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에이지드 스테이크란 단어가 파인 다이닝 업계에서 부쩍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직접 경험하고 싶다면 만만찮은 가격을 치러야 할뿐더러 고기가 숙성될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드라이에이지드 비프, 혹은 드라이에이징 비프라고도 부른다. 살짝 익혀서 칼로 썰 때마다 육즙이 자작할 정도로 배어 나오는 게 올바른 스테이크라고 꽤 오랫동안 믿어왔는데, 최근 파인 다이닝 업계는 이와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정답에 주목하는 눈치다. 드라이에이징은 옮겨 말하자면 ‘건조 숙성’이다. 진공 포장 기술이 개발되기 전, 즉 1960년대 이전의 미국에서 주로 쓰이던 방식이다. 적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20일 이상 건조시키면 고기에 수분은 적어지고(육즙은 포기하란 뜻이다) 치즈처럼 독특한 풍미가 더해진다. 습식 숙성이 일반화된 뒤에도 미국인들은 이 번거로운 방식을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바다 건너 서울의 미식가들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그 이유를 열심히 ‘곱씹는’ 중이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다르다는 건지 직접 확인할 생각에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내 레스토랑인 클락식스틴을 찾았다. 이곳은 작년 12월 중순부터 드라이에이지드 비프 메뉴를 선보이고 있으며 한우를 주로 사용한다. 강철규 조리장은 수차례의 테스트 끝에 한우에 맞는 온도와 습도, 공기의 움직임, 숙성 기간 등을 찾았다고 말한다. “미국산 소는 한우에 비해 수분이나 마블이 적습니다. 그래서 약 20일의 숙성만 거쳐도 충분하죠. 하지만 한우의 경우 그 정도로는 원하는 풍미를 얻기 어려워요. 테스트 결과 등심에는 40일, 안심에는 30일 정도가 필요하더군요.”

마침내 스테이크 세 덩어리가 테이블 위에 보기 좋게 자리를 잡았다. 통상적인 방식으로 숙성한 안심, 그리고 드라이에이징 과정을 거친 안심과 꽃등심이었다. 직접 썰고 씹어보니 가장 뚜렷하게 차별화되는 건 드라이에이징 안심이었다. 고기의 질감이 특히 쫀득한 데다 농축 우유처럼 진한 향이 입안에서 느껴졌다(건조 숙성을 거쳤더라도 꽃등심은 이보다 부드럽고 촉촉한 편이다). 육즙은 확실히 적었는데 그렇다고 고기가 버석거리거나 질기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이것도 발효 음식이라 할 수 있죠. 그래서인지 첫 입에 확 당기진 않더라도 은근히 중독성이 있습니다.” 강 조리장의 이야기다. 그는 한우의 경우 미디엄 정도로 굽기를 권했다. 미국산 소처럼 미디엄 레어로 요리하면 살은 뻑뻑하고 마블의 향 또한 다소 과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이에이지드 스테이크는 일반 스테이크에 비해 그 가격이 두세 배까지 이를 정도로 높다. 우선 건조 숙성 과정에서 고기가 크게 수축될 수 있다. 게다가 다갈색으로 굳은 겉면은 당연히 떼어낸 뒤 요리해야 한다. 소실되는 부분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10kg의 고기로 드라이에이지드 스테이크를 만든다고 할 때, 등심은 4.3kg, 그리고 안심은 고작 2.3kg가 최종적으로 접시에 오른다고 보면 된다. 사정을 듣고 나면 불평을 주렁주렁 늘어놓기가 곤란해진다. 물론 비싸다고 반드시 좋은 요리는 아니다. 레스토랑 측의 모니터링에 따르면 적잖은 여성 고객들은 되려 통상적인 방식으로 숙성된 스테이크를 더 선호했다고도 한다. 뭐, 세상에는 조지 클루니가 동네아저씨 쯤으로 보이는 여자도 (한두 명쯤) 있는 법이다. 각자의 입맛과 취향을 따르면 되는 것 아니겠나 싶다. 그런데 만약 문득 맛본 진한 풍미와 차진 질감의 고기가 운명적으로 혀에 찰싹 감긴다면? 비행기 여행 중 워렌 비티의 옆 좌석에 앉게 된 아네트 베닝 같은 기분이 된다면(영화 <러브 어페어> 참조)?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한 준비물은 대충 이렇다. 적당한 허기, 신용카드, 다소 높은 가격을 너그럽게 감당할 마음가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