나섰다. 감독님을 찾아가 만나뵙고 이야기도 들어보고… 소위 영업을 한 거다.

그런 걸 붙임성 있게 잘할 인상은 아닌데, 의외다.
되게 못한다. 못하는데, 누군가 해주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안 되겠다 싶었다. 연기하면서 가장 막막했던 시기가 딱 <시크릿 가든> 전이었다. 집에 있기만 해도 너무 힘들었다. TV에서 내 또래만 봐도 미치는 거다. ‘쟤보다 내가 못한 게 뭐지?’ 혼자 이러면서 우울해했다. 나도 저만큼은, 아니 저 이상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답답했다. 얼마 전에 친구 한 명을 만났다. 오랫동안 연기를 하고 싶어 했는데 아직 좋은 기회를 얻지는 못한 상태다. 그런데 그 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요즘 TV만 봐도 미치겠다고. 그래서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내가 느낀 바를 이야기해줬다. 미칠 것 같은 그때 밖에 나가서 하나라도 더 경험을 쌓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를 요즘 종종 한다고. 예전에 좀 더 많은 걸 겪었더라면 연기를 하다 도저히 모르겠고 표현할 자신도 없을 때, 지금처럼 바닥난 느낌을 덜 가질 것 같다고. 그런데 말하면서도 그 친구가 공감하진 못할 거라는 생각은 들었다. 몇 년 전의 나 역시 ‘왜 난 안 되나’만 고민하느라 뭔가를 해볼 겨를이 없었다.

생각이 많은 편 같다. 트위터는 “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헛소리를 할까 봐” 그만뒀다고 했다. 사실 대부분은 헛소리를 한 뒤에야 겨우 그만두지 않나? 그걸 염려해서 미리 끊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문제가 된 다른 연예인들의 예를 접하다 보니 조심스러웠다. 나도 누군가에게 불만이 쌓이면 괜히 표출하고 싶어질 것 아닌가. 여자친구랑 헤어진 뒤 뻔히 볼 걸 알면서 싸이월드 다이어리에다 한 소리 적던 식으로. 종종 팬들에게 보여주려고 사진도 올리곤 했는데, 그러면 또 그냥 올리기는 심심하니까 한두 마디씩 적게 된다. 한동안 힘들고 불안한 상태가 이어졌는데 이러다 내가 또 헛소리 쓰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안 하는 게낫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뭐가 그렇게 불안했나?
지금은 괜찮다. 한동안은 시간이 너무 허무하게 지나가는 것 같았다. 영화를 찍는 내내 지방 모텔에 박혀 지내면서 불안했다. 이 캐릭터를 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매 신마다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외로웠다. 내가 외로움을 잘 타고, 심지어 좀 즐기는 편이긴 하지만.

외로움을 즐긴다고?
등에서부터 가슴까지, 찬 바람이 안에서 도는 싸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싫으면서도 또 파고들게 되는 감정이다. 아, 좋다… 혼자 그러고 있다.

아무튼 지금은 불안함이 덜하다니 다행이다.
<피 끓는 청춘>은 오랜만에 겹치기 없이 한 촬영이다. 이 작품에만 집중하면 됐는데 그게 또 잘 안 됐다. 오히려 욕심 때문에 생각이 많아졌던 거다. 그리고 모니터링 금지령 때문에 불안했다. 내년 초 개봉하면 결과를 알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예 감이 안 온다.

‘피 끓는 청춘’은 아닌 모양이다.
다혈질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신중한 편이다. 남들보다 조금, 겪어야 할 것을 빨리 겪은 것 같다. 연기를 정말 하고 싶었는데 소속사 문제도 많았다. 지금 있는 곳이 세 번째 회사다. 열아홉 살에 여길 들어왔다. 옮기는 과정에서 소송도 겪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하려는 건데 시작 자체가 왜 이렇게 힘든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첫 회사는 연기를 시켜준대서 들어간 건데 결국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델이 됐다. 두 번째 회사도 배우 대신 가수를 시키려고 했다. 그 뒤 지금의 회사로 왔지만 몇 년 동안 기회가 많이 주어지진 않았다. 그 과정에서 많은 걸 느끼며 빨리 성장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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