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자라는 가장 결정적인 증거. 당신의 그곳은 건강한가요?

겉보다 속
C컵 보다 소중한 건 건강한 가슴. 정기 검진으로 지킬 수 있다.

덜컥 겁이 났다. 막 도착한 문자 메시지에는 일로 만나 알고 지낸 지인 하나가 그만 목숨을 잃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사인은 유방암. 불과 지난달 마감까지도 이메일을 주고받았던 (심지어) 병원 전문 홍보 담당자였다. 가족의 말에 따르면 유방암 판정을 받고 치료를 지속해 왔고 불과 한 주 전까지도 직장 근무가 가능했을 만큼 위독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한다. 젊기에, 더 빨리 암이 번진 경우다. 조문을 다녀오니 뭔지 모를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30대 중반 남짓. 서로의 나이를 물은 적은 없지만 아마도 나보다 한두 살 많거나 혹은 적었을 게다. 병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더니 ‘친구의 친구’ 일이 ‘내 친구’ 일이 될 수도, 혹은 ‘나’의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일단 병원에 예약부터 넣었다.

검진 일이 가까워질수록 커진 공포감과 갖가지 생각이 뒤엉켜 머릿속은 마치 불어터진 라면처럼 엉망이 되어버렸다. “젊은 20~30대 초반의 여성은 유방 초음파 검사 위주로 진행되지만, 30대 중반부터는 보통 유방 촬영이 추가됩니다. 초음파는 유방에 생긴 덩어리(종괴)를 구분하는 목적이라면 유방 촬영술은 유방 조직에 대한 X선 검사로 만져지지 않는 유방암을 발견하기 위함이죠.” 한송이영상의학과 한송이 원장은 설명했다. 초음파로 관찰되는 고형 종괴(덩어리)는 섬유선종이 대부분인데, 양성과 악성을 구분하기 위해 보통은 6개월 정도 간격을 두고 추적 검사를 한다. 지켜본 결과 크기나 모양의 변화가 없으면 일단은 안심! 반대로 유방 촬영술은 아직 아무런 임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도 일부 유방암을 발견할 정도로 매우 유용한 검사다.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이미 받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가슴을 짓눌러 짜는 듯한 통증을 수반한다는 점. 전에 없던 경험이라 그 아픔은 더욱 크지만, 본래 몸에 좋은 약이 입에도 쓴 법이니 감내하는 수밖에. 간혹 X선 검사를 통해 다량의 낭성 종괴(물혹)가 발견되기도 하는데, 물혹은 30대부터 매우 흔하게 발견되는 질환이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단, 만약 통증을 동반하거나 ‘낭성 종양 내 고형 종괴’가 의심되는 경우, 혹의 크기가 점차 커지는 양상이라면 추가로 조직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문제는 일련의 검사를 통해서도 암을 발견하기 어려울 때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30세 이하의 여성입니다. 지방에 비해 유방 조직이 많아 촬영 후 병변을 분별하기가 쉽지 않죠. 또 다른 케이스는 확대수술을 한 가슴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자가지방이식 등을 통해 유방확대술을 한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 역시 검사에 불리한 면을 갖고 있습니다.” 한송이 원장은 가슴 성형을 계획하고 있다면 반드시 먼저 유방암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한다. 알려진 바와 달리 인공 보형물을 삽입한 가슴은 보형물이 근육층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검사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반면, 지방이식은 그 아래 지방층에 주입되어 촬영 시 시야를 가릴 수 있다는 것. “최근 몇 년간 크고 아름다운 가슴에 대한 관심은 수십 수백 배 증가한 데 비해, 유방 건강에 대한 관심과 지식 수준은 여전히 터무니없이 낮습니다. 가슴 성형을 계획하면서 비용이나 부작용 문제를 따져보기 이전에 현재 나의 가슴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설마’ 하고 생각하겠지만, 유방암 환자 4명 중 1명은 20~30대입니다. 실례로 얼마 전 스물다섯 살의 어린 환자도 다녀갔죠. 젊을수록 병을 키워서 오는 경우가 많고, 암세포가 자라는 속도도 엄청나게 빨라서 대부분은 예후가 안 좋습니다. 너무나 안타깝죠.”

‘나는 괜찮겠지’라는 안심은 금물. 속설과는 달리 유방암 환자의 75%는 가족력이 없으며, 병이 상당 부분 진행될 때까지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우리나라 여성의 가슴은 서양인의 그것과 달리 단단한 편이라서 자가진단법 역시 무용지물에 가깝다고. 그러니 믿을 구석은 단 하나, 정기 검진이다. 더욱 이 유방 질환은 그 특성상 단번에 양성인지 악성인지 단언하기가 어렵다. 수개월을 지켜보며 모양과 크기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주치의가 절실하다. 뭐, 별건 없다. 30대 이상의 여성이라면 1년에 한 번씩 기념일(자신의 생일이나 크리스마스는 어떨까?)을 정해두고 동일한 병원에서 동일한 의사에게 꾸준히 검사를 받아보자. 나에게 주는 선물이 꼭 고가의 명품 가방이나 해외여행이 될 필요는 없으니까.

산부인과 가는 길
일 년에 딱 한 번, 내 자신을 위한 3만원의 투자.

방송인 에이미 씨가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연일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던 때의 일이다. 기사를 본 사람들은 마치 그녀의 인생이 오늘로 완전히 끝난 것처럼 소란을 피워댔다. 핵심은 그녀가 주사를 맞은 장소에 있었다. 산.부.인.과.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그녀가 다녀갔다는 병원을 찾아 인터뷰했고, 사람들은 이내 수군거렸다. 결혼도 안 한 처녀가 대체 산부인과에 왜 간 걸까? “안타깝죠. 좋지 않은 사례이긴 하지만, 일단 우리나라에서 미혼 여성이 산부인과에 갔다고 하면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거든요. 산부인과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갈 수 있고, 오히려 1년에 한 번씩은 꼭 찾아야만 하는 엄연한 의료기관인데도 말입니다.” 압구정본산부인과 백은정 원장은 산부인과를 ‘아이를 낳는(혹은 지우는) 곳’이 아닌 여성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치료하는 ‘여성의학과’ 개념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병원의 문턱이 낮아질 수 있다. 사실이 그렇다. 여성의 생식기만큼 복잡하고 예민한 기관이 또 없다. 그만큼 특이 증상도 빈번하고 궁금한 것도 많지만 어디에다 물어보기 뭣해 ‘별거 아니겠거니’ 하고 넘기는 일이 다반사다. 하지만 모든 질환이 그렇듯, ‘별거’가 ‘별일’ 만드는 법이다. 고작 계란 하나 정도 크기의 기관이지만 자궁은 작게는 각종 질염부터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증, 골반염 등 수많은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흔히 부인암이라 일컫는 암만 해도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자궁육종, 난소암, 난관암, 복막암 등 다양하다. 무서운 사실은 20~30대 가운데 자궁 질환이나 부인암에 걸리는 환자의 비율이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검진을 받는 여성의 비율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 자궁근종만 보더라도 이전에는 주로 40대 이후에 발병되었는데, 최근에는 20~30대의 발생 빈도가 급격히 늘었다. 그러나 여성 생식기 질환은 대부분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만약 병에 걸렸고 빠르게 확산되는 중이라 해도,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발견할 수만 있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곧 정기적인 검진의 권장 기간과도 정확하게 일치한다. 비용은 개인 병원 기준으로 3만~5만원 선. 심지어 건강보험에 가입한 여성이라면 만 30세부터 2년에 한 번씩 무료로 경부암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자궁 검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문진, 초음파 검사, 냉균 검사. 필요하다면 혈액 검사가 추가되기도 한다. 문진은 말 그대로 의사가 묻고 진단하는 방법. 평소 월경 양이나 주기, 증후군을 비롯, 초경의 나이와 성 경험 유무에 대한 질문이 이어진다. 초음파 검사는 자궁이나 난소에 종양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다. 염려하는 바와 달리 통증이 전혀 없으며, 대부분은 복부 쪽으로 검사하기 때문에 간단히 상의만 조금 걷어 올리면 되는 정도다(예외적으로, 위험 증상이 의심될 경우 질이나 항문 초음파가 추가될 수 있다). 냉균 검사는 간단히 말해 질 분비물을 채취해 검사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여성이 산부인과를 꺼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제아무리 개방적 사고의 소유자라 할지라도 안면 부지의 어른 사람 앞에서 아랫도리를 벗고 다리를 벌리는 일은 수치스러울 수밖에. 차마 ‘어렵지 않다’고 말하지는 못하겠고, 그나마 하나 위안을 하자면 냉균 검사는 아주 빠르게, 단 3초 정도면 끝이 난다. ‘에랏! 모르겠…’이라 생각할 때쯤 이미 상황 종료. 연필로 쿡 찌르는 듯한 기분이 드나 그보다는 부끄러운 마음이 7만 배쯤 클 테니, 통증 따위 언급 할 필요도 없겠다.

“가려움증이나 악취, 분비물 등의 증세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외생식기에 문제가 생긴 경우가 많습니다. 성 관계에 의한 발병이 가장 흔하지만, 스트레스나 환경 변화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죠. 수능을 앞둔 학생들도 많이 찾았으니까요.” 백은정 원장이 설명했다. 질염은 사실 감기처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아주 흔한 질환. 환자의 80% 정도는 아주 가벼운 증상을 보이고, 며칠 약만 복용해도 쉽게 치유된다. 본래부터 몸속에 잠복 상태로 있다가,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발병하기도 하고 곰팡이나 세균에 감염되어 갑자기 생기기도 한다. 그다음으로 흔한 것은 각종 성병이다. “성병이란 말 그대로 성관계로 인한 질병입니다. 정상적인 성 관계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노출될 수 있는 병이지요. 성병에 걸렸다는 사실이 결코 부적절한 관계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절대로요. 헤르페스(herpes; 단순포진) 바이러스처럼 누군가는 입 주변에 포진이 잡히는가 하면, 누군가는 외부 생식기에 물집이 생길 수도 있는 겁니다.” 문제는 생리불순이나 부정 출혈 증상이 있고 성병이 의심되는 경우에도 묵히고 묵혀, 다른 질환으로 번지는 경우다. 심지어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도 정색을 하며 치료를 거부하고 도망치듯 병원을 빠져나가는 환자도 허다하다. 성병은 최악의 경우 자궁 파열이나 골반염, 불임에 이르기도 하는데, 초기에 약만 잘 쓰면 한 달 안에 나을 수 있는 병도 많으니 답답한 노릇. 물론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검진을 받는다면 이런 지경까지 갈 이유가 없다.

하지만 다른 외생식기 질환과 달리 암은 발병기전이 조금 다르다. 100여 가지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의한 자궁경부암을 비롯하여, 많은 부인암은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졌다. 이것은 다시 말해, 초경이 빠르고 폐경이 늦을수록, 그리고 임신 횟수가 (없거나) 적을수록 그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걸 의미한다. 또 하나. 만약 이미 암세포를 가지고 있다면 임신 중 여성 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해지면서 암세포 역시 무척 빠르게 증식할 수 있다. 결혼을 앞둔 여성에게 반드시 산부인과 검진을 권하는 건 이런 까닭에서다.

외국에서는 초경을 하면 부모가 앞장서서 딸을 산부인과에 데리고 간다고 한다. 성교육 시간에도 정기검진의 필요성에 대해 가르친다. 당연히 산부인과에 가는 일이 (적어도 우리나라처럼) ‘쉬쉬’할 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가? 초경을 시작했고, 성 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치과처럼, 안과처럼, 정기적으로 산부인과에 가야 한다. 별것 아니라고 방치하다간, 수술대에 올라 다리가 아닌 배를 벌려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