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의 최고 정수는 검은 비닐판 위에 바늘을 얹는 순간 ‘치직’ 하고 퍼지는 특유의 노이즈다.

LP의 최고 정수는 검은 비닐판 위에 바늘을 얹는 순간 ‘치직’ 하고 퍼지는 특유의 노이즈다. 그 다음은, 아마도 담백하고 빳빳한 종이 커버를 열어서 판을 꺼내고 음악을 틀었다가 다시 조심스럽게 종이 봉투 속으로 집어넣는 과정 아닐까. 음반을 재생하는 행위를 경건한 의식으로 대하게 만드는 힘이, LP 케이스의 물성에는 있다. 반짝반짝 뺀질대다 금세 먼지가 끼고 금이 가거나 깨져버리곤 하는 CD 케이스가 넘볼 수 없는 낭만이기도 하고. 그래서 어떤 CD들은 LP의 껍질을 입기로 결심했다. 날짜도 의미롭던 2009년 9월 9일, 음악 팬들의 지갑을 털어간 비틀스 모노 박스 세트를 기억할 것이다. 한 장 한 장 LP 케이스로 리패키지된 이 박스 세트는 어떤 시작과도 같았다. 아름다운 디테일을 제대로 살린 페이퍼 슬리브 케이스가 음반 컬렉터들의 새로운 공략 대상이 된 것. 이번에 소니 뮤직에서 내놓은 페이퍼 슬리브 시리즈는 오리지널 LP의 앞뒷면 디자인, 접착 방식과 섬세한 마무리를 그대로 살려내고 특수 재질에 정교한 프린트로 인쇄된 LP 사이즈의 포스터까지 넣었다. 스페셜 LP미니어처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시된 음반은 밥 딜런의 <Freewheelin’>, 마일스 데이비스의 <Round About Midnight>, 그리고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탤리언 심포닉 록 2종 등 5장의 명반이다. 한국 장인이 한 장 한 장 붙여 만든 수작업 제품이다. 이 어메이징한 CD 같으니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