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F/W 시즌, 지방시의 여자들은 표범이 되어 갸르릉대고 돌체&가바나의 뮤즈들은 록 스피릿을 지닌 ‘스타’가 된다. 이게 무슨 얘기냐고? 바로 프린트에 빙의의 마법을 건 디자이너들이 외치는 주문들! 더욱 대담하고, 다채롭고, 화려해진 F/W 프린트의 향연 속으로.

“모든 여자는 ‘스타’니까요.” 돌체&가바나의 F/W 컬렉션에서 그들이 왜 이렇게 많은 별을 사용했는지에 대해 누군가 묻자 스테파노 가바나가 웃으며 대답했다.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처럼, 때론 에너지 넘치는 록스타나 은막의 관능적인 여배우처럼, 그리고 무엇보다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그 어떤 의미에서든 ‘스타’로 살고 싶어 하는 여자의 마음을 읽은 명쾌한 답변이었다. 수전 손택의 저서 <해석에 반대하다>를 살펴보면 그녀는 예술을 해석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의 가치를 역설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감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우리는 더 잘 보고 더 잘 듣고 더 잘 느끼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해석 대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술의 성애학(erotics)이다”라고 그녀는 주장한다. 그런 맥락에서 패션의 트렌드를 분석하기 전, 디자이너들이 보여준 감성에 있는 그대로 동화되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 이것이야말로 다채로운 프린트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그러니 돌체&가바나가 1950년대 로커빌리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었고, 기존의 레오퍼드 프린트와는 또 다른 경쾌한 모티프가 필요했으리라는 추측과 분석은 프린트의 매력을 즐기려는 당신에게 그다지 중요치 않다. 한편 붓꽃과 누드의 핀업걸, 흑표범 프린트로 인상적인 컬렉션을 선보인 지방시의 리카르도 티시는? 고딕 스타일의 마스터인 그가 자신의 오랜 성향에서 탈피하려는 걸까 하는 의문은 다음 시즌을 보기 전까진 일단 보류. 다만 “평소보다 더 많은 ‘섹스’를 원했어요”라는 티시의 의미심장한 위트가 모든 걸 설명한다. 즉, 꽃처럼 아름답지만 때론 흑표범처럼 전투적인 여자가 될 것. 자신의 관능미를 당당하게 어필할 것. 더 많이 섹스를 즐기고 자신의 삶을 사랑할 것!

컬렉션의 퍼스트 로에 앉은 VIP를 보며 ‘평생 섹스라곤 안 할 것 같은 여자들처럼 보이는’ 이라고 표현한 누군가의 말처럼, 단지 우아하고 정숙한 것은 매력이 없으니 말이다. 그녀들이 키치적인 핀업걸 프린트마저도 고급스럽게 승화시킨 지방시의 저 프린트 톱을 입는다면 아마 자신의 삶도 다르게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모든 디자이너들이 말하는 것은 ‘여자’인 당신의 삶이다. 즉, 여자로서의 삶을 조금 더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끽할 수 있는 온갖 주문을 프린트를 통해 얘기하려는 것이다. 미우미우는 1940년대 전쟁 시기의 매니시한 수트에 질린 여성들이 원한 글래머러스함, 바로 어깨를 과장시키고 허리의 볼륨을 최소화해 개미 허리를 만드는 실루엣 전략에 지극히 여성스러운 꽃(물망초, 데이지, 민들레 홀씨) 프린트를 더했다. 한편 프라다는 1920년대의 몬드리안 패턴에 눈속임 기법으로 벨트까지 그려넣어 당시의 아티스틱한 감성을 끌어냈다. 화려한 색감으로 물든 뱀피 소재로 여성스러운 관능을 드러낸 클로에와 디올, 섬세하게 붓질을 한 듯 화가의 캔버스를 연상시키는 프린트로 자유롭고 대담한 여성상을 드러낸 질 샌더, 드리스 반 노튼, 에르뎀이 가을의 감성을 어필했다. 그리고 도트 패턴을 통해 균형감과 레트로적인 무드를 동시에 드러낸 마크 제이콥스와 스텔라 매카트니, 하운드투스 체크를 관능적으로 풀어낸 페라가모, 나아가 중국풍 도자기를 연상시키는 마리 카트란주의 프린트 룩도 눈여겨볼 만하다. 참, 발렌시아가의 니콜라스 게스키에르가 나무, 꽃, 파충류 등을 환각적으로 풀어낸 프린트도 당신에게 색다른 마력을 전해줄 듯. 그러니 당신의 삶에 주문을 걸게 해줄 다채로운 프린트의 향연을 느끼고, 또 즐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