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쌀밥을 국물에 말아 후루룩 들이켜면 뱃속까지 뜨끈해지는 곰탕 한 그릇을 찾아 서울을 헤맸다.

1. 하동관
75년 동안 깊은 국물 맛과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 맛을 한결같이 지켜온 하동관의 메뉴는 곰탕과 수육이 전부다. 하지만 메뉴판에 적혀 있지 않은 몇 가지 암호를 외워두면 매번 새로운 곰탕을 즐길 수 있다. 밥을 줄이고 고기를 더 넣은 ‘맛배기’, 고기를 더 풍성하게 얹은 ‘스무공’, 깍두기 국물을 부은 ‘깍국’, 날달걀을 넣은 ‘통닭’이 바로 그 암호. 그 외에도 기름을 빼고 달라거나, 고기를 빼고 달라는 등 원하는 대로 주문 가능하지만, 무심코 ‘냉수’ 한 잔 달라고 외쳤다간 소주가 가득 담긴 맥주 잔이 식탁으로 배달될 테니 주의해야겠다. 서울 중구 명동1가 10-4 [위치 보기]
2. 애성회관
이제 2년 남짓의 역사를 가진 애성회관은 곰탕계의 신인에 가깝다. 간장으로 간을 한 국물 맛 역시, 낯설게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매일 아침 들여오는 최고급 한우만으로 맛을 내 잡냄새라곤 나지 않는 국물, 차지게 씹히는 두툼한 양짓살을 맛보고 난 후에는, 이 놀라운 신인의 행보를 주목하게 되지 않을까.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여타의 곰탕 가격을 떠올린다면, 보통 7천원, 특 9천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도 고맙게 느껴진다. 서울 중구 북창동 93-36 [위치 보기]
3. 벽제갈비
만만치 않은 가격을 제외한다면, 최고의 한우를 구워 먹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벽제갈비. 양지, 양, 곱창 등 한우의 각종 부위를 풍성하게 넣어 칼칼하게 끓인 양곰탕 역시 제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결코 기름지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을 지닌 국물을 앞에 두고 있으면, 밥 한 공기에서 멈출 수 없다는 점이 유일한 단점. 김치는 물론 가지 무침, 고추 무침, 상추 무침 등 정갈한 밑반찬마저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야속한 접시들이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205-8 [위치 보기]
4. 평양집
평양집은 곱창, 양, 차돌박이는 물론 염통, 콩팥, 소등골에 이르기까지 소고기의 다양한 맛을 누릴 수 있는 친근한 고깃집이다. 하지만 해장이 필요한 날이라면 밥을 턱 말고 각종 내장과 파를 풍성하게 넣은 후 양념장을 얹어 내오는 내장곰탕이 최선의 선택. 걸쭉해 보이는 생김새와 달리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 덕분에 지난 밤의 숙취가 금세 달아난다. 내장곰탕의 경우 평일엔 오후 5시, 주말엔 밤 9시까지만 주문 가능하니 기억해야겠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137-1 [위치 보기]
5. 은호식당
1932년 이래 남대문 시장의 한 귀퉁이를 지키고 있는 은호식당. 꼬리만을 끓여 말간 빛이 도는 국물에 큼직한 꼬리 토막 2개가 풍덩 빠져 있는 꼬리곰탕이 대표 메뉴다. 먼저 부드러운 고기를 발라내 부추를 넣은 간장 소스에 찍어 먹은 후, 필요하지 않은 맛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맑을 국물에 밥을 말아 훌훌 들이켜면 꼬리곰탕의 완성. 고기가 더 탐나는 날이라면 더 큰 꼬리 토막을 넣어주는 ‘꼬리 토막’을 주문하면 된다. 서울 중구 남창동 50-43 [위치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