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끝나갈 무렵의 반가운 귀환 둘, 김훈의 장편과 박민규의 단편.

단지 줄거리만 추리는 건 김훈의 신작 장편 <내 젊은 날의 숲>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소설의 독자들에겐 자신만의 기운으로 충만한 문장들을 흠뻑 경험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계약직 공무원인 조연주는 전방의 수목원에서 세밀화 작업을 한다. 사진이 미처 포착하지 못하는 꽃의 생명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는 게 그녀의 일이다. 동전의 앞과 뒤처럼 다른 두 남자와의 모호한관계, 아버지의 가석방과 죽음 같은 사건들이 주인공을 스쳐 지나는 동안 사유와 이미지는 문장 안에서 한데 어울려 모종의 풍경을이룬다. “그래서 나는 말을 거느리고 풍경과 사물 쪽으로 다가가려 했다. 가망 없는 일이었으나 단념할 수도 없었다. 거기서 미수에 그친 한 줄씩의 문장을 얻을 수 있었다.” 작가의 말에 기록된 치열한 고백이다.

<더블>은 한동안 장편 작업에 집중했던 박민규가 <카스텔라> 이후 5년 만에 발표한 소설집이다. A, B 두 권으로 나눈 뒤 일러스트속지까지 곁들인, 더블 앨범 같은 구성이 박민규답게 흥미롭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지난 시절 나를 이끌어준 모든 더블 앨범에 대한 헌정”의 의미라고 한다. 특유의 유머로 버무린 유쾌한 콩트부터 묵직한 SF까지, 장르와 소재를 전방위적으로 누비는 18개의 단편을 만날 수 있다.