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손바닥만 한 휴대전화 속 사진 폴더에 자신의 일상을 빼곡하게 쌓으며 지낸다.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라는 질문을 건네는 대신 최근 기록한 시간들을 부탁했다.

우리 동네, 효자동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탤리언 식당 두오모의 오너 셰프인 허인도 그동안 많은 곳을 옮겨 다녔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 ‘동네가 참 좋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건 지금 지내는 효자동 언저리뿐이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도 발견의 기쁨이 여전한 동네 풍경 한 바퀴.

1. 갤러리에 들러 작은 전시를 보고, 창밖 동네 풍경을 훔친다.
2. 이제는 책을 구하러 들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책방.
3.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동네 카페의 오후 햇빛을 독차지한다.
4. 봉황 분수대 앞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관광객을 받는다.
5. 사라지지 않은 작은 가게들의 흔적을 따라 골목을 걷는다.
6. 저녁이 찾아올 무렵,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스크린 밖의 영화
김지운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에 동행했으며 장준환 감독의 복귀전을 함께 준비한 김지용 촬영 감독은 요즘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바쁘게 뛰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장준환의 <화이>부터 황동혁의 <수상한 그녀(가제)>까지, 최근 그가 거쳐온 현장들을 엿봤다.

1.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이하 <화이>) 현장이다. 갑작스러운 눈으로 촬영이 중단됐던 날인데, 멀리 보이는 스태프들은 이미 낮술을 모의 중이다.
2. <화이>는 자신을 키운 다섯 명의 범죄자에게 복수하는 소년 킬러의 이야기다. 야심차게 준비한 액션 시퀀스를 앞둔 상태에서 한 컷.
3. <화이>의 촬영 장소 중 하나인 석회창고다. 낡은 외벽에 난 틈으로 비쳐 드는 오후의 햇빛이 강렬했지만 정작 영화에는 담을 수가 없었다.
4. 피가 마를 날이 없었던 <화이> 촬영장. 널브러진 시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 스태프가 바쁘게 움직이는 중이다.
5.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을 때 영화 현장은 오히려 더 분주해진다. 모니터 안에 들어온 스태프들의 모습.
6. 액션 마에스트로 정두홍 무술감독.
7. 엑스트라 어린이들, 그리고 그 너머 식당에는 <화이>의 주인공인 여진구.
8. 얼마 전 <수상한 그녀(가제)> 촬영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 모습으로 돌아간 할머니를 연기할 배우 심은경이 벌써 스무 살!

만원의 행복
피처 에디터 김슬기는 지난 한 달 내내 지름신에 시달렸지만, 다행히 파산에 이르지는 않았다. 월급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만원 안팎의 즐거운 쇼핑 생활.

1. 제인송의 콘셉트 스토어 모제인송에서 가장 탐나는 공간은 2층의 작은 정원이다. 부러운 마음에 하나에 3천원짜리 플라스틱 화분 커버를 3개나 샀는데, 결국 필통이 되었다.
2. 정신없는 패턴을 사랑하는 건 유전인가? 내가 헌책방 가가린에서 구입한 소소문구의 복숭아 노트, 오사카 여행을 다녀온 동생이 타이거 코펜하겐에서 사다 준 꽃 노트.
3. 이슬람 사원 근처의 워크스는 온갖 창작물의 위탁 판매소다. 컬러탠의 복숭아초와 레몬초는 태우는 대신 가방에 넣어 다녀도 좋다.
4. 연남동의 작은 다방 연남 살롱에서 직접 만든 레몬청을 샀다. 레몬청 넣고, 탄산수 넣고, 얼음 넣으면 끝!
5. 수입 식재료가 천장까지 쌓여 있는 하이스트리트마켓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은 통조림 섹션! 이날의 선택은 공룡 모양의 치즈 소스 파스타였다.
6. 연남동의 작은 책방 피노키오엔 그림책이 참 많다. 인도 타라북스의 <워터라이프>는 바닷속 생물을 실크스크린으로
표현한 그림책인데,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나누고 싶어서 책을 고스란히 옮긴 카드를 샀다.
7. 화학 첨가물과 방부제가 들지 않은 천연 비누를 만드는 연남동의 수제 비누 가게 비뉴. 맑게, 깨끗하게, 자신 있게 살고 싶어서, 미백에 좋다는 진주 비누를 골랐다.
8. 얼마 전 카페 히비에선, 사장님이 도쿄와 교토에 갈 때마다 사다 모은 일본 그릇이 총출동한 일본 그릇 시장이 열렸다. 달걀색 작은 컵 두 개가 우리 집 주방으로 이사를 왔다.
9. 유럽식 가정 요리도 먹고, 서양요리 책도 살 수 있는 식당이자 서점인 뽈뽀 프레스 취재를 갔다가 ‘채소의 축하’ 카드를 납치해오고 말았다. 특히 보라색 가지의 축하를 받고 싶었다.
10. 30대 싱글 여성의 마음을 어루만지시는 마스다 미리 언니의 새로운 시리즈가 나왔다. 휴가 때 읽으려고 꾹꾹 참고 있지만, <아무래도 싫은 사람>은 아무래도 못 참고 읽어버릴 듯한 이 마음.

런던의 소리를 찾아서
런던은 음악 덕후들에게 천국 같은 도시다. 피처 디렉터 황선우도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조금 재미있었다고 한다.

1.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데이비드 보위 회고전. 음악뿐 아니라 패션, 영화, 미술까지… 보위가 대중문화 전반에 미친 영향도, 그걸 망라한 큐레이팅의 힘도 놀랍다.
2. 레클리스 레코드가 있는 버윅 스트리트는 오아시스가 그 유명한 <What’s the Morning Glory?> 커버를 촬영한 길. 가게 입구에 귀엽게 자신들 위치를 표시해서 걸어두었다.
3. 런던의 가장 큰 클래식 음악 축제인 BBC 프롬스 공연장인 로열 앨버트 홀. 하필 폭염 중에, 하필 바그너 반지 시리즈 ‘라인의 황금’을 보느라 3시간여 땀범벅이 되었지만 공연 실황 DVD와 블루레이에서나 보던 그곳에 드디어 입성했다는 기쁨이 컸다.
4. 소호 중고 음반 숍 중의 숍, 성지 중의 성지, 끝판왕인 시스터 레이. 다른 가게에서도 이렇게 말한다. “너, 시스터 레이는 가봤니?”
5. 몇 년 전부터 LP가 다시 음악 트렌드의 중심으로 들어왔다는 걸 감지한 건 뉴욕이나 런던의 어번 아웃피터스 매장에서였다. 최근의 힙한 음악 바이닐과 그걸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을 파는 런던 어번 매장.
6. 엘릭트로니카, 하우스 음악을 주로 취급하는 중고 음반 가게 포니카.
7. 펄프의 리마스터 바이닐을 찾는 데 실패하다가 작은 중고 가게인 플래시백 레코드에서 발견! 나중에 런더너로부터 이 동네인 앤젤 이슬링턴 지역이 한창 뜨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8. 로열 앨버트 홀이 잠실 야구장이라면 위그모어 홀은 남산 테니스장. 실내악과 독주회를 즐기기에 최적인 단아하고 아름다운 콘서트 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