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아이를 낳는 걸까?” 소설가 김애란은 <두근두근 내 인생> 에서,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을 다시 살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몰랐던 삶을 새로 살게 해주는 존재, 달콤한 연인이자 다정한 친구, 고집스럽게 독립적인 인격이자 신비로운 닮은꼴인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를 만났다.

정시아가 입은 어깨를 드러내는커팅과 슬릿이 멋진 드레스는 Lanvin,글래디에이터 슈즈는Salvatore Ferragamo 제품.딸이 입은 톱과 샤 스커트는에디터 소장품.

정시아가 입은 어깨를 드러내는
커팅과 슬릿이 멋진 드레스는 Lanvin,
글래디에이터 슈즈는
Salvatore Ferragamo 제품.
딸이 입은 톱과 샤 스커트는
에디터 소장품.

 

정 시 아 (배우) + 백 서 우 (2살)

“아이가 인생을 바꿔놓았죠.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미처 몰랐던 감정을 이제 매일 느끼며 살아가게 되었으니까요. 제가 외동딸로 자라 이기적이고 새침하고, 얌체 같은 데가 좀 있었거든요. 그런데 아이 둘 키우면서 다른 사람들 마음을 생각하게 돼요. 남의 아기들도 다 예뻐 보이고, 우리 부모님 마음이 어땠을까도 살피게 되고, 저 사람도 누군가의 귀한 아들이고 딸이겠지 생각하면 다른 사람의 실수에도 관대해져요. 한창 일할 때 첫째를 가져서, 내가 쉬는 동안 밀려나고 잊히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둘째까지 키우면서 그런 생각은 내려놨어요. 일적인 성공보다 지금은 가족이 먼저고, 더 소중한 걸 갖게 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아줌마도 안 쓰고 혼자 둘을 키워요. 다섯 살짜리 남자애는 저도 가끔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말을 안 듣는데, 남이 보면 어떻겠어요. 내가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랐기 때문에 애들은 자유롭게 키우고 싶어요. 하지만 나한테 1등은 늘 남편이에요. 부부가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게 결국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가치라 여겨요”.

왼쪽의 큰딸 세윤이 입은 리본 장식 드레스는Publicka, 리본 장식 슈즈는 Babara,오른쪽 작은딸 소윤이 입은 하늘색 새틴드레스는 Publicka, 핑크 슈즈는 Reppeto,정웅인이 입은 도트 프린트의 수트, 스웨이드로퍼는 모두 Kimseoryong Homme 제품.

왼쪽의 큰딸 세윤이 입은 리본 장식 드레스는
Publicka, 리본 장식 슈즈는 Babara,
오른쪽 작은딸 소윤이 입은 하늘색 새틴
드레스는 Publicka, 핑크 슈즈는 Reppeto,
정웅인이 입은 도트 프린트의 수트, 스웨이드
로퍼는 모두 Kimseoryong Homme 제품.

 

정 웅 인 (배우) + 정 세 윤 (7살), 정 소 윤 (4살)

“막내가 아기 때의 나랑 똑같이 생겨서 장군감 소릴 듣는데, 셋 다 딸이에요. 안문숙이 그러는데 자매 중에는 이런 애가 나중에 아들 노릇 한다고 하더군요. 아이가 셋 되고 보니 애들 외에는 다른 생활이 전혀 없어요. 책임감도 커져서 고민이 많죠. 나는 생활 배우가 되기보다 연극도 하고 영화도 하고 싶은 사람인데…. 와이프랑 같이 영화 한 편을 보고 싶어도 저녁 때면 나갈 수가 없기도 해요. 내가 아이 셋을 두니 참 좋다, 셋을 낳으라고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말하고 싶진 않아요. 아이들을 나중에 의지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스스로 노후자금이 준비된 사람들이 자녀를 많이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셋이라 좋은 점이라면, 심심할 틈이 없다는 거? 애들이 둘만 있어도 그냥 싸웠다면 셋이 되니까 사회가 생겨요. 딸들이지만 무조건 애지중지 보호하며 키울 생각은 없어요. 집에서 공기청정기를 틀어놔도 밖에 나가면 험한 공기를 마셔야 하듯이, 스스로 슬픈 일이나 불운에 맞딱뜨려서 견디고 극복하는 자생력을 가진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요. 딸들이 좀 자라면 넷이 겨울 산에 가는 게 꿈이에요. 눈 쌓인 태백산이나 지리산에 힘들게 올라가서 아빠가 끓여주는 컵라면도 먹고, 각자 조그만 배낭을 메고 서로 의지하며 열심히 아빠를 쫓아오는 그림을 종종 상상해요”.

뮤지가 입은 메탈릭한트렌치코트와 안에 입은 셔츠,광택이 돋보이는 팬츠는모두 Burberry Prorsum,핑크색 스니커즈는Converse 제품.큰딸 소호가 입은하트 프린트가 사랑스러운핑크색 티셔츠는Juicy Couture,검정 스니커즈는Converse 제품.

뮤지가 입은 메탈릭한
트렌치코트와 안에 입은 셔츠,
광택이 돋보이는 팬츠는
모두 Burberry Prorsum,
핑크색 스니커즈는
Converse 제품.
큰딸 소호가 입은
하트 프린트가 사랑스러운
핑크색 티셔츠는
Juicy Couture,
검정 스니커즈는
Converse 제품.

 

뮤 지 (뮤지션) + 이 소 호 (4살), 이 소 린 (백일)

“남자들이 대개 그렇듯이 결혼 전에는 아이들을 싫어했어요. 나한테 아무리 관심을 보여도 반응을 안 했죠. 이제는 어딜 가도 아이들밖에 안 보여요. 아이가 생긴 다음의 가장 큰 변화는 참을 줄 알게 된 거? 둘째는 두 배로 더 참아야 하구요. 날카로운 성격이었는데 딸들 앞에서는 웃는 얼굴을 보여주고 싶어서 많이 부드러워졌어요. 스케줄이 없어 집에 있을 땐 뽀로로나 후토스 같은 만화영화를 함께 봐요. 아내를 도와준다고는 생각 안 해요. 내가 애들과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은 거니까. 애들이랑 놀아준다고 생각하면 한두 시간 만에 지치지만, 같이 논다고 생각하면 하루 종일도 아이들에게서 에너지를 얻어요.”

이윤미가 입은 드라마틱한드레스는 Ralph Lauren 제품.딸 아라의 의상은 본인의 것.

이윤미가 입은 드라마틱한
드레스는 Ralph Lauren 제품.
딸 아라의 의상은 본인의 것.

 

이 윤 미 (배우) + 주 아 라 (4살)

“요즘은 할리우드 스타들을 봐도 어떤 비싼 가방이 손에 들려 있을 때보다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 훨씬 더 예뻐 보여요. 물론 내 팔에 안긴 아이는 가방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값지고 또 무겁지만요. 아빠(주영훈)의 음악적 재능을 닮은 건지 아이가 하모니카도 곧잘 불고, 기타 치는 시늉도 하는 걸 보면서 놀랄 때가 많아요. 아빠 목소리가 라디오에 나오면 ‘응, 아빠는 일하러 갔지’ 하며 알아듣기도 하구요. 아기들을 좋아해서, 유치원에 가도 다른 아이들과 원만하게 지내고 자기 것 나눠주고 하는 것 보면 신기하고 예뻐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고 있으니까, 그걸 주변에 나눠줄 줄 아는 사람으로 크면 좋겠어요.”

김석원의 테일러드 수트는Andy&Debb, 윤원정의드레스는 Debb, 아들 현준의수트, 딸 성민의 드레스는김석원, 윤원정이 직접 만든 것.

김석원의 테일러드 수트는
Andy&Debb, 윤원정의
드레스는 Debb, 아들 현준의
수트, 딸 성민의 드레스는
김석원, 윤원정이 직접 만든 것.

 

앤 디 앤 뎁 (디자이너) + 김 현 준 (15살), 김 성 민 (11살)

김석원 “한국 남자들에게 아이란 존재는 무엇보다 책임감이에요. 조그만 손으로 내 손가락을 꼭 쥐는 순간부터 한없이 묵직하고 뭉클한 책임감을 느끼죠. 이 연약한 존재가 세상에 나와서 나를 가장 처음으로 믿고 의지하는구나, 그때부터 세상의 색깔이 조금 달라 보이기 시작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손이 훌쩍 자라 있죠. 이제는 아이들과 넷이 같이 여행을 가면 돌봐줘야 할 대상이 아니라 각자의 몫을 하면서 같이 즐길 수 있어요. 마치 싱글 시절이나 신혼 때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던 시절처럼요. 아들 혹은 딸과 둘씩 짝을 이뤄서 영화를 보러 다니거나, 아이들 둘이 서로 따르고 챙기는 걸 볼때 그 세월이 문득 고맙죠. 요즘은 이 친구들이랑 조금 더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함께 살 새 집을 짓는 걸 고민하고 있어요”.

윤원정 “엄마가 되는 경험이 나에게는 극적인 환경 변화와 함께 왔어요. 학부 유학 이후 안정적으로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들어오고,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브랜드를 시작하는 여러 가지와 맞물려 임신도 하게 됐거든요. 운이 좋아서 사업이 궤도에 오른다 싶을 때 아이를 낳고 쉬게 되니까 원래 감정 기복이 그리 없는 사람인데도 약간의 산후우울증까지 올 정도였어요. 둘째 이후에는 생활에 안정감을 느끼고, 나도 성숙해진 것 같아요. 큰아이 때만큼 예민하지 않아서 남편도 육아에 도움을 많이 줬고요. 일하는 엄마가 아이들과 더불어 평화를 지키려면 좀 무뎌질 필요가 있어요. 엄마가 매순간 함께해줄 수 없다는 걸 아이가 이해하게 해야죠. 일을 해야만 하는 엄마한테 태어난 아이도 그 아이 나름의 운명이라는 걸 엄마들이 미안해하지 않으며 편하게 받아들이면 좋겠어요. 모든 걸 완벽하게 돌봐줘서가 아니라, 인생에서 내 몫을 하고 있는 엄마의 당당한 자존감을 보면서도 아이들은 충분히 좋은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해요” .

왼쪽의 둘째아들 종혁이 입은 그래픽 프린트 블루종은 Givenchy by Ricardo Tisci,안에 입은 티셔츠는 Jack & Jill Man, 팬츠는 Theory, 묵주 모양의 목걸이는 Minetani 제품.가운데 첫째 아들 종찬이 입은 흑백 대비가 멋진 블루종은 Neil Barrett, 꽃 프린트 티셔츠는 Wooyoungmi,팬츠는 Givenchy by Ricardo Tisci 제품.박준규가 입은 점퍼는 Neil Barrett, 안에 입은 그래픽 티셔츠는 Jayho Homme Desprit, 팬츠는 Levi’s 제품.

왼쪽의 둘째아들 종혁이 입은 그래픽 프린트 블루종은 Givenchy by Ricardo Tisci,
안에 입은 티셔츠는 Jack & Jill Man, 팬츠는 Theory, 묵주 모양의 목걸이는 Minetani 제품.
가운데 첫째 아들 종찬이 입은 흑백 대비가 멋진 블루종은 Neil Barrett, 꽃 프린트 티셔츠는 Wooyoungmi,
팬츠는 Givenchy by Ricardo Tisci 제품.
박준규가 입은 점퍼는 Neil Barrett, 안에 입은 그래픽 티셔츠는 Jayho Homme Desprit, 팬츠는 Levi’s 제품.

 

박 준 규 (배우) + 박 종 찬 (22살), 박 종 혁 (16살)

“아들 둘 다 성격이 급한 편이고, 은근히 불같은 데가 있어요. 자존심이 센 것도 닮았고. 나는 예전에 우리 아버지 닮았다는 말이 너무 싫었는데 언젠가부터 포기했어. 아들인데 아버지 닮아야지 뭐 어떡하겠어요. 아들들이랑은 집에서 많이 같이 하는 게 목욕이에요. 같이 목욕하고, 뭐 맛있는 거 사먹고, 게임하고 그러지. 뭔가 가르치려 들고 훈계하려고 들면 아이들은 멀어지게 되어 있어요. 해외 여행을 가도 꼭 하루에 박물관 미술관 세 군데씩 돌면서 애들한테 가르치려는 집이 있는데, 우리 집은 수영장에서 쉬어요. 공부하라고 강요하는 것보다는 어른들께 인사 잘하고, 가족이 나갔다 오면 인사하고 같이 식사하고… 그런 기본적인 사람 살이의 예절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큰아들은 연기 전공하고, 둘째는 드럼을 치는데 애들이 하고 싶은 일을 일찍 스스로 찾은 게 참 고마워요. 나름 가업을 잇는 건데 나중에 같이 영화 출연 같은 걸 해도 좋고, 가족이 디너쇼나 콘서트를 열어보면 좋겠어요. ”

박지혁이 입은 핑크색 티셔츠와아들 시하가 입은 녹색 티셔츠는모두 American Apparel 제품.팬츠는 본인의 것.

박지혁이 입은 핑크색 티셔츠와
아들 시하가 입은 녹색 티셔츠는
모두 American Apparel 제품.
팬츠는 본인의 것.

 

박 지 혁 (사진가) + 박 시 하 (7살)

“아버지(박수동 화백)께 부탁드렸더니 ‘로우’라는 이름을 주셨어요. 길에서 만난 친구라는 뜻도 발음도 좋은데 주변에서 어렵다고 해서 ‘시하’는 제가 지었죠. 볼 시, 여름 하. 스물일곱에 결혼을 했는데 아이를 가진 건 서른여덟 때예요. 10년 정도 부부만 지내면서 아이가 굳이 있어야 하나, 싶었는데 이제 더 나이 들면 기회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니까 무척 간절해지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아이의 존재에 대해서, 결혼하고 바로 가졌으면 못 느꼈을 것 같은 애틋함이나 소중함이 큰 것 같아요. 출장이나 촬영이 많은 아빠다 보니 시간이 허락할 때는 유치원을 빼먹더라도 함께 지내려고 해요. 둘이서 캠핑도 종종 가고. 제가 테니스를 좋아하는데, 고등학교 때 어머니랑 모자간 복식으로 친구네 가족과 시합하고 아버지들은 응원하던 추억이 깊이 남아 있어요. 시하와도 그렇게 테니스 복식을 같이 해보는 게 꿈인데, 글쎄 얘는 수영만 좋아하네요(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