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다스의 손을 가진 음악 프로듀서 패럴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와 패션계의 골든걸 카라 델레바인(Cara Delevingne)! 각자의 분야를 평정한 이 두 사람의 만남은 현기증 날 만큼 아름답고 환상적이었다.

패럴과 카라가 입은 나일론 보머 재킷은 Alpha Industries 제품, 카라의 주얼리는 본인 소장품.

패럴과 카라가 입은 나일론 보머 재킷은 Alpha Industries 제품, 카라의 주얼리는 본인 소장품.

지구상에서 가장 잘나가는 음악 프로듀서, 그가 지금 카무플라주 박서 쇼츠만 입은 채 내 앞에 서 있다. 패럴 윌리엄스(40세)는 완벽한 식스팩까지는 아니지만 늘어진 살을 방치하는 타입은 결코 아니다. 다이아몬드 귀고리가 햇빛에 반짝거리고 얼굴엔 미소가 감돈다. 사실 요즘 패럴이 행복할 만한 근거는 아주 많다. 다프트 펑크와의 컬래버레이션 앨범 <겟 럭키(Get Lucky)>가 20개국 이상에서 1위를 휩쓸었고, 로빈 시크를 위해 프로듀싱한 ‘블러드 라인스(Blurred Lines)’ 비디오에선 하얀 란제리를 입은 두 명의 모델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뮤직 비디오 버전에 따라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모델도 있다). 하지만 현재 패럴은 완전히 다른 걸 생각하고 있다. 그는 두 손을 모아 목 뒤로 깍지를 낀 채 정중하면서도 겸연쩍게 물어온다. “내 치골이 다 드러나 보이죠?” 물론 이 공간에는 패럴만이 반 나체로 있는 건 아니다. 집단 히스테리를 유도하듯 강렬하게 쏘아붙이는 시선으로 응시 중인 카라 델레바인 역시 란제리만 입었을 뿐이다. 우린 지금 웨스트 런던, 데이비드 베일리의 스튜디오 백스테이지에 있다. 촬영이 잠시 중단된 사이, 카라는 휴대폰 스피커 밑에 턱을 붙인 채 통화 중이다. 그녀는 간밤의 화젯거리에 대해 친구들과 돌아가면서 쉴 새 없이 수다를 떨고 있다. 반면 가까이서 본 패럴은 좀 더 가라앉은 듯 보인다. 어제 저녁 그레이엄 노턴 쇼에 출연했다가 비즈니스 디너를 마친 후 뉴욕에서 막 돌아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촬영이 끝난 다음에는 그의 세 의류 레이블 중 하나인 BBC(Billionaire Boys Club)의 화보 촬영까지 있다고 한다. 그에게 피곤하지 않은지를 묻자, 평화로운 미소를 띤 채 이렇게 말한다. “사실은 괴로워요!”

패럴은 정중했다. 촬영장의 모든 사람들에게 ‘Sir’나 ‘Ma’am’을 붙이며, 베일리가 몸집이 큰 어시스턴트와 보디가드를 비롯해 두 수행원을 촬영장 밖으로 몰아냈을 때도 어깨를 한번 으쓱하더니 ‘괜찮아요’라 한다. 쉽게 들뜨는 타입도 아니고 말이 많은 편도 아니다. 베일리의 렌즈 앞에서 그는 편안하면서도 순종적이다. 탁월한 안목을 지닌 사진가의 지시사항에 집중하면서, 화려한 섹시함은 그의 곁에서 마치 리본처럼 낭창낭창하고 유연한 카라에게 넘겨준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의 존재감은 수천 와트의 전구가 한꺼번에 켜진 듯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단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특유의 카리스마가 발휘된다. 패럴이 처음으로 패션에 눈을 돌린 건 15년 전쯤이다. “켈리스와 계약을 맺었을 때 난 온통 폴로 랄프 로렌 차림이었습니다. 그땐 그게 최고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켈리스가 다가와 이렇게 말하더군요. ‘당신은 그 틀에서 빠져나와야 해요.’ 그녀는 내게 프라다와 구찌를 알려주었어요. 덕분에 난 모노그램 밖의 삶을 발견하게 됐죠.” BBC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놀라운 일이에요.” 코튼 톱부터 크리스털 장식의 보머 재킷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판매하는 라인을 두고서 그가 말한다.패럴은 T셔츠 및 운동화 브랜드인 아이스크림(Icecream)과 BGC(Billionaire Girls Club) 라인도 이끌고 있지만, 여전히 겸손하게 자신을 단지 잡다한 일을 담당하는 ‘디테일 맨’일 뿐이라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스타일리스트가 프라다 양말을 들고 왔을 때 그는 평정심을 잃었다. 패션 피플에게 완벽한 솔기로 완성된 실크 화이트 양말은 정말 탐나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패럴의 어시스턴트는 촬영이 끝나자마자 이 양말들을 한아름 사들였다. 매번 새로운 룩으로 갈아입을 때마다 그는 거울 앞에서 꼼꼼히 체크를 한다. 하지만 거울을 통한 자기 과시가 아닌, 그의 초점은 팬츠의 길이와 폭, 칼라의 높이, 소매를 접어야 할지 혹은 말아야 할지 등을 살펴보는 것이다. 패럴은 각 아이템이 어느 브랜드인지와 일상생활에서 어떤 방식으로 입는 것이 좋은지를 물어온다. 그는 주문 제작형 옷을 좋아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가위로 이런저런 재단을 해보는 타입이라고 한다. “패션은 패럴의 기분을 결정지어요”라고 하우스 앤 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로니 쿡(Ronnie Cooke)이 말한다. “그는 스타일에 있어선 과감하죠. 음악에서 그 어느 누구보다도 용감한 것과 마찬가지로요. 그가 전 세계 소년 소녀들에게 막강한 패션 영향을 미치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무엇이든지 걸쳐보는 실험성이 꽤 근사해 보여요.” 패럴은 자신의 옷들을 분석하면서 카라가 무엇을 입고 있는지도살펴본다. 그녀에게 ‘블랙 체크 셔츠와의 컬러 대비를 위해’ 레드 체크 스커트를 입을 것을 권유하는 패럴 덕분에 결국엔 레드 체크 스커트가 살아남았다!

스핑크스를 닮은 커다란 눈과 긴 속눈썹 그리고 미소가 도는 입가, 패럴은 정말 매력적이다. 여러 인종을 합해놓은 듯한 외모이지만 그는 자신의 민족성은 ‘블랙, 블랙, 블랙!’이라 말한다(물론 피부색 자체가 그가 누구인지를 규정해주는 것은 아니다). 이마를 제외하고는 주름이 거의 없는 매끄러운 피부는 ‘세타필과 찬물로 세안을 하기 때문’이라 한다. 브랜드 마케팅의 일환으로 공공연한 섹슈얼리티를 발산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좀 더 중성적인 모습으로 비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패럴은 뮤직 비디오에서처럼 종종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상대방을 평가하기도 하고, 뜬금없이 칭찬의 말을 꺼내기도 한다. 인터뷰 도중에 불쑥 마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낸 듯 ‘당신은 정말 커다란 눈동자를 지녔군요!’라 한다. 촬영장에서의 그의 모든 동작 하나하나는 일종의 작업(?)을 연상케 한다(작년 패럴은 모델이자 패션 디자이너 헬렌 라시첸과 약혼을 했다. 네 살짜리 아들 로켓과 미래의 와이프에 관련된 사항은 이 인터뷰에선 출입 금지 영역이다. 단지 나중에 아들을 두고서 ‘내가 만들어낸 최고의 걸작’이라 언급할 뿐이다). 옷들이 잔뜩 걸린 레일에서 시선을 돌려, 그는 음반 산업에서의 성공을 두고 ‘작업하고 음악을 만들고, 또 작업하고 음악을 만드는 꾸준한 과정일 뿐’이라 말한다. “이 과정은 결코 멈춰지지 않는 것이에요. 절대 중단되지 않죠.” 그가 말하는 ‘과정’은 열망은 높지만 저소득층이 많았던 홈타운 버지니아 비치에서의 ‘밴드 캠프’로부터 시작되었다. 이곳에서 12세 소년은 오케스트라에서 ‘왕벌의 비행’을 연주하는 법을 배웠고, 단짝인 채드 휴고(Chad Hugo)와 17~18세 때부터 나름 음반 트랙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주 오래전이어서, 지금은 거의 기억이 나지않아요.” 패럴이 웃음을 터트린다. 이들은 블랙스트리트의 테디 라일리에 의해 발탁되었고, 패럴과 채드는 켈리스, 제이지,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작업하는 프로덕션 듀오 넵튠스로 활동했다. 물론 협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두 명의 또 다른 뮤지션을 영입한 펑크 힙합 밴드 엔이알디(N.E.R.D)로 이어졌다. 현재 마이애미에 살면서 홈 스튜디오에서 일상적인 작업에 몰두하는 패럴은 이렇게 말한다. “사교적인 삶은 거의 없어요. 굳이 그렇게 드라마틱할 필요가 있을까요?”

2003년 8월, 한 통계 조사에 따르면 패럴은 영국 라디오에서 틀어주는 모든 음악의 20%를 프로듀싱했고, 미국에선 그 수치가 43%를 넘어섰다고 한다. 2006년엔 그래미에 노미네이트된 앨범 <In My Mind>를 솔로로 발표했고, <슈퍼배드 1>과 최근 <슈퍼배드 2>의 사운드트랙도 작곡했다. “나 혼자 음악을 만드는 것인지 혹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만드는 것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그저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죠.” 패럴은 숙면을 취하고 여유로움을 지니는데도 특별한 재능을 지녔다. “그 어떤 것에도 초조해하지 않는 편이에요. 왜 그래야만 하나요? 만일 나 자신에게 압력을 가하기 시작한다면, 그땐 재밌는 건 다 사라지게 되니까요.” 그가 그나마 가장 긴장했을 때는 2004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무대 위로 걸어 나갈 때. 당시 데이브 매튜스, 빈스 길, 스팅과 함께 비틀스의 ‘I Saw Her Standing There’를 부를 때였다. 하지만 이 퍼포먼스 역시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 중 하나로 남았다. 리애나(Rihanna)에 따르면 패럴을 슈퍼스타로 올려놓은 건 ‘기분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그만의 독특한 관점’이다. 실제로 그의 모토는 ‘온 재능을 창조성에 충실히 쏟아부어라!’는 것이다. 패럴이 세상을 보고 듣는 방식은 ‘창조성’과 ‘이를 향한 본능’에 기반을 두고 있다. 트랙을 만들 때 그가 생각하는 건 그루브, 페이스, 비트, 가삿말 전체가 어우러진 창조성이다. 덕분에 패럴은 ‘유추’의 제왕이어서 자신의 창조적인 과정을 이렇게 비유한다. “열기와 수분이 없다면 스팀을 만들어내기가 불가능하죠.” 안타깝게도 그는 이 스팀 주전자의 뚜껑이 어떻게 열리고 또 히트 레코드가 어떻게 제작되는지에 대해선 거의 언급을 하지않는다. 정작 오늘은 패럴이 아닌, 카라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화보 촬영이라기보다는 마치 그녀의 오디션을 지켜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그중에는 패럴의 노래도 꽤 많이 섞여 있다. 카라는 좋은 목소리를 지녔고 노래마다 자신감이 실려 있다. “그와 함께 작업하다니 너무 흥분돼요. 그는 내게 많은 영감을 주죠. 최근 리애나와 투어를 갔다가 버스에서 ‘Blurred Lines’가 울려 퍼지는 걸 들었어요. 우린,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따라 불렀어요.” 베일리가 밥 딜런의 ‘Spirit on the Water’를 틀자, 세 사람은 슈즈 굽을 또각거리며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촬영을 마친 후 의상 레일 뒤쪽으로 돌아왔을 때, 메이크업 공간에서 이들은 카라의 친구이자 퍼렐에겐 여동생과 같은 마일리 사이러스와 함께 치즈버거를 나누어 먹었다. 그는 올해 메트로폴리탄 갈라 디너에서 단 몇분간 카라를 만났을 뿐이지만, 그녀를 두고 “정말 좋은 에너지를 지녔다’”고 말한다. 물론 양자리인 패럴도 엄청난 에너지를 지녔다! 떠나기 전, 이들은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조만간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면서. 아마도 다음 번엔 함께 음반 작업을 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