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거들 뿐, 눈부신 봄날 잔디 위에 드러누워 햇살과 바람 사이로 빛나는 좋은 사람의 얼굴을 보는 시간이야말로 야외 음악 페스티벌의 핵심이 아닐까? 5월 17일과 18일,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서울 재즈 페스티벌은 완벽한 음악까지 더해져 이런 환상적인 경험의 더할 나위 없는 배경이 되어줄 것이다.

권정열이 입은 파란색 재킷과팬츠는 모두 ATTIC FORMSTAD, 안에 입은 체크셔츠는 DKNY, 동그란 프레임의안경은 jamie & bell.윤철종이 입은 베이지색 셔츠와갈색 팬츠는 모두 ATTICFORM STAD, 셔츠 안에입은 니트 톱은 Zadig&Voltaire,갈색 모자와 서스펜더는jamie & bell 제품.

권정열이 입은 파란색 재킷과
팬츠는 모두 ATTIC FORM
STAD, 안에 입은 체크
셔츠는 DKNY, 동그란 프레임의
안경은 jamie & bell.
윤철종이 입은 베이지색 셔츠와
갈색 팬츠는 모두 ATTIC
FORM STAD, 셔츠 안에
입은 니트 톱은 Zadig&Voltaire,
갈색 모자와 서스펜더는
jamie & bell 제품.

 

파인 땡큐, 앤유?

올해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서는 십센치를 만날 수 있다. 5월 17일 토요일에는 라 벤타나와 함께 무대 위에서, 두 번째 날인 일요일에는 아마도 관객으로 잔디광장 어디에선가.

더블유와는 오랜만의 인터뷰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권정열 작업실을 만들어서 근 한 달은 내내 거기 신경 쓰며 지냈다. 우리만의 작업실, 합주실 겸 녹음실인 셈인데 남자끼리 쓰는 데다 보니 예쁘게 꾸미는 인테리어보다는 방음 공사에 집중했다. 그래도 숙식 중에 ‘숙’ 은 가능하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윤철종 멤버들이랑 다 같이 노는 장소라고도 볼 수 있다. 아무래도 그전에는 합주실을 빌려서 사용했는데 이제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연습할 수 있으니까 심적으로 편하다.

십센치가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 나오는 일을 두고 놀라는 사람이 많다.
우리도 놀랐는데, 라인업 보니까 미카에 데미언 라이스에…. 재즈보다는 ‘핑크 팝 페스티벌’ 쯤 될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해졌다. 탱고 음악을 하는 라 벤타나랑 친한데, 언제 한번 같이 재밌게 공연해보자고 벼르다가 이번에 판을 깔아주셔서 함께하게 됐다. 라 벤타나에서 베이스 치는 친구랑 고등학생 때부터 친했다. 셋이 같이 밴드를 하기도 했고. 그때부터 교류가 잦았기 때문에 우리 2집 앨범에 라 벤타나 멤버가 연주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서로의 곡을 같이 연주한 경험도 있고, 접점을 찾으면서 공연 준비를 해가려고 한다. 라 벤타나 새 앨범에도 우리가 참여할 것 같다. 아직 진행된 바는 없고 밥 한 번 같이 먹었다(웃음). 오늘 인터뷰 끝나면 만나러 간다. 각자 팀의 공연, 그리고 함께하는 비중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될 거다.

재즈 음악도 좀 듣나? 십센치에게 재즈란?
문외한이다. 록 신만 좋아했는데 평론가 남무성 씨가 만화로 쓰고 그린 <올 댓 재즈>라는 책을 재밌게 읽고 나서 얄팍하게 나마 알게 됐다. 나랑 성향에 맞을 것 같은 아티스트는 찾아 들어보기도 하면서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는 공감대를 갖게 되었다. 예를 들어 마일즈 데이비스 같은 뮤지션은 트럼펫 연주자로만 알고 있다가 앨범 사서 들어보니 왜 유명한지 알겠더라. 재즈라는 게 코드나 리듬보다는 어떤 면에서 정신을 얘기하는 용어로 더 쓰이지 않나 싶다. 솔- 같은 느낌으로.
존 스코필드, 래리 칼튼, 팻 메스니 같은 재즈 기타를 많이 듣는 편이다. 곡을 만들면서 막혔을 때 들으면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해준다. 음악에 대해서는 거창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똑같이 즐기는 거다.

<무한도전> 출연 이후 본격적으로 예능 진출을 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더라.
원래 무한도전 팬이기 때문에 신나서 승낙했지만 그렇게 여러 주 방송될 줄은 몰랐다. 그전 가요제 포맷에서는 뮤지션의 비중이 그렇게까지 크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우리를 알릴 수 있는 기회여서 커리어에 득을 봤지만 우리가 방송에 잘 맞는 사람들은 아닌 것 같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단독 공연을 가졌다. 아레나 급 아티스트 반열에 오른 소감은 어떤가?
체조경기장에서 공연한 다음 날 악스홀에 벤 폴즈 파이브 공연을 보러 갔는데 무대가 작아 보이더라. 급하게 추진해서 이루어지긴 했는데, 음악 하는 사람들이 종착역처럼 여기는 큰 공연장에서 해본 경험이 우리 팀에 대해서 좀 더 잘 알게 한 것 같다. 버라이어티를 위해 여러 가지 가능한 포맷을 다 넣었고 쇼적인 구성도 했다. 콘서트 사이즈가 너무 커지니까 그게 메리트이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아마 당분간은 이런 큰 무대에 서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마음은 뭔가 다른가?
페스티벌에서는 가볍게 한다. 관객들이 소풍 가듯 놀러 오는 것처럼 우리도 놀러 가는 기분으로 한다. 서로 즐겨야 재미있는 거니까. 짜맞춘 각본 같은 것 없이 올라가서 할 거 다하고 내려오는 게 재밌다. “이거 빨리 끝내고 데미언 라이스 보러 가야지!” 그런 느낌도 있다(웃음).

본인들 무대 끝나면 어떤 뮤지션 공연을 볼 계획인가?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좋아하는데 여태 한 번도 못 봐서 정말 기대 중이다. 얼쓰 윈드 앤 파이어도 작년 공연이 정말 신났다고 하던데, 보컬인 필립 베일리가 올해 온다고 알고있다.
데미언 라이스의 첫 내한 공연을 혼자 가서 봤다. 그때의 감동을 이번에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다.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날씨도 화창할 텐데 여자 관객분이 가볍고 시원하게 입고 왔으면 좋겠다. 우리 공연은 관객에 많이 좌우된다. 남자분들은 자기 마음대로 입고 오셔도 된다.
즐기러 오시는 거니까 함께 편안하게 즐겼음 좋겠다. 힘주지 않고, 짜여지지 않은 채 우리가 갖고 있는 본연의 에너지로 하겠다. 아까 얘기한 남무성 씨 책에 유복성 선생님의 유행어가 계속 나온다. “이게 재즈지!” 하는… 그런 자유로운 에너지야말로 재즈 아닐까?

신사의 품격

스물셋의 싱어송라이터인 제프 버넷의 음악은 휴대전화처럼 상대를 갈아치우는 빠르고 쿨한 연애보다는 느리고 우아한 신사의 로맨스에 가깝다. 재즈와 R&B, 솔과 팝을 부드럽게 녹여 완성한 듯한 첫 앨범 [The Gentleman Approach]는 좀처럼 거절하기 힘든 프러포즈다. 서울 재즈 페스티벌의 밤을 더없이 로맨틱하게 만들어줄 뮤지션에게 우아함의 가치와 신사의 품격에 관해 물었다.

지난 3월에도 서울에서 공연을 가졌다. 첫 내한 무대는 어떤 경험이었나?
놀라웠다! 서울에서 잊지 못할 만큼 근사한 시간을 보냈다. 관객들의 호응이 정말 대단했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내가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션이 된 것 같았다, 하하.

5월 17일과 18일에 열릴 서울 재즈 페스티벌을 위해 다시 한국을 찾을 계획이다. 두 달 전과는 어떻게 다른 무대를 기대할 수 있을까?
다른 관객들을 다른 환경에서 만난다. 그것만으로도 전혀 새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뮤지션이 되겠다고 결심한 건 언제부터였나? 계기가 된 사건이 있었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구체적으로 진로를 정하게 됐다. 맞다, 유튜브와 SNS에서의 입소문이 좋은 기회를 만들어줬다.

모든 곡을 직접 만들고 부르는 싱어송라이터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완성한 곡을 기억하나? 몇 살 무렵이었고 어떤 내용의 노래였나?
물론 기억한다. ‘Can’t be Happy’란 제목이었고, 이별에 관한 노래였다. 당시 나는 열여섯이었다.

2012년에 발표한 첫 정규 앨범 제목은 [The Gentleman Approach]다. 당신이 생각하는 ‘신사적인 접근(Gentleman Approach)’이란 어떤 걸까? 예를 들어 설명해준다면?
‘신사’가 되기 위한 노력과 시도가 요즘 시대에는 드물어진 것 같다. 난 우아함의 가치를 알리며, 존경이 더해질 때 사랑은 얼마나 더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신사는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

데뷔작에는 R&B, 재즈, 솔, 팝 등 다양한 장르가 녹아 있다. 10대 때는 어떤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즐겨 들었나?
너무나 많다! 저스틴 팀버레이크, 뮤지크 소울차일드, 브라이언 맥나이트, 스티비 원더… 하나하나 언급하다 보면 목록이 끝도 없이 길어질 거다.

1집에 수록된 트랙인 ‘With Love’와 ‘If You Wonder’에 각각 듀크 조던의 ‘Everything Happens to Me’와 빌리 할리데이의 ‘On the Sentimental Side’ 같은 재즈 스탠더드를 샘플링해서 사용하기도 했다.
재즈 곡을 샘플링하는 걸 무척 즐긴다. 피아노 사운드와 긴밀하게 어우러졌을 때 이 장르는 특히 내게 신선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동세대보다는 지나간 시대의 음악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듯 보인다. 가사 내용 역시 요즘 식의 사랑보다는 고전적인 로맨스에 가깝다. 현재의 음악과 정서보다 과거의 것들에 더 강하게 끌리는 편이라고 생각하나?
꼭 그렇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곡을 쓸 때는 과거의 경험을 끄집어내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물론 때로는 온전히 상상력에 기대기도 하지만.

지금껏 당신이 관객으로서 본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을 꼽는다면? 언제 관람한 어떤 아티스트의 무대를 들겠나?
생각을 해봤는데 도저히 지금 당장 하나를 꼽진 못하겠다, 하하. 그러기엔 너무나 많은 쇼를 보지 않았나 싶다.

제프 버넷의 음악을 어떤 단어들로 정의할 수 있을까?
진짜의, 진심 어린, 세련된, 로맨틱한, 서늘한(real, heartfelt, classy, romantic, chill).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서울 재즈 페스티벌엔 ‘재즈’가 있다. 축제의 이름에 자격을 부여하는 다섯 명의 재즈 뮤지션 미리 보기.

램지 루이스

80을 바라보는 이 노년의 연주자는 정통 재즈 팬들보다는 크로스오버 재즈나 스무드 재즈를 선호하는 이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던 시절부터 프로 연주자로 데뷔한 램지는 초창기에는 비밥을 바탕으로 한 정통 재즈를 연주했다. 하지만 그에게 그래미상을 안겨다 준 대표작은 65년에 발표한 <The In Crowd>로, 같은 뿌리에서 서로 다른 형태로 발전되어온 재즈와 R&B 리듬이 흥겹게 재회한 솔-재즈의 클래식이다. 당시 R&B 차트와 팝 차트를 동시에 석권한 이 연주자는 70년 대에 접어들면서 그의 밴드를 거쳐간 어스 윈드 앤 파이어(EW&F)의 모리스 화이트와 함께 재즈-펑크(Jazzfunk)앨범을 만들어낸다. 74년에 발표한 그의 또 다른 대표작 <Sun Goddess>에는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연주자뿐 아니라 보컬리스트 필립 베일리까지 참여했는데, 이번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서 다시금 필립 베일리와 함께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Sun Goddess>는 EW&F의 음악에서 만날 수 있는 먹음직한 멜로디에 싱싱한 그루브가 함께하는 페스티벌 지향적 앨범으로, 2년 전 발표한 그의 최신 앨범 <Taking Another Look>에서는 ‘펜더’사의 일렉트릭 피아노라 할 수 있는 ‘로즈’를 대동하고 이 앨범 수록곡을 다시 연주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을 보러 가기 전에 이 두 장의 앨범을 예습하고 가면 좋겠지만, 시간이 없어서 혹은 음반이나 음원을 구하지 못해 듣지 못하고 가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무대에서 흐르는 이들의 음악은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며, 접근을 넘어 평소 몸 안에서 꿈틀대고 있었으나 좀처럼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자신만의 춤사위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것이다. (검색 창에 <Sun Goddess>를 넣어 보세요!)

히로미

아사다 마오만큼이나 일본인들이 자긍심을 느낄 만한 인물. 하지만 그녀는 스케이터가 아니라 피아니스트다. 버클리 음대에 다닐 때부터 뛰어난 실력 때문에 보스턴 캠퍼스 내에 소문이 자자했으며, 오스카 피터슨, 아마드 자말, 칙 코리아 등 거장들의 격려와 함께 무럭무럭 자라 이제는 웬만한 재즈 잡지들의 표지는 한 번씩 섭렵했을 정도의 스타가 되었다. 칙 코리아, 스탠리 클락, 앤서니 잭슨 등 소위 초절정 기교의 연주자들과 함께해왔는데, 그건 히로미가 귀여운 소녀여서가 아니라 무대에서 음악적 흥분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뛰어난 기교의 연주자이자 작곡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히로미는 건반 위에서 관객들을 흥분시키는 법을 잘 알고 있는 피아니스트이기도 한데, 함께 내한하는 베이시스트 앤서니 잭슨과 드러머 스티브 스미스와의 조합은 재즈 공연이 로큰롤 공연만큼이나 흥분되는 것임을 알려줄 것이다.

정성조 빅밴드

정성조는 색소폰을 연주하는 재즈 연주자이자 교육자다. 일찍이 브라스 음악을 대중음악에 도입하고, 80~90년대엔 영화 음악가이자 뮤지컬 음악 감독으로 맹활약한 한국 대중음악의 거목이기도 하다. 최근 <정성조 빅밴드 인 뉴욕>이라는 앨범의 속편을 녹음했으며, 노년임에도 연주자, 편곡자로서 점차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규모 편성의 빅 밴드 연주를 국내에서 보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이 노년의 연주자를 무대에서 만나는 일 또한 흔치가 않을 것이기에 이 무대는 놓치지 않는 것이 좋다. 현대 재즈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그 누구보다 해외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보컬리스트 써니킴은 친숙한 우리의 음악과 스탠더드에 봄꽃과도 같은 생명력을 불어 넣을 것이다.

로이 하그로브

마일스 데이비스 사후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윈튼 마살리스의 활약과 명성이 다소 주춤한 사이, 흑인 음악은 물론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음악까지 섭렵해 자신의 음악으로 만들어내는 탁월한 음악적 광합성 능력으로 2000년대 이후 최고의 스타 연주자로 발돋움한 트럼펫 연주자. 버클리 음대를 졸업한 이후 약관의 나이로 발표한 초창기 앨범은 하드 밥(Hard bop)에 기반을 둔 정통 재즈였지만(이 시기 대표작은 브랜포드 마살리스, 조슈아 레드맨 등 테너 색소폰 연주자들과 함께한 앨범<With The Tenors of Our Time>이다), 재즈의 달인들과 함께한 프로젝트 <Directions In Music>을 끝낸 2003년에는 RH Factor라는 이름의 밴드를 결성해 본격적으로 힙합과 솔이 결합된 크로스오버 재즈를 선보인다. 디안젤로, 에리카 바두, 커몬, 큐팁이 함께 만든 앨범<Hard Groove>에 이어 <Distraction>을 RH Factor의 이름으로 발표한 그는 정통 재즈와의 끈 역시 놓지 않았는데, 2008년에 퀸텟과 함께 발표한 <Earfood>가 바로 그것이다. 2005년에 발표한 <Nothing Serious>라는 제목처럼, 그의 무대 앞에선 진지한 표정으로 자리를 잡을 필요는 없다. 로이의 트럼펫은 끊임없는 그루브를 만들어내므로 그저 리듬에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된다. 더욱 이 트럼펫은 로맨틱한 무드를 조성하는 데도 적격인데, 그가 빅 밴드와 함께한 앨범 <Emergence>에서 연주한 스탠더드 ‘My Funny Valentine’을 들어보면 금세 알게 될 것이다. 트럼펫은 참으로 매력적인 악기이며, 그의 5인조 밴드는 매력 덩어리다.

로베르타 감바리니

그녀의 앨범은 늘 소량만 수입된 탓인지, 우리 시대 가장 각광받는 이 보컬리스트가 제대로 소개될 기회가 적었다. 언젠가 재즈 페스티벌에 초대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목소리를 한국에서 들을 기회가 생겼다니 감개무량하다. 이탈리아 토리노 지방 태생인 그녀의 이름이 뉴스를 통해 알려지게 된 것은 미국 유학 생활의 시작과 함께 참가한 ‘몽크 재즈 컴피티션(피아니스트 델로니어스 몽크의 이름을 딴 유명 재즈 콩쿠르)’ 입상 때였다. 하지만 2위를 한 제인 몬하잇이 대형 음반사의 계약서에 즉각적으로 서명한 데 반해, 3위를 한 로베르타는 별다른 기회를 얻지 못했으므로 2006년 독립 음반사에서 발매되어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음반 <Easy To Love>가 발표될 때까지는 공연장의 열광적인 환호와 평론가들의 호평에 만족해야만 했다. <Easy To Love>의 성공은 이제는 고인이 된 행크 존스와 함께한 <You Are There>, 조지 므라즈, 제프 해밀턴, 제임스 무디, 로이 하그로브 등과 함께한 <So In Love> 등으로 이어졌다. 몽크 경연대회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낸 그녀의 보컬 실력은 어제나 오늘이나 여전하지만, 앨범 커버에 담긴 포즈가 점점 세련되어진 것만큼이나 더욱 활력 넘치고 유연한 라이브를 서울 무대에서 보여줄 것이다. ‘시네마 천국’ 같은 영화 음악이나 ‘Golden Slumbers’ 같은 비틀스의 곡이 포함된 <So In Love>를 미리 듣고 간다면 집중도나 몰입도가 높아질 것이며, 빌 에반스의 곡으로 잘 알려진 ‘You Must Belive In Spring’을 점점 봄이 사라져가는 서울 무대에서 불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