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판타지의 집대성이라면 역시 파리, 상업적인 트렌드의 안테나인 밀란, 젊은 에너지를 원동력으로 현실적인 패션을 선보이는 뉴욕, 그리고 기발함으로 무장한 실험 패션의 인큐베이터 런던. 그간 4대 패션 도시를 설명하는 이 같은 정의는 2011년을 기점으로 더 이상 무의미한 것이 되었다. 미니멀리즘, 생 로랑 풍의 70년대, 현란한 애시드 컬러, 하드코어와 고딕 펑크, 오리엔탈리즘, 보헤미안, 내추럴리즘이라는 S/S시즌의 큰 테마가 공통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도시의 특성보다는 각 디자이너의 개성에 의해 완성되었다. 진득한 관찰과 기민한 발로 4대 패션 도시를 누빈 <W Korea>의 2011 S/S컬렉션 리포트.

PARIS

이 땅에 새로운 것은 영영 사라진 걸까. 패션의 수도, 파리는 앞으로 나아가기보단 극심한 창의성의 정체에 시달리고 있었다. 대신 대중의 공감과 환심을 사기 위해 총력을 다한 모습이었다. 그 결과 정제된 매니시 무드와 터프한 바이커 그리고 하우스의 자산을 십분 활용한 시그너처 룩에 이르기까지, 실제 현실에서 통용 가능한 룩, 즉‘ 입고 싶고, 사고 싶은’룩이 런웨이를 가득 메웠다.

MEN’S WARDROBE
패션에 있어 남성과 여성 패션을 가로막은 장벽은 일찌감치 무너졌다. 그러니 이제 디자인만으로 아이템의 성별을 가늠하는 건 무의미한 일에 지나지 않다. 특히 이번 시즌엔‘매니시’라는 형용사 없이는 트렌드를 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남성성이 파리 패션을 정복했다. 바야흐로 남성시대! 자신이 일구어놓은 모던 에스닉 룩의 수장 자리를 잠시 놓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드리스 반 노튼의 컬렉션이 그랬다.‘HandsomeWoman’이라는 테마를 전면에 내세운 이번 컬렉션은 여자의 몸에 걸쳐진‘남성적인’옷이 얼마나 관능적이고 우아한지를 새삼스레 확인시켰다. 무엇보다 이번 컬렉션의 구심점은 넉넉한 품의 테일러드 재킷과 오버사이즈의 셔츠였는데 때론 와이드 팬츠와 함께 파워풀한 여성상을 표현하는가 하면 펜슬 스커트와 만났을 땐 관능미를 돋우는 역할에 충실했다.“ 매우 간결한 옷이죠. 기발하거나 사치스럽진 않지만 정말이지 아주 입기에 좋은 옷이에요.” 드리스 반 노튼의 말마따나 이번 시즌 그의 컬렉션에 담긴 매니시 룩은 획기적이진 않지만 입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스텔라 매카트니는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날카로운 커팅과 나긋나긋한 색상이 묘한 조화를 이룬 팬츠 수트를 대거 선보인 것. 때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간결해서 디자인 자체보단 브랜드의 테일러링 솜씨를 강조하는 수단으로 비칠 정도였다. 남성적 매력에 도취된 또 하나의 컬렉션은 마틴 마르지엘라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문제의‘거대한 패널’이 문제였다. 노골적으로 남성성을 탐미하면서도 여성의 매력을 간과하지 않은 점과 한눈에도 고급스러운 소재와 테일러링은 칭찬할 만하지만‘남다른 것’에 대한 열망이낳은 ‘완전평면 실루엣’은 아무래도 무리수였다. 빅터&롤프는 예의 초현실주의적 상상력을 한껏 발휘한 매니시 룩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특히 셔츠의 커프스는 컬렉션 전반을 아우른 모티프였다. 절정은 층층으로 쌓인 울트라 슈퍼 사이즈 커프스 장식의 줄무늬 드레스와 스펙터클한 웨딩드레스. 물론 이는 쇼의 흥을 돋우기 위한 바람잡이에 불과할 뿐. 커프스 장식의 슬림 팬츠와 커프스 장식의 미니멀한 셔츠 드레스, 줄무늬 셔츠 등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주인공일 것이다. 소니아 리키엘의 매니시 룩은70년대 무드가 자욱했다. 바삭바삭한 코튼 소재의 오버사이즈팬츠 수트 시리즈는 코럴 핑크, 베이지, 오렌지 등의 명랑한 색깔을 머금고 있었고, 리본 장식의 보헤미안 스타일 플랫폼 슈즈와 태슬 장식 목걸이와 어우러져 자유분방하고 관능적인 이미지가 두드러진 것.

신예답지 않은 영향력을 과시하며 거물급 패션 피플들을 집결시킨 뉴 페이스, 하칸의 컬렉션은 시쳇말로 ‘차도녀’를 연상시켰다. 도도한 매력이 돋보이는 하칸의 매니시룩은 스타일링이나 프린트 혹은 장식의 힘에 기대지 않고 여성의 부드러운 실루엣에 중점을 둔 것이 특징. 한마디로 여성적 매력을 한껏 강조한 매니시 룩! 그런가 하면 아크리스가 컬렉션을 통해 이야기하는 남성적 여성상은 사뭇 다르다. 알버트 크리믈러의 매니시 룩은 지극히 실용적임에도 뻔하지 않다. 건축적이고 날카로운 이미지가 두드러진 이번 컬렉션의 주인공들은 알버트 크리믈러가 옷을 짓는 방법과 소재의 특성을 완벽하게 관장하는 디자이너라는 증거였다.

SHOCKING COLORS
봄이 오면 꽃이 피듯 S/S 시즌이 되면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무채색의 자리를 산뜻한 색상이 차지하는 것이 패션의 섭리다. 특히 이번 시즌 파리에는 나긋나긋한 파스텔 색상을 물리치고 네온 색상이 트렌드의 권좌를 차지했다. 랑방의 알버 엘바즈는 랑방의 기본 재료를 요리조리 버무려 성찬을 차려내는 재주가 남다른 위인. 그의 이런 능력이 절정에 다다른 이번 시즌 가장 눈에 띈 요리는 오렌지, 옐로 등 네온 색상의 플리츠 소재 아이템이었다. 미우미우는 스타를 추앙하는 이 시대 여자들의 욕망을 익살맞게 표현하기 위해 별 모티프의 아플리케 장식과 더불어 자극적인 네온 컬러를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코스튬 내셔널의 엔니오 카파사는 가장 단순하지만 강력한 승부수로‘ 색상’을 선택했고, 이 전략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다. 일렉트로닉 블루, 사이키델릭 오렌지 등의 색상이 디자인의 아쉬움을 달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으니까. 목가적인 이미지가 다분했던 까샤렐 컬렉션에도 자극적인 색상이 폭발했다. 물론 대담해진 색상 선택과 더불어 디자인 역시 그저 여성미를 추구하는 데 급급했던 이전에 비해 간결하고 세련된 모습이다.

BIKER CHIC
바이커 룩으로 대변되는 록 시크의 유통기한은 끊임없이 연장되고 있다. 사골처럼 우리고 또 우려냈음에도 여전히 그 맛이 우러나니 하는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록 시크 룩의‘본좌’, 크리스토프 데카르냉의 발맹은 이번에도 ‘혁신’보다는 ‘안정’을 추구했다. 옷핀과 스터드 장식을 잔뜩 꽂은 바이커 룩은 매력적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극히 전형적이었다. 그런가 하면 장 폴 고티에는 3D라는 시대성을 반영한 장치를 곁들인 채 파워풀한 바이커 룩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다만 3D 프린트 혹은 마린 스트라이프 프린트 아이템을 매치한 바이커 시크 룩은 강렬한 이미지를 발산하지만 정작 입을 만한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 반면 발렌시아가의 니콜라스 게스키에르는 창의적인 바이커 룩을 제시했다. 스트리트 패션의 고급화 전략을 꾀한 그는 거리에서 영감을 받은 수많은 요소를 불러모았고, 이의 리더격으로 21세기의 유니폼인 바이커 재킷을 앞세웠다. 한편 앤 드묄미스터는 스포티브한 펜싱 룩에 가까운 모습이지만 동시에 록 시크와 맥을 함께한다. 미래적이면서 섬세한 감구성의 룩은 언뜻 해체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룩을 해체하면 각 아이템이 꽤 웨어러블한 것이 특징. 또 브라질 출신 페드로 루렌소가 추구한 바이커 룩의 모습은 다분히 미래적이지만 완성도가 뛰어나고 S/S 시즌임에도 가죽 아이템을 대거 선보임으로써 가죽을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GREAT EXPECTATIONS
선대가 쌓은 업적에 기대어 더 이상 발전을 꾀하지 않는다면 곧 도태되고 만다. 특히 냉혹한 패션의 정글에서 이 법칙은 절대적이다. 그래서 패션 하우스의 수장이라면 브랜드의 오리지낼리티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릴 것이다. 이번 시즌 YSL의 스테파노 필라티는 그간의 방황을 뒤로한 채 하우스의 뿌리를 탐구하는 데 주력했다. 르스모킹은 점프수트로 거듭났고, 생로랑 특유의 이국적인 무드는 러플이 너울대는 플라멩코 드레스가 대신했다. 물론 미묘한 한끝 차이를 아는 필라티의 세련된 감각이 70년대 생 로랑시대와 2011년 현재의 간극을 메웠다. 알렉산더 매퀸의 전설을 이어갈 사라버튼 역시 선배 디자이너가 남긴 유산에 경의를 표했다. 특히 매퀸의 시그너처였던 모래시계 실루엣과 기상천외한 장식이 어우러진 드레스 시리즈는사라 버튼의 밝은 미래를 비추는 창과도 같았다. 고별전을 선보인 에르메스의 장 폴 고티에는 ‘승마’라는 하우스의 오리지낼리티를 적극 강조했는데 켈리백에서 모티프를 딴 디테일과 스카프, 바레니아 가죽 등 하우스의 자산을 활용, 역대 가장 매혹적인 라이딩 룩을 완성했다. 패션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은 셀린의 피비 파일로는 이번 컬렉션을 셀린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는 기회로 활용했다. 셀린 특유의 동시대적이고 여성스러운 네오 미니멀리즘은 또다시 반복되었지만 에스닉 터치와컬러를 머금은 컬렉션은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니나리치 컬렉션 역시 무리한 혁신보다는 하우스의 시그너처인 로맨티시즘을 표현하는 데 총력을 다했는데 우리가 상상할수 있는 거의 모든 장식을 출연시켜 장식주의의 끝을 보여주고, 더불어 웨어러블한 스커트 수트로 상업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HOW TO SEE-THROUGH
시폰, 오간자, 튈처럼 비치는 소재는 낭만적이면서도 보는 이에게 묘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이 소재는 극적인 패션 드라마를 연출하는 데 용이한 재료가 아닌가. 특히 이번 S/S 시즌, 디자이너들은 모시 속적삼처럼 비치는 소재를 이용, 저마다의 방식으로 ‘비침’의 미학을 컬렉션에 담았다. 어김없이 음험하고 어두운 매력의 고딕 룩을 숭배한 지방시는 시폰 맥시 스커트와 시폰 아플리케 장식 블라우스 등 투명한 소재를 컬렉션 전반에 배치했다. 특히 다양한 길이와 소재의 아이템과 비치는 소재를 겹침으로써 비치는 소재의 현실적인 활용 방안을 제시한 점이 돋보였다. 그런가 하면 클로에는 가볍고 투명한 소재를 발레리나의 여리여리한 여성미를 강조하는 재료로 적극 사용했는데 발레리나의 튈 스커트를 재해석한 미디 길이의 시폰 스커트가 대표적인 아이템이었다. 존 갈리아노 컬렉션은 환상적인 한 편의 패션 연극처럼 흥미진진한 쇼 연출과 깃털, 레이스, 러플 등 갖은 장식으로 치장한 존 갈리아노식 시폰 드레스 시리즈에만 치중하지 않고 오간자 소재의 투명한 트렌치코트와 러플 장식의 시폰 미니스커트 등 현실에서 용인 가능한 피스들 함께 선보임으로써 균형 감각을 보여주었다! 가볍고 비치는 소재를 다루는 데 일가견이 있는 문영희 컬렉션. 문영희 식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발레리나 룩이 등장한 이번 컬렉션에서 그녀는 시어한 소재를 기발하고 다채로운 방식으로 겹치고, 꼬고, 잘라 붙임으로써 기묘한 실루엣과 텍스처를 연출하는 데주력했다. 한편 투명한 소재에 집중한 컬렉션 중 가장 현실적인 모범답안은 펠리페 올리베이라 밥티스타였다. 크리스토프 르메르에 이어 라코스테를 맡은 이 포르투갈 출신의 디자이너는 산뜻한색상의 투명한 오간자 소재를 정교한 테일러링이 돋보이는 재킷과 팬츠 등과 매치하고 불투명한소재와 레이어드함으로써 투명한 소재의 특성은 한껏 강조하되 현실적인 대안까지 함께 제시했다. 그런가 하면 90년대를 호령한 마틴 싯봉의 뤼 뒤 메일은 그녀가 사랑한 시폰과 튈 소재의 다채로운 변화상을 보여준 컬렉션이었다. 시트러스 오렌지, 네온 옐로, 패트롤 블루 등 자극적인 색상의 드레스 시리즈는 부서질 듯한 불완전한 모습이 오히려 매력적이다.

FEATHER FORECAST
최근 시즌 현실세계와는 백만광 년쯤 떨어진 장식 중 하나로 여겨지던 깃털의 존재가 새삼스레 부각되고 있다.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시도와 아이디어 덕분에 깃털이 이번 시즌, 그저 화려하기만 한 장식이라는 오명을 벗고 대중친화적인 장식으로 거듭난 것. 절정은 샤넬이었다. 특히 샤넬의 꽃과 깃털 공방인 르마리에의 장인이 한땀 한땀 만들었을 옅은 복숭앗빛 깃털 드레스는 보기 드문 역작. 물론 현실과 적절한 타협을 이룬 깃털 장식도 돋보였다. 스커트의 헴라인에 자리하는가 하면 목걸이도 되었다가 트위트 재킷의 어깨에 살포시 얹히는 등 깃털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것. 뉴욕에서 파리로 둥지를 옮긴 잭 포슨의 첫 번째 무대 역시 깃털이 끊임없이 나부낀 컬렉션으로 꼽힌다. 물랭루즈의 음탕한 쇼걸을 연상시키는 잭 포슨 특유의 장식주의가 그가 즐겨 사용하는 깃털 장식과 더불어 한껏 날개를 펼친 것. 실용성 면에선 다소 의구심이 들었지만 화려한 무드를 조성하는 데는 확실하게 보탬이 되었다. 한편 이상봉은 여느 디자이너와 달리 깃털을 회화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예술적 색깔을 드러냈다. 때로 지나칠 정도로 실험정신이 강했던 과거에 비한다면 지극히 실용성이 돋보인 컬렉션이었다. 자일스 디컨이 진두지휘한 첫 번째 웅가로 컬렉션은 하우스 특유의 장식주의가 한껏 만개했는데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눈에 띈 모티프는 단연 깃털이었다. 깃털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장식한 미니 드레스와 깃털 코트부터 깃털로 이루어진 가방과 모자까지, 색색으로 물든 타조털의 빛나는 활약이 돋보였다. 하지만 야심 찬 데뷔 컬렉션치고는 어이없을 만큼 뻔한 디자인 일색이었다는 건 무척 아쉬운 대목.

ORIENTAL EXPRESS
이질적인 문화에 대한 동경은 항상 새로운 것을 탐구해야 하는 디자이너에게 본능과도 같다. 그러니 지구 반대편에 자리한 동양, 특히 중국과 일본에 대한 서양 디자이너들의 관심은 종종 실제 컬렉션에 반영되기도 한다. 트렌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과시하는 루이 비통이 노골적으로 중국예찬에 열을 올린 까닭은 중국의 비약적인 매출 성장을 무시할 수 없어서일지 모르겠다. 호화로운 색채와 장식으로 치장한 청삼부터 아프리칸 무드를 덧입힌 만다린 코트까지, 솔직히 이번 루이 비통 컬렉션은 오리엔탈리즘을 흠모하는 서양인에게 ‘판타지’로 비춰질지 모르겠지만 같은 동양인, 심지어 이웃나라에 사는 우리 입장에선 다소 부담스러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마크 제이콥스의 상상력과 컬러 감각이 빛을 발한 오리엔탈풍의 백과 슈즈 시리즈는 욕망을 자극하는 대상임에 틀림없다. 직접적인 표현법을 선택한 루이 비통과 반대로 하이더 애커만은 조금 더 은유적으로 일본 복식을 해석했다. 기모노를 닮았지만 파자마 룩과도 흡사한 하이더 애커만의 오리엔탈 룩은 이제껏 우리가 보지 못했던, 하지만 바라 마지않았던 모습이다. 바이커 룩과 이종교배된 오리엔탈 룩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는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색다른 방식으로 오리엔탈리즘을 표현한 컬렉션도 눈에 띄었다. 펑크의 대모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그랬다. 그녀는 니콜라스 게스키에르와 크리스토프 데카르냉이 펑크에 열광하는 사이 자신의 전공과목 대신 다른 분야에 골몰하고 있다. 투탕카멘, 잉카 문명, 앙리 마티스, 발레 등 다문화적인 코드가 뒤섞인 이번 컬렉션에 일본의 가무극이 모티프로 활용한 장식과 태극 문양의 드레스를 포함시키는 등 동양 문화에 대한 관심을 컬렉션에 담은 것. 다만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는 과욕 때문에 정작 이 관심이 보는 이에게 어필했는지는 미지수다.

40주년을 맞이한 겐조는 오랜만에 70년대 파리 패션에 오리엔탈리즘의 붐을 일으킨 디자이너 브랜드 출신답게 오리지낼리티에 충실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오리엔탈 룩보다는 보헤미안에 가까웠던 브랜드의 방향을 급선회, 여성 기모노 특유의 무늬와 레이어링 그리고 남성 기모노의 풍성한 실루엣을 결합한 룩을 40주년 기념 무대에 올린 것. 여기에 두툼한 게다 슈즈가 오리엔탈 무드를 고조시켰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일본풍이지만 동시대적으로 재해석된 겐조의 오리엔탈 룩은 상업적으로도 꽤 승산이 있어 보인다는 사실. 마지막으로 서정적인 고딕 룩으로 보는 이를 매료시킨 릭 오웬스 역시 색다른 방식의 오리엔탈 룩의 범주에 포함되었다. 그의 의도를 떠나 이번 시즌 선보인 맥시 드레스 시리즈의 모양새는 분명 한복과 흡사하니 말이다. 짧은 저고리에 긴 치마를 매치한 한복이 릭 오웬스를 통해 고딕 룩으로 승화하는 대목이다.

SEASIDE STORY
s/s 시즌과 이국적인 무드의 리조트 룩은 불가분의 관계다. 하지만 지루하기보단 매 시즌 어김없이 찾아오지만 매번 기다려지는 단골손님처럼 반갑다. 특히 디올은 그 중에서도 이그조틱 무드에 맹목적인 사랑을 쏟은 컬렉션이라 할 수 있다. 남태평양 폴리네시안 해변가의 선착장을 튈르리 공원에 옮겨놓은 존 갈리아노는 60년대의 핀업걸과 선원의 아찔한 사랑을 캣워크에 표현했다. 특히 디올 특유의장식성이 남태평양에서 꽃을 피운 이번 시즌의 디올걸들은 형형색색의 다채로운 꽃무늬와 하와이언풍의 장식으로 한껏 성장, 농염한 매력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바네사브루노는 우리가 여름에 진짜 필요한 아이템을 줄줄이 읊어댔다. 네온 컬러를 머금은 트로피컬 플라워 프린트를 중심으로 넉넉한 품의 미니 드레스 시리즈, 메시 톱과 경쾌한 쇼츠 그리고 주얼리와 클러치까지, 다양한 요소를 한데 아우르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다만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보여주려던 까닭에 정작 뚜렷하게 기억나는 룩이 없는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편 로에베의 스튜어트 베버스는“재미있고 가볍고 컬러풀하죠”라는 말로 이번 시즌 테마를 압축했다. 그의 말대로 낙천주의가 만연한 이번 시즌 로에베의 봄, 여름 룩은 꽤나 깊은 인상을 주었다. 한편 준야 와타나베는 1920년대와 아방가르드 사조가 어우러진 마린 룩을 준비했다. 긴 튜닉, 세일러 셔츠, 카디건, 셔츠드레스 등을 중심으로 우아한 드레이프의 트렌치코트 시리즈로 시적인 리조트 룩을 완성한 것.

MODEL NOW
Top 5
FREJA BEHA 프레야 베하
라라 스톤이 쇼에 많이 서지 않는 틈을 공략해가장 돋보였던 프레야 베하.덴마크 태생의 그녀는 우아함과 보이시함의상반된 매력을 지녀 샤넬, 루이 비통, 랑방 등의오프닝과 피날레를 도맡으며당당히 톱의 자리를 5년째 지켜내고 있다.

SASHA PIVOVAROVA 사샤 피보바로바
개성이 넘치거나 몸매가 뛰어나진 않지만고양이 같은 암팡진 눈 하나로 시선을 사로잡는놀라운 흡인력은 2011 S/S 무대에서도 그녀를주목하게 했다. 2005년 데뷔한이 러시안 모델은 샤넬, 에르메스, 스텔라 매카트니 등수많은 무대에서 빛났다.

ABBEY LEE 애비 리
사랑스러운 베이비 페이스 하나로 승승장구하더니매우 빠른 속도로 톱의 자리를 굳혔다.오스트레일리아 모델인 애비 리 커쇼는 이번 시즌에도독특한 매력을 발휘하며 샤넬, 루이 비통,이브 생 로랑, 에르메스 등 모든 톱 쇼의 무대에 올랐다.

ANJA RUBIK 아냐 루빅
세련되면서도 성숙한 마스크로 사랑받고 있는아냐 루빅. 폴란드 태생인 아냐 루빅은지난 시즌 클로에의 뮤즈로, 또 수많은 잡지에근사한 화보를 선보였는데 2011 S/S 컬렉션에서도지나친 개성을 드러내진 않지만 옷을 고급스럽게만들어내는 그녀만의 매력을 멋지게 살려냈다.

KARLIE KLOSS 칼리 클로스
부드럽고 단아한 외모가 특징이지만 도발적인 매력도숨겨진 칼리 클로스. 그녀는 보기 드문아메리칸으로 아메리칸 뷰티를 몸소 보여준다.모델스 닷컴에서 여전히 4위를 지키고 있는 그녀는이번 시즌 역시 디올과루이 비통 등의 쇼에 서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New 5
CAROLINE BRASCH NIELSEN 캐롤린 브라시 닐슨
2010 F/W 쇼로 데뷔한 캐롤린 브라시 닐슨은놀랍게도 이번 시즌 모든 톱 쇼를 석권했다.덴마크 태생의 그녀는 평범한 듯하지만우아하면서도 묘한 매력으로디올, 샤넬, 루이 비통, 셀린, 발렌시아가 등의 쇼에모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HAILEY CLAUSON 헤일리 클러슨
루이 비통, 디올, 랑방, 미우미우, 도나 카란 등의쇼를 장식한 헤일리 클러슨은 묘한 눈매와 크고두터운 섹시한 입술을 지닌 매혹적인 미국 모델이다.이미 모델 랭킹 45위에 올라 있으며2011 S/S 광고 캠페인의 A 리스트다.

LINDSEY WIXSON 린지 윅슨
아메리칸 아트 스쿨의 십대 소녀인 린지 윅슨은어린 나이답게 발랄하고 귀엽다.베이비 페이스를 지녔지만 반항적인 면모도엿볼 수 있는 것이 그녀의 매력.루이 비통, 샤넬 등의 톱 쇼에 오르며지난달 의 화보에 등장하기도 했다.

ARIZONA MUSE 애리조나 뮤즈
미국 모델인 애리조나 뮤즈는 시선을 단번에사로잡는 마스크로 2011 S/S 이브 생 로랑의 광고를거머쥐었다. 신인 모델로는 이례적으로이번 시즌 프라다의 오프닝을 장식한 그녀는무대 위에서도 모던하면서도 개성 있는 외모로 빛난다.

DAPHNE GROENEVELD 다프네 그레네벨드
지난 시즌 미우미우 캠페인으로 주목을 끈 데 이어이달 톰 포드와 등장한 <파리 보그>의 표지로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그녀. 네덜란드 태생으로어리면서도 도발적인 외모로 롤리타적인 매력을 지녀구찌, 캘빈 클라인, 질 샌더 쇼에 등장했다.
에디터|김석원

SCOOP
벌써40년!
밀라노의 패션 술탄, 로베트로 카발리가 자신의40주년 기념 파티를 밀란이 아닌 파리에서 치렀다. 카일리 미노그, 타이라 뱅크스, 비앙카 재거, 레이첼 빌슨, 하이디 클룸 등 초특급 스타들이 40주년의 세월을 패션에 바친 이 디자이너를 축하하기위해 총출동했으며, 파티는 무회들의 공연과 멋들어진 조명이 분위기를 잔뜩 고조시킨 가운데 밤늦도록 계속되었다. 한 마디로 로베트로카발리의 광활한 인맥을 다시금 확인할수 있었던 생일 파티!

역사를 담은 트렁크
루이 비통 역사의 근간은 가방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트렁크다. 파리 컬렉션기간에 마레 지구에 위치한 카르나발레박물관에서 열린 루이 비통의 트렁크 전시회 <루이 비통과 파리>는 기대 이상이었다. 따분한 역사 전시관 정도로 짐작하고 이곳을 찾았다가 수능 이후 최고의집중력을 발휘, 전시물을 둘러보았다.지금 우리 상식으로는 도저히 상상하기힘들 정도로 별의별 트렁크가 한자리에모여 있었던 것. 커다란 선베드부터 아기 인형 전용트렁크, 브러시용 트렁크, 티 세트 케이스 등 정말이지 옛날엔 별걸 다 넣어 가지고 다녔나 싶었다.반가운 소식은 이 흥미로운 전시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는 사실. 오는 2월 27일까지 카르나발레 박물관에서 계속된다. 혹은 이곳에 전시된 트렁크를 만나는 또 다른 방법은 책이다. 지금껏 루이비통이 만든 트렁크를 한데 모아 엮은 스페셜 에디션 북〈 루이 비통 : 전설적인 트렁크 100선〉이 바로 그것.

아프리카로의 초대
에스까다의 쇼룸에 들어서자 이국적인무드가 그대로 전해졌다. 예술가이자 사회 운동가, 사교계 명사, 작가였던 피터비어드의 삶과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시즌 에스까다 컬렉션의 주요 모티프는 아프리카의 자연. 아프리카의 원시성을 표현한 피터 비어드의 작품처럼 독특한 염색 기법과 동물 모티프 그리고 바다가 조합된 프린트와 부드러운 드레이프 소재가어우러진 에스까다의 봄, 여름. 길들여지지 않은 매력이 묻어나는 룩으로 가득했다. 이 시대의 도시 여자를 위해 새롭게 각색한 아프리칸 룩!

칼과 함께
파리 컬렉션 기간 중 치러진 크고 작은프레젠테이션 중 가장 이슈가 된 행사는칼 라거펠트가 디자인한 호간의 캡슐 컬렉션을 선보인 자리였다. 세련된 스니커즈, 카우보이 부츠, 클러치, 메신저백,트렌치코트, 재킷 등 총 6가지 아이템으로 구성된 컬렉션이 그것. 심지어 이날행사장에는 이번 캡슐 컬렉션을 주인공으로 칼 라거펠트가 직접 연출한 단편영화 가 상영되었다.

언니가 돌아왔다
이네스 드 라 프라상주를 비롯해 스텔라테넌트, 카르멘 카스, 캐롤리나 쿠르코바, 크리스티 맥메나미, 아이 토미나가,안 로르 너츠, 조지나 그렌빌, 자퀘타 휠러, 야스민 르 봉, 지젤 번천, 캐롤린 머피, 앰버 발레타 등 1990년대부터2000년대 초반을 풍미한 ‘레전드’들이 눈에 띄었다.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던왕년에 좀 놀아본 언니들의 카리스마는여전히‘슈퍼’급이다. 특히 루이 비통, 샤넬, 발렌시아가, 존 갈리아노는 마치 역대 모델들의동문회마냥 슈퍼모델들이 총출동한 쇼로 꼽힌다.
에디터|송선민

CATWALK FANTASY
컬렉션을 취재하기 위해 비행기 좌석에 몸을 구겨넣을 때마다, ‘어휴, 드디어 떠나는구나’ 중얼거리는 행복을 맛본다. 아드레날린의 원천, 영감의 분수, 흥분과 긴장의 연속이 지구 저편에서 날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곳의 이름은 바로 캣워크다.

1. 3D 입체 프린트를 선보인 장 폴 고티에 쇼에는 밴드 ‘가십’의 보컬 베스 디토가 모델로 올랐다. 그 육중한 마력에 여전히 홀려 있는 패션계는 피날레와 함께 시작된 그녀의 라이브에 또 한번 열광했고.

2. 에르메스의 고티에가 자신의 고별 무대로 창조해낸 것은, 하우스의 승마 DNA와 완벽히 맞닿아 있는 파리의 기병대 훈련소. 채찍을 휘두르는 섹시한 가우초들이 걸어 나오는 그 뒤로, 더 멋지게 워킹하는 기수와 말들이 공존했던 쇼.

3. 새로운 수장 자일스 디컨과 함께 런웨이를 한판 꽃밭으로 채운 웅가로 쇼에는 일본 <보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떠오르는 패피 아이콘인 안나 델로 루소가 의기양양한 워킹을 선보였다. 일반인(?) 모델치고 이 정도 자연스러운 사람이 어디 또 있겠나.

4. 샤넬은 그랑팔레에 자갈 깔린 오솔길과 검정 아라베스크 울타리, 거대한 분수를 만들어 17세기의 정원을 구현했다. 무려 80인조의 오케스트라가 라이브 백뮤직을 선사하는 동안 샤넬의 오랜 뮤즈인 이네스 드 라 프라상주가 실로 오랜만에 무대에 올라 박수를 받기도.

 

MILANO

낙천적인 무드와 새로운 디자이너들의 영입, 신인 디자이너들의 탄생으로 오랜만에 생기가 넘쳤던 밀란 컬렉션은 이국적이고 자유로운 히피 스타일의 70년대 무드와 풍성한 볼륨, 싱싱한 컬러, 화사한 프린트가 더해진 2011년식 미니멀리즘이 두드러졌다. 또한 미니멀리즘에서 파생한 실용주의인 경쾌한 스포티즘도 시선을 끌었다.

PASSION OF 70’S
밀란 역시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70년대의 바람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이번 시즌 70년대 트렌드는 지난해 열린 무슈 이브생 로랑의 회고전에서 많은 영향을 받아 르 스모킹과 부르주아적인 히피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날렵한 수트와 풍부한 주얼색감의 유연한 맥시 드레스들이 등장했다. 또 70년대를 풍미한자유로운 히피의 영향으로 플라워 프린트, 밝고 경쾌한 컬러, 그리고 프린지 장식 등도 선보여졌다.

우선 구찌는 베르베르인의 이그조틱한 스타일에 구찌의 강점인 장인 정신을 조화시켰는데 오렌지, 바이올렛, 초록, 금색 등의 색감이 어우러져 화려하기이를 데 없었고, 날렵한 실루엣은 도발적이었으며 프린지 장식과 위빙 장식은 구찌만의 퀄리티를 드러냈다. “강인하고 확신에차 있으며 유혹과 도발을 즐기는 여성을 표현했다”는 프리다 지아니니의 말처럼. 또 40주년을 맞은 로베르토 카발리는 맥시멀리스트의 최고조를 보여주는 현란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가죽을 찢고 이어 붙이거나 수많은 프린지와 스트랩을 더한, 조금 혼란스러운 히피 스타일을 무대에 올린 것.

돌체&가바나는 25주년을 맞아 자신들의 시그너처 스타일인 화이트 레이스 드레스로무대를 가득 채웠는데, 맥시 길이의 아일릿 드레스들은 70년대 히피들이 머리에 꽃을 꽂은 채 입던 바로 그것이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로미 슈나이더와 제인 버킨을 연상시키는 자크 데레이 감독의 프랑스 영화 <라 피신>에서 영감을 받았다. 니트로 짠드레스, 화이트 블라우스와 핫 팬츠, 끈으로 만든 섹시한 비키니, 나풀거리는 이브닝 롱 드레스 등을 런웨이에 올렸는데 이는 우아하고 럭셔리한 70년대 젯셋룩의 새로운 해석이었다.

에밀리오 푸치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피터 던다스는 절대왕정 스타일의 럭셔리 히피 무드에 그의 장기인 록적인 무드를 혼합한 꽤 세련된 컬렉션을 펼쳐보였다. 럭셔리한 귀족의 느낌과 반항적인 로커 스타일의 혼합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앞가슴의 스트랩을 풀어헤친 화려한 프린트 드레스, 허벅지를 드러내는 앞부분은 짧고 뒷자락은 긴 드레스 등으로 표현되었다. 그 밖에도 에트로는 클래식한 느낌과 도발적인 매력을 지닌 비앙카 재거를 뮤즈로 이그조틱한 쇼를 펼쳤고, 안토니오 마라스와 알베르타 페레티는 란제리처럼 섬세한 롱 드레스들을 선보였다. 또 D&G는 잔잔한 플라워 프린트, 블루마린은 레오퍼드 프린트 드레스로 도배를 해 밀라노 컬렉션은 온통 70년대의 혼란과 향락 그리고 자유로움으로 물들었다.

2011 MINIMALISM
몇 시즌 전부터 시작된 미니멀리즘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시즌. 90년대의 미니멀리즘과는 달리 조금 더 유연한 모습으로 말이다. 전체적으로는 디테일 없이 미니멀하지만 실루엣은 풍성해졌고, 컬러 역시 생생해지는 경향이 특징이며 면 소재 또한 많이 등장했는데 놀랍게도 프라다는 모든 컬렉션을 면 소재로 완성해내기도 했다. 이번 시즌 미니멀리즘의 꽃을 피운 것은 바로 질 샌더였다. 이 미니멀리즘의 고수는 미니멀리즘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드라마를 연출했는데 이 역시 풍성한 볼륨과 싱싱한 컬러로 완성됐으며, 여기에 과감하고 모던한 플라워 프린트까지 가미했다. 풍성한 볼륨은 고전적인 느낌 또한 자아냈는데 그로써 컬렉션은 한층 모던해졌다. 미니멀리즘이 지겹다는 프라다는 바로크 스타일을 혼합시켰지만 그 결과‘미니멀한 바로크’라는 새로운 스타일이 탄생했다. 프라다 역시 디테일을 자제했으나 그 대신 아름다운 곡선의 실루엣과 팝한 색감, 그리고 원숭이와 바나나 등이 난무한 바로크 양식의 프린트를 곳곳에 포진시켜 박수를 자아냈다.

밀란의 디자이너들이 펼친 미니멀리즘은 실용주의의 덕목을 놓치지 않았는데 보테가 베네타가 대표적이다. 보테가 베네타의 옷들은 쇼적인 판타지보다는 입고 바로 거리로 나가도 좋을 만큼 실용적인 의상들이었고, 화이트와 먹색, 검은색을 오가는 의상들은 유연한 만큼 편안해 보였다. 또 토마소 아퀼라노와 로베르토 리몬디가 이끄는 지안프랑코 페레는 미니멀하면서도 글래머러스한 의상과 장인들의 솜씨를 담은 의상들을 조화롭게 등장시켰다. 알레산드로 델라쿠아가 입성해 처음 선보인 브리오니 컬렉션은 풍성한 화이트 레이스 드레스부터 차분한 캐멀 컬러의 올인원, 오렌지 핑크 컬러의 드레스 등이 시선을 끌었는데, 그만의 부드러운 감성을 담아 브리오니 하면연상되던 딱딱한 느낌을 완화했다. 반면 과거 놀랍도록 모던한 컬렉션을 선보여온 코스튬 내셔널은 모던함에 이그조틱한 스타일을 더하는 실험을 감행했지만 결과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듯하다. 밀란 컬렉션의 떠오르는 신인 가브리엘 콜란젤로는 사뭇 단정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화이트에서 베이지 색상으로 그러데이션되는 차분한 톤과 섬세하고 유연한 소재의 사용은 포토그래퍼 볼프강 틸먼스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은 것. 꾸준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알비노 역시 은은한 연노랑, 연초록, 라벤더 등의 컬러와 유연한 볼륨을 선택해 이태리 감성의 우아하면서도 부드러운 컬렉션을 보여줬다. 에디터|김석원

OPTIMISTIC COLOR
알록달록한 주얼 컬러부터 눈이 시릴 정도로 과감하고 선명한 네온 컬러에 이르는 컬러 팔레트가 등장해 낙천적인 무드를 조성한 이번 시즌. 베르사체는 한 치의 여유도 허용하지 않도록 몸에 딱 맞게 재단한 롱&린 실루엣에 빨강, 노랑 등의 원색적인 색감으로 글램 스타일을 표현했다. 속살이 비치는 절개 장식이나 기하학적인 로고 장식을 더해 강렬하면서도 모던한 느낌을 연출, 브랜드의 개성과 현대적인 세련미의 접점을 보여준 것. 세컨드 브랜드라는 말이 무색하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크리스토퍼 케인의 베르수스는 꽃과 타탄체크, 스트라이프 프린트를 빨강•초록•보라•파랑 컬러에 대입시켜 변화와 통일, 균형이라는 구성의 세 가지 요소를완벽하게 보여주었다. 특히 컬러풀한 체크 패턴드레스는 90년대 베르수스 컬렉션을 떠올리게 했다. 벌룬 블라우스와 스커트로 가볍고,

풍성한 룩을 선보인 펜디 컬렉션은 산들바람처럼 산뜻했다. 파스텔 톤의 하늘색, 에메랄드, 바이올렛 등 얌전하고 여성스러운 컬러로 이어진 컬렉션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젤리 컬러의 선글라스와 보색 대비로 눈에 띈 슈즈, 벨트, 가방 등의 액세서리들. 모스키노가 이번 시즌에 집중한 것은 빨강 파랑 도트와 스트라이프, 체크 패턴. 여기에 카우보이 모자와 헤어밴드, 진주와 골드 체인, 큼지막한 러플 장식이 실용적인 테일러드 재킷, 수트 팬츠와 매치되어 제법 정제되면서도 유쾌한 신을 연출했다.

또 모스키노 칩&시크 컬렉션은 톡톡 튀는 팝 컬러와 과일 프린트의 알록달록한 원피스, 플레어 스커트가 주를 이뤘고 산호나 진주등의 액세서리를 더해 키치한 멋을 냈다. 소녀들의 구매욕을 당겼을 또 하나의 컬렉션은 바로 블루걸. 60년대 풍의 레트로 룩을 표현한 블루•핑크•퍼플 컬러의 미니스커트와 시폰 소재 롱 드레스, 풍성한 러플 장식 블라우스 등이 연이어 등장하며 사랑스러운 소녀 룩을 선보였다. 아시아, 아프리카, 일본, 멕시코 등의 개성 가득한 각국의 강렬한 무드를 미소니 특유의 지그재그 패턴으로 표현해낸 미소니 컬렉션은 시작부터 끝까지 원색적인 매치로 눈이 부셨다. 지오메트릭 프린트 튜닉이나 알파벳 프린트 판초, 프린지 장식을 통해 한눈에 트라이벌 무드를 느낄 수는 있었지만 너무 직접적이고 과장되어서 아쉬웠다. 몸 전체를 휘감는 대범한 크기의 잎사귀 프린트와 페전트 풍의 롱 드레스를 선보인 저스트 카발리는 그린, 핑크 등의 선명한 색감을 이용해 70년대의 무드를 더욱 고조시켰다.

MODERN SPORTISM
실용성을 우선으로 여기는 스포츠 룩에서 영감을 얻은 룩들이 대거 등장한 이번 시즌이 유독 반가웠던 이유는 그것들이 모던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었기 때문이다. 마르니에서는 무릎길이의 팬츠, 메시 소재, 수영모 형태의 모자 등을 통해 스킨스쿠버 의상을 담아냈다. 스팽글과 펀칭 장식, 꽃과 스트라이프 패턴을 적절하게 매치하여 이들이 산뜻하되 요란해 보이지 않도록 하는 탁월한 감각을 보여주었다. 섹시 여전사 콘셉트에서 180도 변신한 디스퀘어드2에서는 단정한 셔츠와 재킷, 안경을 쓴 모범학생이 등장했는데 실용적이고 매니시한 아이템이 주를 이루며 실키한 미니스커트와 니트 톱, 오버사이즈 톱, 느슨하게 걸쳐 입은 카디건같이 입기 좋은 룩들이 가득했다. 알레산드로 델라쿠아의 No.21 역시 마찬가지. 흰색 티셔츠에 깔끔한 재킷을 매치하고 트레이닝 팬츠를 연상시키는 반바지를 매치한 룩은 지난여름 알렉산더 왕의 캐주얼한 컬렉션에 반한 젊은 여자들의 마음까지도 훔칠 수 있을 듯했다. 여기에 플리츠 장식과 꽃과 나비 프린트를 가미시켜 여성스러움을 더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스포트 막스는 재킷, 팬츠, 원피스등의 평범하고 실용적인 아이템의 매치로 정직한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여기에 후드가 달린 집업 점퍼를 매치하거나 니트 후드 톱을 등장시키며 스포티하면서도 도시적인 느낌의 스타일링 감각을 뽐냈다. 에디터|김한슬

SCOOP
오프닝 세레모니
프레젠테이션은 제품을 직접 가까이서 보고 입고 만질수 있는 것이 장점. 먼저 불가리는 매튜 윌리엄슨과 협업한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직선과 대칭 형태가 돋보이는 조형적인 디자인과 블루, 핑크, 그린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색상으로 이루어진 백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현장을 지킨 매튜 윌리엄슨은“불가리의 아름다운 주얼리가 빛에 반사되며 반짝이는 찰나에서 마치 만화경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아이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스테파넬은 국내에 새롭게 들어오면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파리 보그의 새로운 편집장이 된 엠마뉴엘 알트와 광고 비주얼을 진행하는 등 더욱 세련되게 도약하려는 브랜드의 노력이 전해졌다. 유서 깊은 고택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연 토즈는 진귀한 악어와 파이톤 소재를 이용한 토트백 컬렉션과 가죽을 특수 가공하여 여러 번 접을 수 있으면서 손상이 되지 않는 셔츠백을 선보이며 소재와 실용성을 중시하는 브랜드 철학을 다시금 확인시켜주었다.

25년간의 우정
결혼과 자선 행사 등을 벌이며 루머와 나쁜 이미지에서 벗어난 나오미 캠벨. 그녀가 데뷔 25주년을 맞았다. 강산이 두 번 이상 변한 그 시간 동안 그녀 곁에서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준 돌체&가바나가 이를 가만히 바라보지만은 않을 터. 자신들의 기념일인 양 온힘을다해 그녀를 축하했다. 나오미의 사진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제작하고 14명의 사진가들이 촬영한 그녀의 매력적인 모습을 모아 사진전을 열고 사인회까지 마련해준 것. 가히 베스트 프렌즈로 인정할 만하다.

클릭, 밀라노
끝없이 진화하는 테크놀로지는 패션 업계 역시 지속적으로 변화하도록 견인하고 있다.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구찌에서는 웹캠을 통해 패션 쇼장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쇼장에서는 화면을 통해 웹캠에 비친 구찌의 팬들을, 현장에 있지 못한 팬들은 쇼장의 생생한 모습을 서로 확인하는 재미를 선사했다. 프라다는 지난 시즌에 이어 홈페이지를 통해 컬렉션을 생중계했고, 보테가 베네타 역시 선별된 VVIP들에게 온라인을 통해 비밀번호를 주고 접속, 쇼를 관람하고 디지털 룩북을 통해 실시간 구매할 수 있도록 특권을 부여했다.

구찌를 입은 요트
밀란 컬렉션에는 화려한 파티가 많지 않다지만 이번 시즌에는 구찌의‘아쿠아리바 바이 구찌’ 파티가 그 갈망을 충분히 충족시켰다. 처음으로 외부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 한 요트를 공개하며 대대적인 파티를 연 것. 프리다 지아니니는“리바(Riva)와의 작업을 통해 요트를 제작하는 그 섬세함이 구찌의 디자인 철학과 닮았음을 확인했다. 영원불멸한 장인 정신과 이를 발전시키려는 가치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다”라고 말하며 요트를 공개했고 파티장에는 수많은 패션 피플과 구찌 쇼에 등장했던 라쿠엘 짐머만, 아냐루빅, 프레야 베하 등의 톱모델들이 참석하여 신나게 파티를 즐겼다. 에디터|김한슬

MUST BUY LIST
2011 S/S 시즌, 에디터와 바이어, 그리고 스타일리스트들이 예민한 촉수로 포착한, 당신의 쇼핑 리스트를 채울 아이템들.

1. 하칸의 화이트 드레스
2011년 가장 기대되는신예 디자이너 중 한 명인하칸. 그가 보여주는 감성적인클린 컷이 잘 드러나는화이트 드레스를 추천한다. -10 꼬르소 꼬모 바이어 강민주

2. 알투자라의 이트 트렌치코트
이번 시즌, 가장 강세를보이는 색상인 화이트 컬러의트렌치코트를 주목할 것.이그조틱 레더가 파이핑되어구조적인 커팅을 더욱돋보이게 하는 룩이다. -분더숍 바이어 이정은

3. 지방시의 레오퍼드 패턴 베스트
이그조틱한 프린트에 록 시크 무드를 결합한 지방시의 호피 베스트. 레오퍼드 패턴을 트렌디하게 풀어냈으며, 포멀 룩과 캐주얼 룩에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무이 바이어 조준우

4. 돌체&가바나의 화이트 레이스 원피스
슬림한 실루엣과 고급스러운 소재가 어우러진 화이트레이스 원피스. 2~3월에는 트렌치코트, 4~5월에는리넨 재킷과 함께 매치하고, 한여름에는 원피스만입은 채 로맨틱하면서도 섹시한 매력을 풍길 수 있다. -스타일리스트 김성일

5. 질 샌더의 애시드 컬러 룩
미니멀한 실루엣 때문에 눈이 시리도록 선명한 색감이 더욱 도드라지는 질 샌더의 룩. 그레이나 톤 다운된 뉴트럴 컬러 등과 믹스 매치해 이번 시즌 돋보이는 룩을 연출할 수 있다. -스타일리스트 한송경

6. 마크 제이콥스의 맥시 드레스
맥시 드레스를 입고 거리를 활보해보고 싶었다면 이번 시즌이 적기이다. 무슈 이브생 로랑 느낌의 70년대스타일 맥시 드레스는 트렌디하고 생각보다 입기 편하다. 부담스럽다면 맨투맨 티셔츠와 함께 시도해 볼 것. -에디터 김석원

7. 스텔라 매카트니의 인조 가죽 샌들
떨어지면 낙상할 것 같은 킬힐의 관상용 신발이 즐비한 런웨이에서 보기 드물게 담담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특히 두툼해서 믿음직한 힐과 가느다란 인조 가죽 스트랩의 조화가 일품이다. -에디터 송선민

8. 프라다의 스트라이프 캔버스 백
클래식하면서도 젊은 감각을 동시에 지닌 이 청량한 캔버스 백이라면 베이식한 옷에 포인트 아이템으로 십분 활용할 수 있다. 게다가 옵티컬 프린트 등과 매치해 개성 넘치는 마린 룩을 연출하기에도 제격이다. -스타일리스트 조윤희

9. 버버리 프로섬의 팝 컬러 백
버버리 프로섬이 선보인 팝 컬러의 페이턴트 가죽 백. 탠저린, 애플 그린, 스카이 블루, 핑크 등 톡톡 튀는컬러가 이번 시즌 트렌드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밋밋한 룩에 악센트를 주기에도 그만이다. 어깨 끈을 손에감아 클러치로 연출해볼 것. -에디터 박연경

에디터 | 박연경

DRAMATIC MOMENTS
패션쇼의 무대 연출은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기 위한‘ 15분’의 위대한 극예술이다. 이번 시즌, 가장 드라마틱한 패션 신을 연출한 런웨이 리스트.

1. CHANEL
그랑 팔레에 분수대와 정원을 설치한 샤넬의 드라마틱한 무대. 17세기 프랑스의 정원 디자이너 앙드레 르 노트르에게 바치는 컬렉션이라는 주제를 더욱 돋보이게 한 연출!

2. D&G
엄청난 양의 수국, 장미, 모란, 아네모네, 아이비 등과 초록 잎사귀의 넝쿨로 메트로폴 극장을 덮어버린 D&G의 화사한 무대.

3. HERMES
에르메스를 떠나는 장 폴 고티에는 무대 전면에 12개의 샹들리에로 장식한 마구간을 설치하고 실제 말과 기수들을 데려와 캣워크 내내 마장마술을 선보였다.

4. KENZO
겐조 하우스 40주년을 맞아 안토니오 마라스는 하우스의 아카이브에서 꺼낸 프린트를 총동원해 인형처럼 꾸민 모델들을 원형으로 세운 ‘떼샷’으로 피날레를 꾸몄다.

5. MARC JACOBS
마크 제이콥스 컬렉션의 무대는 안으로 움푹 파인 거대한 금빛 기둥이었다. 6명의 모델이 틈 사이에서 나와 거대 기둥 주변을 동그랗게 걸은 후, 동시에 사라졌다. 마치 마법처럼.

6. ROBERTO CAVALLI
로베르토 카발리의 40주년 자축 무대. 애니멀 프린트와 기다란 프린지로 장식된 의상을 입은 긴 머리의 모델들은 카발리의 정글에서 튀어나온 아름답고 위험한 맹수처럼 보였다.

7. STELLA McCARTNEY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옷을 입은 스텔라 매카트니의 소녀들과, 빛나는 샹들리에를 비롯한 웅장한 오페라좌의 장식이 대비되어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8. VIKTOR&ROLF
패션 일러스트계의 거장, 피에 파리(Piet Paris)가 그린 독특한 일러스트 배경이 돋보였던 빅터&롤프의 무대.

9. LOUIS VUITTON
루이 비통 쇼는 한 마디로 ‘아시아에 사는 동물의 왕국’이었다. 지브라, 레오퍼드, 호랑이, 팬더 등 온갖 동물의 무늬가 등장했으니.

에디터 |최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