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25일부터 5월 3일까지,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로 집결하는 영화는 모두 190편. 그중 놓쳐선 안 될 10편을 미리 보기 위해 전주행 급행 열차에 올라탔다.

눈물과 웃음의 베오그라드 안내서
세르비아의 현재를 읽고 싶다면,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사랑을 멈추지 않는 네 커플의 모습을 훔쳐보고 싶다면, 그리고 뮤지컬 형식을 영리하게 빌려온 영화적 형식이 궁금하다면 추천한다. 세르비아의 또 다른 영화 <써클즈>와 비교해보는 것도 좋겠다.

로드무비
러닝타임 17분의 단편임에도 영화적 공간이 주는 느낌을 충분히 살려낸 작품이다. 겹쳐지는 프레임, 빛과 그림자, 밝음과 어둠의 교차 그 자체로 영화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존재론적인 사색에 이르고있다. 그야말로 영화에 대한 영화다.

나의 도둑맞은 혁명
1979년 이란 혁명 당시, 학생 신분으로 참여한 감독의 사적인 기억이자 기록이다. 혁명은 끝났고, 가족은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났고, 감독 자신은 현재 스웨덴에 머물고 있지만, 혁명이라는 과거가 여전히 삶을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새로운 가능성의 모색이었던 혁명에 대한 생생하고 뜨거운 기억들.

돌아올 거야
오직 자신만을 길 위에 남겨둔 채 떠나버린 부모와 오빠를 기다리던 소녀 크리스의 이상한 여정. 남미의 풍경과 소녀의 마음이 흥미롭게 겹쳐지며 아름다운 성장 스토리가 완성된다. 결국 크리스는 며칠 만에 부모를 되찾지만, 그사이 세상은 조금 변해 있고, 주인공 역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성장을 경험한다.

지젝의 기묘한 이데올로기 강의
그는 슬라보예 지젝이다. 우리가 믿는 것과 행동하는 것 사이의 간극과 시차를 다루는 그의 언변, 재기 넘치는 예시만으로도 눈과 귀가 즐거워진다. 이데올로기란 무엇인지에 대한 명쾌한 설명, 뛰어난 논증, 그리고 재미난 사색을 나눌 수 있다.

에브리데이
영국 드라마 <닥터 후>의 마스터 역할을 맡은 존 심이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도 관심을 모으는 영화다. 하지만 <관타나모로 가는 길>, <인 디스 월드>를 연출하며 인정받은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다큐멘터리 스타일 영화라는 데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약 밀수로 체포되어 수감 중인 이안과 그 가족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렸다.

우리는 전진한다
2011년 5월 28일, 프랑스의 오를레앙 구치소에서 벌어진 수감자들을 위한 콘서트를 묘사한 영화다. 음악은 모든 것을 통합하고, 음악은 감옥을 벗어나 울려 퍼진다. 그 감동의 순간을 생생하게 전하는 단편이다.

첼로
프랑스 영화감독 마르셀 아농의 유작인 이 작품은 한편으론 문학적이면서도, 또 한편으론 영화적인 목소리와 표정으로 가득 차 있다. 2012년 9월 타계한 그가 자신의 집에서 두 명의 여배우와 함께 단테, 그리고 제임스 조이스를 논하며 책을 읽고 음악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련하게 펼쳐진다. 더욱이 마르셀 아농을 다룬 다큐멘터리인 <전주곡>을 보고 나면 그의 이름을 마음 깊숙이 새기게 될 것이다.

다시,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
1895년 상영된 뤼미에르 형제의 단편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을 리메이크한 작품. 이 작품을 보고 나면 어쩐지 영화사 초기와 지금의 모습이 그리 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것은 역사의 문제인 동시에 과거의 영화를 현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예술적 행위기도 하다.

오르탕스를 찾아서
자꾸 복잡하게 꼬여만 가는 교수 데미안의 일상을 그리는 코미디다. 파스칼 보니체르 감독의 빼어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는 물론, 삶의 우연성과 아이러니를 바라보는 경쾌함만으로도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놓치기 아까운 작품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