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 조정치, 하림이 당분간 함께 음악을 하기로 했다. 팀 명은 각자 이름의 마지막 글자를 따서 신치림이라고 지었다. 무슨 수목원 같기도, 중국집 이름 같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뭐라 부르건 간에 이들의 노래가, 싱그러운 숲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따끈한 짜장면을 받아들었을 때의 기분이 들게 만드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윤종신이 입은 베이지색 니트 톱과 화려한 꽃 프린트 팬츠, 레이스업 슈즈는 프라다, 굵은 반투명 프레임이 인상적인 안경은 그라픽 플라스틱 제품. 조정치가 입은 강렬한 붉은색이 돋보이는 면 소재 셔츠는 캘빈 클라인, 세라믹 소재의 메탈릭한 보타이는 코르 신 라비 돌리 by 10 꼬르소 꼬모, 잔잔한 레오퍼드 프린트의 배기팬츠는 이브 생 로랑, 슈즈는 버버리 프로섬, 굵은 프레임의 안경은 그라픽 플라스틱 제품. 하림의 하얀 가죽 재킷은 닐 바렛, 안에 입은 프린트 티셔츠와 팬츠와 밑창이 고무로 덧대어 있어 캐주얼한 슈즈는 솔리드 옴므 by 우영미, 단정한 프레임의 안경은 데렉 램 by 한독 제품.

윤종신이 입은 베이지색 니트 톱과 화려한 꽃 프린트 팬츠, 레이스업 슈즈는 프라다, 굵은 반투명 프레임이 인상적인 안경은 그라픽 플라스틱 제품. 조정치가 입은 강렬한 붉은색이 돋보이는 면 소재 셔츠는 캘빈 클라인, 세라믹 소재의 메탈릭한 보타이는 코르 신 라비 돌리 by 10 꼬르소 꼬모, 잔잔한 레오퍼드 프린트의 배기팬츠는 이브 생 로랑, 슈즈는 버버리 프로섬, 굵은 프레임의 안경은 그라픽 플라스틱 제품. 하림의 하얀 가죽 재킷은 닐 바렛, 안에 입은 프린트 티셔츠와 팬츠와 밑창이 고무로 덧대어 있어 캐주얼한 슈즈는 솔리드 옴므 by 우영미, 단정한 프레임의 안경은 데렉 램 by 한독 제품.

이야기는 1년 전, 지난해 이맘때쯤 더블유와 윤종신의 인터뷰로 돌아간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1년 전의 그는 예능 프로그램 MC로, 오디션 쇼 심사위원으로 한창 바빴다. 동시에 매달 자신의 디지털 싱글을 발표하는 가수이자 프로듀서, 동료 가수들에게 곡을 써주는 작곡가로서 늘 고민이 많았다. 어떤 음악을 할 것인지와 그걸 어떻게 보여줄지의 문제, 대중음악과 TV 엔터테인먼트의 교집합, 예능에서 습득한 소통의 기술을 어떻게 음악에 적용할까 같은 이슈들이 윤종신이라는 수다스러운 인터뷰이 안에서 마구 들끓고 있었다. 이런 다양한 이야기들의 한켠으로 그는, 당시 얻은 비밀병기 두 가지를 은밀하고도 자랑스럽게 언급했다. 실력 있는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조정치, 그리고 월드뮤직 스페셜리스트이며 연주할 줄 아는 악기가 너무 많아서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기인으로 여겨지는 하림이 바로 그들이다. 기타를 들고 한 도시로 여행을 떠나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로드무비 스타일의 음악 프로그램 <디렉터스 컷 시즌 2>에 함께 출연한 것이 계기였다. 두 사람을 발견한 윤종신의 태도는 마치 조커 카드를 두 장 들고서 들떠 있는 게임 플레이어 같았다. 그가 이 카드들을 언제 어떻게 사용할까 하는 문제는, 판을 지켜보는 사람으로서도 꽤 궁금한 일이었다. 강승윤에게 ‘본능적으로’를 주고 버스커버스커에게 ‘막걸리나’를 부르게 한, ‘촉’의 승부사 윤종신의 선택이니까. 그리고 1년 만에 그 결과로 신치림이 등장했다.

신치림 가운데 ‘림’이 이번 앨범의 프로듀서다. 음악적으로 팀을 이끌며 나머지 두 사람의 색깔을 해석하고, 여러 곡에서 보컬도 맡은 건 하림. 대신 윤종신은 공식적으로 일부 곡을 쓰고 몇몇 노래를 불렀으며, 비공식적으로는 하림을 재촉하는 역할을 맡았다. 2004년 이후로 자신의 앨범을 내지 않고 있는 이 느긋한 뮤지션에게 매달 디지털 싱글을 내는 자신의 순발력을 전염시켜 앨범이 나오게끔 만들었으니 배역에는 충실했던 셈이다. 한편 정인의 남자친구라는 사실만큼이나 어쿠스틱 포크 기타 실력으로 유명한 막내 조정치의 연주는 신치림의 음악을 자연스럽고 따뜻한 기운으로 채웠다. 팀이지만 밴드는 아닌 세 사람은, 악기 분담 식의 밴드가 아니라 겹치는 롤을 가진 싱어송라이터들로서 신치림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셋을 묶는데 있어 중요한 건, 공유하는 음악적 감수성일 것이다.

“세 사람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몇 가지가 있었죠. 포크나 컨트리의 편안한 감성, 내추럴하고 복고적인 사운드 같은 것.” 윤종신이 언급하는 그 교집합은 아이돌들의 댄스 음악이나 <나는 가수다>가 유행시킨 가창력 폭발이 대세를 차지한 요즘의 대중 가요에서 결핍된 영역이기도 하다. 어른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당대의 음악, 그야말로 ‘어덜트 컨템퍼러리’로서 신치림이 들려줄 음악의 정체는 2월 초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앨범에 실릴 아홉 곡은 모두 제주도에서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이들이 처음 만난 <디렉터스 컷>이 그랬듯이, 기타와 아코디언, 하모니카 같은 단출한 악기들을 손에 챙겨 들고 함께 떠나서 걷다가 연주하고 멈춰서 노래하는 음악 MT 같은 시간이었다. 그 걸음을 쫓아가듯 음악에 귀를 기울여보고, 흥얼흥얼 따라 하며 생각에 젖었다가, 먼 풍경을 바라도 보다가 자기 마음으로 돌아오고, 그렇게 노래와 더불어 쉬었다 오는 것. 우리에게는 신치림의 음악이 어쩌면 그런 여행이 되어줄지도 모르겠다.

각자 노래하고 곡 쓰는 싱어송라이터 세 사람이 만났다. 프로듀서 맡은 사람이 따로 있다고 해도 고분고분 따라가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소통의 과정이 궁금하다.
윤종신(이하
) : 하림이가 뭔가를 끌어가는 데 있어서 못마땅했다면 나도 이견을 제시했을 거다. 그런데 해 가지고 오는 게 다 마음에 들었다. 나는 하림이 시키는 대로 다 했다. 이 친구가 피처링을 하거나 곡을 써주긴 해도 가요를 쉰 지 오래됐는데, 그래서 유행에 따르는 작업이 아니라 참신하게 자기 해석을 잘한 것 같다. 하림이 해석하는 윤종신, 하림이 어레인지한 조정치가 들어가 있으며 하림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는 앨범이다.

프로듀싱의 방향이 있었나?
하림(이하
) : 흔히 쓰는 것, 습관적으로 하는 것, 하다 보면 욕심이 생기는 것들을 다시 한 번 고민해봤다. 편곡 작업에서도 컴퓨터를 사용할 것인가, 악기를 더 쓸 것인가. 그런 선택에서 선을 긋고 들어간 건 있다. 예를 들어 가요에서 허한 걸 채우려고 으레
하는 선택들이 있다. 스트링을 쓴다거나, 공간감을 주기 위해 패드를 쓴다거나이런 걸 배제하고, 악기는 기타 위주, 건반도 오래된 것 하나, 오히려 이런 식의 작은 제약들을 일부러 둬서 더 재밌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다들 연차가 돼서 좋은 점이 뭐냐면, 더 해서 더 좋은 게 안 나온다는 걸 안다는 거다. 예전에는 그걸 몰라서 여러 번 했던 거 같다. 녹음을 수십 번 했다는 무용담은 어떻게 보면 미련한 방법이고, 다시 들어봐도 처음 세 번 안에 한 게 가장 좋다. 다들 음악한 지 오래됐고 각자 집에서 녹음해온 게 좋고 하다 보니 서로의 파트에 관여를 안 했던 거 같다. 하림이 편곡하고 어레인지한 방향을 내가 들어봐도 대중적인 입장에서 좋았고, 핵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림이 시키는 대로 했다고는 하지만, 윤종신이 맏형으로서 한 부분이 있을 텐데.
: 종신이 형이 집요한 데가 있다. 어쨌거나 나는 내버려두면 음반 작업을 착착 하는 사람은 아닌데 덕분에 앨범이 하나 나왔으니까.

프로듀서로서의 하림은 어떻던가?
조정치(이하
) : 핵심을 꿰뚫는 날카로움이 있다. 음악을 뻔하게 안 하려고 하는 의도, 그리고 그걸 일관성 있게 끌고 가는 힘도 있다. 엊그제도 작업해놓은 곡들을 쭉 들어봤는데 재미있더라. 요즘 시대에는 이런 걸 잘 안 한다는 점에서. 뻔하지 않다는 면으로 들어보면 더 의미 있을 것 같다.

개인 앨범에서도 아일랜드 음악 색깔을 많이 넣었고, 이후로도 계속 새로운 악기를 소개해온 하림인데 월드뮤직 성격이나 특이한 악기 사운드가 들어가 있지 않다.
: 똑같은 건 싫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독특하고 기괴한 게 옳다고도 생각 안 한다. 이 프로젝트에 맞추는 게 중요한 거지, 반드시 월드뮤직 색깔을 녹여야 하는 당위는 없었다.

미리 들어보기로는 경쾌한 포크록 느낌의 곡이던데 앨범을 소개해준다면?
: 여행이라는 주제로 아홉 곡이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면 나름의 스토리가 연결된다. 그게 앨범의 메리트인 거 같다. 마치 하나의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상상하며 들을 수 있는 콘셉트 앨범이다.
: 포크 느낌이 강하게 나는 게, 정치의 기타가 악기 파트를 거의 다 채웠다. 요즘은 컴퓨터나 오케스트라를 많이 쓰니까 그런 음악이 잘 없고, 낼 수 있는 사운드가 풍성함에도 불구하고 기타는 메인 백킹으로만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신치림 음악은 건반도 피아노나 일렉 피아노 대신에 아날로그 신시사이저 작은 거 가지고 작업했다. 오케스트라도 배제했고, 대신 관악기를 좋아해서 브라스는 썼다.
: 스트링 붐이 한때 일었는데, 스트링 섹션을 가요에서 많이 쓰는 이유가 있다. 80년대에 가요 하는 형들이 못해본 게 한이돼서. 90년대 초반만 해도 그런 게 꿈이었는데 워낙 많이 쓰니까 요즘은 공해같이도 느껴진다.

세 사람이 같이 음악을 한다고 했을 때 반가웠던 건, 나가수 스타일의 우는 보컬리스트나 아이돌 아이들 음악 말고, 편안한 어덜트 컨템퍼러리에 대한 기대였던 것 같다. 어른들이 들을 만한 대중음악이 참 없기 때문에.
: 그게 잘 돼야 한다. 요즘 음악이 비슷비슷하네라고 느끼는 분들은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나는 가수다> MC를 맡으면서 음악에 대해, 가요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될 것 같다.
: 사실 MC에게 많은 걸 기대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일곱 명의 가수가 가장 중요하니까. 물론 장점만 있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출연하는 가수들에게 혜택이 가는 부분이 분명히 있고, 그것으로도 충분한 선의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거 안 하고도 가요계가 잘 돌아가면 좋겠지만, 평소에 음반을 사지 않고 음악에 관심없던 사람들이 주말 저녁 시간대에 보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린 부분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나가수의 유행은 주말에 하는 음악 이벤트가 하나 생긴 것일 뿐, 음악계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어떤 거라고는 생각 안 한다. 제작자 편곡자들이 나가수 스타일의 편곡을 원하기 시작해서 잘될 리도 없고. 어쨌거나 나가수를 통해 느낀 건 음악은 아트가 아닌 엔터테인먼트라는 거다. 사람들은 그걸 요구한다.

그렇다면 신치림의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는 무엇일까?
: 트렌드를 전혀 따르지 않았다는 게 이 앨범의 엔터테인먼트 같다. 나름대로 지금 없던 걸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림이 정치라는 사람의 능력을 어느 정도 믿어서이기도 하고, 원래 트렌드는 없다는 신념이 있어서이기도 하다. 참신함이라는 건 엔터 테인먼트에도 충분히 매혹적인 요소니까. 아이러니하지만 트렌드에 부합하지 않는 게 트렌드가 된다.

조정치 개인 앨범인 <미성년 연애사>는 참 좋은 음악이었는데 크게 알려지지 못한 것 같다.
: 노래를 남들이 다 들었으면 좋겠거니 했으면 열심히 했겠지만, 그렇게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마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노래들이 나 자신에게라도 의미 있는 결과물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 그러니까 일기장은 누가 안 봐도 소중한 거고, 그게 결국 나한테는 죽을 때까지 의미가 있는 거니까.
: 아직도 비밀 일기다(웃음).

그러고 보면 두 사람과 윤종신이 참 대조적이다. 하림은 2집까지 내고 7년째 뜸했고, 조정치는 5년 준비해서 데뷔 앨범을 내놓고 별로 활동이 없었다.
: 가요에 대한 재미가 덜해져서 다른 걸 찾아간 것도 있었다. 앨범을 녹음하고 발표하고 활동하는 그 패턴 자체가, 꼭 이것밖에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내 작업을 했던 거다. 가수를 처음 시작할 때 음반이라는 건 산업이니까, 이걸 내야 음악을 할 수 있으니까 만드는 거였다면 지금은 음반이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기록을 게을리하면 안 되는 거니까. 그런 면에서 <월간 윤종신>은 정말 부지런한 기록인 셈이다.
: 완성도 높게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조직이 잘 갖춰져 있다. <모던 타임즈>에 나오는 컨베이어 벨트인 거다. 조정치라는 마요네즈도 짜고, 하림이라는 케첩도 짜면서 벨트가 굴러간다.
: 종신이 형은 아이러니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거 같다. ‘가요 산업이 이렇게 돌아가는 거야, 알겠지?’ 하고 사람들에게 그
걸 보여줘버리는 거 같다.
: 각자 나름의 스타일이다. 내 경우엔 멜로디도 떠오를 때 빨리 하는 게 낫다. 고민을 해보니까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생각을 많이 해서 결과가 좋았던 적이 없다. 급한 성격 후다닥 빨리 빚어내서 하는 사람도 있고 사람마다 다르다. 어쨌거나 나는 이 시스템을 만들어서 잘 활용하고 있다. 나이가 마흔 넘었지만 매달 이렇게 하니까 귀도 좋아지고 가사도 한 달에 한 번 쓰는 일기처럼 쓰니까 나름 실험할 수도 있다.
: 작업하다 보면 종신이 형이 가사를 휘리릭 막 쓰는데 내가 6개월 걸려 쓴 것보다 낫더라.

세 사람의 관계는 어떤가? 이를테면 2인 이상의 집단에서 발생하는 먹이사슬 같은 구도랄까.
: 나랑 정치가 양쪽에서 하림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그림?
: 정치가 종신이 형과 나 사이의 간극에 가교 역할을 많이 했다. 기타 연주는 말할 것도 없고,또 본인이 반주 같은 건 편곡을 알아서 해오고….
: 일종의 박쥐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얘 편, 저기서는 쟤편(웃음).
: 종신이 형은 기획력이 좋아진 거 같다. 예전엔 그냥 가수였는데 <월간 윤종신> 하면서 기획곡을 매치해서 스토리와 영상을 연계하는 기획이 늘었다.
: 그게 정면 도전했다가 안 되니까 찾은 자구책이다. 음악을 부지런히 하고자 한다면 기획이 좋아야 하는 거다.
: 그런 의미에서 신치림 공연을 참신하게 해보고 싶다. 스토리가 있게 연출된 공연을 할 때 이 프로젝트가 완성될 것 같다.
: 우리가 기획하는 공연 퍼포먼스를 3, 4월까지 다져서, 그걸 가지고 여러 군데 다니고 싶다. 앨범과 공연이 유기적으로 연결 돼서 세 명이 한 패키지로 잘 묶였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