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다 되어 치아 교정을 결심할 때 걱정하는 건, 보통은 이런 거다. 너무 오래 걸리지는 않을까? 괜히 늙어 보이면 어쩌지? 잇몸까지 약해지는 거 아니야? 그래서 실제 교정을 경험한 선배들에게 물었다. 병원에서는 절대 일러주지 않았던 치아 교정의 진실.

중고차 한 대쯤은 살 수 있는 돈이 들어간다는 것? 그건 알았다. 아프고 먹기 불편하다는 것? 그것도 알았다. 남자들이 싫어한다는 것? 당연히 알았지. 그런데, 성격이 바뀔 줄은 몰랐다. 겉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의사에 말에 혹해서 위는 설측으로, 아래는 순측으로 시작했지만 웬걸, 줄줄 새는 발음 때문에 남들이 모를 수가 없다. 특히 혀와 앞니가 부딪쳐서 내는 자음, 즉 ‘ㄷ’과 ‘ㄹ’이 첫머리에 오는 단어 발음할 때가 가장 괴롭다. 그래서 나는 요즘 어디를 가든, “더블유 패션 ‘디렉터’입니다”라고 소개하지 못한다. 혀의 통증과 멍청한 발음 때문에 웬만하면 대화-특히 체면 세워가며 당당하게 얘기하거나 전문지식을 읊어야 하는-를 피한다. 교정 5개월 만에 나 말수 적은 조신녀가 되었다.
-최유경(<더블유> 패션 디렉터)

같은 치아 상태를 두고라도, 의사마다 시술 방법이 정말 천차만별이다. 처음 상담 받은 병원은 송곳니 다음에 나는 작은 어금니를 뽑는 것이 좋겠다고 했는데, 또 다른 병원은 생니를 발치하는 대신 치간 삭제를 하는 방법을 권했다. 치아 사이사이를 아주 얇게 갈아내어 틈을 만드는 것. 또 잇몸뼈를 늘리는 장치를 일정 기간 착용해 공간을 확보한 다음, 치아 교정에 들어간다는 병원도 있었다. 내가 받은 시술은 작은 어금니 대신 사랑니를 빼고, 치아 전체를 뒤쪽으로 밀어넣는 방법. ‛멀쩡한 치아를 갈아내는 것’이 두려워 발치를 선택했는데, 결국 교정 마지막 단계에서 전체적으로 치아를 조금씩 갈아냈다(더 가지런하고 매끈하게 보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다행히 걱정했던 만큼의 시림 증상은 없었지만, 왠지 속은 기분이랄까.
-목나정(포토그래퍼)

김연아처럼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더라도 분명 얼굴 라인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좋다. 나의 경우 살짝 돌출된 구강 구조 때문에 무표정하게 있으면 뚱해 보이는 면이 있었는데, 돌출입 치아 교정을 받고 인상이 부드러워졌다는 얘길 많이 듣는다. 반대로 예상하지 못한 변화도 분명 있다. 교정기를 장착하고 있는 동안에는 아무래도 질기고 딱딱한 음식을 피하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입 라인뿐 아니라 턱과 얼굴의 전체적인 선도 조금씩 달라졌다. 얼굴형에 따라서는 한동안 볼살이 급격히 빠지고, 턱이 길어진 기분이 들기도 한다.
-박세라(모델)

치아 교정을 한 사람들 중에는 실제로 부자연스럽고 어색하게 웃는 사람들이 많다. 입꼬리가 제대로 올라가지 않거나 예전에 보이지 않았던 잇몸이 보이는 경우도 있다. 치아 교정 후 찾아오는 어색한 미소(때론 ‘썩소’)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이 점도 치아 교정을 결정하기 전에 고려해야 한다. 또한 치아 교정 역시 성형과 마찬가지로 의사와 환자 본인의 심미안이 비슷해야만 만족도 높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나는 분명 자연스러운 치아를 원했는데, 인공적인 아름다움에 빠져 있는 치과 의사를 만났다면? 얻은 건 토끼처럼 크고 새하얀 이빨일지도 모른다.
-한주희(<보그> 뷰티 에디터)

영원할 것 같던 2년여 시간이 지나고, 지난달에 철길 제거! 드디어 해방…인 줄 알았으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교정을 마친 뒤에도 치아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계속해서 유지장치(리테이너)를 껴야만 했다. 결국 철길이 제거된 지금, 내 ‘이빨’ 뒷면에는 가느다란 철사 한 줄이 붙어 있다. 심지어 틀니처럼 생긴 보조유지장치도 건네받았다. 병원에서는 가능하면 24시간 내내 평생 동안 착용하라는데, 솔직히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하상희(스타일리스트)

치아 교정이라고 해서 절대로 ‘이빨’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가장 큰 변화는 입술. 교정이 끝나가는 지금 예전에 비해 입술이 눈에 띄게 얇아졌다. 턱도 변화가 크다. 치아에 브래킷을 장착하고 나면 아무래도 원래보다 턱이 더 돌출되어 보이는 경향이 있는데, 반대로 무턱이나 두 턱이 심한 사람이라면 치아 교정만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실제로 나는 교정 6개월 차쯤 되었을 때부터 두 턱이 사라지고 얼굴 라인도 한결 갸름해지는 걸 느꼈다). 치아가 움직이다 보니 자연히 잇몸에도 영향을 미친다. 길이가 짧아지거나 잇몸이 내려앉는 경우인데, 그 때문에 치아가 더 크게 보이는 경향도 있다. 본래부터 잇몸 돌출이 심하거나 치아가 큰 편이라면 고려해두는 편이 좋을 듯.
-이성원(달팡 PR)

브래킷을 차고 있는 동안은 누구나 한 달에 한 번 이상 치과를 방문해야 하는데, 이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내원할 때마다 1mm씩 치아 사이를 조인다고 가정했을 때, 한 주를 미루면 교정 기간이 최소 한 주 이상 늘어나는 식이다. 그런데 심지어 중간에 교정장치가 탈락하거나 와이어가 변형된다고 가정한다면? 내가 설측 교정을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치아 안쪽으로 부착하는 설측 교정은 육안으로 쉽게 보이지 않는 대신, 장치가 떨어지거나 휘어지더라도 본인이 알 도리가 없다. 다음 검진 때 비로소 발견하겠지만, 그땐 이미 늦다. 한 달 동안 치아에 필요한 만큼의 힘이 전달되지 않았기에, 그 전 단계부터 다시 진행해야 한다. 그만큼 총 교정 기간이 길어짐은 물론이고.
-류현정(메이크업 아티스트)

치아 교정 기간에 일어날 수 있는 사건 중 최악은, 아마도 치과를 옮겨야 하는 상황 아닐까? 병원이 폐업했거나, 담당 페이 닥터가 이직을 했거나 등등. 그래서 대학 병원을 선택할 때에는 레지던트 2년 차를 담당의로 요구하는 것이 좋다. 술식도 무르익고, (교정 기간을 3년쯤으로 가정할 때) 졸업 전에 마지막 치료까지 관리가 가능하니까. 나는 교정 중 병원을 한 차례 옮겼는데, 이유는 의사와의 의견 충돌 때문이었다. 20~30대에 치아 교정을 결심하는 여성의 대부분이 ‛심미적인 목적의 치료’를 요구하게 마련.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처음 만났던 의사는 오직 치아의 건강과 ‛기능적인 목적의 치료’만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던 것. 돈은 돈대로 들었지만, 당연히 시술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김나연(맥 PR)

3개월 정도면 충분할 거라는 말에 윗니만 급속으로 교정 치료를 진행했다. 결론적으로 총 8개월이 걸렸고, 지금은 교정한 사실을 후회한다. 가장 큰 이유는 멀쩡하던 이에 부정교합이 생긴 것이다. 윗니만 교정했기 때문에(의사는 그것이 이유라고 말한다), 앞니가 서로 맞부딪치지 않는다. 소시지 하나 앞니로 끊어 먹을 수 없는 상태. 이로 마스킹 테이프를 뜯거나, 과자 봉지를 ‛주욱’ 찢는 건 상상할 수도 없다. 아는 사람 중에는 치아 기준선이 맞지 않는다는 사례도 봤다. 비록 치열은 가지런해졌지만, 윗니와 아랫니의 정중앙이 서로 만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기능상의 문제가 아닌 100% 심미적 목적으로 치아 교정을 생각 중이라면, 솔직히 이를 악물고 말리고 싶다.
-이미혜(<보그> 피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